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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4] 우리집 집사는 캣맘!

2017. 11. 19. 00:59 | Posted by 호랑이!!!

그럼 이번에도 잘 다녀와.”

 

거대한 키에 검은 피부와 검은 뿔은 날카롭고 얼굴에 돋아난 비늘 아래 눈빛은 중후하다.

 

그 눈빛만큼이나 날카로운 바늘이 달린 길쭉한 막대를 등에 지고.

 

그럼, 다녀오도록 하지.”

 

어부 집사 바리톤은 배웅을 받으며 길에 올랐다.

 

한 번 꺾고, 다시 쭉 직진, 아래로, 천천히 걸어내려오다가 바리톤은 누군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는 전력질주로 달려왔다.

 

치즈! 메기! 연어야! 아니 이건 또 처음보는 얼굴!”

 

하악-’

 

그러니까, 바리톤한테만 반가운 얼굴.

 

햇볕 아래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들은 바리톤이 달려오던 말던 앞발을 핥아댔고 그나마 반응을 보여준 한 마리는 냅다 일어나 털을 세웠다.

 

저기요 바리톤, 그 커다란 덩치로 달려들면 애들이 겁먹는 다구요.”

 

비술서를 들고 있는 테너는 고양이들 사이에 앉더니 하악질을 하던 작은 녀석의 목덜미를 긁어주었다.

 

내가 고양이들한테 얼마나 인기 많은 줄 알아? 네가 아무리 같은 고양이라고 해도 나한테까지 하악질을 하는 그 녀석이...”

 

고르르륵~’

 

그래그래, 여기가 좋아? 내가 더 좋다고? , , 그래~”

 

테너는 보란 듯이 현란한 손짓으로 얼룩무늬 고양이의 턱을 긁어주었다.

 

고양이는 배를 보이고 뒤집어져서는 발을 바둥거렸다.

 

고양이들이란.”

 

테너는 제 거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바리톤이 입술을 삐쭉이자 웃음을 터뜨렸다.

 

배를 보이고 뒤집어져 있던 고양이는 테너가 손을 떼자 몇 번 앞발질을 하다가 다시 해 잘 드는 곳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렇게 투덜거려 봤자-거든요, 아저씨?”

 

! 어딜 때리는 거냐!”

 

내가 작아서 손을 올려봐야 아저씨 엉덩이인데 어쩔 수 없잖아?”

 

바리톤은 건방지게 살랑거리는 검은 꼬리를 잡아당기고는 냅다 비공정으로 뛰어갔다.

 

 

 

 

 

 

 

 

- 춥구먼-.”

 

비공정에서 내리면 성도다.

 

요즈음은 다른 제도인가 뭔가가 발견되었다고 해서인지 그 곳으로 떠나는 모험가들이 사람 수를 맞춰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성도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모험가님 집사 수행하러 왔습니다.”

 

바리톤이 신분증명서를 내밀자 안내원은 신분증을 거의 보지도 않고 돌려주었다.

 

자주 보네.”

 

우리 집 모험가도 매일 일하는데 나도 일해야지.”

 

문을 지나 눈밭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걸어가고 다리도 하나 건너서 또 내려가다 보면 인간을 보고 좋아라 쫓아오는 거대한 마물들이 있다.

 

다음부터는 좀 안전한데만 골라서 다니던가 해야지.”

 

한참 쫓겨다니다 눈 쌓인 바위 뒤에서 숨을 고르자 저절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나온다.

 

얼마간이나 더 걷다 보면 조그맣게 얼지 않은 샘이 보이고 그 주위에는 또 옹기종기 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운 집사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리톤을 알아보았는지 손을 흔들었다.

 

어이- 바 씨 왔어?”

 

루 씨도 여기 왔구만-”

 

아 조용히 좀 하라냐! 물고기 도망간다냥!”

 

미 씨도 잘 지냈는가?”

