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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2014. 12. 20. 13:09 | Posted by 호랑이!!!

“마음을 읽는다고 하셨나요? 마인드랑 같은 능력이네요.”

 

“그쪽에도 저 같은 능력자가 있나 보네요. 반가워요, 마틴 챌피예요.”

 

“B라고 해요.”

 

마틴과 B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 한편에서는 저런 화기애애하고 수줍은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불꽃튀는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대가 군단 프리랜서의 대표요?”

 

“아따, 거 먼데까이 내가 알려졌나 보이. 그랴, 내가 프리랜서 대표, 비광이요 타키온.”

 

차분한 목소리.

 

예의바르게 올라간 입꼬리와 웃는 표정.

 

그러나 그 눈만은 웃지 않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정 중 동!

 

그리고 저 멀리, 인사하는 보모와 아이 페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어이.”

 

부엉!

 

“...”

 

“초코파이 사줘.”

 

 

 

 

 

 

“요거요거 이것이 양놈들 화투다냐?”

 

“깔끔하니 보기 쉽죠?”

 

릭은 비광이 돈 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에 카드게임을 하자며 서양카드 한 벌을 꺼내들었다.

 

B는 전혀 몰랐지만, 비광은 릭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이런걸로 골패놀이를 하면 재미있나? 그림도 네 종류밖에 없고 영...”

 

비광은 에이스 카드 한 장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화투보다 넓고, 얇고, 하얀 배경에 무늬가 숫자에 맞게 박혀 있고... 흐음.

 

“...소매에 숨기기 좋겠구마.”

 

...네?

 

B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비광...?”

 

그러자 비광은 그를 돌아보더니 화알-짝 웃어보인다.

 

“비광, 안돼요, 안 돼요.”

 

비광 전에 사기치다 걸려서 손목 잘릴 뻔 했다면서요, 저기 마인드랑 같은 능력 쓰는 사람 있단 말이예요.

 

이번에 걸리면 진짜 손목 잘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전쟁에서 나왔다고 하니 손목으로 안 끝날지도 모르고.

 

“아그야.”

 

비광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B에게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B는 가면 밑으로 보이는 목이 새빨개져선 몸을 뒤로 빼었고 비광은 거기 따라붙어 얼굴을 가까이 했고 B는 다시 뒤로 빼었고 비광은 또 가까이 붙었다.

 

이 이상한 술래잡기는 B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끝이 났고 비광은 벽에 등이 닿아 옴짝달싹 못하는 B의 양 옆에 팔을 대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아그야, 게임이 뭐냐?”

 

“게임이요? 재밌는...거?”

 

“그랴, 재밌는 거. 내는 도박판에서 남을 속여가며 이기는거이 그리도 즐겁드라.”

 

“하지만... 하지만 비광...”

 

“아그야, 남자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를 때가 있다.”

 

비광은 멋들어지게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돌아섰고 B는 주르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중얼거렸다.

 

“비광은 여자잖아요...”

 

 

 

 

 

 

동양인은 좌식! 이라는 릭은 따끈한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비광은 양쪽으로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임에도 떡하니 양반다리로 앉았고 B는 ‘팬티 보여요!’라고 기겁하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 오빠가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라스베이거스랑 메트로폴리스에서 큰 판 벌리던 사람이었는데, 이거이거 촌 아가씨 기 죽으면 어떡하오~?”

 

“아따, 걱정도 팔자랑께. 양화투라고 봐주기 없기여? 뭐혀, 후딱 패 돌려.”

 

공정함을 기해 자신이 패를 나눠주겠다며 마틴이 카드를 착착 섞었다.

 

차르르 차르르 카드 섞이는 것을 보며 한쪽 팔을 괴고 있던 비광이 씩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내자식 손이 참 곱기도 곱구마잉~ 이따가 함 잡아봐도 될랑가?”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러자 과자를 집어 입에 넣던 릭이 B에게 웃어보였다.

 

“거기 예쁜이, 과자 좀 먹여 줄까?”

 

“아, 저... 저기... 괜찮아요.”

 

B는 귀 끝을 붉히며 무릎을 안고 비광의 옆에 쪼그려 앉았고 비광과 릭 사이에는 파지직 불꽃이 튀었다.

 

‘마틴 손을 잡아보겠다고?’

