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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톰] To. 팬쥐님

2015. 7. 5. 19:54 | Posted by 호랑이!!!

그 날이 왔다.


올 것이 왔다!


연합의 사람들은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 치고, 한군데 모여 수군거리며 뭔가 의논을 하더니 마침내는 인내심이 다한 피터 때문에 멈추어야 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



 


우선은 이글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동그라미를 만들고 다른 쪽 손의 손가락은 하나만 바짝 세워서는 외설적인 손짓을 하려 했다.


"아이는..."


"드라이아이스!"


토마스와 루이스가 동시에 외치며 손을 뻗었다.


이글은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가 이내 얼음을 후둑후둑 떨어뜨리며 다시 피터를 쳐다보았다.


"아기는 섹스하면... 아 잠깐 영구동토는 안돼! 토마스, 너도 크리스탈 허리케인은...!"


루이스가 이글을 질질 끌고 나가는 동안 레베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기는 말이지! 황새가 물어다준다?"


"...그런건 안 믿어."


이거 안 먹히네- 레베카는 단호한 피터의 말에 하하 웃었다.


"남자에게는 정자가 분비되고 여자는..."


"언니이이! 언니이이!"


나이오비가 뭔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는데 엘리가 뭔가 엉망인 모습으로 연합에 들어섰고 나이오비는 설명을 중단했다.


그 사이 이글을 버리고 루이스가 들어왔고 트리비아는 잠시 외출한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그러고는...


"직접 보여줄까?"


", 잠깐 트리비아!"


"어머, 농담이야."


여긴 글렀어.


토마스가 중얼거렸다.


"선배, 선배가 설명해봐요"


"섹스가 뭐야?"


어느샌가 변경된 질문에 남자몸이 어떻고 여자몸이 어떻고 하는 설명을 하려던 루이스는 일순 굳었다.


"..."


?


"하하하하하하하하- 트리비아, 오늘 저녁에 외식할까?"


"잠깐, 도망가지 말아요!"


이미 늦었다. 나갔어.


토마스는 주위에서 설명해줄 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섹스는 말이지, 어른들이 사랑을 확인할때 동반되곤 하는 육체적 수단인데...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아주 중요하고..."


이어지는 설명에 피터는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 라고 했던가..?"


"흐윽, ... , 터야..."


"목소리 줄이지 마, . 괜찮아."

 



[Ss어필] 엘커, 사망

2015. 6. 29. 01:17 | Posted by 호랑이!!!

안녕하세요!”

 

발레리안은 꽃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꽃다발을 어머니께서 참 좋아하시더라.

 

오늘은 뭐가 좋을까- 백합? 장미?

 

섞어달라고 해야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안면을 익혀둔 꽃집 주인을 찾는데 꽃집 주인이 안 보인다.

 

오늘은 과자도 구워 왔는데.

 

엘커~ 엘커~? 어디 있어요?”

 

꽃을 다듬는 테이블 너머, 새 의자가 놓인 것이 보였다.

 

등받이가 넓적하고 커다란 거.

 

버드나무로 짠 건가? 예쁘다!

 

거기 다가갔더니 익숙한 사람이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엘커, 자요...?”

 

작게 속삭였는데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다.

 

“...엘커어-”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그러나 일어나지는 않는다.

 

“...자나보네...”

 

꼬리를 늘어뜨리고 느릿하게 흔들었다.

 

더운 여름날에, 문을 열어둔 덕인지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고.

 

무당벌레 한 마리가 위이잉 날아 들어오더니 엘커의 콧잔등에 앉았다.

 

, 벌레...”

 

발레리안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벌레를 털어내다가 예상보다 세게 엘커의 코를 쳐 버렸다.

 

, , 죄송해요 엘커...!”

 

그러나 엘커는 미동도 않는다.

 

발레리안은 그것을 내려다보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엘커! 엘커!!! 엘커어어어어어어!!!!!!!!”

 

꿈쩍도 안 한다.

 

안돼, 엘커! 왜죠! 왜예요!!!”

