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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총] 차 상자가 비었다

2015. 11. 19. 01:51 | Posted by 호랑이!!!

웨슬리는 장을 봐 온 갈색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렸다.

 

당근, 감자, 빵과 우유와 그 외 여러 가지 물건들.

 

그것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웨슬리는 쓰게 웃었다.

 

너무 많이 사 버렸군.”

 

불과 사흘 전, 카인은 레나를 회사 쪽에서 회수했다는 말에 회사로 가 버렸다.

 

돌아올 리 없겠지, 그렇게 바라던 일인데.

 

듣자하니 치료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한다.

 

웨슬리는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진 총기를 손질했다.

 

불그스름하던 하늘은 서서히 어둑하게 변했고, 웨슬리는 주전자에 물을 담아 끓였다.

 

차 상자에서 티백을 꺼내 찻잔 하나에 담고 빈 차 상자를 바라보았더니 지끈, 하고 두통이 났다.

 

그리고 그는 제 몫으로 커피를 찾아 다른 잔에 담았다.

 

끓인 물을 붓고 설탕을 하나 떨어뜨려서 젓다보니 커피향과 옆에 둔 차 향이 진하게 흘렀다.

 

시계 한 번, 그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익숙하기도 익숙한 새벽 3.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않으면 말이지만.

 

후우- 입김을 부니 차가워진 바깥의 기온 탓인지 창문이 하얗게 변한다.

 

손가락으로, 사선으로 줄을 그었다.

 

그러다 문득, 어둑한 창에 비쳐 보이던 무뚝뚝한 얼굴이 생각났다.

 

마치 그 얼굴을 지워버리듯, 웨슬리는 손바닥으로 창문을 문질러 닦았다.

 

“...하아...”

 

다시 입김을 불지만 방금 닦았던 곳이라, 그리 하얗게는 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내려 빈 자리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새벽 세 시.

 

모두가 잠들 그 시간에 누군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만 나지 않았더라면.

 

현관으로 달려갔더니 익숙한 사람이, 한 손에는 작은 차 상자를 들고 있었다.

 

“...스타이거...?”

 

“...생각해보니... 차가, 떨어졌을 것 같더군.”

 

카인은 놀라서인지 가만히 서 있는 웨슬리, 그를 품으로 당겨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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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총] 모티브 : 쩨로 그림

2015. 7. 19. 02:19 | Posted by 호랑이!!!

[우리는 이 행성을 점거했다. 이 행성을 파괴하기 전에 기회를 주겠다]

 

주어진 것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무기였다.

 

[너희는 선택받았다. 이것은 이 행성의 신식 무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그것으로 네 옆의 사람을 죽여라]

 

한 사람과 행성을 저울에 올렸다.

 

신식이라더니, 웨슬리는 얼핏 낡아 보이는 총을 손에 쥐고, 내려다보았다.

 

이것으로 카인을 쏘면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다.

 

사람의 목숨 하나와 수십억, 혹은 그 이상의 목숨.

 

단순한 숫자로 계산한다면 더없이 명쾌하게 답을 낼 수 있는데.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앞에 카인이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마도, 죽을 각오를 하고서.

 

그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총의 안전장치를 걸어 품에 넣었다.

 

못 하네.”

 

슬로언, 이건 답이 정해진 일이네!”

 

아니지, 아니야.

 

일순 망설인 내가 부끄러워졌네, 나는 아직 장군이라는 직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봐.”

 

목숨 하나와 목숨 여럿을 비교하는 일은 전쟁 중으로 충분했는데.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지 않겠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을테니, 빨리...”

 

카인은 웨슬리의 품에서 총을 꺼내 손수 잠금장치를 풀어 손에 쥐어주기까지 했다.

 

웨슬리는 그 총을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꼭 그래야겠나?”

 

총구는 카인의 머리를 향했다.

 

카인은 눈을 감았다.

 

무언가 폭발음이 들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 본 그 곳에는 총을 전해주러 왔던 로봇이 박살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로 세계는 멸망 직전에 이르렀다.

 

그들은 자원을 채취한다며 땅을 파고들었고 사람 몸에 든 성분을 조사한다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가거나, 공기가 너무 맑다며 알 수 없는 이물질 같은 연기를 뿌렸다.

 

다행히도 능력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고, 그 중에서도 공성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기 때문에 51조로 파괴 임무가 떨어지곤 했다.

