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인 카인 스타이거의 사무실은 3.

 

허나 스타이거 교수가 수업을 위해 고른 교실은 1층이다.

 

점심시간이면 늘 오전 수업동안 배고파했던 학생들은 교수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를 말하는 순간 연회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스타이거 교수는 학생들이 달려나간 직후의 고요한 복도를 걸어 계단 앞까지 가고, 그러면 아래층에서 마악 걸어 올라온 마법의 약 교수 웨슬리 슬로언과 마주칠 수 있다.

 

오늘도 수고했네, 슬로언.”

 

자네도, 스타이거.”

 

한쪽 팔에는 오늘 사용했던 책을 끼고 나란히 걷지만, 연회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넓은 1층을 한 바퀴 돌다시피 한다.

 

오늘도 복도에는 사람이 없구먼, 다들 배가 고팠나 보지.”

 

“...그러니까 젊은 애들한테 아침마다 죽 따윌 먹이니까 저렇게 굶주려 있는 거야."

 

내가 젊을 땐-하고 운을 떼는 것을, 슬로언 교수가 막았다.

 

덕분에 우리는 좋지 않나.”

 

그도 그렇군.”

 

식전 산책은 홀과 연결되는 계단부터 시작해서 안뜰이 보이는 복도를 걸어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원래라면 유령들이 돌아다니곤 하지만 스타이거 교수와 얘기한 덕분에 이 시간만은 1층에 오지 않는다.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나.”

 

질리지도 않는군.”

 

언젠가 그들이 학생이었던 때처럼 웃음섞인 목소리로 키득거리면서 결과를 아는 시답잖은 수작을 걸었다.

 

저쪽에서 다 보이네.”

 

어차피 아무도 없지 않나.”

 

그래도, 그럼 춥기도 하니 이쪽으로 돌아서서-”

 

날씨는 평소처럼 흐리다.

 

그런 평소의 나른하고,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를 내려는 찰나.

 

안뜰 쪽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피터!!!”

 

마악 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스타이거는 손을 멈춰버렸다.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군.”

 

“...성실한 학생이지.”

 

자네한테서 성실하다는 얘기를 듣다니, 역시 기대되는 학생이야.”

 

평소와 달리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은 빈 교실에서의 밀회 대신 안뜰을 지켜보기로 하고 난간에 다가서서 기댔다.

 

안뜰, 아직 겨울이라 분명히 나무와 덩굴이 있음에도 초록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색에 가까운 정원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푸른 머리색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뭐라는지 들리지는 않는군.”

 

학생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게 어떤가, 슬로언.”

 

버릇처럼 기둥의 그늘 뒤에 숨어 지켜보던 그들은 마침내 푸른 머리 중에서 작은 쪽이 큰 쪽에게 안기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저 학생이지? 자네 수업 중에 무작정 들어왔다던.”

 

스타이거 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 모나헌은... 듣자하니 1학년 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드러낸다고 하더군.”

 

내 수업시간에도 가장 뛰어나긴 하네만.”

 

슬로언 교수는 몸을 구부려 기둥 바깥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스타이거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옛날의 자네를 닮았네.”

 

나는 재능이라곤 없었지만.”

 

스타이거 교수는 작게 대꾸하고 여느 때라면 슬슬 연회장에 도착할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이만 가지.”

 

그럴까, 점심 메뉴가 기대되는군.”

 

스타이거 교수는 벽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슬로언 교수에게 짧게 입술을 대었다.

 

“...그래도 작은 모나헌에게 스티븐슨 학생이 있어서 다행이네.”

 

내가 그러했고, 그러한 것처럼.

 

그들은 복도를 마저 돌아 홀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핀도르의 루이스와 슬리데린의 벨져의 관계는 그거다.

 

친구보다 먼, 라이벌보다는 가까운.

 

아무리 학생수가 적다지만 루이스와 벨져는 사실 3학년까지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한두번 본 적은 있다지만 서로 예쁘네라는 감상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런 그들이 제대로 얼굴을 마주본 것은 벨져와 루이스가 3학년이 되어 각기 추격꾼과 수색꾼으로 퀴디치 팀 멤버가 되었을 때였다.

 

결승전에는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 맞붙게 되었고 후반 3분을 남겼을 때 스코어는 20:130이었고 루이스는 벨져에게 제안했다.