 

갱 일 때려쳐서? 그래서 암살이라도 당한 거예요!?!?!???

 

발레리안은 열심히 엘커를 흔들었다.

 

 

 

 

 

 

엘커는 눈을 떴다.

 

감기약 때문인지 정말 너무 푹 잤다.

 

어두운데, 밤인가?

 

... 가게 문 열어놓고 자 버렸는데... 도둑 들지는 않았겠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코 끝에 백묵 냄새가 스쳤다.

 

... 뻐근하다...”

 

우당탕.

 

뭔가 넘어지고 어질러지는 소리가 났다.

 

뭐지?! 도둑인가?!

 

주위를 둘러봤더니, 제 실루엣을 따라 분필이 그어져 있고, 주위에는 노란색 접근금지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발레리안...?”

 

, 엘커?!”

 

눈가가 빨갛게 되어서, 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발레리안이 다른 가게 리본이 달린 국화 화분을 들고 있었다.

 

그건 뭐예요?”

 

, 선물...?”

 

“...여기 꽃집이예요, 발레리안.”

 

 

[럽토] 지아코베, 사망

2015. 6. 28. 23:31 | Posted by 호랑이!!!

회사.

 

아델리 펭귄, 딘 델리는 커피를 타다가 저 멀리 비품실에서 누군가의 발이 비쭉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사람 발? 아니면 마네킹? 아니면 또 무언가의 소품?

 

타다 만 커피를 내려놓고는 그 쪽으로 쪼르르 가 보았다.

 

이 구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상자 위에 지아코베가 널부러져 있었다.

 

농땡이 동지~ 여기서 자면 안돼요~”

 

여기 있다가 사장님한테 걸리면 감봉 당한다구요~ 아니면 야한 벌을 받거나~

 

몸을 잡고 슬슬 흔드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

 

숨은 쉬나? 하면서 손가락으로 코를 한참이나 집어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죽었나?!”

 

딘은 놀라 지아코베를 마구 흔들어댔다.

 

안돼요, 안돼요! 죽으면 안 돼요!!! 다른 것도 아니고 복상사라니, 이것도 산재 처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구요!!!”

 

한참 흔들었지만 미동도 없다.

 

이거 어쩌지? 119를 불러야 하나?!

 

“119가 몇번이더라!!!”

 

딘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

 

그리고 덥썩, 지아코베의 손이 딘의 팔을 잡았다.

 

꺄아아아!!!!”



[에러에게] 한가란과 트리거

2015. 6. 9. 02:48 | Posted by 호랑이!!!

한가란.”

 

보스?”

 

꽃이야? 예쁘네~”

 

그 말에 한가란은 몸에서 자란 꽃 몇 송이를 꺾어다가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트리거는 짐짓 관심이 있는 양 향기를 맡아 보았다.

 

그래서, 네가 죽이고 싶다고 했던 사람은 누구야? 도와줄까?”

 

뭐가 필요해? ? 도구?

 

, 비밀(하트)입니다.”

 

한가란은 무표정으로 말 끝에 하트를 붙였다.

 

입술 앞에는 손가락까지 하나 대고.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게.”

 

그 말에 한가란은 무표정인 상태였지만 분위기만은 즐겁게 웃는모습으로 비쳤다.

 

그것도 트리거만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정말?”

 

정말.”

 

재확인하듯 묻고, 마침내 한가란의 입꼬리는 트리거에게서 배운 것처럼 슬쩍 올라갔다.

 

저 웃었습니다.”

 

잘했어.”

 

칭찬, 머리를 쓰다듬고.

 

한가란은 자신의 몸에서 자라난 꽃송이를 슬쩍 쓰다듬었다.

 

==

보스, 저건 뭐예요?”

 

“‘저거라고 하면 안되지, 사람인데.”

 

근데 저거’, 말도 잘 안하고, 보스만 노려보고 있는데?”

 

연구소가 폭파되고 얼마 되지 않아, 딕토에는 멤버 하나가 더 늘었다.

