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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따로 없었다 A- 2

2021. 10. 30. 01:33 | Posted by 호랑이!!!

(샤악님의 1편: https://posty.pe/rq4cmm )

 

그런데 문제는 어떤 인간을 믿느냐.

 

재현은 새로 산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일단 종교쟁이는 안돼, 그만하면 많이 당했어.

 

교수들, 박사들, 의학 하는 사람들...

 

...의사도 빼자.

 

틀림없이 금연을 권할텐데 아무리 그래도 담배를 끊을 수는 없지.

 

고기도 못 끊어서 절도 뛰쳐나왔는데 담배를 끊는다?

 

니코틴으로 풀가동된 뇌가 탭댄스를 추며 고개를 저었다.

 

, 안되고말고.

 

저기요!”

 

동글동글한 인상의 사람이 후다닥 뛰어오더니 재현을 앞에 두고 헥헥거리며 숨을 골랐다.

 

“...?”

 

!”

 

주근깨가 박혀 수수한 인상인 사람은 편의점 로고가 박힌 앞치마 차림이었다.

 

아까 이거, 두고 가셨... ... 두고 가셔... 흐어억...”

 

두고 갔다면서 물건을 안 건넨다.

 

연기가 날리지 않게 고개를 돌려 후 내뱉고 기다려주니 앞치마 주머니에서 무선이어폰 한 쪽을 내밀었다.

 

, 기요. 아까! 계산하신다고 카운터에 놓고 그대로 가셔서요.”

 

.

 

귀를 더듬어 보았더니 한쪽이 빠져있었다.

 

도쟁이들한테 안 잡힌다고 껴놓기는 하지만 뭘 틀어놓는 게 아니다보니 그대로 까먹었나보다.

 

그으리고 이거는 제가 드리는... 아니 그게 별 건 아니구요, 날씨가 더워서 사장님이 마시라고 두 개 주셨거든요! , 하지만 그게 문제가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건 아니에요. 멀쩡한 제품인데! 그냥... 오늘 날씨가... 날씨가 더워서... 드리는 거예요!”

 

어쩐지 미지근한 사이다를 받았다.

 

담배를 피운 직후였지만 성의가 성의인지라 달짝지근한 음료 캔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당기자.

 

읍푸.”

 

! 허어억!? 죄송해요! 죄송해요!? 괘 괜찮으신가요!?”

 

담배를 다 피운 후여서 다행이다.

 

갓 불붙인 게 꺼질뻔 했네, 그것도 설탕물을 맞아서.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십쇼.”

 

, 으어으어... ... 저 세탁비... , 지갑이 없어. 폰을 그럼... 어어어?”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담.

 

그러면서도 다음 날, 재현은 담배를 사기 위해 그 편의점을 찾아갔다.

 

그 다음 날, 그 사람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재현과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또 그 다음 날에는 비가 왔다.

 

재현은 우산을 가져다주었다가 그 다음 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다음 날에는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 얼빠진 사람은 예상대로 술 몇 잔에 취해서 곯아떨어졌다.

 

모텔에다 눕혀놓고 괜한 오해 사기가 싫어 집으로 갔다.

 

그러자 다음 날에 해장용으로 국밥을 먹자는 문자가 왔다.

 

밥 먹고, 이번에는 흔들지 않은 사이다를 마시고.

 

누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밖을 좀 걷자는 소리를 했다.

 

아직 해가 떴을 때에는 제법 온기가 있어 둘은 기분 좋게 강변을 걸었다.

 

따뜻한 햇볕이 등을 쪼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마다 강변의 갈대가 흔들린다.

 

? 아이스크림을 파네요? 휴우, 이렇게 만나버리다니 이게 바로 인연인가... 어쩔 수 없군요... 먹어야겠어요.”

 

아까 국밥집 나오면서 하나 먹었잖습니까.”

 

아 그건 그거구요.”

 

달짝지근한 덩어리를 얹은 콘을 들고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강에는 오리가 오종쫑한 새끼들을 데리고 헤엄치고 있었다.

 

새끼들은 열심히 헤엄을 쳤지만 바람이 불어대자 이리저리 휘청여서 바람이 좀 잠잠해질 때에야 파다닥 날개를 치며 쫓아가고는 했다.

 

자전거가 등 뒤로 지나가는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현씨.”

 

주근깨가 붉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곤란한 말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빛나는 눈은 이리저리 시선을 굴렸다.

 

그 사람은 입을 몇 번 뻐끔거렸는데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서 재현은 몸을 숙여야 했다.

 

... 잠깐 귀 좀 빌려주세요.”

 

이미 이 강변에는 그들밖에 없었지만 재현의 행동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재현씨, 있잖아요...”

 

설탕이 쌓이는 것 같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런 사람을 믿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던 재현은 이어지는 목소리에 말도 안 되는 것을 들은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분께서 영혼을 바쳐 자신을 숭배하라 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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