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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인가- 체감이 확 되네.”

 

이글은 제대로 말리지 않은 머리 끝이 얼어서 톡톡 부러뜨리며 투덜거렸다.

 

빅터는 고집을 부려 공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글 보다는 집에 일찍 와서 벽난로에 불을 지핀다던가 물을 끓여놓는다던가 하는 일을 했다.

 

야학도 계속 다니고 있어서 이글은 그 점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저랑 닮은 이 꼬마는 공장을 그만두고 낮에 학교를 다니게 할 만큼 저를 아직 못 믿고 있지만 그래도 제가 가출할 즈음보다 야무진 모양이다.

 

빨리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별로, 그러면 포장 일이 느니까...”

 

그러고보니 발렌타인에 초콜릿을 받았는데 그것조차 자기가 포장한 거라고 했던가.

 

이거 안쓰럽네.

 

그건 그거고,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스노우볼이라던가, 새 장갑이라던가.”

 

그러나 고개를 젓는다.

 

“...이글-........?”

 

~? 글쎄~ 좋은 술도 좋고, 뭐든지 재미있을만한 거?”

 

빅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제 무릎에 당연하다는 듯 올라와 앉는 빅토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빅토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솜털이 보송보송했는데 이제는 그 티를 벗고 제법 자라서 이따끔은 몸은 자라고 머리는 덜 큰 청소년기 같은 티를 냈다.

 

빅터는 의자에다 묶어둔 고양이 낚싯대에 바람을 보내 흔들었다.

 

거기 냅다 달려가는 빅토르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이글 쪽을 향했다.

 

벌써 크리스마스 얘기를 해?”

 

미리미리 해 둬야지.”

 

아 그건 그거고.

 

이글은 품에서 공책을 몇 권 꺼내 내밀었다.

 

이거 뭐야?”

 

너 전에 쓰던 공책, 다 써가잖아.”

 

제법 질 좋은 공책이다.

 

덤으로 꽤 괜찮은 펜까지.

 

“...용케 무난한 거 골랐네.”

 

안그래도 옆에 개당 수십달러 하는 펜들이 있더라고.”

 

그런거 사주고 싶었는데, 안 받을 거잖아.

 

이글이 짐짓 삐진 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받았을 걸, 생일인데.”

 

빅터가 공책을 양 손으로 쥐어 들면서 작게 웅얼거리자 이글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홱 틀었다.

 

생일이었어?!”

 

몰랐단 말이야?!”

 

이글은 벽에 걸어둔(그러나 잘 확인하지 않는) 달력 쪽으로 뛰어가 확인했다.

 

빨간 동그라미가 있고, 빅터의 생일이라고 적혀있다.

 

그것도 자기 글씨로!

 

, 오늘은 외식을... 그 전에 케이크도 사고, 풍선도 사고...!”

 

어쩐지 오늘은 생전 좋아하지도 않는 단 것이 당기더라!

 

이글은 빅터의 공책을 뺏었다.

 

이거 말고 역시 펜을...!!!”

 

내놔 그거!”

 

빅터는 높이 쳐든 공책 쪽으로 펄쩍 뛰어 달려들었고 이글은 몸을 뒤로 빼며 공책을 못 잡게 했다.

 

그 몸 위로 냅다 올라타 바닥에 쓰러뜨려서는, 빅터는 그 손에서 공책을 채 갔다.

 

공책을 주더라도 좀 더 좋은걸 사올 수 있어!”

 

생일 아니어도 나 생각해서 사온- , 됐어! 내놔!”

 

빅터가 잡아채는 공책 끝을 잡고 이글은 씨익 웃었다.

 

널 생각해서 사와서, ?”

 

“......”

 

말 해야지.”

 

또 도망가려는 것을, 냉큼 허리에 손을 둘러 잡았다.

 

“....고마워.”

 

그리고?”

 

“..........”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글은 공책을 한 번 더 잡아당겼다.

 

그리고?”

 

“......기뻐.”

 

잘했어.”

 

이글이 허리에 감은 손을 떼자 빅터는 이글의 몸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워서 키득키득 웃는데, 빅터는 손을 뻗더니 이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방으로 후닥닥 뛰어가더니 문을 쾅 닫았다.

 

...아 혹시 날 흉내내서 칭찬을 하는 건가.

 

그리고 이글은 빅토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박장대소했다.

 

그것이 불만인지 빅터가 들어간 방에서 문을 쾅 치는 소리가 났지만 웃음을 그칠 수 없었다.

 

서툴러 빠진 꼬맹이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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