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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X빅터] 고양이 -04

2015. 7. 23. 19:08 | Posted by 호랑이!!!

 

“빅토르~?”

 

다음 날, 그 이름을 들은 빅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예상한 일이었지만) 눈을 치켜떴다.

 

“왜 눈을 그렇게 떠?”

 

어차피 한 마디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이글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소파에 앉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날은 여즉 쌀쌀해, 그 손에는 데운 우유잔이 들려 있었다.

 

초콜릿과 바닐라를 타서 달콤한 향이 나는 것.

 

이글은 단 것이라면 그닥 내키지 않았지만, 아침 즈음 장을 보러 갈 때 빅터의 생각이 나 사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초콜릿도 바닐라도 커다란 통이라 혼자서는 다 비우지 못할 텐데.

 

언제까지 저 꼬마가 올 줄 알고.

 

“,,,아냐.”

 

거 봐.

 

이글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빅터의 손목을 잡아챘다.

 

“따라해.”

 

“...”

 

뭘? 이라고 말하는 듯 입술이 살짝 벌려졌지만, 결국 말은 나오지 않는다.

 

잡힌 손목 때문인지 잔뜩 굳어서는 가까이 붙은 자신을 간신히 올려보니까.

 

“자, 따라해 봐- 싫어, 라고.”

 

그러나 굳어서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더 가까이 붙어서,

 

“싫다고 해보라니까?”

 

그러나 고개를 젓는다.

 

“말 해. 입 열어.”

 

대답하라고.

 

싫다고 말하라고.

 

“...비...”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안돼, 라던가 싫어, 같은 말은 아닐 것 같다.

 

심지어 그 목소리도 아주 작아.

 

“...비켜.”

 

“못 비켜.”

 

비키게 해봐.

 

네가 잘 하는 거 있잖아? 바람으로 밀쳐내기, 때리기, 찢기, 그런거.

 

휘이잉.

 

빅터의 손 안에서 바람이 작게 소용돌이쳤지만 그뿐, 금방 꺼질 듯 말듯하게 보였다.

 

잡은 손목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손에 힘을 주었다.

 

애옹-

 

아직 한참이나 어려 높은 소리로 앵앵 우는 고양이 소리에 이글은 정신을 차린 것처럼 손을 놓았다.

 

“...아, 장난이야. 하하하.”

 




[쌍총] 모티브 : 쩨로 그림

2015. 7. 19. 02:19 | Posted by 호랑이!!!

[우리는 이 행성을 점거했다. 이 행성을 파괴하기 전에 기회를 주겠다]

 

주어진 것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무기였다.

 

[너희는 선택받았다. 이것은 이 행성의 신식 무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그것으로 네 옆의 사람을 죽여라]

 

한 사람과 행성을 저울에 올렸다.

 

신식이라더니, 웨슬리는 얼핏 낡아 보이는 총을 손에 쥐고, 내려다보았다.

 

이것으로 카인을 쏘면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다.

 

사람의 목숨 하나와 수십억, 혹은 그 이상의 목숨.

 

단순한 숫자로 계산한다면 더없이 명쾌하게 답을 낼 수 있는데.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앞에 카인이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마도, 죽을 각오를 하고서.

 

그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총의 안전장치를 걸어 품에 넣었다.

 

못 하네.”

 

슬로언, 이건 답이 정해진 일이네!”

 

아니지, 아니야.

 

일순 망설인 내가 부끄러워졌네, 나는 아직 장군이라는 직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봐.”

 

목숨 하나와 목숨 여럿을 비교하는 일은 전쟁 중으로 충분했는데.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지 않겠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을테니, 빨리...”

 

카인은 웨슬리의 품에서 총을 꺼내 손수 잠금장치를 풀어 손에 쥐어주기까지 했다.

 

웨슬리는 그 총을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꼭 그래야겠나?”

 

총구는 카인의 머리를 향했다.

 

카인은 눈을 감았다.

 

무언가 폭발음이 들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 본 그 곳에는 총을 전해주러 왔던 로봇이 박살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로 세계는 멸망 직전에 이르렀다.

 

그들은 자원을 채취한다며 땅을 파고들었고 사람 몸에 든 성분을 조사한다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가거나, 공기가 너무 맑다며 알 수 없는 이물질 같은 연기를 뿌렸다.

