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한다 어린 신도여.”
어둑하게 빛이 새어들어오는 공간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어린아이를 어르는 것 같은.
희뿌옇게 안이 비치는 곳은 푸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마악 방으로 들어선 사람으로 검은 후드 아래로 보이는 입술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 얼핏 푸른색으로도 보이는 녹색이었다.
그는 한 손에 작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뒤로 빼어 무언가 큰 것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그의 말에도 대답 없이 바닥에 앉아있던 사람은 어딘가 눈에 초점이 없어 보였다.
연한 빛 아래에서도 결 좋은 머리카락은 후드 아래에서도 흰 색으로 빛을 반사하고 그의 입술에는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흰 색이 어딘가 금속빛을 내며 칠해져 있었다.
“자아, 선물이다 벨져 홀든. 이 내가 손수 축하하는 것이니 감격해도 좋다!”
케이크가 그의 앞에 놓였으나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할 수 없겠지만! 크크크크큭.”
첫 번째 남자, 제키엘은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난 사람이 발목이 잡혀 거꾸로 들려 내밀어졌다.
“어때, 이건 기억나나?”
“...나지 않는다.”
갈색 머리카락에 한쪽 팔을 덮을 정도로 가득한 손목시계.
코트와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아마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은 덧칠되기라도 한 듯 떠올리려고 애써도 검은 물 같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더 애써봐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가? 가령 어떤 말을 자주 했다던가, 표정이라던가, 특정 행동을 많이 했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웃음을 참는 것이 힘들어졌는지 말 중간중간에 웃음을 참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때로는 웃음 약간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것에조차 아무런 감정의 표현을 보이지 않는 채, 벨져는 제 눈 앞에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갈색 머리, 흔히 말하는 ‘순해 보인다’는 인상일 것 같음.
만져 보려 손을 뻗었지만 제지당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뿐이라 고개를 저었다.
...잠깐, 순간 검은 물 위로 기억 덩어리가 얼핏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어쩌면 초록색 눈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초록색이란 차가운 색 계열이지만 어쩌면 이 사람의 눈은 따뜻한 초록색일지도.
“...초록색.”
제키엘은 제 아래 앉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쥐어든 발목을 놓았다.
철벅 소리를 내며 사람의 형상은 무너졌고 하얀색 크림으로 덮인 케이크 위로 체액이 튀어 자국을 남겼다.
“아직 갈 길이 남았구나. 그러나 걱정마라, 그리 길지는 않을 테니.”
웃음기가 사라진 목소리는 오싹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네가 완전히 다시 태어날 날도 멀지 않았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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