 

미 씨라고 불린 집사는 투덜거리면서도 낚싯대를 접었다.

 

그 발치에 있는 들통에는 물고기가 몇 마리나 잡혀 있었다.

 

오늘은 미씨가 좀 잡았는데?”

 

오늘 왠지 잘 잡혀!”

 

바리톤은 미코테와 루가딘 사이에 앉아서 커다란 병에 든 차를 한 잔씩 돌렸다.

 

숨만 쉬어도 하얗게 입김이 나오는 곳에서 따뜻한 차는 굴뚝처럼 모락모락 김이 뿜어져 나왔고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신다는 미 씨도 불지 않고 홀짝 마셨다.

 

과자 먹을래? 우리 집 모험가가 만들어줬는데.”

 

루가딘 집사인 루 씨는 그 커다란 손에는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는 마도사 모양 쿠키를 꺼냈다.

 

그러자 질세라 미 씨도 주머니에서 말린 물고기를 꺼냈다.

 

미 씨네 모험가는 요리 못 하잖아? 웬 물고기야?”

 

매일매일 낚는 물고기를 조금씩 모아서 만들었다냐! 오늘 낚은 것 중에서도 산천어랑 빙어는 말릴 거다냐.”

 

들통을 힐끗 보자 그 안에는 산천어와 빙어만 바글바글했다.

 

그러면 모험가가 실망하지 않는가.”

 

저번에 물고기 낚았는데 다 먹어버렸다고 말하니까 잘 했다고 말했다냐.”

 

미 씨는 가끔이지만 비싸고 좋은 걸 잡아가니까.”

 

행운이 붙는 겨 행운이.”

 

바 씨, 나 차 한 잔만 더.”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낚시를 하다 보니 들통도 제법 찼다.

 

산천어, 빙어, 그리고 달그락거리는 게와 움직이는지 마는지 모를 성게.

 

미 씨와 루 씨는 먼저 가버렸고 바리톤만 털레털레 들통을 들고 비공정을 타러 왔다.

 

바 씨, 어때 오늘 많이 낚였어?”

 

이만하면 제법 낚였지.”

 

바리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산천어 한 마리를 꺼내 내밀었다.

 

날 추운데 기사단 사람들이랑 끓여먹던가.”

 

이슈가르드 사람이 춥다고 불평할 수는 없지! 늘 고마워.”

 

가장 바람이 덜 치는 자리에 앉아 비공정을 탔다가 내리자 뜨뜻한 다날란의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이렇게 뜨거운 곳에서는 살 수 없다는 듯 들통 안이 요란해졌고, 바리톤은 비늘 돋은 손으로 들통을 토닥거리면서 걸었다.

 

많이 낚았겠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 바지에 확 매달렸다.

 

! 치즈야!”

 

, 연어 너까지! 비늘, 비늘 조심...!”

 

메기! 아아악! 메기! 아야야 발톱!”

 

바리톤은 자그마한 생선을 들통에서 꺼냈으나 고양이들의 가차 없는 발길질만 거세어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산천어.

 

여전히 발길질은 가차 없다.

 

고양이들의 발톱은 바리톤이 가장 커다란 빙어를 꺼내고서야 사라졌다.

 

바리톤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빙어를 그 자리에서 해체해서 뼈를 발라주었다.

 

애옹

 

냐아

 

우우웅

 

“......그래, 이제 만족하냐.”

 

애앵!’

 

분명 처음에는 세 마리 뿐이었는데.

 

그 다음 한 마리를 꺼낼 때는 다섯 마리가 되었다가.

 

그 다음 다음으로 산천어를 꺼낼 때에는 열 마리가 되어 있었다.

 

다날란 고양이들은 다 여기 모여 있나.

 

바리톤은 통통한 살점에 제일 먼저 달려든 고양이를 알아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너 나한테 하악질 한 그 녀석이지!”

 

므냐아-’

 

얼룩고양이는 바리톤의 다리에 몸을 한껏 부비면서 그릉그릉 소리를 냈다.

