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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7

2018. 6. 27. 04:22 | Posted by 호랑이!!!

 

나무 볼펜을 들고 다음으로 간 곳은 가장 커다란 온실이었는데 입구에는 겉옷을 넣을 수 있는 로커가 있어서 안은 따뜻하다고 줄리아나가 말하자 초록이와 예란이는 두꺼운 파카와 코트를 벗어 넣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얕은 연못이 있고 꽃과 키 작은 나무들이 보기 좋게 가장자리에서 자랐다.

 

부분부분 벤치가 있고 연못 안은 물과 꽃, 진흙으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서 초록이는 연못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건네주는 팜플렛을 받았다.

 

“...이렇게 어린애들이 많은 건 오랜만에 보네....”

 

여기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어, 가족 단위로 자주 오는 곳이야아.”

 

물고기를 잡았다는 환호성이 들리자 초록이는 연못으로 고개를 홱 틀었다.

 

물고기!?”

 

아아, 물고기이.”

 

때마침 옆을 뛰어 지나간 아이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덥썩 잡았다.

 

나비를 잡았어!?”

 

, 나비-.”

 

어릴 때 물고기나 나비 안 잡았어?”

 

저렇게 거칠게 잡지는 않았어! 물고기랑 사람 체온은 달라! 저거 틀림없이 화상 입었을 거라고! 나비도 저렇게 막 잡으면 어떻게 해!?”

 

괜찮아아, 다 진짜 살아있는 건 아니니까아.”

 

물고기는 얕은 물에서 사는 것 치고는 커다란 크기였는데 잡은 아이의 손 안에서도 얌전했는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고기를 관찰해 봅시다. 물고기에게는 아가미가 있고 비늘과 지느러미가....]

 

나비를 잡은 아이가 손을 펴 보자 날개가 구겨지기는 했지만 그대로인 모습으로 다시 날아올랐는데 아이가 보기 좋은 높이에 글자가 떠올랐다.

 

모시나비 산이나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나비의 종류. 크기는...

 

“...놀라워.”

 

필요에 따라 음성이나 글자로 변환할 수 있어. 점자는 아직이지마안... 그건 어떻게 제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에... , 어차피 내 일은 아니지만...”

 

이제 조금 진정하고 초록이는 팜플렛을 들었다.

 

“...‘푸른빛의 홍식물원?”

 

이름 이상한 건 아니까아.”

 

식물원?”

 

식물원.”

 

식물원!? 너 식물원에 살아!? 그럼 적당한 곳에 유리 티 테이블 놓고 티타임 할 수 있어!? 아니면 길쭉한 의자가 있는 그네 같은 것도!?”

 

“...그런 건 장미원에서 제공하고 있어어.”

 

진짜 취향 한결같다니까.”

 

일단은 주위를 빙 둘러볼 수 있었다.

 

고산지대의 식물, 식충식물, 희귀 식물, 열대우림의 식물 등등.

 

가시가 있는 식물이라는 방 앞에는 붉은 색 글씨가 반짝였다.

 

“...뛰거나 장난하지 마세요, 7세 이하 아동은 보호자의 손을 잡고 들어오시오.”

 

그러자 양 쪽에서 손을 내민다.

 

어쩔 수 없지, 잡아줄게.”

 

자아

 

그래, 우리 집 아동들.”

 

초록이는 둘의 손을 잡고 선인장이 가득한 방을 돌고 열대우림으로 넘어갔고 조금은 흥미가 있는 초록이가 이 식물, 저 식물 하고 가리키면 도통 흥미가 없어 보이는 예란이는 날아다니는 나비나 벌에 관심을 가졌고 줄리아나는 때때로 들으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물론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그 때에 여기서 일했던 남자 직원이... 깜박하고 잠그지 않은 통을 두고 일을 했는데에... 뒤에서 소리가 들리더래... 달각, 달그락, 달각, 달각달각달각달각달각. 여기서 먹이는 건 유충인데 그 하얗고 부드러운 녀석들이 바깥으로 나가려고 유리 뚜껑을 밀어서 열렸다가, 닫혔다가, 달각달각달각......”

 

으아아아 그만! 그만!”

 

좀 조용히 하라고 초록이는 줄리아나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식충식물 쪽에서는 먹이를 주는 체험이 있었고 수생식물 쪽은 아쿠아리움처럼 수초와 수조와 물고기가 있었고 고산식물이 있는 방 앞에서는 산소가 희박할 거라며 얼굴을 덮는 형태의 호흡기를 대여해 주었다.

 

데이트하기 좋다는 장미원이나 수생식물원을 빼면 사람들은 대개 입구 부근에 있는 모양이라 다른 곳은 사람이 거의, 혹은 아예 없기도 했다.

 

덕분에 웃고 떠들면서 느긋하게 관람하다가 예란이는 팜플렛을 펼쳤다.

 

“...그만 좀, 너 지금 놀러 온 거 아니야.”

 

아니었나?”

 

질문 1. 기침이 날 때 사용하고 우리 주위의 약초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아 잠깐, 우리 주위의 약초밭이요?”

 

초록이가 손을 들었다.

 

그러게, 요즘 약초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없어어?”

 

우리 집도, 엄마가 화분을 키우기는 하는데 그거 레몬그라스랑 상추거든? 아빠가 키우는 건 난이고.”

 

줄리네 집에는 밭 있어?”

 

줄리아나는 팜플렛의 지도를 가리켰다.

 

이런저런 상처와 굳은살이 있는 손가락은 기념품관과 식물관, 어린이용 영상관, 체험관을 지나 맨 위로 올라갔다.

 

체험관 2?”

 

어떻게 약초가 자라는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라고 적혀 있어.”

 

가끔 유치원이라던가아, 초등부 애들이 약초 체험 같은 거 하러 와아.”

 

단골이지. 나 그거 고등학생 때도 했어.”

 

지긋지긋하다고 예란이가 고개를 흔들자 줄리아나가 웃었다.

 

말 나온 김에 보러 가자.”

 

계단으로 향하는데 옆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홍 줄리아나.”

 

줄리아나의 표정이 변했다.

 

아까까지 느긋하게 설명하고, 웃고, 떠들던 얼굴은 경직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예란이와 초록이도 덩달아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쪽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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