 

‘우리 B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기가 뭐가?’

 

그리고 웃음을 참는 마틴이 카드를 돌렸다.

 

 

 

 

 

“나그네씨도 프리랜서예요?”

 

“초코파이 사줘.”

 

“허리춤의 검을 보니 역시 검을 다루시는 분인가봐요.”

 

“어이 없어.”

 

토마스는 뒤로 돌아보았다.

 

어이라는 저 커다란 부엉이는 사람마냥... 아니 사람보다 훌륭하게 피터와 놀아주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시큰둥해하고 관심이 없던 피터도 이 커다란 부엉이와는 순식간에 친해져 왠지...

 

아 갑자기 피터와 보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주마등은 아니겠지.

 

“간식 만들어 줄까요?”

 

“초코파이 줘.”

 

초콜릿이 들어간 파이?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볼게요.”

 

“먹을거 줘.”

 

토마스는 피터와, 피터와 놀아주는 어이 쪽으로 손나팔을 만들었다.

 

“피터, 어이, 간식시간 할까?”

 

“할래.”

 

부엉!

 

날이 춥더라, 형이 따뜻한 우유랑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쉬었다가 놀...

 

토마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피터의 눈을 가렸고, 어이는 날개를 펼쳐 나그네의 눈을 가렸다.

 

“마에스트로! 마침 잘 왔소! 당장 저 여자 얼려버리시오!”

 

“나그네야 저놈아 저거저거 아주 몹쓸 놈이여!”

 

릭의 뒤에서 어깨를 잡고 말리는 마틴, 그리고 비광의 앞에서 막아서는 B.

 

아까까지 앉아서 ‘저 이거 좀 잘하거든요, 당신한테 이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와 ‘괜찮아요,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할게요. 우리 얼른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던 사람들은(어디까지나 토마스 시점)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듯 씩씩거렸다.

 

“...피터는 저런거 보면 안돼, 가서 식탁에 앉을까?”

 

“알았어 형아.”

 

토마스는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 선 어이는 마치 손가락인 마냥 큰 깃털 하나를 들고 말했다. 부엉부엉.

 

부엉, 부엉부엉부엉. 부엉.

 

“알았어 어이.”

 

나그네는 피터 옆에 얌전히 앉았다.

 

“거기 네 분도 이리 오세요, 차 끓여 드릴게요.”

 

배고프면 신경 날카로워지니까요.

 

그렇게 널찍한 테이블에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부엉이까지 하나 앉았더니 꽉 찬다.

 

아무래도 이거 작은 오븐에 굽는 작은 파이는 못 만들겠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진 토마스는 커다란 보울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는 커다란 프라이팬에 레코드판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반질반질한 하얀 접시에 커다란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고 생크림과 여러 가지 시럽, 딸기를 맨 위에 하나씩 장식해 자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그네가 포크를 들자 토마스는 나그네 앞에 머그컵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기다려. 요.”

 

묘한 박력이 있어 손을 대려던 비광도 릭도 포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토마스는 각자의 컵에 우유와 차를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에 따뜻한 우유와 각설탕 두 개를 떨어뜨려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와구와구와구.

 

그리고 접시가 요란하게 비워지는 소리가 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맛있어!”

 

“정말요?”

 

“아따, 저 아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먹지는 않는디. 거 괜찮으면 하나만 더 만들어 줘, 응?”

 

“저한테 맡기세요!”

 

아니, 하나만 더 만들면 되는....이라고 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 커다란 팬케이크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따아... 그쪽 아가야들은 다 이렇다냐? 엄~청 나구만~”

 

“저희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톰슨씨! 가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 좀 더 사다주세요!

 

다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물 붓는 거 잊지 말구요.

 

“저기... 토마스, 제가 설거지할게요.”

 

“고마워요!”

 

엄청 신나 보이네, 형.

 

피터는 부루퉁하게 양손으로 턱을 괴다가 이따끔씩 제 것을 얼만큼 떼어 옆의 어이에게 먹여주었다.

 

물론 딸기는 안 줘.

 

“피터, 형이 동물한테는 과자 주지 말라고 했지?”

 

“어이는 동물 아니야.”

 

“어이는 부엉이잖아.”

 

그러자 나그네가 식탁을 탁 쳤다.

 

“어이는 부엉이 아니야.”