 

다행히도 능력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고, 그 중에서도 공성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기 때문에 51조로 파괴 임무가 떨어지곤 했다.

 

능력자들은.

 

공성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카인과 웨슬리 역시 전장에 투입되었다.

 

단단하게 보강된 상자나 건물은 부서졌고, 그들은 상처를 입었다.

 

웨슬리의 구급함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인데다 카인도 웨슬리도 무시 못 할 상처를 입었다.

 

보급품은 얼마 후에 오지?

 

카인은 잔해의 그늘에 숨어서 센트리 레이더를 설치했다.

 

붉은 빛이 깜박거리면서 시야를 흐릿하게 밝혔고, 카인은 웨슬리를 돌아보았다.

 

대전차지뢰는?”

 

묻어두었네.”

 

우선적으로 총기며 사용하는 장비를 점검하고, 탄창을 채우고, 아군에게 연락을 하거나 물을 마셔두는 등,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수통에 남은 미지근한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카인은 웨슬리에게 말을 꺼냈다.

 

슬로언, 내 생각에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는데.”

 

그러나 슬로언은 묵묵히 건량을 씹을 뿐이었다.

 

레이더의 붉은 빛에 그림자가 졌다.

 

카인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 광택나는 쇳덩이에 우지를 갈겨 대었다.

 

이내 탄창은 비었지만 그 기계는 여전히 움직였고, 눈 역할을 하는 렌즈를 그들 쪽으로 돌렸다.

 

내가 가정을 좀 해 봤는데.”

 

카인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류탄을 꺼내 던졌다.

 

왜 그 기계는 너희라고 했을까?”

 

다음은 잡아서 내리누르고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한 발.

 

“‘선택받았다라는 건 어떤 기준일까.”

 

카인이 드라그노프를 꺼내려는 순간, 웨슬리는 그 손에 자신의 품에서 꺼낸 낡은 총 한 자루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카인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당기는 순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내 웨슬리의 몸은 무너졌고, 기계의 렌즈는 그 모습을 똑똑히 담았다.

 

미친-”

 

내가... 가정을 좀... 해 봤는데...”

 

슬로언, 웨슬리! 응급 키트는...! 눈 감지 말게, 나 보고 있어!”

 

“...비가 오는구먼...”

 

자네가 세계를 구할 만큼 대단한 자라면, 나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만큼 대단한 자 아닌가.

 

기뻐하게, 이 세계는 지금 자네가 구했지 않나.

 

웨슬리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 손은 올라가, 카인의 눈가를,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따뜻한 비가 오는구먼...”

 

 

[Jail] 니키타/이화 - 형제라면

2015. 7. 16. 15:54 | Posted by 호랑이!!!

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는 보내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니키타 네를린, 현재 복역 중인 죄수는 아주 오래 전에 알게 된 동생뻘 친구에게 하나, , 도합 여섯장의 편지를 적어 부쳤다.

 

그리고 그것이 장장 삼 개월 지나서.

 

이화는 편지를 받았다.

 

기억이 사라졌는데.

 

교도소에서 편지가 온다.

 

이 사람은 누굴까, 예전의 는 조직폭력단에라도 들어있었던 걸까.

 

니키타는 무슨 드라마 이름 같은 이름인데, 여자인가? 글씨체가 부드러운걸 봐서는 여자야.

 

이화는 편지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한 번 놀러와

 

놀러오라니, 교도소로?

 

뭘 가져가지? 뭘 입어야 하지? 기억 잃었다고 얘기를 해야 할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이화는 한 손에 초콜릿이라던가, 여성들에게 인기 있다는 로맨스 소설까지 한 권 사서 들고 왔다.

 

저기... 오늘 면회 오겠다고 했던 이화인데요.”

 

그러자 무뚝뚝해 보이는 간수가 이쪽이라며 안내해주었다.

 

면회는 투명한 부스 안에서 이루어졌는데 감시를 위해서라며 그 간수는 안으로 들어와 구석의 의자에 앉았다.

 

편지를 교환했던 그 사람이 곧 온다니.

 

내용이랑 말투만 봐서는 키 크고 파마한 금발에 예쁜 누나일까.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는데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까만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 남자.

 

오오, 키 크다.

 

곱슬 머리? 파마 머리인가? 이제 거의 다 풀렸네.

 

밤색 머리고, 여기서 간수 하기에는 엄청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인데-

 

키는 크지만, 하고 덧붙이는데 뭔가 이상하다.