 

거기에 마음이 풀린 바리톤은 조금 더 큰 살점을 떼어서 그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그걸 덥썩 받아무는 녀석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하악!!!’

 

그리고 한 대 얻어맞았다.

 

 

 

 

 

 

 

그렇게 물고기를 나눠주고 오는 길, 가벼워진 들통에는 달그락 달그락 게 소리만 난다.

 

검은 뿔인 자신과는 다르게 하얀 뿔을 가지고 있는 주인의 눈이 가벼운 들통을 한 번 보았다가 자신을 본다.

 

어쩐지,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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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스터+로키] 길쭉한 소파 방

2017. 11. 15. 01:27 | Posted by 호랑이!!!

잔인한 경기를 볼 생각에 흥분한 관중들이 투기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좋아하는 챔피언의 탈을 쓰기도 하고, 얼굴에 색을 칠하거나 상징적인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즈음 가장 유행하는 것은 녹색이어서 둥글게 내려다보이는 관중석은 온통 초록 물결이었다.

 

번쩍이는 홀로그램 마스터가 나타나자 관중석에서는 비명과 환호소리가 높아졌고 마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은 길쭉한 소파로도 모자라 방 여기저기에서 술잔을 들고 웃어댔다.

 

그리고 그 방 가장자리, 로키는 흥미롭다는 표정만은 얼굴 가득 띄운 채 서 있었다.

 

빌지스나입이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건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챔피언이 나오고 검투사가 나오는 중에도 방 안의 사람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요즘은 어딜 가도 초록색이 보이더군요 마스터.”

 

역시 마스터에게 귀한 것들이 모이나 봅니다.”

 

흐뭇하시겠습니다.”

 

마스터가 자리에 앉자 사람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찬사를 던졌고 그 중 누군가가 로키를 가리켰다.

 

이봐, ! 너도 챔피언 때문에 수트를 새로 맞춘 사람인가?”

 

순간 모두의 시선이 로키에게 돌아갔다.

 

충분히 그 눈길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는 초록색 자락을 들어 펼쳤다.

 

사실은, 새로 맞춰야 하는 쪽이지.”

 

웃던 사람들은 마스터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일어나 비켰다.

 

이 쪽으로 꽂히듯이 다가오는 시선은 노골적이라 로키는 보지 않아도 마스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난 초록색이 싫거든.”

 

느리게 겉옷이 벗겨졌다.

 

어떻게 해야 더 우아하게 보일지, 더 시선을 사로잡을지 로키는 알고 있었고, 옷을 벗으며 가슴을 한껏 내밀자 시선이 따갑게까지 느껴졌다.

 

이 겉옷도 마음에 안 들고.”

 

소매를 조인 단추를 풀고 살짝 쓸어올리자 뼈가 도드라진 손목이 드러났고 옷의 여밈을 당기자 그 사이가 벌어졌다.

 

마악 사람을 하나 더 집어던진 것 때문에 바깥에서는 그렇게 큰 환호 소리가 나는데도 방안은 놀라울 만큼이나 조용해서,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옷을 벗을 것처럼 잡았다가, 오히려 더 꽉 틀어쥔다.

 

이 자리에서 이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조금 부적절한 것 같군요.”

 

길쭉한 소파가 있는 이 방이 깨끗하게 비워지는데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로키가 마스터의 옆자리에 앉자 마스터는 옷깃을 쥔 로키의 손 위에 그의 손을 얹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로키.”

 

소파에 기대듯이 머리를 기울이자, 로키의 손 위에 마스터의 손이 얹혔다.

 

마스터, 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렇겠지.”

 

아직 조심스러운 척 눈만 움직여 마스터를 보면서 두드리듯 손가락을 튕겨 아래를 가리켰다.

 

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물론이지.”

 

속옷도?”


마스터는 그 말에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로키가 웃었다.