 

 

 

 

 

 

토마스라 했던가? 아그야 니도 끼래이.

 

라는 말에 의해, 토마스도 그들 사이에 앉아 카드를 잡게 되었다.

 

“이거 그냥 게임만 할라니 맥아리가 빠져 못하겠구만.”

 

“그럼 역시 상품이 있어야하지 않겠소?”

 

“저기, 그거 사행성...”

 

“릭, 그걸 상품이라고 걸면 저 화낼거예요.”

 

그러자 릭은 잠시 주춤했으나 비광이 ‘사내자식이...’로 시작하는 도발을 듣자마자 자신이 생각하던 상품을 외쳤다.

 

“마틴이랑 B 사이에 앉아서 ‘양손의 꽃’ 하기!”

 

“좋다!”

 

“저도 상품이예요?!”

 

“릭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려치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승부는 삼세판.”

 

“이 오빠한테 영혼까지 털릴까봐 단판은 무섭소?”

 

“이 누나야가 타키온 아그 울까봐 해주는거 아니겠수~?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니 응애응애 울지는 말더라구?”

 

마틴이 패를 섞어 돌렸다.

 

첫 번째는 릭의 승리, 두 번째는 비광의 승리.

 

그런데 세 번째가 토마스의 승리라 그들은 다시 한 판을 하기로 했다.

 

대망의 마지막 판의 첫 패를 오픈하려는데, 마틴이 릭을 쿡 찔렀다.

 

“아야야, 왜 그러오 블론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릭은 칫 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B는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비광을 툭툭 두드렸다.

 

“왜 그런다야?”

 

“...비광, 지면 안 돼요. 아무리 제가 악당이었다고 해도 팔려가기는 싫어요.”

 

“팔려간다고?”

 

“저 상품이잖아요.”

 

인신매매는 싫다, 고 했더니 비광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비광?! 저 진짜 팔아버릴 거예요?!”

 

“자, 자 패 오픈한데이~”

 

“비과아앙!!!”

 

릭의 첫 카드는 하트 A, 그리고 두 번째도 하트, 세 번째도 하트, 네 번째, 다섯 번째도 하트였다.

 

“아쉽게도 플러쉬네.”

 

꽤나 좋은 카드라 자신만만한 릭 앞에 비광이 의기양양 카드를 뒤집었다.

 

“풀하우스여 아그야.”

 

5 세 장과 8 두 장의 카드가 뒤집혔고 비광은 제 오른편 자리를 탁 쳤다.

 

“거 마틴아 이리 좀 와 보아라.”

 

춘향이 수청 들라는 사또처럼 말하는데 토마스가 손짓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예요.”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봐요♡

 

 

 

 

 

그 후로 B는 끅끅거리면서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저 비광이랑 있고 싶어요’를 울면서 말했고 정절을 위협받는 과부마냥 가슴 앞에서 손을 교차시켰다.

 

가면 밑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졌고 입으로는 ‘안돼요’를 연발하는 바람에 토마스는 ‘이것은 절대 인신매매가 아니며 자신은 B를 사고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했다.

 

마틴은 ‘그러게 제가 안된다고 했죠!’라고 릭에게 다그쳤고, 보란 듯이 토마스의 무릎에 앉다가 ‘무거워’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봐요.”

 

“그랴, 다음에 또 보장께.”

 

“다음에 또 봐요. 자, 피터도 인사.”

 

“...”

 

부엉!

 

피터는 토마스의 손을 꼭 잡고 연합으로 걸었다.

 

“그런데 형, 양손의 꽃이 뭐야?”

 

“음... 손에 손잡고 나란히 있는게 아닐까?”

 

“그럼 형아는 나랑 엘리랑 사이에 있으니까 매일 양손의 꽃이네.”

 

마틴은 재단 쪽으로 걷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릭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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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2014. 12. 13. 02:50 | Posted by 호랑이!!!

소협은 누구요?”

 

나그네가 하미레즈를 부른 그 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우 싸락눈이 흩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하늘도 땅도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눈송이가 흩날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일 만큼 내리고 있었다.

 

그거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그렇소.”

 

하미레즈는 나그네가 자신에게 제대로 말을 거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소협은 어째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하미레즈. 따라해 봐.”

 

“...하미레즈?”

 

.”

 

.”