 

옷이, 옷이 주황색 죄수복이야.

 

이화!”

 

꽤 반가워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금발 파란눈 170cm의 누나의 환상이 쨍그랑 쨍그랑 깨진다.

 

니키타... 네를린씨?”

 

왜 그렇게 어색해. 하하, 오랜만이야.”

 

니키타는 팔을 활짝 벌려 와락 끌어안았다.

 

잘 지냈어? 어때, 뭐하고 지냈어? 감옥 밖 얘기 좀 해줘.”

 

다행히도, 서로 좋지 못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앉지도 않고 선 채로 밖에서는 지내기가 이렇고, 저렇고, 얘기하다가 니키타가 예전 얘기를 할 것 같아, 이화는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약을 잘못 먹어서 예전 기억이 없어요.”

 

니키타의 얼굴이 웃는 그대로 굳었다. 일순이지만.

 

그리고 의자를 뒤로 당기더니 털석 주저앉았다.

 

“...교도소에서 오라는 편지가 왔다고 냉큼 오면 어떡해.”

 

내가 마약왕이고 연쇄살인범이고... 연쇄살인범은 맞지만, 아무튼 그래서 너한테 몹쓸 짓을 시키거나 하려고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온 거야? 어디 중국이라던가 러시아에서 편지가 와도 무시하기 어렵지 않은데, 다른 곳도 아니고 교도소라고 교도소! 내가 뭐하는 사람일 줄 알고? 그냥 그대로 눈 딱 감고 편지를 태워버리고 그런 일 없다는 듯이 모른체하면 되었을 거 아냐? 예전부터 스스로를 좀 아끼라고 했더니 이거 하나도 안 변했어 아주.

 

니키타가 다다다 잔소리를 하자 이화는 양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하하.

 

니키타는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억 돌아오면 찾아와, 아마 그때까지도 있을 것 같으니까.”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요?”

 

이화를 한 번 보고, 니키타는 여느 때처럼의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교도소도 국가 시스템이라고, 내가 모르는 내 이야기도 있더라고.”

 

너랑 나, 라고 하는 듯이 손가락으로 이화 쪽을 가리켰다가 자신 쪽을 가리킨다.

 

형제.”

 

, 눈 동그랗게 변했다.

 

니키타는 조심조심 손으로 이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씨... 아니, ...?”

 

아저씨.”

 

아저씨, 덧붙이고 니키타는 다시 이화의 머리를 헝클어뜨려 놓았다.

 

 

[티엔하랑마틴] 어느 날의 꿈?

2015. 7. 15. 02:44 | Posted by 호랑이!!!

이것은 아주 어릴 적, 이하랑이 산신을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어린 하랑은 그날도 아이들과 진탕 싸우고 돌아왔고 고단하여 일찍 잠이 들었더란다.

 

꿈속에서 온갖 개를 보는데 그 개들은 눈빛이 형형하고 살갗이 벗겨지거나 다리가 없거나 한 일도 왕왕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었다.

 

개들은 그를 보니 반갑다며 꼬리를 치고 혹여 놀랄까 달려들지도 않고 의젓하게 옆에 서 만져달라며 가만 기다렸다.

 

영특하고 안타까우니 쓰다듬을 만도 하건만 하랑은 선뜻 그러질 못했다.

 

그 개들에게서는 이세상의 것이 아닌 기운이 풍겨 본능적인 거부감에 다가갈 수 없게 했으니.

 

앞에 서서 마침내 그 거부감을 누르고 머리며 귀를 만져주니 개들은 좋다고 다시 꼬리를 친다.

 

하지만 그뿐이라, 개들은 하랑이 몸이라도 더 쓰다듬거나 안아주기 위해 가까이 가려 할 때마다 몸을 뒤로 물려버리고.

 

그에 하랑이 가까이 가려 했더니 뒤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더란다.

 

고개를 돌렸더니 글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상냥한 목소리의 사람이 여기까지 오는 게 아니라고 달랬고.

 

여기는 죽은 이들이 오는 곳이지요?”

 

그렇단다.”

 

왜 난 여기가 무서운 것이오?”

 

그러니 그 이가 말했다.

 

친구가 없어서 그렇지.”

 

어린 하랑은 양 팔을 벌렸다.

 

무서우니 안아주시오.”