 

능력자들은.

 

공성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카인과 웨슬리 역시 전장에 투입되었다.

 

단단하게 보강된 상자나 건물은 부서졌고, 그들은 상처를 입었다.

 

웨슬리의 구급함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인데다 카인도 웨슬리도 무시 못 할 상처를 입었다.

 

보급품은 얼마 후에 오지?

 

카인은 잔해의 그늘에 숨어서 센트리 레이더를 설치했다.

 

붉은 빛이 깜박거리면서 시야를 흐릿하게 밝혔고, 카인은 웨슬리를 돌아보았다.

 

대전차지뢰는?”

 

묻어두었네.”

 

우선적으로 총기며 사용하는 장비를 점검하고, 탄창을 채우고, 아군에게 연락을 하거나 물을 마셔두는 등,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수통에 남은 미지근한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카인은 웨슬리에게 말을 꺼냈다.

 

슬로언, 내 생각에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는데.”

 

그러나 슬로언은 묵묵히 건량을 씹을 뿐이었다.

 

레이더의 붉은 빛에 그림자가 졌다.

 

카인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 광택나는 쇳덩이에 우지를 갈겨 대었다.

 

이내 탄창은 비었지만 그 기계는 여전히 움직였고, 눈 역할을 하는 렌즈를 그들 쪽으로 돌렸다.

 

내가 가정을 좀 해 봤는데.”

 

카인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류탄을 꺼내 던졌다.

 

왜 그 기계는 너희라고 했을까?”

 

다음은 잡아서 내리누르고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한 발.

 

“‘선택받았다라는 건 어떤 기준일까.”

 

카인이 드라그노프를 꺼내려는 순간, 웨슬리는 그 손에 자신의 품에서 꺼낸 낡은 총 한 자루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카인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당기는 순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내 웨슬리의 몸은 무너졌고, 기계의 렌즈는 그 모습을 똑똑히 담았다.

 

미친-”

 

내가... 가정을 좀... 해 봤는데...”

 

슬로언, 웨슬리! 응급 키트는...! 눈 감지 말게, 나 보고 있어!”

 

“...비가 오는구먼...”

 

자네가 세계를 구할 만큼 대단한 자라면, 나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만큼 대단한 자 아닌가.

 

기뻐하게, 이 세계는 지금 자네가 구했지 않나.

 

웨슬리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 손은 올라가, 카인의 눈가를,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따뜻한 비가 오는구먼...”

 

 

[To.XJ] 아무 날도 아닌 날

2015. 4. 12. 03:06 | Posted by 호랑이!!!




아무 날도 아닌 날이었다.

 

휴일도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 그런 날.

 

간만에 날씨는 좋고 따뜻해서 웨슬리는 외출할 때 으레 쓰곤 했던 중절모를 벗어 옆에 끼고 걸었다.

 

어제 침대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둬서인지 겉옷의 소매가 조금 구겨져 있었다.

 

그걸 매만져 펴면서 웨슬리는 어젯밤의 생각을 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방안의 공기와 음란하게 흔들리는 연인의 몸.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인지도 모르겠다.

 

침대 옆에는 협탁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는 액자에조차 들어있지 않은 사진이 있었다.

 

앨범이라면 집의 책장에 꽂혀 있는데.

 

벌써 몇 년 전에 샀지만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앨범은 위에 먼지가 쌓일 정도였는데도.

 

그런데 청소도 하지 않는 협탁 위의 사진은 먼지가 쌓이기는커녕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젊은 날의 카인과 레나.

 

그리고 때마침 잡화점이 웨슬리의 눈에 띄었다.

 

...그래, 여태까지는 카인이 레나를 잊을 수 있게 노력했지.

 

그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카인이 레나를 잊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웨슬리는 그런 카인도 사랑할 수 있었다.

 

웨슬리는 잡화점으로 갔다.

 

 

 

 

 

간만에 날씨는 좋고 따뜻하니 창문을 열고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그런 날.

 

카인은 저녁부터 밤까지 웨슬리와 뒹굴었던 침대에 앉아 있었다.

 

으레 쓰던 도구가 든 협탁 위에는 흑백의 사진이 한 장, 액자도 없이 놓여 있었다.

 

카인은 그것을 쥐고 침대로 누웠다.

 

, 레나.