 

그게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요상하오.

 

나그네는 여러번 하미레즈, , 하미레즈 하고 되뇌었다.

 

혹시 그 햄미레즈인가 하는 것이 소협의 이름이오?”

 

하미레즈. 크리스티안 하미레즈라고 한다.”

 

나그네라 하오.”

 

나그네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소협,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그 손은 하미레즈의 팔 위에 얹혔다.

 

나그네는 자신과는 색이 다른 하미레즈의 팔과 그 위에 얹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사람을 보는 것이 하도 오랜만이라 그러는데 조금만 더 만져보아도 되겠습니까?”

 

하미레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그네는 사람의 온기를 음미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야가 밝아진다 하였더니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얼음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이후 눈이건 얼음이건 차가운 것은 질색이었는데 지금만은 눈이 그치는 것이 야속했다.

 

하미레즈는 팔을 뻗어 나그네를 꽉 안았고 나그네는 팔을 올려 자신을 안은 하미레즈의 팔을 잡아 안았다.

 

“...소협은 참으로 따뜻하오.”

 

나그네는 작게 속삭였고, 눈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눈은 조금씩 그치면서 녹기 시작했고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하미레즈는 안은 팔을 몇 번 움썩이다가,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

 

초코파이 사줘.”

 

아까까지 눈에 돌던 총기는 간데 없었다.

 

다음번, 하얗게 눈이 내리고 세상에 하늘과 땅이 달라 보이지 않는 때.

 

그때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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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첫 실기 수업은 타라 조노비치 교수님의 마법 수업이었다.

 

길고도 지루하게 각종 잔소리(라고 받아들여진 설명과 이론)를 마친 다음에 아이들 앞에는 깃털 하나씩이 놓였다.

 

그러고보니 누가 옛날에 이 마법으로 트롤을 쓰러뜨렸다고 하긴 하던데.

 

요즘 세상에 트롤이 어딨어.

 

피터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깃털을 겨냥해 공중으로 휙 들어올렸다.

 

자신의 첫 마법 발현이 폴터가이스트인 만큼 이런 것은 쉬웠으니까.

 

그렇게 래번클로에 5점을 받은 피터는 의기양양해졌다.

 

이글 홀든 그건 5학년인 지금까지 점수 깎아먹었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지만 자신은 고작 첫날에 5점씩이나 받았다구!

 

이걸 토마스 형한테 얘기해주면 기뻐할테지, 빨리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피터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형은 이 시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그러니까... 1층이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의 사무실은 3층인데 수업이 1층이라니, 진짜 귀찮게 한다.

 

수업도 3층이면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자신도 같은 층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피터는 대리석 계단을 단숨에 내려갔다.

 

특별히 폭이 넓은 계단이거나 사라지는 계단 따위는 휙휙 뛰어넘으며 단숨에 1층으로 내려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의 문을 활짝 열었더니 수십개의 눈동자가 피터 쪽을 바라보았다.

 

방어술 수업을 맡은 카인 스타이거는 한쪽 손으로는 책을 받쳐 들고 다른 쪽 손으로 지팡이(켈피의 갈기, 마호가니)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 동생 모나헌이다

 

쟤 걔지? ... 래번클로의...’

 

피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토마스를 찾아 그 쪽으로 갔다.

 

토마스 형, 이것 봐.”

 

피터는 토마스 앞으로 가더니 토마스의 깃펜을 놓고 지팡이(용의 심장, 호랑가시나무)를 휙 휘둘렀다.

 

깃펜은 가볍게 위로 떠올랐고, 피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글 쪽을 보았다가 토마스에게 가슴을 펴 보였다.

 

“5점 받았어.”

 

토마스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그저 피터를 내려다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피터...”

 

그 때, 아이들을 헤치고 스타이거 교수가 다가왔다.

 

교수는 피터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래번클로에 30점 감점.”

 

스타이거 교수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허공에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1학년이니 징계는 주지 않겠다, 피터 모나헌. 네 교실로 가라.”

 

대단하다- 스타이거 교수님 수업을 방해하고

 

이글 홀든에 피터 모나헌에... 래번클로 되게 웃긴다

 

스티븐슨 진짜 고생하겠다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토마스 스티븐슨, 일어서서 그 다음을 읽어라.”

 

.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드모트가 부리는 마법 군단에...”