 

앞으로 3분 동안, 너 혼자서만 골을 넣는 거 어때?’

 

그 정도 핸디캡을 달더라도 내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지

 

그러나 그 이후 벨져는 다섯 번의 시도에서 한 골밖에 넣지 못했고, 그동안 그리핀도르는 두 골을 더 넣고 스니치까지 잡아 역전했다.

 

이러한 역전승에 그리핀도르를 응원하던 학생들은 전부 일어나 환호했고 벨져는 그 일 때문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퀴디치 연습까지 빠질 정도였다나.

 

어쨌거나 지금은 다 지난 이야기다.

 

벨져, 이거 뭐야?”

 

이건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해준 것 아닌가.”

 

방해받아서 짜증난다는 듯, 벨져는 가볍게 혀를 찼다.

 

여기서 만드라고라는...(중략)...이다. 그리고 거기, 오소리 가죽은 잘게 썰어서 넣어야 한다고 기술해야지.”

 

, .”

 

성의없이 대꾸하지 마라. 이따 읽어봐줄테니 다 쓰고 내놔.”

 

한창 소리죽여서 말을 하는데 저만치 토마스가 책장 사이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저쪽은 1학년들 추천도서가 있는 곳인데.

 

그러고보니 그거 들었어?”

 

뭐 말인가.”

 

피터 모나헌이라고, 래번클로 1학년. 걔가 스타이거 교수님 수업에 토마스 하나 보러 무작정 찾아갔다가 쫓겨났다더라.”

 

, 소문의 30.”

 

그 뒤로 피터가 보이지 않는다더니, 찾으러 다니나 보네.”

 

벨져는 잉크에 깃펜을 푹 담갔다가 꺼내 양피지에 글을 적으며 대꾸했다.

 

어떤 상황인지 알겠군, 예전에 이글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결국 정원 구석에서 덜덜 떠는 것을 찾긴 했지만.”

 

그건 좀 귀엽게 들리는데?”

 

실제로 귀여웠었다. 달래기 위해서 따뜻한 코코아와 마시멜로를 유모 몰래 가져다주려고 고생하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형이면 어쩔 수 없이 해주게 된다니까.”

 

그러고보니, 넌 형제가 있나?”

 

있긴 있어.”

 

거기서 루이스가 무어라 덧붙이려는 순간, 사서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그들의 옆에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 다, 잡담은 나가서 하도록!”

 

결국 쫓겨나, 그들은 양피지 다발과 잉크병을 손에 들고 복도에 섰다.

 

아 곤란하네, 도서실 다음으로 공부하기 좋은 곳은 휴게실인데 우린 기숙사가 다르고, 밖은 추운데.”

 

빈 교실이라도 찾아보지. 어지럽히지만 않는다면 교수님들도 신경 쓰지 않을 거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루이스는 옷깃을 여몄다.

 

아 춥다-.”

 

벨져는 루이스의 망토를 힐끗 보았다.

 

이 날씨에 입기에는 지나치게 얇은데? 그리고 안에 한 목도리는 어울리지 않게 고급품이고.

 

루이스.”

 

벨져가 부르기 전에, 복도의 모퉁이에서 누군가 먼저 루이스를 불렀다.

 

트리비아.. 교수님.”

 

카리나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녕, 홀든.”

 

박쥐 애니마구스이고 변신술 교수인 트리비아 카리나는 뱀파이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우아하고 뇌쇄적으로 아름다웠다.

 

들리는 말로는 팬클럽까지 있다지.

 

둘이 여기서 뭐하고 있어?”

 

공부할 교실을 찾는 중이예요, 교수님.”

 

그러자 트리비아 교수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단지 그뿐이었는데도 저절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5층에 있는 내 교실이라면 써도 좋지만, 다 쓰고 정리하는 거 기억하렴.”

 

고맙습니다.”

 

다시 복도를 돌아가 계단을 올라갔다.

 

넓고 좁은 계단을 오르고 사라지는 발판을 뛰어넘어 5층까지 올라갔다.

 

루이스는 변신술 교실을 열었다.

 

변신술 수업 외에는 쓰이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교실 구석에는 달팽이가 가득한 수조가 몇 개나 놓여 있었다.

 

리포트 다 쓰고 주방에 간식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싫다. 내가 왜 너랑 간식이나 먹으면서 한가하게 굴어야 하나.”

