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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X가루다/페드X라] 가루다 안나옴

2018. 7. 1. 02:35 | Posted by 호랑이!!!

붉고 눈매 사나운 아우라.

 

페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뭘 어쩐다고?”

 

요리! 즐거운 요리!”

 

루가딘 아가씨는 근육을 뽐내며 외쳤지만 아쉽게도 이 단단한 빙하라는 사람에게는 요리의 기술이 조금도 없었다.

 

요즈음의 본직은 요리사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제자 들일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기에, 페드는 다소 거칠게 칼을 내리쳤고 요리는 펑 소리를 내며 못 먹을 만한 것으로 바뀌었다.

 

요리사 길드에 가서 배우세요.”

 

싫어, 그렇게 거창하게 할 건 아니니까!”

 

게다가 여기서 멀어!

 

그렇게 외치는 루가딘을 올려다보다 페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왕 해 먹이는 거 좀 정성을 담아서 만들어 먹일 것이지.

 

저 인간 도끼 잡고 일주일이 안 되어서 야만신 잡으러 다니고 비술서 잡고 일주일이 안 되어서 모든 극의를 다 깨우쳤다고 그만둘 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때라고 저 급한 성질머리를 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대충일 줄은 몰랐지.

 

미간을 찌푸리고 페드는 정리하려던 멋진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빌려주겠습니다, 그럼.”

 

재료랑 요리법도 가르쳐줘야지.”

 

얘 실력으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런 눈빛을 받으면서도 단단한 빙하는 꿈꾸는 듯 한 눈빛으로 음식을 나열했다.

 

속을 채운 커다란 도도 통구이라던가, 영양 뒷다리 살을 구운 거나, 피피라피라도 쪄 먹으니까 맛있던데. 아니면 초콜릿과 크림을 쌓은 케이크도 나쁘지는 않지

 

네가 할 만한 조리가 생각났습니다.”

 

송로버섯과 푸크 알을 써서 만드는 볶음요리?”

 

일단 암염을.”

 

.”

 

그리고 증류수도.”

 

.”

 

이제, 소금을 만드는 겁니다.”

 

웃기지마! 라며 단단한 빙하는 프라이팬을 뒤집었다.

 

루미스라이트 주괴로 만든 프라이팬은 겨우 그 정도로는 흠집도 남지 않겠지만 페드는 급히 프라이팬을 들어 샅샅이 살폈다.

 

뭐예요? 둘이 좋은 거 해?”

 

별 거 아닙니다. 단단한 빙하가 한 번 요리에의 길에 눈을 뜨려고 해서.”

 

아니거든. 우리 여신님한테 갖다 바칠 요리거든.”

 

나는 요리를 드리고 호감을 얻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자 라는 박수를 짝짝 쳤다.

 

그럼 나도 도울래! 재료 뭐 필요해?”

 

라는 할 일이 없을 텐데요.”

 

괜찮아! 나 이제 많은 거 채집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정말이라니까? 라고 눈을 반짝이는 이 미코테는 광석만 캐봤으면서.

 

그럼 서부 다날란에서 마늘하고, 중부 라노시아에서 밀하고...”

 

, !”

 

그리고 알라그 달팽이랑.”

 

“...?”

 

나무두꺼비를 각기 하나씩...”

 

그걸로 뭐 만드는 거예요?”

 

나무 두꺼비 튀김.”

 

그리고 빙그레 웃자 꼬리털이 부숭부숭하게 일어서서는 캬앙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선다.

 

그런 걸 먹일 수는 없잖아, 그래도 여신님인데.”

 

그런가요.”

 

그래서 너는 원예가 일을 할 수 있냐, 어부 일을 할 수 있냐, 아니면 하다못해 광부 일이라도 할 수 있냐.

 

그러자 또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하나도 못 하지!”

 

보통 이런 때는 부끄러워하거나, 머쓱해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내가 루가딘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도저히 저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지.

 

페드는 눈가를 살짝 문지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가서 원예가가 되십시오. 어부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요.”

 

뭐가 필요한데? 얻기 어려운 거야?”

 

피피라랑 살구버섯. 나머지 재료는 내가 마련할게요.”