 

그대의 사진을 보며 웨슬리의 침대 위에 있어도, 이제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아.

 

어쩌면 지금껏 슬로언이 노력했던 것이 결실을 맺는지도 모르지.

 

슬로언은 벌써 몇 년이나 노력했으니까,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 이 말이야.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 아래를 뒤져 벌써 옅게 먼지가 쌓인 앨범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는 앨범을 활짝 펼쳤다.

 

앨범에는 웨슬리와 자신과,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새삼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가며 사진과 거기 붙은 두줄짜리 메모를 보며 추억에 젖던 카인은 그 중에서 한 장을 꺼내들었다.

 

웨슬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날 집 앞에서 찍은 것.

 

그리고 그 자리에는 레나의 사진을 내려놓고 다시 얇은 비닐을 덮었다.

 

다시 앨범을 꽂아놓는데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웨슬리가 들어왔다.

 

다녀왔네.”

 

웨슬리는 들어오자마자 카인의 손에 납작하게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어서오게.”

 

자신의 마음에 웨슬리가 들어왔다.

 

자신의 예상보다 크게.

 

그 사실을 인정해서인지 카인의 마음은 꽤나 들떠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꺼내든 사진을 웨슬리 앞에 내밀었다.

 

슬로언, 앞으로 침대 옆의 테이블에 놓을 사진은 이걸세.”

 

그러자 웨슬리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카인은 테이블에 사진을 올려두고는 웨슬리가 준 선물의 포장지를 풀어보았다.

 

웬 건가?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네만.”

 

“...그냥 자네 생각이 나서 사 봤네.”

 

레나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테의 액자.

 

카인은 그것을 들고 잠시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좋지 않은 때 사온 모양이지?”

 

“...전혀, 그렇지 않네.”

 

카인은 그 뚜껑을 열어서는 그 안에 자신이 빼 두었던 사진을 집어넣었다.

 

사진이 조금 더 컸지만 끝을 조금 접으니 무리 없이 들어간다.

 

팔을 쭉 뻗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기다리겠지만 그대 이상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을 거야.

 

나의 밤은 뜨겁지 않지만 따뜻하고 온화해.

 

그대와 하던 식사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나는 즐거워.

 

그대와 있던 날은 아름다웠고 지금의 나는 행복해.

 

카인은 지그시 눈을 감고는 작게 웃음지었다.

 

“Auch er tief in mir einfiel.”

 

그는 내 마음 속에 너무나도 깊이 들어와 버렸네.




[여쌍총/쌍총Ts] 다른 옷

2014. 12. 9. 16:10 | Posted by 호랑이!!!

스타이~~”

 

웨슬리는 카인을 뒤에서 꽉 안았다.

 

근육이 섞였지만 말랑말랑한 몸이 폭 안겼다.

 

“...무슨 일이야.”

 

휴일, 한가로운 날임에도 카인의 의상은 세미정장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다.

 

너 그 무늬 안 어울려.”

 

링 패턴인가 뭔가라는 기하학 무늬가 빼곡하니 들어선 블라우스는 분명 이번 유행이라고 했지만.

 

-, 어린애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달까.

 

순하고 작은 강아지 같은 얼굴인데 이런 딱딱한 옷이라니 아깝잖아.

 

좀 더, 좀 더, 좀 더...

 

그래, 예를 들면 커다란 꽃무늬가 프린팅된 분홍색 티셔츠라던가.

 

O쿠마나 키O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하지만 카인은 고개를 팩 돌려 아까까지 읽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웨슬리는 카인의 어깨를 꽉 잡은 뒤 시선을 책에 뺏기지 않게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쇼핑하러 가자!”

 

“Nein.”

 

“...그럴 줄 알고 이미 해 왔지!”

 

“...그런 준비성은 다른 곳에 좀 써.”

 

회색이 섞인 연한 분홍색에 색색가지 꽃잎이 달린 커다란 꽃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카인 앞으로 내밀어졌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이런 건 갈색이나 검은색 머리를 길게 기른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카인은 소년들만큼 짧게 자른 자신의 회색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 기껏해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아무튼 나는 아냐.”

 

내 눈을 믿어!”

 

웨슬리는 연이어 까만색 짧은 바지와 스타킹을 던져 주었다.

 

바지 너무 짧...”

 

빨리 입으라고!”

 

웨슬리가 카인이 입은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대자 카인은 기겁하며 자신의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가렸다.