 

그럼 빗자루 타러 갈래?”

 

루이스, 리포트에 집중해라.”

 

차갑게 거절하고, 한동안은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종이에 글자를 적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적은 이내 깨졌는데, 벨져는 다 쓴 리포트를 다시 점검하며 루이스에게 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말인데. 장갑으로 할까?”

 

장갑은 받을 사람이 있으니까 다른 걸로.”

 

모자가 좋겠군.”

 



[쌍총/19금] 딥 쓰로트

2015. 1. 9. 01:39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릭마틴] When can I see you again?

2014. 12. 29. 03:15 | Posted by 호랑이!!!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받았습니다)






⌜이 편지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마틴 챌피는 한숨을 쉬며 편지를 접었다.

 

편지는 봉투째로 벽난로 속으로 들어갔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편지네요.”

 

저게 설령 사이퍼가 만든 일종의 사이킥 페이퍼라서 진짜로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 제게는 행복이 필요한 거지 행운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하얀색 종이봉투에 담긴 행운의 편지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찾아왔다.

 

세 번째로 받은 날, 마틴은 다시 봉투를 열고 안의 내용을 읽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이 편지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3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행운이 당신에게 깃들 것입니다⌟

 

이런 편지에 으레 있어야 하는 ‘7통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시오’하는 문구가 없다.

 

마틴은 그 편지의 뒷면과 봉투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 놓아두었던 시계가 땡땡땡 하는 소리를 내었다.

 

벌써 잘 시간이군요.

 

커튼을 걷어 바깥을 살폈더니 창밖은 어둑했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었다.

 

편지는 원래대로 접어 책상에 올려두고 마틴은 방의 불을 껐다.

 

 

 

 

 

마틴은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바다 냄새가 났다.

 

그리고 자신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하늘에는 달이 크고 밝게 빛나고 있었고 별은 쏟아질 듯, 손을 뻗기만 하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가득 매달려 있다.

 

“일어나 보시오.”

 

다정스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자 갈색 머리의 남자가 앞에 서 있었다.

 

“...꿈에는 자신이 본 사람의 얼굴만 나온다고 하던데, 제가 언제 당신을 만난 적 있었나요?”

 

그러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야말로 시원스레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그대의 꿈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시오.”

 

마틴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불 꺼진 등대에 바로 앞엔 바다가 파도치고 불빛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별이 반짝였다.

 

열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기분좋게 헤집고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머릿속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그는 마틴을 이끌어 유리 테이블 앞에 앉혔다.

 

유리 테이블 위에는 유리그릇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유리 구슬이 가득하게 들어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블론디, 그거 아시오?”

 

이것은 별이라오.

 

이게 별이라고요?

 

마틴이 반문하자 그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작고 하얀 초에 불을 붙였다.

 

초를 옆에 내리자 유리그릇 속의 수많은 유리알이 반짝거리며 빛을 내었다.

 

“그대를 위해 빛나는 별이라오.”

 

 

 

 

 

자명종이 금속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마틴을 깨웠다.

 

마틴은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정말 멋진 꿈이었는데.

 

오늘도 하루종일 사람들 사이에서 일해야 한다.

 

어제만 해도 이 생각만 하면 쉬고 싶다, 아프다고 할까, 감기에 걸렸다고 할까 생각했지만 왠지 오늘은 그조차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문득 마틴의 시야에 책상에 두고 잔 편지가 보였다.

 

행운이라.

 

꿈 속에서 보았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하하.”

 

그처럼 시원스레 웃어보려 했지만 큰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찌푸리고, 맥없는 모습.

 

양 손바닥으로 뺨을 꾹 눌렀다.

 

거울을 보고 활짝 웃었다.

 

 

 

 

 

오늘의 꿈 속은 몹시 추웠다.

 

이게 정말 살을 엔다는 거구나.

 

“춥지 않소?”

 

어제의 꿈 속에 나왔던 그 사람이었다.

 

그는 두터운 겉옷을 입혀 주었고 털신을 신겨 주었다.

 

오늘의 꿈속은 소파 위였는데 그 앞엔 모닥불이 타오르고 둥글게 주변이 정돈되어 있었다.