옷자락에서 로키의 손이 떨어졌다.

 

그건 내가 마음에 안 드는걸.”

 

 

[크더건/율리안] 촉수물

2017. 10. 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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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힐러가 되었다

2017. 9. 20. 15:36 | Posted by 호랑이!!!

오늘도인가.

 

페드는 천구의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겨우 다섯 마리 정도의 몹을 데려와 놓고 피가 찰랑거리는 게 말이 되느냐.

 

어제 라랑 취해서 휘두른 술잔이 이것보다는 덜 찰랑거렸겠다.

 

비술서 후벼팔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구의를 집어들자 보이기 시작한다.

 

시점의 변화란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들어 왔지만.

 

아니었다.

 

페드는 끊임없이 마법을 캐스팅하면서도 길잡이를 빤히 살펴보았다.

 

머리... 상의... 허리띠... 허리띠!!! 바지... 신발... 신발... 뭐 좋아... 귀걸이... 귀걸이!? 목걸이!? 목걸이!!! 팔찌! ...... 반지....!!!!’

 

저게 허리띠인가.

 

지나가던 새끼 커얼이 발톱갈이하는 곳에도 못 써먹을 너덜너덜한 저게 무슨 몸을 지켜주는가.

 

저게 목걸이인가.

 

괴물새가 깃털로 스치기만 해도 박살나서 목에 박힐 것 같은 저게 무슨 방어구인가.

 

저게 귀걸이인가.

 

덜렁덜렁 뛰어가다가 귀째로 끊어먹을 것 같은 저건 대체 왜 달고 있는가.

 

끊임없이 다쳐서 내가 힐을 끊임없이 퍼부어도 원래 체력 이상으로 회복되지도 않는데 왜 저 새새끼는 나를 보고 있나.

 

목숨줄만 붙여놓으면 된다는 의미인가?

 

할 수만 있으면 그 줄.

 

끊어먹고 싶다.

 

집에 가서... 얼린 칵테일 만들어야지... 무화과는 있고. 야크 우유도 냉장고에 있는 거 봤으니까 가는 길에 바나나만 사 가면 되겠다

 

길잡이님 혹시 악세서리 말입니다...”

 

?”

 

말 하고 있잖아!!! 말 하고 있잖아!!!

 

말 하는 도중에 중간보스한테 뭐 던지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바나나 한 송이 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봉투에 바나나를 소중하게 담아서 안고, 페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 오늘 뭐 먹고 싶습니까? 안주 종류로 고르라면.”

 

도도 통구이! 라노시아 버전으로~”

 

그럼 가는 길에 도도 고기랑 속재료를 사서 가야겠구나.

 

오늘 던전 갔다 왔잖아요. 활 쓰는 건 좀 손에 익나요?”

 

!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아.”

 

웃는 모습을 보며 페드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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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서관

2017. 9. 14. 17:20 | Posted by 호랑이!!!

책이 빼곡하게 채워진 도서실이지만 한켠에는 빈 책꽂이가 창고에서처럼 쌓여 있고 투박한 철문은 닫혀 있는 곳.

 

사람의 물건은 있지만 사람은 오지 않는 곳.

 

그 곳이 A가 사는 곳이다.

 

이상하게도, A는 둥둥 떠서 천장에 발을 디디고 설 수도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두꺼운 책장도 없는 것처럼 통과할 수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이상하게도, 삐걱이는 저 철문만은 지나갈 수가 없었다.

 

 

 




아침이면 해 뜨는 것을 보고 저녁이면 해 지는 것을 보고, 창가의 새며 벌레가 집 짓는 것을 구경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 사람이 왔다.

 

A는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도서실의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날아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가 B가 들어오자 고개를 휙 돌렸다.

 

거의 몇 달만에 보는 새로운 사람은 밖이 많이 더운지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목덜미가 벌겋게 익어 있다.

 

그 모습을 보자 A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덥겠다!”