 

그들의 보스가 손수 주워온 가운데가 검은 흰 머리에 자주색 눈의 남자.

 

고양이마냥 소파나 어딘가 푹신하고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쪼그리거나 웅크린 자세로 이 쪽을 바라보는데.

 

진짜 고양이라면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남자가 이쪽을 관찰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보스, 저 팬더 엄청 거슬린다고요!”

 

팬더 아냐, 인간이야.”

 

이거든 저거든! 하얗고 까만데!”

 

하얗고 까맣고 동양인이라고 팬더라고 하면 그거 인종차별 아냐?

 

트리거가 소심하게 태클을 걸었지만 상대는 아무렴 어때!하고 말았다.

 

그래도 보스인데, .

 

그럼 말이라도 하게 하면 되지!”

 

트리거는 한가란에게 척척 다가갔다.

 

해 드는 구석에 쌓아둔 쿠션에 몸을 기대고 이쪽을 바라보던 한가란은 시선을 올려서 반쯤 누운 그 자세 그대로 눈을 마주보았다.

 

안녕!”

 

“...”

 

“...안녕~”

 

“...”

 

트리거는 잠시 허리를 숙였던 것을 펴고,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설교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사람이 안녕, 하면 너도 안녕, 해야지!”

 

마지막에 소리가 조금 커졌더니, 한가란은 몸을 조금 뒤로 빼었다.

 

그에 트리거가 몸을 숙여서 조금 더 다가갔더니, 한가란은 조금 더 뒤로 몸을 뺀다.

 

한가란!”

 

그러자 몸을 기대던 베개까지 밀어내고 뒤로 파사사삭 물러난다.

 

, 구석이다.

 

트리거가 다가가서 다시 몸을 숙이자, 한가란은 뒤로 물러나려다 뒤가 막혔다는 것을 깨닫고.

 

너도 안녕~ 해주면 좋잖아? , 따라해봐. 안녕~”

 

한가란은 고개를 들고,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었다.

 

악수라도 하려나, 트리거가 손을 내미는 순간 한가란은 주먹을 휘둘렀다.

 

, 보스! 맞을 뻔 했잖아요! 그 팬더, 역시 내다버리라니까!”

 

아 쫌! 냅둬!”

 

그 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을 나가버렸고, 트리거는 주머니를 뒤져 작은 막대사탕을 꺼냈다.

 

소리질러서 놀랐지? 애도 아니고, 이걸 보상으로 주는 건 좀 그렇지만.”

 

싫으려나,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손이 트리거의 손목을 잡았다.

 

“...안녕.”

 

?

 

트리거가 놀랄 짬도 없이, 한가란의 손은 그의 손에서 사탕을 가져갔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 뭐야.”

 

트리거와 한가란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자, 일전의 부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 할 줄 알았네요? 저 팬더.”

 

안녕.”

 

, 쟤 방금 나한테는 반말했어!

 

그렇게 입을 열려고 하는데, 한가란은 불쑥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팬더 아니고, 사람. 입니다.”

 

워 워.

 

부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그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자리를 떴다.

 

빨리도 길들였네, 보스.

 

 

피터와 엘리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타고 있었다.

 

다용도로 쓰이는 터라 끝이 나달하게 닳은 대야 아래로는 하얀 구름이 넘실거리고, 드문드문 구름 사이로 난 구멍 아래로는 바다같은 밤하늘이 보인다.

 

피터는 할로윈에 사용했던 암녹색의 커다란 해적 모자를 쓰고 허리춤에는 그럴싸한 나무칼을 찼다.

 

옆에서 엘리는 옷자락이 질질 끌리는, 나이오비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하얀 군복 코트를 망토처럼 두르고 소매를 목 앞으로 돌려 묶었다.

 

신문을 말아서 만든 망원경을 눈앞에 대던 엘리는 손가락을 들었다.

 

“12시 방향에 구름 고래가 나타났다-! 백 미터는 되겠어!”

 

불쑥, 앞쪽의 구름이 들썩이고 거대한 고래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이대로 가면 먹혀버려!”

