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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웨슬] 마법의 각설탕

2014. 10. 18. 16:23 | Posted by 호랑이!!!

카인은 그들이 ‘서재’라고 부르는 방에 있었다.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녁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하룻밤을 통째로 새고...

 

창 밖을 보니 곧 해가 뜰 것 같았다.

 

서재라고 해 봐야 책꽂이 몇 개가 있는 정도였지만 아직 카인이 손도 대지 않은 책도 여러 권 있겠다, 푹신한 안락의자와 부드러운 담요도 있겠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한 권만 더 읽고 두 시간쯤 자기로 한 카인은 책꽂이를 위 아래로 훑어보다 아주 얇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아주 얇고, 딱딱한 표지는 보라색 바탕에 금색으로 매듭 무늬가 들어가고.

 

모양만 보면 어린아이들 동화책인데, 이걸 웨슬리가 사 놓은 건가? 샬럿이나 엘리, 피터 같은 아이들에게라도 주려고?

 

카인은 그 책을 집어들고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았다.

 

“‘검증된 마녀의 마법의 각설탕’...?”

 

책을 펼치니 책 안쪽이 움푹 파여 있었다.

 

움푹 파인 안에는 각설탕이 들어 있었고 카인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책에는 설명이 씌여 있었다.

 

⌜검증된 마녀의 각설탕 사용법 :

        1. 커피에 타서 먹이든 차에 타서 먹이든 그냥 먹이든 당신의 말을 듣게 하고 싶은 상대에게먹이세요!

        2. 그 상대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몸이 줄어들게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당신이 먹어서는 안 됩니다⌟

 

책이 아니라 한정판 설탕통인데 책 같아서 여기 둔 건가?

 

카인은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싸인 설탕 조각을 집어들었다.

 

하나밖에 없군.

 

그러고보니 모닝 커피에 넣을 설탕이 똑 떨어졌던가.

 

어차피 자신은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니 상관없지.

 

웨슬리의 컵에나 넣어줘야겠다.

 

카인은 부엌으로 가 주전자를 불에 올리고 프라이팬에는 계란을 두어개 톡톡 까 넣었다.

 

아침거리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는 것을 보다 카인은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렸다.

 

하나는 설탕이나 크림 없이 블랙으로, 하나는 커피에 설탕만.

 

그러고는 쟁반에 커피 두 잔과 아침거리를 받쳐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웨슬리, 아침이네. 일어나게.”

 

“으음... 5분만...”

 

“일어나, 이 능구렁이 영감아.”

 

카인은 웨슬리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것을 보고 픽 웃었다.

 

“뭔가 잊은 거 아닌가?”

 

“실례했네.”

 

카인은 웨슬리의 뺨에 입술을 대었다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웨슬리는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이럴 것이라고 예상했었기에 손의 쟁반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며 카인은 그 옆자리에 앉았다.

 

“침대에서 아침 식사라니, 귀족이라도 된 것 같군.”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게. ...아니, 그거 말고. 스푼이 있는 쪽이 자네 거야.”

 

“고맙네.”

 

웨슬리는 하얀 머그잔에 입을 대었다.

 

“어제 설탕을 다 쓴 줄 알았더니, 나가서 사 온 건가?”

 

“아, 그거 말인데. 서재에 설탕상자가 있더군. 케이스가 책 모양이라 책꽂이에 꽂아둔 것 같네.”

 

“그랬어?”

 

“‘검증받은 마녀의 마법의 각설탕’인가 뭔가.”

 

“그런게 있었나...”

 

동화책으로 착각했나보지.

 

카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웨슬리는 커피를 다 마시고 벽에 기댔다.

 

“토스트도 먹어야지.”

 

“싫네.”

 

펑.

 

작은 폭음과 연기가 나며 웨슬리가 잠시 가려졌다.

 

그 연기가 가시자 카인은 입을 떡 벌렸다.

 

한눈에 보아도, 웨슬리는 작아졌다!

 

작아져서 소매가 남는 것을 보고 웨슬리는 카인에게 버럭 소리쳤다.

 

“카인 스타이거!!! 대체 내게 뭘 먹인 건가!!!”

 

“자, 잠깐 기다리게!”

 

카인은 서재로 달려갔다.

 

보라색, 얇은 두께의 동화책 같은 케이스.

 

금색으로 무늬가 들어간... 어디 있지?! 분명히 여기다 올려뒀는데?!

 

카인은 한참이나 서재를 뒤지다 웨슬리에게 돌아왔다.

 

“...찾지 못했네. 이 설탕은 뭔가 희귀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네.”

 

“...”

 

“...웨슬리, 일단 진정하고...”

 

카인은 웨슬리가 폭발하기 5초 전의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올렸다.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펑.

 

웨슬리가 줄었다, 또.

 

가뜩이나 품을 넉넉하게 하여 입던 파자마가 커졌다.

 

소매를 둘둘 걷어도 이내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벗겨지고 하는 것은 비단 소매뿐만은 아니라 카인은 눈 둘 곳을 몰랐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웨슬리가 어려보이기까지 했다.

 

“저기, 웨슬리. 지금 자네 모습이 많이... 그... 노출이 심하니 다른 옷을 가져다 줄까? 입는게 좋을 것 같은데.”

 

“싫네!”

 

펑.

 

“싫어!”

 

펑.

 

“싫어, 싫어, 싫어, 절대 싫어!!!”

 

퍼어엉.

 

“그만, 싫다고 하는 건 그만두고- 일단 옷부터...!”

 

“싫! 어!!!”

 

웨슬리는 점점 작아졌다.

 

옷에 가려서, 마침내 사라질까봐 단추를 허겁지겁 풀었지만 이미 거기에 웨슬리는 없었다.

 

“웨슬리! 웨슬리 슬로언!!!”

 

“싫네! 싫어!! 싫다고!!!”

 

“그만두라니까!”

 

방안이 빙글빙글 돌았다.

 

웨슬리의 싫다는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지만 막상 웨슬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만... 제발...”

 

그리고, 이번엔 자신의 몸이 흔들렸다.

 

 

 

 

“카인, 카인. 일어나보게.”

 

“으으... 웨슬리... 옷을...”

 

“카인!”

 

카인은 눈을 떴다.

 

침실, 웨슬리의 옆.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오전 6시였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일어나 앉으니 웨슬리가 슬금 제게 기대온다.

 

“그래, 무슨 꿈을 꿨길래 그리 잠꼬대가 심했나?”

 

카인은 잠시 꿈을 더듬어보더니, 말했다.

 

“자네의 옷을 벗기는 꿈.”




*마법의 각설탕 두 조각(미하일 엔데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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