 

엄청나게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 쪽으로 날아가던 A는 에어컨 쪽으로 다시 총총 뛰어가 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온 김에 바람 좀 쐬고 가! 물론 내 에어컨은 아니지만, 이거 여름마다 매일 켜주는 거거든. 여긴 사람도 잘 오지 않으니까 이렇게 혼자서 마음꺼어엇! 날아간다아아아아니야아니야!!! 날아가는거 아니야아악!!!”

 

B는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는 책장 사이로 걸어가 책 한 권을 빼냈다.

 

Dangerous Places for traveler

 

가장 먼저 고른 것은 빼곡하게 글이 적힌 책.

 

AB의 어깨 너머에서 책을 보았다.

 

“Schoolboy French... I... I... 아이아이... 빨라, 나 다 못 읽었어! 조금만 천천히-... 더 천천히! 좋아, 그 정도는 되어야... 아아아아 다시 빨라지고 있잖아! 휘리릭 넘기지 마!”

 

...꽤나 부산스럽게.

 

물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산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간만에 손님을 맞은 강아지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으니까.

 

이것 봐! 여기 비둘기 둥지 있어! 여기 항상 알 낳는데, 새끼 까는 건 두어번 밖에 못 봤다? 그치만 알 엄청 작아서 만져보고 싶어. 손만 있으면 만져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나는 여기서 안 나가지더라?”

 

어라?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전자 수첩? 크고 납작하다! 편할 것 같아! 아아 이거 핸드폰 렌즈 같은 거 달려있는데, 나 혹시 찍히려나? 요즘 전자수첩에는 카메라도 달려 있나보다!”

 

B는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목록에 있는 책 한 권, 없는 책 두 권을 골라 B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아 뭐야, ? 너 가는거야? 벌써? 여기 시계는 없지만 엄청 금방인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놀러와!”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닫히다가, 갑자기 열렸다.

 

문 뒤에서 있는 힘껏 손을 흔들던 A는 다음 말에 놀라 멈추었다.

 

B는 인상을 찡그렸다.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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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3

2017. 9. 8. 16:21 | Posted by 호랑이!!!

1편

2편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하랑은 뛰어가는 아이를 멍하게 보며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초콜릿 맛 우유를.

 

이럴 때 브루스 어르신이라면... 역시 우유가 아니라 고기를 먹어라! 라고 하려나.

 

릭 형씨는 나라별 초코 우유를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거 하나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티엔은 애당초 초코 우유를 고르지도 않겠지.

 

마틴 형씨는 왠지 다른 가게로 가서 우유를 찾아볼 것 같고...

 

...어라?

 

하랑은 빈 매대 앞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 옆의 딸기 맛 우유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틴 형씨는 베타일까 오메가일까?

 

시리얼 코너에서 하랑은 손에 초코 우유를 든 아이를 발견했다.

 

이 애도 자기처럼 초코 우유에 초코 시리얼을 먹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하랑은 마지막 남은 초콜릿 시리얼을 잽싸게 들어 올렸고,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불쑥, 아까의 생각이 하랑의 마음속에 다시 나타났다.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플라스틱 바구니에 시리얼 박스를 담으면서 하랑은 결심했다.

 

앞으로는 어른의 여유라는 것을 좀 가져보기로.

 

이번에는 사탕 쪽으로 움직이는데 마악 모퉁이를 돌다가 하랑은 마틴과 마주쳤다.

 

마틴 형씨! 웬일이야?”

 

작은 병과 납작한 캔이 늘어선 앞에서 고민하던 마틴은 드물게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 살려고 그래?”

 

, , ... 저는요! ...러니까...!”

 

당황하는 앞에서, 아까까지 어른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던 이하랑은 여유를 저버렸다.

 

헤어 제품은 왜? 왁스 바르게? 염색할거야? 난 형씨 지금 머리카락이 좋은데!”