 

그 이는 하랑이 안겨오자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등을 토닥이었다.

 

갈 때는 조심하거라, 누군가 맛난 것을 주어도 먹으면 아플 테니 입에 대지 말고, 누군가 이리 오라 손짓해도 믿지 말고.”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될 것이라.

 

그가 등을 떠미니 아까까지 없던 곳에 문이 생겼다.

 

“...나랑...”

 

나랑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소? 하고 묻고 싶었는데.

 

그 사람은 답 없이 문을 열어 그를 쫓아냈다.

 

길은 고르고 알록달록한 돌로 꾸민 예쁜 곳이었다.

 

길이 꼭 사탕과자 같고나 생각하는데 누군가 제 손에 아가 이거 먹어보렴 하고 하얀 것을 준다.

 

나중에서 안 거지만 그것은 과자에 얹은 아이스크림으로 보기에도 퍽 맛나 보여 한 입 물었더니 대번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

 

문득 먹지 말랬지!’하는 소리가 들리고 손을 찰싹 맞아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

 

그제야 아까 일이 생각나서 화닥닥 길을 뛰었다.

 

뛰고, 뛰고, 뛰었고 한숨을 슥 돌리려는데 눈이 확 뜨였다.

 

꿈은 거기서 끝.

 

하랑은 개꿈이려니 생각하고 일어나 머리를 털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할 것을, .

 

그리고 그 아쉬움도 령을 부리기 시작하며 사라졌다.

 

 

 

 

 

 

하랑, 얌전히 굴어야 한다.”

 

사부도 참, 한두살 먹은 애도 아니고 걱정도 많소.”

 

처음 재단에 오는 날, 이색적인 능력이라 보고 싶어하는 이가 많다고 티엔은 그를 사람들 앞에 세웠었다.

 

이거 꼭 서당에 처음 간 날 같구만.

 

단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문득 하랑의 눈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었다.

 

가로세로 하얗게 줄무늬가 들어간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그 아래는 금색 머리카락.

 

오라 저게 금발이라는 거구만?

 

하는데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하랑은 지독한 기시감에 몸을 멈췄다.

 

? 예지몽 따위에서 본 사람인가?

 

아니, 최근에 꾼 예지몽에서는 저런 사람이 나오질 않았었는데.

 

소개가 끝나고 질문을 받는 도중에도 눈은 그 사람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마침내 서커스단 원숭이마냥 앞에 두는 일은 끝났고 티엔은 계속 집중하지 않는 하랑이 어딜 보는가 하여 그쪽을 보았다가 어깨를 잡아 시선을 돌리게 했다.

 

이하랑, 그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

 

실례네요 티엔 정, 이제 한 식구잖아요?”

 

아까까지 저 멀리 있던 이는 고개를 돌리니 바로 앞에 있었다.

 

부드러운 표정과 선량한 인상에 목소리는 유난히 상냥하다.

 

저 목소리, 저 목소리를 분명 들은 적 있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마냥 몸이 부르르 떨리고 온몸의 털이 바짝 섰다.

 

마틴 챌피예요, 이름이 마틴이고 패밀리 네임이 챌피, 이해했나요?”

 

대답도 못 하고 얼떨떨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티엔이 그들 사이를 막아섰다.

 

무슨 수작이냐.”

 

수작이라니 너무하시네요, 그저 인사를 하려는 것뿐이랍니다.”

 

그 잔재주로 내 제자를 꼬드기기라도 했다간 끝이 좋지 못할 거다.”

 

그럴 생각은 없으니 비켜 주시죠, 오랜만에 인사를 하고 싶으니까.”

 

마틴은 티엔을 비켜나게 한 뒤 하랑을 꼭 껴안았다.

 

색목인들은 이게 인사야?”

 

그렇답니다, 반가워요 하랑 이.”

 

옆에서 지켜보던 티엔은 마틴의 입에서 이어 흘러나온 답잖은 말에 놀랐다.

 

저와 친구가 되지 않겠어요?”

 

 

 

 

 

 

 

 

 

친구가 되겠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로군.”

 

실례라니까요.”

 

하랑의 조선 신분은 박수라 높지도 않고, 능력이야 앞으로 자라겠지만 당장은 쓸 곳이 없는데 뭣 때문이냐?”

