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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s]탈론을 위한 괴담2

2021. 3. 17. 18:22 | Posted by 호랑이!!!



"운동회!"

폭죽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말따마다 상인처럼 보이는 하티아 문파장은 대상들이나 쓸 법한 금장식에 녹색 비단을 두르고 악당의 손에 들려있을 법한 점화장치를 덜렁덜렁 들고 다녔다.
그 폭죽 소리에 잠을 깬 문파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거나 베개를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전자의 예시로는 꼬마와 청이가 있고.
의외로 후자의 예시는 새암이었다.

"졸려... 죽여...."
"암살자가 그런 농담 하면 못 써"

청이가 새암이에게 한마디를 하자 새암이는 앓는 소리를 내며 베개를 쥐어뜯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활동 시간이 아침(혹은 새벽)부터 저녁까지라면 암살자인 그는 오후부터 새벽까지인 탓이다.

"다들 일어나. 모처럼 다른 문파와 연합해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더니 잠만 자고! 우리 문파 사람이라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활동을 해야 할 거 아냐. 자꾸 그렇게 늦잠을 자면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매일 피곤하고 가정이 무너지고..."

이상하다. 왜 안 조용해지지.
새암이는 인상을 썼다.
이 문파에 암살자는 자신만 있는게 아닌데. 이미 진작에 잡아서 조용히 시켜야 할 사람이 대체 어디로 갔담.
당분간 조용해질 것 같지 않아 억지로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자 이미 뭔가 했는지 거대한 공이 굴러다니고 준비성 좋게 마련된 응원 도구와 돗자리도 있었다.
팬더 옷을 입은 린족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한 손에 하나씩 들고 마구 휘두르며 다녔고, 그 뒤를 따라 응원 도구를 하나 든 붉은 눈 곤족이 뛰어다녔다.
종목은 평범했고 각 문파에서 뽑힌 사람들은 산을 뛰어다니며 바통을 넘기거나 서로의 몸을 붙들고 씨름을 하거나 줄에 매달려 힘을 겨루었다.
마지막 주자로 뛰다가 온 새암이는 꼬마가 넘겨준 물을 벌컥 마시다가 졸린 눈을 비볐다.

"꼬마"
"뭡니까 낭자"
"탈론 사형 못 봤어?"

꼬마는 고개를 저었다.
청이도 고개를 저었고.
아는 사람마다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몰라서 임무라도 나갔나보다 하는데 하티아가 다가왔다.

"새암!"
"네!"
"박 터뜨리기 하고 와!"
"네?"

하티아는 금종이를 붙인 부채를 촤악 펼치더니 비밀 얘기라도 하는 마냥 입 가까이에 대었다.
사실 이 운동회에는 상금(문파에서 각출한)이 걸려있고, 이번 박 터뜨리기에서 결과가 정해진다고.
새암이를 뽑은 것은 암살자가 쓰는 무기 중에서는 표창도 있으니 콩주머니 던지는 것도 잘 하리라는 하티아의 계산이었다.

"탈론 사형은 어디 갔어요? 사형한테 시켜도 될 텐데"
"자 자 어서 나가 어서"

곧 보게 될거라며 떠밀린 새암이는 콩이 들어간 하얀 주머니를 잔뜩 받았다.
오늘도 문파장이 영 수상쩍었다.
그리고 곧 와아아 요란한 함성 속에 박이 등장했고, 그 박을 본 새암이는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장대 위에 묶인 것은 커다란 종이 박이 아니었기에.

그것은 탈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