 

마틴은 머리에 쓴 모자를 쥐어뜯듯이 움켜쥐고 내려 얼굴을 가렸다.

 

저도, 안다구요. 그러니까... 하나 사려구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얼굴 새빨개진 거지?

 

마틴은 고개를 갸웃하는 하랑 앞에서 광고가 붙어있는 제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랑은 작은 병을 하나 집어들고 태그에 적힌 설명을 더듬더듬 읽었다.

 

... 신의 머리털... 보들... 찰랑?”

 

다소 절망적인 심정으로 마틴이 말했다.

 

머릿결이라고 읽는 거예요.”

 

매일 티엔에게는 아둔하다 게으르다 마음에도 없는 타박을 듣고 있지만 하랑은 오히려 영민하다.

 

오히려 영악하다.

 

지금도 하랑은 그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하나의 과거와 하나의 사실을 결합시켰고.

 

하나의 정답을 내놓았다.

 

전에-”

 

네 그거 맞아요.”

 

머리 만지게 해주겠다는 그거 때문에? 라고 말하기도 전에 마틴은 하랑의 입을 틀어막듯이 긍정해버렸고 하랑은 새삼 그의 능력이 편리하게 느껴졌다.

 

... 지켜도 그만-인 약속 때문에... 이런 것까지 사서 관, ...뭐더라, 관리? 관리! ...를 한다니 대단한데!’

 

좀 더 편하게 생각해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애써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스르륵- 하고 생각... 생각해버리면 못 읽을지도... 모르잖아

 

글쎄요. 누가 저한테 이렇게 대놓고 읽으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오히려 그냥 생각하는 쪽이 빠를지도요. 그보다 sssrrrkk이 뭐예요?”

 

감기 같은 거 걸려서 말 못할 때 편하겠다

 

그런 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야 기쁘지만...”

 

착한 사람이네.

 

하랑은 티엔 옆에서 수련하는 동안 마틴이 대신 기합을 질러주는 것을 상상했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마틴도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여하간 머리를 만지게 해주겠다는 말에 이렇게 관리까지 해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겠다니 이것도 약간 완벽주의자 같은 걸까.

 

정티엔하고 닮았네.

 

“...”

 

그러고보니 전에 정티엔이 마틴 형은 주위에 인기가 많다고 했지, 이래서인가, 설렐 뻔 했네.

 

“.....”

 

...어라? 그러면 정티엔도 그 성질머리만 좀 고쳐먹으면 인기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형이나 정티엔이나 둘 다 잘 생겼고, 능력도 있으니까...

 

“.........”

 

마틴과 티엔의 공통점으로 생각이 넘어가려는 찰나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꼬르륵.

 

앗차 나 아직 아침 안 먹었지!”

 

어서 가서 아침식사 해요.”

 

, 나중에 봐-.”

 

방금까지 생각하던 것을 털어버리고 하랑은 총총 계산대로 갔다.

 

티엔 정이랑 닮았다라.

 

그 뒷모습을 보던 마틴은 방금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던 병을 내려놓았다.

 

[1차 비엘/판타지] 반짝이는 사람 5화

2017. 8. 21. 22:36 | Posted by 호랑이!!!

 

“...그래서 머리가 그 모양 그 꼴이야?”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 저녁식사 겸 스터디를 하러 모인 자리에서 루 란 교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아직까지 머리를 그런 쥐 파먹은 꼴로 두면 어떻게 해요.”

 

더 자를까요, 페드 조교님?”

 

헛소리 마세요, 왕자님.”

 

교는 지팡이를 움직여 으깬 감자를 각자의 접시에 덜어놓았다.

 

그으래애, 머리카락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외교 관계도 성립하는 요즘 같은 때에, 머리를 더 잘라야겠어어?”

 

“...머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꼴을 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지금 왕자님을 향하는 눈길이 정말...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그러면 아예 이러면 되에지이.”