 

부드러운 빛의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책을 읽던 마틴 챌피는 책을 탁 덮어버렸다.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을 사귀지는 않는답니다. 웬일로 제 방에 온다 싶더니 시비를 걸러 온 건가요?”

 

경고다.”

 

하랑은 내 제자다.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뒤에 대고 마틴이 웃었다.

 

하랑은 제 것이 될 거예요.”

 

 



[피톰] To. 팬쥐님

2015. 7. 5. 19:54 | Posted by 호랑이!!!

그 날이 왔다.


올 것이 왔다!


연합의 사람들은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 치고, 한군데 모여 수군거리며 뭔가 의논을 하더니 마침내는 인내심이 다한 피터 때문에 멈추어야 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



 


우선은 이글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동그라미를 만들고 다른 쪽 손의 손가락은 하나만 바짝 세워서는 외설적인 손짓을 하려 했다.


"아이는..."


"드라이아이스!"


토마스와 루이스가 동시에 외치며 손을 뻗었다.


이글은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가 이내 얼음을 후둑후둑 떨어뜨리며 다시 피터를 쳐다보았다.


"아기는 섹스하면... 아 잠깐 영구동토는 안돼! 토마스, 너도 크리스탈 허리케인은...!"


루이스가 이글을 질질 끌고 나가는 동안 레베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기는 말이지! 황새가 물어다준다?"


"...그런건 안 믿어."


이거 안 먹히네- 레베카는 단호한 피터의 말에 하하 웃었다.


"남자에게는 정자가 분비되고 여자는..."


"언니이이! 언니이이!"


나이오비가 뭔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는데 엘리가 뭔가 엉망인 모습으로 연합에 들어섰고 나이오비는 설명을 중단했다.


그 사이 이글을 버리고 루이스가 들어왔고 트리비아는 잠시 외출한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그러고는...


"직접 보여줄까?"


", 잠깐 트리비아!"


"어머, 농담이야."


여긴 글렀어.


토마스가 중얼거렸다.


"선배, 선배가 설명해봐요"


"섹스가 뭐야?"


어느샌가 변경된 질문에 남자몸이 어떻고 여자몸이 어떻고 하는 설명을 하려던 루이스는 일순 굳었다.


"..."


?


"하하하하하하하하- 트리비아, 오늘 저녁에 외식할까?"


"잠깐, 도망가지 말아요!"


이미 늦었다. 나갔어.


토마스는 주위에서 설명해줄 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섹스는 말이지, 어른들이 사랑을 확인할때 동반되곤 하는 육체적 수단인데...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아주 중요하고..."


이어지는 설명에 피터는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 라고 했던가..?"


"흐윽, ... , 터야..."


"목소리 줄이지 마, . 괜찮아."

 



[Ss어필] 엘커, 사망

2015. 6. 29. 01:17 | Posted by 호랑이!!!

안녕하세요!”

 

발레리안은 꽃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꽃다발을 어머니께서 참 좋아하시더라.

 

오늘은 뭐가 좋을까- 백합? 장미?

 

섞어달라고 해야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안면을 익혀둔 꽃집 주인을 찾는데 꽃집 주인이 안 보인다.

 

오늘은 과자도 구워 왔는데.

 

엘커~ 엘커~? 어디 있어요?”

 

꽃을 다듬는 테이블 너머, 새 의자가 놓인 것이 보였다.

 

등받이가 넓적하고 커다란 거.

 

버드나무로 짠 건가? 예쁘다!

 

거기 다가갔더니 익숙한 사람이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엘커, 자요...?”

 

작게 속삭였는데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다.

 

“...엘커어-”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그러나 일어나지는 않는다.

 

“...자나보네...”

 

꼬리를 늘어뜨리고 느릿하게 흔들었다.

 

더운 여름날에, 문을 열어둔 덕인지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고.

 

무당벌레 한 마리가 위이잉 날아 들어오더니 엘커의 콧잔등에 앉았다.

 

, 벌레...”

 

발레리안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벌레를 털어내다가 예상보다 세게 엘커의 코를 쳐 버렸다.

 

, , 죄송해요 엘커...!”

 

그러나 엘커는 미동도 않는다.

 

발레리안은 그것을 내려다보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엘커! 엘커!!! 엘커어어어어어어!!!!!!!!”

 

꿈쩍도 안 한다.

 

안돼, 엘커! 왜죠! 왜예요!!!”