 

모닥불의 위에는 작은 주전자가 걸려 있었고 그는 마틴이 일어나 앉자 커다란 담요를 꺼내 함께 덮었다.

 

바닥이 얼음인데 불을 피워도 되는 걸까? 묻고 싶었지만 이내 머릿속에 답이 떠올랐다.

 

“여기는 제 꿈속이니까요.”

 

“스모어 먹겠소?”

 

“스모어?”

 

“내가 아주 좋아하는 거지, 밖에서 캠핑을 할 때마다 만든다오.”

 

아주 쉬워, 자 이걸 받아.

 

마틴은 쇠꼬챙이를 받았다.

 

끝이 뾰족한 쇠꼬챙이에 마시멜로를 끼우고 불 쪽으로 내밀자 곧 달콤한 향이 났다.

 

“챌피, 그렇게 가까이 놓으면 타 버린다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얀 마시멜로의 겉에는 갈색 기포가 생기더니 이내 불에 휩싸여 버렸다.

 

그가 후 불자 불이 꺼졌지만 하얀 마시멜로는 까맣게 타 버렸다.

 

“하는 수 없지. 자, 내 것으로 만드시오.”

 

겉이 살짝 갈색으로 변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마시멜로를 크래커에 올리고 그 위에 초콜릿 조각을 얹은 뒤 그 위에 크래커를 하나 더 얹자 보기 좋은 샌드가 되었다.

 

그는 그걸 익숙한 솜씨로 하더니 다 된 것을 마틴에게 내밀었다.

 

“자, 맛을 봐.”

 

마틴은 그것을 받아 한 입 깨물려다 그가 태운 마시멜로로 만든 스모어를 먹으려는 것을 보고 소매를 잡아당겼다.

 

“태운 것은 저니까, 그걸 저한테 주세요.”

 

그러자 그는 씩 웃더니 스모어를 입에 쏙 넣었다.

 

“아, 앗 뜨거! 뜨거....!”

 

“당신?!”

 

“이거 막 구운거라 뜨거우니 조심하시오. 아.. 후... 하후...”

 

마틴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혀를 내밀고 뜨거워하는 모습에 몸을 그 쪽으로 기울이곤 후- 입김을 불었다.

 

“좋아, 이 꿈의 주인인 제가 후-후- 했으니까 이제 괜찮을 거예요.”

 

릭은 하하, 웃고는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보았다.

 

“그래, 이제는 하나도 안 아파.”

 

문득, 마틴은 하늘이 몹시 밝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는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가득 빛의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황록색, 백색, 보라색, 푸른색이 어두운 밤에게서 그들을 감싸듯 하늘 끝까지 펼쳐진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했다.

 

마틴은 그가 만들어준 스모어를 한 입 베어물었다.

 

세상에 다시없을 달콤한 맛이었다.

 

“어떻소, 맘에 드오?”

 

“정말로... 멋져요.”

 

그는 마틴의 뺨에 입술을 대었다.

 

 

 

 

 

 

 

어김없이 자명종이 마틴을 깨웠다.

 

마틴은 입술이 닿았던 뺨을 만져보았다.

 

정말이지 생생한 꿈이다.

 

반할 것 같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행운의 편지를 들어 한가운데에 몇 번이고 입맞추었다.

 

자명종을 끄고 언제부터인지 거의 걷은 적 없던 커튼을 활짝 열었다.

 

아침햇살이 이렇게나 밝았던가? 아침의 공기가 이렇게 상쾌했던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 바람조차 기분 좋았다.

 

큰 소리로 웃고 싶었다.

 

일터에서 하루종일 그 꿈 생각이 났고, 꿈을 생각할 때면 손이 뺨을 만지고 있었다.

 

오늘도 만약 그 꿈을 꾼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볼 것이다.

 

평소 외출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점심시간에 재단 밖으로 나갔다.

 

재단 근처의 작은 가게로 들어가 크래커 한 봉지와 마시멜로, 초콜릿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가게의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상품이 눈에 띄었다.

 

가격표를 보니 제법 비싼데...

 

하지만 저걸 보니 꿈 속의 그 사람이 떠오른다.

 

저걸 선물해 주면 좋아할...

 

...아니, 정신 차려, 그 사람은 꿈 속의 사람이라고.

 

요 며칠의 꿈은 그냥... 꿈이야.