 

“...볼 것도 없는 게.”

 

웨슬리 슬로언!”

 

 

 



 

카인은 결국 웨슬리가 준 검은 반바지(빌려준 것)와 꽃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웨슬리는 아예 바지에 멜빵도 달아주고 싶어 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카인이 기를 쓰고 반대했기에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

 

카인은 가게의 유리나 거울 같이 몸을 비출 수 있는 게 있을 때마다 살짝살짝 자신을 비춰 보며 어색해 했다.

 

하나도 안 이상해, 너 진짜 귀여워.”

 

좋겠다~ 나도 이런 얼굴로 태어났으면 아직도 커다란 리본 달린 머리띠랑~ 레이스 프릴 달린 원피스~ 입었을 텐데~

 

웨슬리는 키득거리면서 카인의 팔짱을 끼고 끌어당겼다.

 

카인은 짧은 바짓단을 잡고 한 번 끌어내리면서 걷더니 다른 쪽 손에 들린 음료수 컵의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다고...’

[쌍총] 향수

2014. 11. 17. 21:18 | Posted by 호랑이!!!

카인과 웨슬리는 번화가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해는 졌지만 온갖 전구로 거리가 환하게 밝았고 음악소리는 어디에서든 흘러나왔다.

 

마치- 그때 같군.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한창 미국이 승리의 달콤함에 젖어있는 그때.

 

매일밤이 환하게 밝혀졌고 어디에서든 박람회가 열렸으며 젊은 남녀가 길거리에서 무도회를 갖던 때.

 

물론 웨슬리가 거기 끼어본 적은 없었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탈 때 신형 잠수정에 올랐고, 댄서들의 쇼를 보기보다는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며 길에서 솜사탕이나 팝콘을 먹으며 춤을 추기보다는 와인과 스파클링에 카나페를 맛보며 진짜 무도회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박람회를 유리창 너머로 눈에 박히도록 보았기 때문인지, 밝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났다.

 

뭘 그리 보나?”

 

“...밝은 거리를 보니 미국 생각이 좀 났네.”

 

아아, 쇼 따위가 연일 열린다지. 재밌었나보군.”

 

그 반대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네.”

 

자네가? ?”

 

웨슬리는 대답 대신 카인의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는 왜 게르만이 아메리칸을 마시고 있나?”

 

게르만(Germane)이 아니라 져먼(German)일세, 자네는 미국인이면서 그렇게 영어를 못해서 어쩌면 좋나.”

 

카인은 컵 안의 커피를 마저 마시고 웨슬리의 잔을 보았다.

 

커피에 설탕 두 조각을 넣더니 마냥 창밖을 보면서 스푼으로 휘적휘적 젓고만 있다.

 

입도 대지 않은 저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었겠지.

 

카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스푼을 내려놓자 웨슬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숟가락을 빼냈다.

 

한 번 옛날 생각을 했더니 주체할 수 없었다.

 

오렌지색과 하얀색의 꼬마전구는 휘감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로등이건 나무건 무엇이든 감고 빛났고 볼거리와 놀 거리가 들어있는 노란색 천막도 여기저기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 여자, 어린이, 나이 든 사람, 연인과 부부.

 

그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손에는 제각기 술병과 과자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은 자동차 안에서 밖의 불빛에 비추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자동차로 거리를 지나며 스치듯이 본 것이었지만 기억에 와 박히기에는 충분했다.

 

웨슬리는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지갑에서 팁을 꺼내 찻잔 받침 아래에 두고, 둘은 일어났다.

 

추운 거리를 지나며, 웨슬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거리는 춥다.

 

사람도 없고, 그나마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도 달랐으며 공기 중에 퍼진 달콤한 향내조차 없다.

 

웨슬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 때, 카인은 웨슬리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다른 손으로는 손을 맞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카인?”

 

내가 아는 춤이 하나밖에 없으니 양해하게.”

 

카인은 웨슬리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거리, 가로등, 반짝이는 전구.

 

그 순간 웨슬리의 눈에 옛날에 보았던 전구가 보였다.

 

설탕이 녹는 달콤한 향기와 녹아내리는 버터의 향, 터지는 옥수수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 끝에 모여 솜사탕과 팝콘의 냄새가 되었다.