 

피노키오에서 봤잖아!

 

피터는 허리춤에 찬 나무칼을 빼들었다.

 

그 칼은 끝부터 은빛으로 변하고 뾰족해지더니 마침내 멋들어진 칼이 되었다.

 

피터 해적! 대포를 장전하라!”

 

예 써, 엘리 장군!”

 

어느새 고무 대야는 커다란 돛도 없고 핸들도 없는 범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피터는 서 있던 난간 아래쪽에서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를 커다란 청동색 대포를 조준했다.

 

사과폭탄 장저언-!”

 

매끈하게 윤기가 도는 빨간 사과를 청동색 대포에 우르르 떨어졌다.

 

장전-!”

 

엘리가 신이 나 피터의 말을 따라 외쳤다.

 

피터가 자갈 부싯돌을 꺼내 착착 긋자 불꽃이 튀었다.

 

-!”

 

, 라고 하려는 순간 이불이 걷혔다.

 

얘들아.”

 

펄럭.

 

하얀 시트가 걷히는 순간 대야 아래의 구름도, 앞의 고래도, 커다란 대포도 한순간에 펑 사라졌다.

 

토마스는 테이블을 덮는 이불을 들추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나 폭탄, 날카로운 물건처럼 위험한 건?”

 

만들고 놀지 않는다.”

 

피터와 엘리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자루에 담겨서 대야 옆에 둔 사과를 돌아보았다.

 

토마스는 그 중 하나를 꺼내 옷자락에 문질러 닦고는 들추었던 이불자락을 내렸다.

 

재미있게 놀렴.”

 

아이들은 다시 놀이에 푹 빠졌는지 대답이 없었다.

 

고래를 무찌르는 대신 친구가 되자는 얘기를 듣고, 토마스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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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해그시] Language!

2015. 6. 4. 00:36 | Posted by 호랑이!!!

최근의 갤러해드는 고민이 있다.

 

킹스맨의 기지는 언제나 청결하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기품있고, 현대적이고, 온 몸에서 젠틀함이 풍겨나오는, 사람으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젠틀맨인 건물.

 

그 안의 사람들도 아서니 갤러해드니 멀린이니... 아서왕과 그 기사들의 이름을 딴 기사들이며 젠틀맨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그러기엔, 뭔가 최근에는 위화감이 있다.

 

인마(oi) 랜슬롯, 내부 회선을 장난질에 이용하지 말랬잖아.”

 

멀린- 꼬장꼬장하게 굴지 말아요.”

 

에그시 너도! 이 자식-”

 

불건전한 단어들이 들리고 있다.

 

“...”

 

우와 깜짝이야!(Hell fuck) 언제 왔어요 해리?”

 

갤러해드라고 불러야지.”

 

에그시의 말을 정정해주며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에그시가 킹스맨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입 랜슬롯은 장난은커녕 바짝 얼어서 주어진 업무를 해내기도 빠듯해했고 멀린도 임마-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래봬도 귀족 출신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에그시.”

 

- 갤러해드?”

 

“...해리라고 부르렴.”

 

아까는 갤러해드라고 부르라면서요.”

 

마음이 바뀌었단다.”

 

그거 무슨 의미인데요? 데이트?”

 

데이트라는 단어에 록산느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느껴진다.

 

딱히 숨긴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반쯤밖에 안되는 젊은 애랑 데이트 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끄러운 것이...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네 말투를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제 말투요? 이상해요?”

 

랜슬롯, 방금 에그시가 한 말을 네 식대로 다시 말해줄 수 있겠니?”

 

그러자 갑자기 지명당한 록산느는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당황했을지 모르는데도) 말했다.

 

제 언행에 어떠한 문제가 있습니까?”

 

거 보렴, 다르지.

 

해리는 에그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가 다른지 알겠니?”

 

언행 같은 어려운 단어를 버킹엄 궁전 문지기 같은 말투로 하는 거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걸 격식이라고 하는 것 같구나.”

 

매너 메잌스 맨, 모르니?