 

저걸 봐, 넌 평생가도 쓰고 싶지 않을 텐데 저만큼이나 비싼것에 돈을 쓸 여유가 있어?

 

하지만 결국 마틴은 사고 말았다.

 

심지어 점원에게 선물로 줄 거니 잘 포장해달라는 말까지 해서.

 

손바닥만한 상자를 벨벳 천으로 감싸고 비단끈으로 장식하듯 묶은 것을 주머니에도 넣지 않고, 마틴은 그대로 들고 재단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편지를 다시 읽었다.

 

⌜이 편지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3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행운이 당신에게 깃들 것입니다⌟

 

3일?

 

오늘이 3일째였다.

 

마틴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포장된 선물을 손에 쥐고 잠이 들었다.

 

 

 

 

 

“눈 떴소?”

 

밤이다.

 

꿈은 밤에 꾸는 거니까.

 

하지만.....

 

마틴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여긴 내 꿈이예요, 그렇죠?”

 

“그렇소.”

 

“그럼 꿈의 배경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대가 원한다면.”

 

이걸 보시오, 라며 그는 긴 종이를 펼쳐 보였다.

 

“그대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던지, 뭐든 가능하오.”

 

그리스의 건축물을 볼 수도 있고, 그 어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고대 신전을 탐험할 수도 있소.

 

히말라야의 산봉우리, 브라질 밀림의 흑표범을 만져볼 수도 있고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거대한 고래와 함께 헤엄칠 수도 있소.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는 마틴의 손을 잡았다.

 

다음 순간, 그들은 거대한 축제의 한복판에 와 있었다.

 

“주위를 보시오.”

 

신문에서 본 적 있다.

 

저것은 피라미드, 저것은 스핑크스.

 

“챌피,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전혀. 동물인가요?”

 

“그대는 방금 스핑크스에게 잡아먹혔소. 답은 사람이오.”

 

축제를 하는 사람들은 외국의 이방인들이 나타났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북을 두드리는 소리와 음악 소리는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거기 맞추어 춤을 추었다.

 

여기저기 불이 밝았고 사람들은 신처럼 웅장한 건축물 앞에서 춤을 주고 있었다.

 

“밤에? 춤을 춘다고요?”

 

“바로 그렇소!”

 

걱정 말아, 어두워도 남의 발에 발을 밟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릭은 마틴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들은 순식간에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휘말렸다.

 

“한밤의 축제 속에 빠진 것을 환영하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져서 지칠 때 까지 춤을 출 수 있었다.

 

춤을 추고, 추고, 추고, 음악은 뼛속까지 파고들어 뛰고, 손을 들고, 빙글빙글 돌게 한다.

 

마침내는 지쳐, 마틴은 한쪽으로 나가 주저앉았다.

 

“지쳤소?”

 

“너무 재미있어요!”

 

그러자 그는 이가 드러나도록 활짝 웃었다.

 

“나는 그대의 꿈이니까.”

 

그대가 거부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꿈 속으로 유혹하지.

 

거부할 수 없는 것, 이라는 말에 문득 떠올라서 마틴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오?”

 

“분명... 아까 쥐고 잠들었는데, 없어요.”

 

선물과 더불어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마틴이 기운이 없어 보여, 그는 마틴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신이 행운의 편지를 보냈어요, 그렇죠?”

 

“그렇소.”

 

“그럼 오늘밤이 마지막 꿈이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틴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만치, 한쪽 하늘이 밝아오는 것이 보였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꿈이고, 헛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틴은 그렇게 물었다.

 

“챌피, 이제 가야 하오.”

 

가기 전에 말해 주세요.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는 마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마틴은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이 몰려왔다.

 

이름을 물어보려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멋진 꿈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마틴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팔을 뻗었다.

 

그의 목에 팔을 감고, 귓가에 한마디를 속삭였다.

 

“사랑해요.”

 

세상은 검게 변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밤.

 

꿈은 꾸지 않았다.

 

선물로 주려고 했던 것은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여섯 번째의 밤을 보내고 일어난 마틴은 책상 위의 행운의 편지를 집어들었다.

 

봉투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고 꿈속의 그를 떠올렸다.

 

재단에서 일을 하고, 입이 심심할 때는 크래커에 초콜릿과 굽지 않은 마시멜로를 얹어 베어 물었다.

 

그리고 지금은.