 

피터는 떨어진 깃펜을 보았다.

 

그냥 형이 대단하네, 첫 수업인데 이만큼이나 하고!’라고 해 주었으면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비웃고 형은 이쪽을 돌아봐주지도 않는다.

 

토마스 형아.”

 

“...대한 방어책으로는 가장 믿을 사람을 골라 암호를 주고받는 것을 권고했고...”

 

토마스 형.”

 

“...기본적으로는 외형을 본떠 마법을 거는 것이니 암시를 걸거나...”

 

토마스!”

 

토마스의 읽기가 멈췄다.

 

피터.”

 

토마스가 돌아봐 주자 피터가 눈을 반짝였다.

 

, 어서 웃으면서 대단하다고 말해.

 

형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토마스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는 형이 수업하는 곳이야. 어서 피터 교실로 가.”

 

피터는 잠시간 토마스를 올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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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9. 16:10 | Posted by 호랑이!!!

스타이~~”

 

웨슬리는 카인을 뒤에서 꽉 안았다.

 

근육이 섞였지만 말랑말랑한 몸이 폭 안겼다.

 

“...무슨 일이야.”

 

휴일, 한가로운 날임에도 카인의 의상은 세미정장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다.

 

너 그 무늬 안 어울려.”

 

링 패턴인가 뭔가라는 기하학 무늬가 빼곡하니 들어선 블라우스는 분명 이번 유행이라고 했지만.

 

-, 어린애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달까.

 

순하고 작은 강아지 같은 얼굴인데 이런 딱딱한 옷이라니 아깝잖아.

 

좀 더, 좀 더, 좀 더...

 

그래, 예를 들면 커다란 꽃무늬가 프린팅된 분홍색 티셔츠라던가.

 

O쿠마나 키O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하지만 카인은 고개를 팩 돌려 아까까지 읽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웨슬리는 카인의 어깨를 꽉 잡은 뒤 시선을 책에 뺏기지 않게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쇼핑하러 가자!”

 

“Nein.”

 

“...그럴 줄 알고 이미 해 왔지!”

 

“...그런 준비성은 다른 곳에 좀 써.”

 

회색이 섞인 연한 분홍색에 색색가지 꽃잎이 달린 커다란 꽃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카인 앞으로 내밀어졌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이런 건 갈색이나 검은색 머리를 길게 기른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카인은 소년들만큼 짧게 자른 자신의 회색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 기껏해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아무튼 나는 아냐.”

 

내 눈을 믿어!”

 

웨슬리는 연이어 까만색 짧은 바지와 스타킹을 던져 주었다.

 

바지 너무 짧...”

 

빨리 입으라고!”

 

웨슬리가 카인이 입은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대자 카인은 기겁하며 자신의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가렸다.

 

“...볼 것도 없는 게.”

 

웨슬리 슬로언!”

 

 

 



 

카인은 결국 웨슬리가 준 검은 반바지(빌려준 것)와 꽃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웨슬리는 아예 바지에 멜빵도 달아주고 싶어 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카인이 기를 쓰고 반대했기에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

 

카인은 가게의 유리나 거울 같이 몸을 비출 수 있는 게 있을 때마다 살짝살짝 자신을 비춰 보며 어색해 했다.

 

하나도 안 이상해, 너 진짜 귀여워.”

 

좋겠다~ 나도 이런 얼굴로 태어났으면 아직도 커다란 리본 달린 머리띠랑~ 레이스 프릴 달린 원피스~ 입었을 텐데~

 

웨슬리는 키득거리면서 카인의 팔짱을 끼고 끌어당겼다.

 

카인은 짧은 바짓단을 잡고 한 번 끌어내리면서 걷더니 다른 쪽 손에 들린 음료수 컵의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다고...’

[다톰] 커피 마시고 갈래

2014. 12. 4. 01:16 | Posted by 호랑이!!!

눈 내리는 밤.

 

홀든의 장남 다이무스 홀든은 막냇동생이 부탁한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걸었다.

 

도대체가, 집에서 노는 대학생 주제에, 그냥 자기가 가서 사면 될 것이지 왜 야근하고 피곤에 절은 큰형에게 이런 걸 시키고 그러는지.

 

아니, 그 이전에, 왜 편의점에서 파는 몸에 나쁜 음식을 사서 먹으려는가 이 말이다.