 

갱 일 때려쳐서? 그래서 암살이라도 당한 거예요!?!?!???

 

발레리안은 열심히 엘커를 흔들었다.

 

 

 

 

 

 

엘커는 눈을 떴다.

 

감기약 때문인지 정말 너무 푹 잤다.

 

어두운데, 밤인가?

 

... 가게 문 열어놓고 자 버렸는데... 도둑 들지는 않았겠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코 끝에 백묵 냄새가 스쳤다.

 

... 뻐근하다...”

 

우당탕.

 

뭔가 넘어지고 어질러지는 소리가 났다.

 

뭐지?! 도둑인가?!

 

주위를 둘러봤더니, 제 실루엣을 따라 분필이 그어져 있고, 주위에는 노란색 접근금지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발레리안...?”

 

, 엘커?!”

 

눈가가 빨갛게 되어서, 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발레리안이 다른 가게 리본이 달린 국화 화분을 들고 있었다.

 

그건 뭐예요?”

 

, 선물...?”

 

“...여기 꽃집이예요, 발레리안.”

 

 

[럽토] 지아코베, 사망

2015. 6. 28. 23:31 | Posted by 호랑이!!!

회사.

 

아델리 펭귄, 딘 델리는 커피를 타다가 저 멀리 비품실에서 누군가의 발이 비쭉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사람 발? 아니면 마네킹? 아니면 또 무언가의 소품?

 

타다 만 커피를 내려놓고는 그 쪽으로 쪼르르 가 보았다.

 

이 구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상자 위에 지아코베가 널부러져 있었다.

 

농땡이 동지~ 여기서 자면 안돼요~”

 

여기 있다가 사장님한테 걸리면 감봉 당한다구요~ 아니면 야한 벌을 받거나~

 

몸을 잡고 슬슬 흔드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

 

숨은 쉬나? 하면서 손가락으로 코를 한참이나 집어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죽었나?!”

 

딘은 놀라 지아코베를 마구 흔들어댔다.

 

안돼요, 안돼요! 죽으면 안 돼요!!! 다른 것도 아니고 복상사라니, 이것도 산재 처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구요!!!”

 

한참 흔들었지만 미동도 없다.

 

이거 어쩌지? 119를 불러야 하나?!

 

“119가 몇번이더라!!!”

 

딘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

 

그리고 덥썩, 지아코베의 손이 딘의 팔을 잡았다.

 

꺄아아아!!!!”



[에러에게] 한가란과 트리거

2015. 6. 9. 02:48 | Posted by 호랑이!!!

한가란.”

 

보스?”

 

꽃이야? 예쁘네~”

 

그 말에 한가란은 몸에서 자란 꽃 몇 송이를 꺾어다가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트리거는 짐짓 관심이 있는 양 향기를 맡아 보았다.

 

그래서, 네가 죽이고 싶다고 했던 사람은 누구야? 도와줄까?”

 

뭐가 필요해? ? 도구?

 

, 비밀(하트)입니다.”

 

한가란은 무표정으로 말 끝에 하트를 붙였다.

 

입술 앞에는 손가락까지 하나 대고.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게.”

 

그 말에 한가란은 무표정인 상태였지만 분위기만은 즐겁게 웃는모습으로 비쳤다.

 

그것도 트리거만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정말?”

 

정말.”

 

재확인하듯 묻고, 마침내 한가란의 입꼬리는 트리거에게서 배운 것처럼 슬쩍 올라갔다.

 

저 웃었습니다.”

 

잘했어.”

 

칭찬, 머리를 쓰다듬고.

 

한가란은 자신의 몸에서 자라난 꽃송이를 슬쩍 쓰다듬었다.

 

==

보스, 저건 뭐예요?”

 

“‘저거라고 하면 안되지, 사람인데.”

 

근데 저거’, 말도 잘 안하고, 보스만 노려보고 있는데?”

 

연구소가 폭파되고 얼마 되지 않아, 딕토에는 멤버 하나가 더 늘었다.

 

그들의 보스가 손수 주워온 가운데가 검은 흰 머리에 자주색 눈의 남자.

 

고양이마냥 소파나 어딘가 푹신하고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쪼그리거나 웅크린 자세로 이 쪽을 바라보는데.

 

진짜 고양이라면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남자가 이쪽을 관찰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보스, 저 팬더 엄청 거슬린다고요!”

 

팬더 아냐, 인간이야.”