 

하나, , 트럼펫과 드럼 소리가 귓가에 떠오르더니 사람들이 모여 춤추던 노래가 되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몇 분을 더 춤추었다.

 

카인은 그동안 몇 번 웨슬리의 발을 밟았고 웨슬리는 타박을 주며 낮게 킬킬거렸다.

 

거리에서 춤추는 게 이렇게나 즐거울 줄 몰랐어.”

 

웨슬리는 눈을 뜨고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들뜨고 즐거워,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취한 것 같다.

 

사랑하네, 스타이거.”

 

카인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다 다른 팔도 웨슬리의 등 뒤로 돌려 그를 꽉 끌어안았다.



[웨슬카인/오메가버스] 기만하지 말게

2014. 10. 20. 00:41 | Posted by 호랑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관계를 정의해 보자면 이해하기 힘든 관계라고밖에 할 수 없다.

 

타고나면서부터의 우위는 저 쪽이 점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내가 왕족이라도 되는 양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꽃이나 반지 따위 노골적인 선물은 없었지만 늦게까지 깨어있는 날이면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내어주며 같이 깨어있어 준다던가.

 

아침이나 점심을 거르는 날이면 빵이나 샌드위치, 혹은 과자.

 

쉬는 날이면 끊임없이 제 집을 찾아와 자고 가도 된다는 허락을 조른다던가.

 

그와의 대외적인 관계를 말하라면 일단은 ‘연인’이다.

 

믿지도 않으면서 왜 연인이 되었냐고 한다면.

 

엄하지도 노골적이지도 않지만 분명한 신분제가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자신 같은 오메가가 웨슬리 슬로언쯤 되는 알파를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고 할까.

 

그러니까 자신에게 있어서 이건 독점과 안전을 주고받은 일종의 ‘거래’인 셈이고 저 쪽도 그걸 알고 있다.

 

알파들의 독점욕이 꽤나 심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연인 관계를 제시하고 승낙을 얻으면 그만둘 줄 알았지, 끊임없이 찾아오고, 먹이고, 재우고, 함께 있고 싶어 하고, 세심한 것에 신경을 써 주고, 더 잘해주지 못해 안달이고...

 

마치 정말로 사랑하기나 하는 것처럼.

 

그래서 더 믿을 수 없다.

 

“카인, 셰퍼드 파이 좋아하나?”

 

“그럭저럭.”

 

“내일 모처럼 솜씨를 부려 볼까 해서.”

 

‘모처럼’은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째였다.

 

“고기랑 밀가루가 집에 있으니까 그걸 쓰면 되겠군.”

 

“그럼 나는 좋은 와인이라도 가져오지.”

 

오븐이 없다는 핑계로 최근 그는 자신의 집에 매일같이 찾아와서 자고 갔다.

 

속 뻔히 보이는 술수지만 카인은 번번이 넘어가주고 있었다.

 

“슬로언.”

 

“응?”

 

“요즘 매일같이 찾아오는데, 자네 허리는 멀쩡한가? 그렇잖아도 슬슬 엔진 수명이 떨어질 때인데 그렇게 관리도 하지 않고 무리해서 쓰면 조만간 폐업할지도 모르네.”

 

“그 정도에 ‘무리’라고 하다니, 난 자네를 생각해 적당히 하고 있는 건데.”

 

흥, 허세부리긴.

 

카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읽던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슬로언과 사귀기 전까지만 해도 밤 시간은 총기를 손질하며 보냈지만 교제를 시작한 이후로 매일같이 찾아오는 통에 여유로운 밤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서 차선책으로 아침에 받은 신문을 저녁에 함께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웨슬리는 10시가 되자 일어나 카인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키스를 한 뒤 나갔다.

 

카인은 아까까지 마시던 찻잔을 비우고 모처럼 혼자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웨슬리는 얘기했던 대로 고기와 밀가루와 계란으로 셰퍼드 파이를 만들었고, 그가 요리 솜씨가 좋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 카인은 탐식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세 조각이나 먹었다.

 

셰퍼드 파이와 와인,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수순으로 침대까지 가서.

 

카인은 취기를 빌어 웨슬리의 머리를 쓸어 보았다.

 

“처음 연애하는 어린애도 아니고, 뭐가 그리 급한 건가, 자네는?”

