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당신이 사는 곳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라면 자주 해 보았다.
우선은 마트에 가서 생수와 통조림을 잔뜩 가져온다, 과자를 가져온다 등등.
촛불과 성냥을 준비한다, 뭘 가져온다, 밧줄로 간이 발판을 만들어서 밖에 매달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무색하도록, 이 도시에 생긴 이변은 Tv 등에서 흔히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아- 덥다...”
이 도시에 사람이 없어진 지 오늘로 한 달째.
집으로 돌아오자 룸메이트인 예란이가 공책을 덮으며 맞아 주었다.
“오늘은 어때?”
“역시 없어.”
버스 정류장에 하루 종일 기다려 보았지만 오가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사람은커녕 동물 한 마리도 보지 못 했고.
핸드폰이며 인터넷은 여전히 먹통이다.
“영화 보고 싶어-”
“컴퓨터에 있잖아.”
“그런 거 말고! 새로 나온 거! ‘의사 뉘시게’라던가 ‘LA의 악마’라던가 ‘초자연’같은... 그리고 그리고.... SNS도 하고 인터넷으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초록이는 겉옷을 벗어 바닥에다 내팽개쳤다.
“초록이 왔어?”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한 손에는 화분을 든 홍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그건 또 어디서 났어?”
“꽃집에서 가져왔어.”
“꽃집?”
“그 왜, 학교 안에 있는 작은 거.”
“꽃집!”
마악 이불에 머리끝까지 파고들었던 초록이는 고개를 홱 들었다.
“그러고 보니 꽃집이 있었지, 참? 용케도 안 깨졌네.”
부엌과 방을 나눠둔 문을 닫으며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줄리아나의 손에는 작은 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나갈 때는 무언가 불룩하던 것이 이번에는 화분 하나로 차 있다.
“고양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 때 먹이를 많이 주면 친해질지도 모르잖아.”
“철없는 소리야아.”
바깥에서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소리가 났다.
초록이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으아, 바깥에 엄청 바람이 부나보다. 조금 더 있다가 들어올 걸.”
“이런 때 나가면 죽어.”
그 정도는 안다구.
초록이는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창문 밖으로 훤히 보이는 도로에는.
털이 듬성듬성 난 녹색 괴물이 걸어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