 

집에 있으면 요리사들이 애피타이저의 샐러드부터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줄 텐데.

 

하기사 그 녀석은 어릴 적부터 속을 이해할 수 없긴 했지.

 

어서오세요~”

 

편의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글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사람이 카운터 너머에 서 있었다.

 

다이무스는 속으로 하던 투덜거림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이글 그 녀석은 좀 반성해야 한다.

 

이글보다 어린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그 녀석은 형을 부려먹기나 하고...

 

그는 편의점 안을 휘 둘러보았다.

 

주먹밥은 어디 있지?”

 

저 끝 오른쪽에 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손으로 저쪽이라고 가리켰고, 다이무스는 고맙다고 한 뒤 그쪽으로 가 보았다.

 

보자, 그 녀석이 뭘 사달라고 했더라...

 

참치? 베이컨? ?

 

...주면 다 먹겠지.

 

종류별로 하나씩 집고는 카운터로 가져갔다.

 

-’

 

이글한테서 온 문자다.

 

다이무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 손으로는 지갑을 꺼내며 눈은 핸드폰의 액정에 두었다.

 

형 나 배고파~ 언제 오는데~

 

-’

 

계산해드릴게요~”

 

형아아~ 이렇게나 귀여운 막내가 배고프다구!

 

- -

 

[할인이나 적립 카드 가지고 있으신가요?]

 

발랄한 여자의 녹음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아 진짜! 다이무스 형! 동생이 배고프다는데 빨리 와서 줘야겠다, 그런 마음 안 생겨?

 

없다.”

 

[현금 영수증 발급받으세요~]

 

-’

 

! 읽는거 다 보이거든! 근데 왜 답장이 없어!

 

귀찮다.”

 

... , 죄송해요. 이 음성에 그렇게 진지하게 답하는 사람은 잘 없어서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서둘러 사과했다.


봉지에 먹을 것을 담고 계산을 해주더니 그는 카운터 너머로 와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여기, 제 건데 하나 드릴게요. 오늘은 눈도 오고, 좀 춥잖아요.”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기 위해 핸드폰을 내렸고, 그제야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름.”

 

토마스 스티븐슨이예요.”

 

토마스는 제 가슴팍에 달린 반짝이는 플라스틱 명찰을 가리켜 보였다.

 

다이무스 홀든이다.”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야간에 일하나? 손님도 없어 보이는데 지루하지 않나?”

 

뭐어... 조금요? 그래도 책도 읽고 공부도 틈틈이 하니까 시간은 잘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토마스가 보여준 책은 여기까지 읽었다고 표시한 책갈피가 거의 끝에 가 있었다.

 

길어봐야 앞으로 30분만에 다 읽겠지.

 

다이무스는 카운터에 기댔다.

 

같이 커피 마시지 않겠나?”

 

-’

 

~ 언제 와~~~ 다이무스 형아아아아~~~~~~~

 

다이무스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꺼 버렸다.

 

 

[최군/B비광] 달밤

2014. 11. 24. 19:47 | Posted by 호랑이!!!

어두운 밤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이 빛나고 약간의 별이 있었고, B의 옆에는 작은 등불이 따뜻한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아-야, 니 여서 뭐하노?”

 

성년도 넘은 그를 서슴없이 아가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B는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비광, 안 주무세요?”

 

“잘라 캤는데 말이제- 여짝에 누가 뎅그라니 앉아 있어가 말이제.”

 

비광은 B의 옆자리에 털석 앉더니, 시선이 B의 손께에 가 멎었다.

 

B는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더니 멋쩍은 듯 술병을 저쪽으로 밀어놓았다.

 

“진통제 안 먹구.”

 

“그냥... 약 채워두는걸 깜박했거든요.”

 

이 밤에 깨우기도 뭣하고, 사실 간만에 술도 마셔보고 싶었고.

 

그러냐, 며 비광은 B가 마시던 잔을 가져가 자신도 한 모금 삼켰다.

 

“캬아, 독하구만-”

 

B는 달을 보다 천천히 비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광.”

 

이런 때조차도 쓰고 있는 가면 너머로 눈이 등불의 빛을 받아 빨갛게 반짝인다.

 

“좋아해요.”