 

해리는 록산느가 에그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콱 찌르는 걸 보고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막는데 성공했다.

 

식사 예절도 가르쳤고 옷입는 법도 가르쳐놨는데 아직도 갈 길이 빠듯하다.

 

훈련생 시절도 아니고 요원이 되었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하다니.

 

멀린, 부탁할 것이 있는데.”

 

앞으로 일주일 정도 대부분의 시간은 같이 있을 수 있도록 스케쥴을 조정해두었습니다.”

 

역시 멀린은 눈치가 빨라.

 

해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멀린은 최근 익숙해진 스케쥴 조정을 마무리하고 프로그램을 닫았다.

 

 

 

 

 

앞으로 속어, 비속어, 은어를 사용할 때마다 다소간의 페널티를 줄 거다.”

 

“...데이트에서까지요?”

 

안 그러면 또 할테니까.”

 

그야 그렇지만.

 

에그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해리, 해리는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구요.

 

그러자 해리는 가볍게 맞받아쳤다.

 

너를 제외한 모두가 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단다 에그시.

 

 

[최군/톰맥스]MAX

2015. 6. 1. 07:15 | Posted by 호랑이!!!

맥스는 칼을 들고, 거울을, 그 너머를 겨누었다.

 

 

불공평한 계집애, 나한테 모든 나쁜 것을 밀어넣고 자기 혼자 잠에 빠져 있어.

 

그 애가 힘든 건 힘든게 아닐 거야.

 

혹시 모르지? 나쁜 용이 지키는 성에 갇힌 공주님 놀이라도 혼자 하고 있을지?

 

 

칼 끝은 거울에 닿고 거슬리기 그지없는 마찰 소리를 낸다.

 

끼이익, 쨍그랑, 끼이익, 쨍그랑.

 

칼은 거울을 긋고 후려친다.

 

그 조각은 맥스의 얼굴에 튀어 잔금을 남겼지만, 맥스의 춤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춤을 출 때 내 손에 잡힌 것이 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이었으면 좋겠어.

 

누군가를 해치고, 겁을 주고, 미워하기보다 한 마디 상냥한 말을 먼저 할 수 있기를 바라.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그게 좋은 것인 걸 모를 리 없잖아.

 

 

거울의 유리는 박살나서 바닥에 파편이 흘러 넘쳤고 이제 그 유리를 받치고 있던 연한 색의 나무판조차 계속되는 칼질에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맥스의 칼질은 거세어지고, 그 호흡도 거칠어졌다.

 

 

나에게 미움을 준 네가 미워.

 

너를 미워하게 만든 네가 미워.

 

 

나쁜 계집애!”

 

 

나무판 중앙에 칼이 깊숙이 꽂혔다.

 

맥스는 숨을 몰아쉬며 거울을 노려보다가, 주먹을 들었다.

 

맥스, 나그네 형이 오래.”

 

치려는 순간, 손이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

 

, 가자.”

 

톰은 맥스의 방에 깔린 유리조각이나 깨진 거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 파편을 밟고 지나왔다.

 

맥스는 숨을 마저 고르고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휙 넘기며 방에서 빠져나왔다.

 

 

마야 이 못된 계집애.

 

네가 나에게 남겨준 아주 쬐-끄만 좋은 마음은 말야.

 

활활 불태워 버릴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이 애한테 줘버릴 거라고.

 

그러니 너는 네게 남은 아주 약간의 미움을 불태우고 있으렴!

 

하하!

 

 

[Ss어필] 엘커와 발레리안의 놀이동산 간 이야기

2015. 5. 26. 19:29 | Posted by 호랑이!!!

“엘커! 놀이동산이예요!”

 

쨍쨍한 태양, 후끈한 열기.

 

그리고, 넘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엘커는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꽃집에서 입곤 했던 검은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발레리안은 넓은 지도를 펼쳐들고는 꼬리를 마구 휘두르며 볼펜으로 놀이기구 그림에 체크를 해 댔다.