 

서류를 브루스씨한테 전달해야 했다.

 

다시 한숨이 나왔다.

 

서류뭉치를 들고 그의 사무실로 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브루스씨는 지금 응접실에 있다고 했다.

 

급한 서류는 아니었지만 전달하기 위해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길쭉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한쪽에 브루스가 앉은 것이 보였다.

 

“브루스씨, 이거...”

 

‘챌피’

 

손에서 서류가 우수수 떨어졌다.

 

“챌피.”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보고싶었소.”

 

생각과 같은 말, 생각과 같은 느낌.

 

마틴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재단의 ‘침착’하고 ‘차분’한 인재, 마틴 챌피는 자신의 방으로 전력질주를 했고, 다시 응접실까지 전력으로 뛰어 돌아왔다.

 

헉헉거리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마틴은 손에 든 벨벳 상자를 그에게 있는 힘껏 던진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의 행복한 행운








[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2014. 12. 20. 13:09 | Posted by 호랑이!!!

“마음을 읽는다고 하셨나요? 마인드랑 같은 능력이네요.”

 

“그쪽에도 저 같은 능력자가 있나 보네요. 반가워요, 마틴 챌피예요.”

 

“B라고 해요.”

 

마틴과 B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 한편에서는 저런 화기애애하고 수줍은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불꽃튀는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대가 군단 프리랜서의 대표요?”

 

“아따, 거 먼데까이 내가 알려졌나 보이. 그랴, 내가 프리랜서 대표, 비광이요 타키온.”

 

차분한 목소리.

 

예의바르게 올라간 입꼬리와 웃는 표정.

 

그러나 그 눈만은 웃지 않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정 중 동!

 

그리고 저 멀리, 인사하는 보모와 아이 페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어이.”

 

부엉!

 

“...”

 

“초코파이 사줘.”

 

 

 

 

 

 

“요거요거 이것이 양놈들 화투다냐?”

 

“깔끔하니 보기 쉽죠?”

 

릭은 비광이 돈 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에 카드게임을 하자며 서양카드 한 벌을 꺼내들었다.

 

B는 전혀 몰랐지만, 비광은 릭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이런걸로 골패놀이를 하면 재미있나? 그림도 네 종류밖에 없고 영...”

 

비광은 에이스 카드 한 장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화투보다 넓고, 얇고, 하얀 배경에 무늬가 숫자에 맞게 박혀 있고... 흐음.

 

“...소매에 숨기기 좋겠구마.”

 

...네?

 

B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비광...?”

 

그러자 비광은 그를 돌아보더니 화알-짝 웃어보인다.

 

“비광, 안돼요, 안 돼요.”

 

비광 전에 사기치다 걸려서 손목 잘릴 뻔 했다면서요, 저기 마인드랑 같은 능력 쓰는 사람 있단 말이예요.

 

이번에 걸리면 진짜 손목 잘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전쟁에서 나왔다고 하니 손목으로 안 끝날지도 모르고.

 

“아그야.”

 

비광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B에게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B는 가면 밑으로 보이는 목이 새빨개져선 몸을 뒤로 빼었고 비광은 거기 따라붙어 얼굴을 가까이 했고 B는 다시 뒤로 빼었고 비광은 또 가까이 붙었다.

 

이 이상한 술래잡기는 B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끝이 났고 비광은 벽에 등이 닿아 옴짝달싹 못하는 B의 양 옆에 팔을 대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아그야, 게임이 뭐냐?”

 

“게임이요? 재밌는...거?”

 

“그랴, 재밌는 거. 내는 도박판에서 남을 속여가며 이기는거이 그리도 즐겁드라.”

 

“하지만... 하지만 비광...”

 

“아그야, 남자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를 때가 있다.”

 

비광은 멋들어지게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돌아섰고 B는 주르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중얼거렸다.

 

“비광은 여자잖아요...”

 

 

 

 

 

 

동양인은 좌식! 이라는 릭은 따끈한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비광은 양쪽으로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임에도 떡하니 양반다리로 앉았고 B는 ‘팬티 보여요!’라고 기겁하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 오빠가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라스베이거스랑 메트로폴리스에서 큰 판 벌리던 사람이었는데, 이거이거 촌 아가씨 기 죽으면 어떡하오~?”