 

비광이 든 잔에 향 좋은 술이 따라졌다.

 

비광은 그 잔을 내려다보다가 입가로 가져갔다.

 

“...만약에.”

 

술을 넘기자 B가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술친구가 필요하면 같이 마셔 줄 수는 있제.”

 

“...고마워요.”

 

B는 다시 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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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총] 향수

2014. 11. 17. 21:18 | Posted by 호랑이!!!

카인과 웨슬리는 번화가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해는 졌지만 온갖 전구로 거리가 환하게 밝았고 음악소리는 어디에서든 흘러나왔다.

 

마치- 그때 같군.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한창 미국이 승리의 달콤함에 젖어있는 그때.

 

매일밤이 환하게 밝혀졌고 어디에서든 박람회가 열렸으며 젊은 남녀가 길거리에서 무도회를 갖던 때.

 

물론 웨슬리가 거기 끼어본 적은 없었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탈 때 신형 잠수정에 올랐고, 댄서들의 쇼를 보기보다는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며 길에서 솜사탕이나 팝콘을 먹으며 춤을 추기보다는 와인과 스파클링에 카나페를 맛보며 진짜 무도회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박람회를 유리창 너머로 눈에 박히도록 보았기 때문인지, 밝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났다.

 

뭘 그리 보나?”

 

“...밝은 거리를 보니 미국 생각이 좀 났네.”

 

아아, 쇼 따위가 연일 열린다지. 재밌었나보군.”

 

그 반대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네.”

 

자네가? ?”

 

웨슬리는 대답 대신 카인의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는 왜 게르만이 아메리칸을 마시고 있나?”

 

게르만(Germane)이 아니라 져먼(German)일세, 자네는 미국인이면서 그렇게 영어를 못해서 어쩌면 좋나.”

 

카인은 컵 안의 커피를 마저 마시고 웨슬리의 잔을 보았다.

 

커피에 설탕 두 조각을 넣더니 마냥 창밖을 보면서 스푼으로 휘적휘적 젓고만 있다.

 

입도 대지 않은 저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었겠지.

 

카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스푼을 내려놓자 웨슬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숟가락을 빼냈다.

 

한 번 옛날 생각을 했더니 주체할 수 없었다.

 

오렌지색과 하얀색의 꼬마전구는 휘감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로등이건 나무건 무엇이든 감고 빛났고 볼거리와 놀 거리가 들어있는 노란색 천막도 여기저기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 여자, 어린이, 나이 든 사람, 연인과 부부.

 

그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손에는 제각기 술병과 과자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은 자동차 안에서 밖의 불빛에 비추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자동차로 거리를 지나며 스치듯이 본 것이었지만 기억에 와 박히기에는 충분했다.

 

웨슬리는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지갑에서 팁을 꺼내 찻잔 받침 아래에 두고, 둘은 일어났다.

 

추운 거리를 지나며, 웨슬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거리는 춥다.

 

사람도 없고, 그나마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도 달랐으며 공기 중에 퍼진 달콤한 향내조차 없다.

 

웨슬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 때, 카인은 웨슬리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다른 손으로는 손을 맞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카인?”

 

내가 아는 춤이 하나밖에 없으니 양해하게.”

 

카인은 웨슬리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거리, 가로등, 반짝이는 전구.

 

그 순간 웨슬리의 눈에 옛날에 보았던 전구가 보였다.

 

설탕이 녹는 달콤한 향기와 녹아내리는 버터의 향, 터지는 옥수수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 끝에 모여 솜사탕과 팝콘의 냄새가 되었다.

 

하나, , 트럼펫과 드럼 소리가 귓가에 떠오르더니 사람들이 모여 춤추던 노래가 되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몇 분을 더 춤추었다.

 

카인은 그동안 몇 번 웨슬리의 발을 밟았고 웨슬리는 타박을 주며 낮게 킬킬거렸다.

 

거리에서 춤추는 게 이렇게나 즐거울 줄 몰랐어.”

 

웨슬리는 눈을 뜨고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들뜨고 즐거워,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취한 것 같다.

 

사랑하네, 스타이거.”

 

카인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다 다른 팔도 웨슬리의 등 뒤로 돌려 그를 꽉 끌어안았다.



[마틴X이글] 도서관

2014. 11. 11. 00:57 | Posted by 호랑이!!!