 

“일단 시작은 바이킹- 그리고 그 다음은 롤러코스터랑-”

 

엘커는 왠지 발레리안이 좋아할 것 같은 음료수와 솜사탕을 파는 가판대를 힐끗 보고는 뭔가를 중얼거리는 발레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럼, 타러 갈까요?”

 

“넵!”

 

사람은 많았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사람은 많았다.

 

덕분에 장장 30분을 기다리고 바이킹에 오를 수 있었다.

 

올랐는데, 엘커는 맨 끝자리로 가려는 발레리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엘커, 저기 두 자리가 비었...”

 

그러나 엘커가 발레리안을 잡아당기는 동안 그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앉아 버렸다.

 

끝의 자리는 거의 다 찼는데 다만 가장 가운데에는 몇 자리가 비어 있어서 발레리안과 엘커는 결국 그 자리에 앉았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바이킹은 위 아래 위위 아래로 흔들려서 마칠 즈음에는 끝에 앉기를 기대했던 발레리안도 축 쳐진 꼬리를 다시 힘차게 흔들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높이높이 올라갈 때마다 손도 번쩍번쩍 들었고, 재미있었고.

 

그래, 여기까지는.

 

그러나 바이킹에서 내려오고서는.

 

“엘커! 저기 봐요, 헬륨 풍선! 풍선 망치랑 철퇴예요!”

 

“그거 지금 들고다니면 다 짐이예요 짐.”

 

이라던가.

 

“...발레리안, 저 사실 저렇게 흉악한 건 못 타요.”

 

“저거 그냥 평범한 공중그네인데요!”

 

“안돼 안돼, 그거 재미없고 흉악해요.”

 

라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발레리안은 잔뜩 동그라미를 치고 계획했던 동선을 전면 취소했고, 겨우 롤러코스터 하나를 더 타고 나서는 둘 다 땡볕에 지쳐 놀이공원 내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주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시락을 싸온다는 선택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둘은 결국 피자를 선택했다.

 

작은 피자 하나와 탄산음료를 주문해서 앉아있자 열린 창문으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와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식혀 주었고 옆의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자 별로 든 것도 없음에도 어깨가 시원해진다.

 

“후우...”

 

“저 이거 뭔지 알아요, 소박함에서 오는 행복이예요.”

 

맛있는 피자와 시원한 음료수와 그늘과... 아아, 다시 한숨이 나온다.

 

기가 죽어있던 발레리안은 다시 지도를 펼쳐들었다.

 

“엘커, 어떤 놀이기구는 탈 수 있어요?”

 

“그럼 이것부터...”

 

회전목마 세 번, 바이킹은 중간자리로 한번 더.

 

범퍼카는 탔지만 벽을 들이받고 더는 움직이지 못했고.

 

가판대에서 구입한 츄러스와, 슬러쉬 두 개와 음료수와 물과 솜사탕과- 여러 가지들.

 

끈적해진 손을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밖은 이제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엘커, 마지막으로 관람차 타러 갈래요?”

 

“좋아요!”

 

관람차에 올라서, 천천히 노을이 지는 밖의 경치가 예쁘니 어쩌니 얘기하고.

 

나중에 나가서 밥을 먹고 오락실에라도 가자는 얘기를 하다가, 발레리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되게 데이트 코스 같네요, 이상한 기분이야.”

 

그러자 엘커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통은 남자 둘이서 놀이공원에 오려고 하지도 않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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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찰리x에그시] 핸드폰

2015. 5. 13. 01:55 | Posted by 호랑이!!!

[야]

 

찰리는 아주 짧게 들리는 목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전화를 할 때는 ‘저는 누구의 무엇인 누구라고 합니다, 누구 있나요?’라고 해야지.”

 

[뻔히 넌 줄 알고 전화한건데 뭐]

 

게다가 너도 난 줄 알았을 거 아냐.

 

그 덧붙인 말에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없음에도 대답으로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뭐 어때, 쟤도 내가 알았다는 걸 알 텐데.

 

[바빠?]

 

“바빠.”

 

[잘됐네]

 

잘되긴 뭐가 잘돼.