 

웨슬리는 킬킬 웃으면서 카인의 옷을 벗겨내려갔다.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하지 않으면 자네를 홀든의 막내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

 

카인은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자네는 어째서 이런 실없는 장난질로 내 마음을 흔들려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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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웨슬] 마법의 각설탕

2014. 10. 18. 16:23 | Posted by 호랑이!!!

카인은 그들이 ‘서재’라고 부르는 방에 있었다.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녁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하룻밤을 통째로 새고...

 

창 밖을 보니 곧 해가 뜰 것 같았다.

 

서재라고 해 봐야 책꽂이 몇 개가 있는 정도였지만 아직 카인이 손도 대지 않은 책도 여러 권 있겠다, 푹신한 안락의자와 부드러운 담요도 있겠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한 권만 더 읽고 두 시간쯤 자기로 한 카인은 책꽂이를 위 아래로 훑어보다 아주 얇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아주 얇고, 딱딱한 표지는 보라색 바탕에 금색으로 매듭 무늬가 들어가고.

 

모양만 보면 어린아이들 동화책인데, 이걸 웨슬리가 사 놓은 건가? 샬럿이나 엘리, 피터 같은 아이들에게라도 주려고?

 

카인은 그 책을 집어들고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았다.

 

“‘검증된 마녀의 마법의 각설탕’...?”

 

책을 펼치니 책 안쪽이 움푹 파여 있었다.

 

움푹 파인 안에는 각설탕이 들어 있었고 카인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책에는 설명이 씌여 있었다.

 

⌜검증된 마녀의 각설탕 사용법 :

        1. 커피에 타서 먹이든 차에 타서 먹이든 그냥 먹이든 당신의 말을 듣게 하고 싶은 상대에게먹이세요!

        2. 그 상대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몸이 줄어들게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당신이 먹어서는 안 됩니다⌟

 

책이 아니라 한정판 설탕통인데 책 같아서 여기 둔 건가?

 

카인은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싸인 설탕 조각을 집어들었다.

 

하나밖에 없군.

 

그러고보니 모닝 커피에 넣을 설탕이 똑 떨어졌던가.

 

어차피 자신은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니 상관없지.

 

웨슬리의 컵에나 넣어줘야겠다.

 

카인은 부엌으로 가 주전자를 불에 올리고 프라이팬에는 계란을 두어개 톡톡 까 넣었다.

 

아침거리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는 것을 보다 카인은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렸다.

 

하나는 설탕이나 크림 없이 블랙으로, 하나는 커피에 설탕만.

 

그러고는 쟁반에 커피 두 잔과 아침거리를 받쳐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웨슬리, 아침이네. 일어나게.”

 

“으음... 5분만...”

 

“일어나, 이 능구렁이 영감아.”

 

카인은 웨슬리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것을 보고 픽 웃었다.

 

“뭔가 잊은 거 아닌가?”

 

“실례했네.”

 

카인은 웨슬리의 뺨에 입술을 대었다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웨슬리는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이럴 것이라고 예상했었기에 손의 쟁반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며 카인은 그 옆자리에 앉았다.

 

“침대에서 아침 식사라니, 귀족이라도 된 것 같군.”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게. ...아니, 그거 말고. 스푼이 있는 쪽이 자네 거야.”

 

“고맙네.”

 

웨슬리는 하얀 머그잔에 입을 대었다.

 

“어제 설탕을 다 쓴 줄 알았더니, 나가서 사 온 건가?”

 

“아, 그거 말인데. 서재에 설탕상자가 있더군. 케이스가 책 모양이라 책꽂이에 꽂아둔 것 같네.”

 

“그랬어?”

 

“‘검증받은 마녀의 마법의 각설탕’인가 뭔가.”

 

“그런게 있었나...”

 

동화책으로 착각했나보지.

 

카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웨슬리는 커피를 다 마시고 벽에 기댔다.

 

“토스트도 먹어야지.”

 

“싫네.”

 

펑.

 

작은 폭음과 연기가 나며 웨슬리가 잠시 가려졌다.

 

그 연기가 가시자 카인은 입을 떡 벌렸다.

 

한눈에 보아도, 웨슬리는 작아졌다!

 

작아져서 소매가 남는 것을 보고 웨슬리는 카인에게 버럭 소리쳤다.

 

“카인 스타이거!!! 대체 내게 뭘 먹인 건가!!!”

 

“자, 잠깐 기다리게!”

 

카인은 서재로 달려갔다.