 

그래 그래, 차라리 가발을 하나 사면 모를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영은 교의 말에 나눠주던 닭고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아예 염색을 하자!”

 

원래 머리는 까만색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하얀색으로 어때, 예쁠 거야!

 

꼬시지 마, 영 교수님도 뭐라고 한 마디 해주세요. 저러다 순진한 왕자님이 악에 물든다구요오.”

 

페드는 나이프로 닭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너어, 아주 날 악의 축으로 몬다아-?”

 

맞잖아, 이 심연에서 기어나온 덩어리야.”

 

희귀한 욕을 쓰네요, 페드.”

 

그러자 교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페드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에 쥐었다.

 

넥투르식 욕이랍니다아-. 페드는 어릴 때 우리 부족에서 살았거든요-.”

 

넥투르 사람들의 영역 안에는 중요한 유적이 많이 있죠. 더군다나 라이비 사람이 넥투르 연맹으로 갔다니, 페드가 어쩌다 역사에 빠졌는지도 알 것 같네요.”

 

화기애애하게 말하며 다들 빵을 찢거나 주스를 컵에 따랐다.

 

그래서 교수님. 녹스 학생의 염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오-?”

 

영 필로이픈 교수는 약차에 설탕을 한 조각 떨어뜨리고는 스푼으로 휘휘 저으며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젊을 때나 그런 걸 하죠. 나쁘지 않네요.”

 

그 말을 들은 교는 킬킬거렸고, 녹스는 더더욱 염색을 하지 않을 마음이 들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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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 심부름을 마치고 재단으로 돌아가던 하랑은 이상한 직감에 뒤를 돌아보았다.


좁다란 골목길을 희뿌연 남폿등이 밝히고 그보다 밝은 달 한 덩이가 덩그러니.


별다를 것 없는 골목 길이라 다시 뒤를 돌았다가, 하랑은 누군가의 맨가슴에 코를 부딪혔다.


"악!"


"그간 잘 있었습니까?"


"아 좀! 평범하게 오면 안 돼!?"


"습관이라."


어깨를 으쓱하는 그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루드빅은 하랑이 제 어깨 뒤를 넘겨다보는 것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꼽아가며 이리 저리를 살펴보던 하랑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


"네에, 정답."


오늘도 참 잘했어요.


루드빅이 손을 내밀자 이하랑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또 이상한 거 주려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날 뭘로 보는 겁니까."


전번에는 죽인 사람에게서 가져온 커프스 단추를 주려고 했으면서.


하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루드빅은 하랑의 손 위에다 은박지로 싼 초콜릿 두 알을 떨어뜨렸다.


"저번에 당신이 기념품은 가져오지 말래서 그 짓은 더 안한다구요."


그거 꽤 소소한 취미였는데.


"그러다 진짜 빛의 속도로 가."


그것도 원한령 때문에.


"방금 그 말은 꽤 재미있군요. 산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죽은 사람이 대수겠습니까."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려는 이 사람을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자 푹신한 앞발이 하랑의 어깨에 얹혔다.


「네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알어. 그렇지만 저 형씨한테 붙은 령들이 정말 죄를 짓게 할 수는 없잖어."


「아무데나 신경쓰고 다녔다가는 가뜩이나 짧은 네 명줄이 더 짧아질거다」


"으음..."


잠시 하랑이가 그러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루드빅은 하랑이 쳐다보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네 옆에 있는 령하고 대화한 겁니까?"


령이라고 부르기에는 걸맞지 않지만 이 곳 언어에는 산군이라던가 하는 적절한 존경을 품은 말이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내가 형씨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 여름이라고 피서 가지 말고 위험한 짓 하지 말고..."


"당신 지금 누구한테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고는 있습니까?"


하지만 걱정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요.


루드빅은 말대로 해주겠다며 발을 옮겼다.


"나한테 빚진 겁니다."


"빚은 그쪽이 졌거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하랑이 말했다.


이미 빈 골목길에다 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