 

그리고 마실 것으로는 바나나랑 무화과랑 야크 젖이랑, 애피타이저로는 악어 배랑, 또 디저트로는 초콜릿이 좋겠으니 쿠쿠루 콩이랑 메이플 시럽이랑.

 

바나나랑 무화과랑 악어 배는 내가 가져올 테니까, 하고 말하던 페드는 순식간에 제 앞으로 들이밀어지는 훌륭한 재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이건 무슨....”

 

피피라, 살구버섯, 바나나, 무화과, 야크 젖, 악어 배, 쿠쿠루 콩, 메이플 시럽이야!”

 

아니 이걸 어떻게?

 

페드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단단한 빙하를 쳐다보았다.

 

재료를 가지고 있었나요?”

 

내가 이런 거 가지고 있는 거 봤냐.”

 

야 설마.

 

아 설마.

 

설마.

 

단단한 빙하는 매력적인 앞머리를 뒤로 휙 넘겼다.

 

채집은 역시 장터 게시판 채집이지.”

 

넌 지금 야만신 가죽을 벗겨 옷을 해입은 날 앞에 두고!!!!!!!!”

 

뭐야, 그래도 되는 거였으면 나도!”

 

, 가만히 못 있습니까? 단단한 빙하, 거기 좀 앉으세요.”

 

이 인간들 하여간에!!!

 

아까까지 손수 만든 요리를 가져다 드린다고 했던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뚝딱뚝딱 서걱 서걱 탁탁탁.

 

여기 있네. (네가) 손수 만든 요리.”

 

하다못해 요리사 길드에라도 가서 제대로 배울 것이지 그렇지도 않고, 급하게 만들어야 한다니 도와달라고 해서 왔더니! 하다못해! 재료라도! 손수 캐와야지 않습니까!”

 

손수 번 돈으로 캐 온 재료잖아? 내 피와 땀이 들어가 있다고?”

 

게다가 난 파티의 맨 앞에 서는 멋진 전사니까 진짜로 피를 흘린다?

 

자꾸 꼬박꼬박 말대꾸 할겁니까!”

 

페드가 내리치는 식칼질에는 힘이 실린다.

 

그렇게 손을 놀릴수록 먹음직스러운 배 샐러드가 만들어지고 생선과 버섯을 잔뜩 넣어서 찐 생선찜이 따끈따끈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살짝 얼린 칵테일에서는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난다.

 

마지막으로 메이플 설탕과 우유와 쿠쿠루 가루를 섞어 초콜릿을 만들자 모양 좋게 늘어지는 액체 초콜릿이 보여서 라는 손을 뻗었다.

 

다 만들면 줄테니까요, 기다려요 라.”

 

그치만 지금 맛보고 싶은걸!”

 

페드는 마악 모양을 내서 바람 크리스털로 굳힌 동그란 초콜릿을 내밀었다.

 

한 입에 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르릉거리는데 바람이 휘잉 소리를 내며 불었다.

 

여기로 나를 소환한 것이냐, 벌레들아.”

 

벌레라니?

 

라는 고개를 들었다가 캬앙 소리를 내며 페드의 등 뒤로 숨었고 단단한 빙하는 페드가 만든 요리를 부지런히 식탁으로 옮겼다.

 

어서와아~”

 

떨어져라.”

 

다날란의 아파트 옆, 해가 지면 별이 뜨고 달이 빛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 나타난 것은 사람도 벨 듯 날카롭게 부는 바람의 여신이다.

 

손톱을 세운 라 덕분에 페드는 마지막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초콜릿을 접시에 가득 쌓고 일어섰다.

 

단단한 빙하는 어째서? 저 냐만신은! 어째서!?”

 

단단한 빙하가 가루다를 좋아한대요.”

 

? 저 무시무시한 야만신을!? 어째서!?”

 

목소리가 컸던 모양인지 가루다가 라를 돌아보자 라는 귀를 납작 접으며 페드의 등을 긁었다.

 

“...그럼 우리는 이만 들어갈 테니, 두 분은 좋은 시간 보내시길.”

 

자아 우리는 아파트로 돌아갑시다.

 

저 무시무시한 야만신에게서 멀어지자구요.

 

페드는 라의 등을 토닥이면서 덜렁 들고 아파트 입구로 올라갔다.

 

모처럼 다날란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