 

보라색, 얇은 두께의 동화책 같은 케이스.

 

금색으로 무늬가 들어간... 어디 있지?! 분명히 여기다 올려뒀는데?!

 

카인은 한참이나 서재를 뒤지다 웨슬리에게 돌아왔다.

 

“...찾지 못했네. 이 설탕은 뭔가 희귀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네.”

 

“...”

 

“...웨슬리, 일단 진정하고...”

 

카인은 웨슬리가 폭발하기 5초 전의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올렸다.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펑.

 

웨슬리가 줄었다, 또.

 

가뜩이나 품을 넉넉하게 하여 입던 파자마가 커졌다.

 

소매를 둘둘 걷어도 이내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벗겨지고 하는 것은 비단 소매뿐만은 아니라 카인은 눈 둘 곳을 몰랐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웨슬리가 어려보이기까지 했다.

 

“저기, 웨슬리. 지금 자네 모습이 많이... 그... 노출이 심하니 다른 옷을 가져다 줄까? 입는게 좋을 것 같은데.”

 

“싫네!”

 

펑.

 

“싫어!”

 

펑.

 

“싫어, 싫어, 싫어, 절대 싫어!!!”

 

퍼어엉.

 

“그만, 싫다고 하는 건 그만두고- 일단 옷부터...!”

 

“싫! 어!!!”

 

웨슬리는 점점 작아졌다.

 

옷에 가려서, 마침내 사라질까봐 단추를 허겁지겁 풀었지만 이미 거기에 웨슬리는 없었다.

 

“웨슬리! 웨슬리 슬로언!!!”

 

“싫네! 싫어!! 싫다고!!!”

 

“그만두라니까!”

 

방안이 빙글빙글 돌았다.

 

웨슬리의 싫다는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지만 막상 웨슬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만... 제발...”

 

그리고, 이번엔 자신의 몸이 흔들렸다.

 

 

 

 

“카인, 카인. 일어나보게.”

 

“으으... 웨슬리... 옷을...”

 

“카인!”

 

카인은 눈을 떴다.

 

침실, 웨슬리의 옆.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오전 6시였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일어나 앉으니 웨슬리가 슬금 제게 기대온다.

 

“그래, 무슨 꿈을 꿨길래 그리 잠꼬대가 심했나?”

 

카인은 잠시 꿈을 더듬어보더니, 말했다.

 

“자네의 옷을 벗기는 꿈.”




*마법의 각설탕 두 조각(미하일 엔데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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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는 어떻지?”

 

“나도 모르네.”

 

카인은 탁자 위에 던져진 자신의 드라그노프를 보았다.

 

언제든 쓸 수 있도록 광이 나게 닦아둔 것이지만 지금은 얇은 먼지층에 덮여 있었다.

 

바깥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쳤지만 창문 너머로는 비라도 오는 것인지 어둑했고 추적추적 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오늘 저녁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네.”

 

방안은 어두웠다.

 

하나 있는 등잔은 따뜻한 오렌지 빛이었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한 빛이라 방안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니까.

 

“간만에 중국 음식이 먹고 싶으이.”

 

“...생각해보지.”

 

여기 온지 삼일째던가.

 

마치 감금 같다.

 

그래서 카인은 한숨을 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생각하다보니 울컥해서 허리의 끈을 끌러낸 후 총을 찾아 그것을 웨슬리의 입 앞에 바짝 들이대었다.

 

웨슬리도 순식간에 반응해 총을 꺼내어 든다.

 

“반응하는 게 늦어진 것 같은데 슬로언. 녹이라도 슬었나?”

 

“자네 입에다 처넣는 데는 아무 문제없다네, 스타이거.”

 

카인이 무어라 얘기하려 하자 웨슬리는 벌어진 입에 빠른 속도로 총을 쑤셔 넣었다.

 

입 안에 딱딱한 것이 들어와 혀를 누르기에 노려보았지만, 요 며칠간 더욱 지나치게 익숙해진 물건이라 이내 체념한 듯 눈을 감는다.

 

착하군 스타이거.

 

웨슬리는 슬그머니 미소를 띄우며 제 앞의, 카인의 총구에 쪽 입을 맞추었다.

 

“중국 음식은- 배달시켜도 되지 않을까?”

 

카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엔 웃어서.

 

둘은 서로의 총을 입안에 넣고 웃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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