 

이거든 저거든! 하얗고 까만데!”

 

하얗고 까맣고 동양인이라고 팬더라고 하면 그거 인종차별 아냐?

 

트리거가 소심하게 태클을 걸었지만 상대는 아무렴 어때!하고 말았다.

 

그래도 보스인데, .

 

그럼 말이라도 하게 하면 되지!”

 

트리거는 한가란에게 척척 다가갔다.

 

해 드는 구석에 쌓아둔 쿠션에 몸을 기대고 이쪽을 바라보던 한가란은 시선을 올려서 반쯤 누운 그 자세 그대로 눈을 마주보았다.

 

안녕!”

 

“...”

 

“...안녕~”

 

“...”

 

트리거는 잠시 허리를 숙였던 것을 펴고,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설교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사람이 안녕, 하면 너도 안녕, 해야지!”

 

마지막에 소리가 조금 커졌더니, 한가란은 몸을 조금 뒤로 빼었다.

 

그에 트리거가 몸을 숙여서 조금 더 다가갔더니, 한가란은 조금 더 뒤로 몸을 뺀다.

 

한가란!”

 

그러자 몸을 기대던 베개까지 밀어내고 뒤로 파사사삭 물러난다.

 

, 구석이다.

 

트리거가 다가가서 다시 몸을 숙이자, 한가란은 뒤로 물러나려다 뒤가 막혔다는 것을 깨닫고.

 

너도 안녕~ 해주면 좋잖아? , 따라해봐. 안녕~”

 

한가란은 고개를 들고,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었다.

 

악수라도 하려나, 트리거가 손을 내미는 순간 한가란은 주먹을 휘둘렀다.

 

, 보스! 맞을 뻔 했잖아요! 그 팬더, 역시 내다버리라니까!”

 

아 쫌! 냅둬!”

 

그 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을 나가버렸고, 트리거는 주머니를 뒤져 작은 막대사탕을 꺼냈다.

 

소리질러서 놀랐지? 애도 아니고, 이걸 보상으로 주는 건 좀 그렇지만.”

 

싫으려나,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손이 트리거의 손목을 잡았다.

 

“...안녕.”

 

?

 

트리거가 놀랄 짬도 없이, 한가란의 손은 그의 손에서 사탕을 가져갔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 뭐야.”

 

트리거와 한가란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자, 일전의 부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 할 줄 알았네요? 저 팬더.”

 

안녕.”

 

, 쟤 방금 나한테는 반말했어!

 

그렇게 입을 열려고 하는데, 한가란은 불쑥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팬더 아니고, 사람. 입니다.”

 

워 워.

 

부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그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자리를 떴다.

 

빨리도 길들였네, 보스.

 

 

피터와 엘리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타고 있었다.

 

다용도로 쓰이는 터라 끝이 나달하게 닳은 대야 아래로는 하얀 구름이 넘실거리고, 드문드문 구름 사이로 난 구멍 아래로는 바다같은 밤하늘이 보인다.

 

피터는 할로윈에 사용했던 암녹색의 커다란 해적 모자를 쓰고 허리춤에는 그럴싸한 나무칼을 찼다.

 

옆에서 엘리는 옷자락이 질질 끌리는, 나이오비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하얀 군복 코트를 망토처럼 두르고 소매를 목 앞으로 돌려 묶었다.

 

신문을 말아서 만든 망원경을 눈앞에 대던 엘리는 손가락을 들었다.

 

“12시 방향에 구름 고래가 나타났다-! 백 미터는 되겠어!”

 

불쑥, 앞쪽의 구름이 들썩이고 거대한 고래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이대로 가면 먹혀버려!”

 

피노키오에서 봤잖아!

 

피터는 허리춤에 찬 나무칼을 빼들었다.

 

그 칼은 끝부터 은빛으로 변하고 뾰족해지더니 마침내 멋들어진 칼이 되었다.

 

피터 해적! 대포를 장전하라!”

 

예 써, 엘리 장군!”

 

어느새 고무 대야는 커다란 돛도 없고 핸들도 없는 범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피터는 서 있던 난간 아래쪽에서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를 커다란 청동색 대포를 조준했다.

 

사과폭탄 장저언-!”

 

매끈하게 윤기가 도는 빨간 사과를 청동색 대포에 우르르 떨어졌다.

 

장전-!”