마틴은 도서관에서 이글 홀든과 마주쳤다.

 

그의 팔에 들린 것은 꽤 두꺼운 책들.

 

의외로군, 책을 많이 읽는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는데.

 

마틴의 능력이 사람들의 마음속을 읽는 것이니만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는 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서 으레 배어나오곤 하는 깊이나 매력 따위는 여지껏 이글에게서 본 적 없었다.

 

여어, 챌피. 너도 책 빌리러 왔어?”

 

안녕하세요 홀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네자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작아진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여기, 도서관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지 뭐야.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빌려 버렸어.”

 

그러면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자신과는 동갑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가볍고 장난스러워 얼핏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때 연합의 나이오비가 양팔에 책을 안고 다가왔다.

 

이글, 여기 좀 봐.”

 

나이오비가 가져온 책은 전부 동화책이었는데 이글은 그 책들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여기, 이쪽에 있는 건 애들 읽기 힘들 테고... ...이쪽에 있는 게 내가 추천하는 쪽.”

 

이거 재미있네.

 

나이오비는 책에 시선을 두느라 몰랐겠지만 마틴은 보았다.

 

책을 분류하느라 집중하는 동안 이글의 얼굴에서 뭔가가 한 겹 떨어지는 것 같더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책을 대할 때 짓는 표정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그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이글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마도 행복했을 한 때.

 

이글이 생각하는 속에는 고풍스러운 방 안과 커다랗고 밝은 난롯가가 있었고, 푹신하고 멋진 안락의자와 유모와 형들이 있었다.

 

거기 비치는 감정까지 읽으려 했는데 이글은 이미 마지막 책까지 분류해버렸다.

 

그리고 그 기억들과 분위기와 표정은 이글이 가진 까맣고 차가운 상자 속에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그 상자마저 사라졌다.

 

마틴은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이글이다.

 

겉도, 속도, 표정도, 분위기도,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마틴은 이글이 분류한 책 한 권을 들었다.

 

이 책들을 전부 읽어봤나요?”

 

아아, 집에 서재가 있어서. 책만큼은 아쉽지 않게 읽으며 자랐어.”

 

마틴은 이글과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눈 뒤 집었던 동화책을 펼쳤다.

 

이글의 머릿속에서 보았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마틴은 책의 덮개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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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X트리비아] 달빛을 받으며

2014. 11. 7. 04:21 | Posted by 호랑이!!!

그것은 아주 차가운 겨울의 달밤이었다.

 

나뭇가지마다 쌓인 눈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좁은 거리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는 사람을 추운 거리에서 따뜻한 집, 지붕과 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몰아넣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커튼을 치거나, 커튼이 없어도 창문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겨울밤에 트리비아와 루이스는 밖으로 나왔다.

 

호수는 스케이트 타기 좋을 정도로 두텁게 얼음이 얼어붙었고 낙엽은 이미 다 져버려 오랫동안 거리를 걷는다고 해도 낙엽이 얼굴에 불쾌하게 달라붙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루이스는 수 백년쯤 전에 기사들이 머리에 꽃을 꽂은 아가씨들에게 그러했듯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트리비아의 손을 청했다.

 

우아하게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은 트리비아는 루이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얼음판 위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뭇가지, , 벤치와 가로등 위로 내려앉은 눈은 아름답게 반짝였고 차가운 바람은 베일처럼 그들을 감쌌다.

 

눈이 반사하는 빛을 받으며 그들은 얼어버린 호수 가운데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호수 가운데, 트리비아와 루이스는 손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았고 문득 좁은 골목을 빠져나온 돌풍을 받아 트리비아의 날개가 펼쳐졌다.

 

왈츠를 추듯 잡은 손을 뻗고 다른 손은 서로의 허리에 감긴다.

 

트리비아의 발끝이 얼음을 스치며 그들은 얼마 전 눈이 와 구름이 적은 하늘로 떠올랐다.

 

달은 하얗고, 차갑지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엷은 구름이 마치 무도회의 무대처럼 퍼져 있었다.

 

진주와 장미로 장식한 드레스도 아니었고 여러 겹 격식을 갖춘 예복도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구름이 퍼진 그 가운데에서 그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샹들리에와 벽의 촛불 대신 걸린 수많은 별빛을 받으며 들리지 않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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