 

그렇게 투덜거렸더니 저쪽에서도 또 성의없는 목소리로 주절거린다.

 

[이리 와]

 

“바쁘다니까.”

 

[내가 새로 핸드폰을 샀는데 말이야, 양아버지네 똘마니가 자기 전화번호를 단축번호 1번으로 넣으라고 하지 뭐야]

 

“...”

 

이건 별로 자극이 되지 못하는가,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리한테 새로 핸드폰을 샀다고 했더니 나중에 직접 번호를 찍어주러 오겠대]

 

“왜 해리가 찾아가는데?”

 

그러자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머뭇거리는 소리가 난다.

 

[스마트폰 써보는게 처음이라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

 

가르쳐주러 오라고 하려 했는데, 바쁘다면 어쩔 수 없고.

 

“커피 사라.”

 

[단축번호 1번은 비워두겠지만 바쁘면 안와도 돼]

 

찰리는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책상에 던져두었던 지갑과 달걀 모양의 열쇠고리가 달린 자동차 열쇠를 집어 주머니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그 시각, 새 핸드폰을 손에 든 에그시는 웃으면서, 카페의 자리에 앉아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커피 두 잔, 15분 후에 가져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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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마] 연인의 심장 소리

2015. 5. 8. 19:31 | Posted by 호랑이!!!

째 깍 째 깍

 

마틴의 회중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의 심장이 분당 몇 번을 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계랑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적어도 릭에게는 그럴 것이다.

 

사람에게 어떠한 소리가 있다면 릭에게서 나는 소리는 갓 베어낸 풀향기를 실은 남풍이 부는 소리와 바로 이,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일 테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에게 안겼을 때 들리는 시곗소리에 그렇게 마음이 편해질 리 없으니까.

 

마틴은 릭에게 안길때면 귓가에서 들렸던 톱니바퀴가 맞물려 나는 시계의 합창을 기억했다.

 

빨리 업무가 끝났으면 좋겠다.

 

“지금 몇 시예요?”

 

“형씨 시계 있잖아?”

 

마틴은 그 물음에 웃음으로 답한다.

 

 

 

 

릭은 트와일라잇에 있을 때와는 달리 와이셔츠의 소매를 내렸다.

 

소매 너머로 찬 손목시계들이 울퉁불퉁하게 보였지만 얼핏 옷 주름으로 보이기도 했기에 누구도 릭에게 왜 그렇게 많은 시계를 차고 다니느냐 묻지 않는다.

 

릭은 그 중 소매 밖으로 나온 하나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6시.

 

빨리 점심시간이 되어서 커피라도 같이 마시고 싶네.

 

이미 하얀 머그컵에는 포트로 끓여낸 향 좋은 커피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릭은 마틴이 타주는 맛없는 커피를 생각했다.

 

“데이트라도 있어?”

 

“티 납니까?”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니까 그렇지, 그런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아~”

 

릭의 회사 동료인 그는 몸을 기울여서 데이트 시간이 시계에 표시되기라도 한 것 마냥 릭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어라? 시계가 고장났나? 시간이 안 맞잖아, 시계 고치는 곳에 가 봐.”

 

“고장났을 리가 없는데.”

 

“봐, 지금은 6시가 아니라 10시라고.”

 

릭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떠나고, 릭은 마틴이 있는 런던의 시간으로 맞춰진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내었다.

 

시계를 귓가에 가져다대면 째깍째깍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귀에 댄 것은 아까까지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지만 릭이 떠올리는 것은 놋쇠 빛깔의 둥근 회중시계다.

 

마틴의 심장 가까이 매달린 그것은 어쩌면 마틴을 닮았을 것이다.

 

째깍 째깍.

 

마치 연인의 심장소리를 듣는 기분.

 

릭은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 점심시간까지 못 참겠네, 커피 마시러 간다고 하고 몰래 찾아갈까.

 

이 시간에 찾아가면 놀라겠지?

 

릭은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연인의 푸른 눈이 놀라 동그랗게 커진 것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