 

엘리가 신이 나 피터의 말을 따라 외쳤다.

 

피터가 자갈 부싯돌을 꺼내 착착 긋자 불꽃이 튀었다.

 

-!”

 

, 라고 하려는 순간 이불이 걷혔다.

 

얘들아.”

 

펄럭.

 

하얀 시트가 걷히는 순간 대야 아래의 구름도, 앞의 고래도, 커다란 대포도 한순간에 펑 사라졌다.

 

토마스는 테이블을 덮는 이불을 들추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나 폭탄, 날카로운 물건처럼 위험한 건?”

 

만들고 놀지 않는다.”

 

피터와 엘리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자루에 담겨서 대야 옆에 둔 사과를 돌아보았다.

 

토마스는 그 중 하나를 꺼내 옷자락에 문질러 닦고는 들추었던 이불자락을 내렸다.

 

재미있게 놀렴.”

 

아이들은 다시 놀이에 푹 빠졌는지 대답이 없었다.

 

고래를 무찌르는 대신 친구가 되자는 얘기를 듣고, 토마스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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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해그시] Language!

2015. 6. 4. 00:36 | Posted by 호랑이!!!

최근의 갤러해드는 고민이 있다.

 

킹스맨의 기지는 언제나 청결하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기품있고, 현대적이고, 온 몸에서 젠틀함이 풍겨나오는, 사람으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젠틀맨인 건물.

 

그 안의 사람들도 아서니 갤러해드니 멀린이니... 아서왕과 그 기사들의 이름을 딴 기사들이며 젠틀맨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그러기엔, 뭔가 최근에는 위화감이 있다.

 

인마(oi) 랜슬롯, 내부 회선을 장난질에 이용하지 말랬잖아.”

 

멀린- 꼬장꼬장하게 굴지 말아요.”

 

에그시 너도! 이 자식-”

 

불건전한 단어들이 들리고 있다.

 

“...”

 

우와 깜짝이야!(Hell fuck) 언제 왔어요 해리?”

 

갤러해드라고 불러야지.”

 

에그시의 말을 정정해주며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에그시가 킹스맨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입 랜슬롯은 장난은커녕 바짝 얼어서 주어진 업무를 해내기도 빠듯해했고 멀린도 임마-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래봬도 귀족 출신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에그시.”

 

- 갤러해드?”

 

“...해리라고 부르렴.”

 

아까는 갤러해드라고 부르라면서요.”

 

마음이 바뀌었단다.”

 

그거 무슨 의미인데요? 데이트?”

 

데이트라는 단어에 록산느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느껴진다.

 

딱히 숨긴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반쯤밖에 안되는 젊은 애랑 데이트 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끄러운 것이...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네 말투를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제 말투요? 이상해요?”

 

랜슬롯, 방금 에그시가 한 말을 네 식대로 다시 말해줄 수 있겠니?”

 

그러자 갑자기 지명당한 록산느는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당황했을지 모르는데도) 말했다.

 

제 언행에 어떠한 문제가 있습니까?”

 

거 보렴, 다르지.

 

해리는 에그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가 다른지 알겠니?”

 

언행 같은 어려운 단어를 버킹엄 궁전 문지기 같은 말투로 하는 거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걸 격식이라고 하는 것 같구나.”

 

매너 메잌스 맨, 모르니?

 

해리는 록산느가 에그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콱 찌르는 걸 보고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막는데 성공했다.

 

식사 예절도 가르쳤고 옷입는 법도 가르쳐놨는데 아직도 갈 길이 빠듯하다.

 

훈련생 시절도 아니고 요원이 되었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하다니.

 

멀린, 부탁할 것이 있는데.”

 

앞으로 일주일 정도 대부분의 시간은 같이 있을 수 있도록 스케쥴을 조정해두었습니다.”

 

역시 멀린은 눈치가 빨라.

 

해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멀린은 최근 익숙해진 스케쥴 조정을 마무리하고 프로그램을 닫았다.

 

 

 

 

 

앞으로 속어, 비속어, 은어를 사용할 때마다 다소간의 페널티를 줄 거다.”

 

“...데이트에서까지요?”

 

안 그러면 또 할테니까.”

 

그야 그렇지만.

 

에그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해리, 해리는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구요.

 

그러자 해리는 가볍게 맞받아쳤다.

 

너를 제외한 모두가 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단다 에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