 

“아따, 걱정도 팔자랑께. 양화투라고 봐주기 없기여? 뭐혀, 후딱 패 돌려.”

 

공정함을 기해 자신이 패를 나눠주겠다며 마틴이 카드를 착착 섞었다.

 

차르르 차르르 카드 섞이는 것을 보며 한쪽 팔을 괴고 있던 비광이 씩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내자식 손이 참 곱기도 곱구마잉~ 이따가 함 잡아봐도 될랑가?”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러자 과자를 집어 입에 넣던 릭이 B에게 웃어보였다.

 

“거기 예쁜이, 과자 좀 먹여 줄까?”

 

“아, 저... 저기... 괜찮아요.”

 

B는 귀 끝을 붉히며 무릎을 안고 비광의 옆에 쪼그려 앉았고 비광과 릭 사이에는 파지직 불꽃이 튀었다.

 

‘마틴 손을 잡아보겠다고?’

 

‘우리 B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기가 뭐가?’

 

그리고 웃음을 참는 마틴이 카드를 돌렸다.

 

 

 

 

 

“나그네씨도 프리랜서예요?”

 

“초코파이 사줘.”

 

“허리춤의 검을 보니 역시 검을 다루시는 분인가봐요.”

 

“어이 없어.”

 

토마스는 뒤로 돌아보았다.

 

어이라는 저 커다란 부엉이는 사람마냥... 아니 사람보다 훌륭하게 피터와 놀아주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시큰둥해하고 관심이 없던 피터도 이 커다란 부엉이와는 순식간에 친해져 왠지...

 

아 갑자기 피터와 보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주마등은 아니겠지.

 

“간식 만들어 줄까요?”

 

“초코파이 줘.”

 

초콜릿이 들어간 파이?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볼게요.”

 

“먹을거 줘.”

 

토마스는 피터와, 피터와 놀아주는 어이 쪽으로 손나팔을 만들었다.

 

“피터, 어이, 간식시간 할까?”

 

“할래.”

 

부엉!

 

날이 춥더라, 형이 따뜻한 우유랑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쉬었다가 놀...

 

토마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피터의 눈을 가렸고, 어이는 날개를 펼쳐 나그네의 눈을 가렸다.

 

“마에스트로! 마침 잘 왔소! 당장 저 여자 얼려버리시오!”

 

“나그네야 저놈아 저거저거 아주 몹쓸 놈이여!”

 

릭의 뒤에서 어깨를 잡고 말리는 마틴, 그리고 비광의 앞에서 막아서는 B.

 

아까까지 앉아서 ‘저 이거 좀 잘하거든요, 당신한테 이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와 ‘괜찮아요,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할게요. 우리 얼른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던 사람들은(어디까지나 토마스 시점)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듯 씩씩거렸다.

 

“...피터는 저런거 보면 안돼, 가서 식탁에 앉을까?”

 

“알았어 형아.”

 

토마스는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 선 어이는 마치 손가락인 마냥 큰 깃털 하나를 들고 말했다. 부엉부엉.

 

부엉, 부엉부엉부엉. 부엉.

 

“알았어 어이.”

 

나그네는 피터 옆에 얌전히 앉았다.

 

“거기 네 분도 이리 오세요, 차 끓여 드릴게요.”

 

배고프면 신경 날카로워지니까요.

 

그렇게 널찍한 테이블에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부엉이까지 하나 앉았더니 꽉 찬다.

 

아무래도 이거 작은 오븐에 굽는 작은 파이는 못 만들겠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진 토마스는 커다란 보울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는 커다란 프라이팬에 레코드판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반질반질한 하얀 접시에 커다란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고 생크림과 여러 가지 시럽, 딸기를 맨 위에 하나씩 장식해 자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그네가 포크를 들자 토마스는 나그네 앞에 머그컵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기다려. 요.”

 

묘한 박력이 있어 손을 대려던 비광도 릭도 포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토마스는 각자의 컵에 우유와 차를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에 따뜻한 우유와 각설탕 두 개를 떨어뜨려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와구와구와구.

 

그리고 접시가 요란하게 비워지는 소리가 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맛있어!”

 

“정말요?”

 

“아따, 저 아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먹지는 않는디. 거 괜찮으면 하나만 더 만들어 줘, 응?”

 

“저한테 맡기세요!”

 

아니, 하나만 더 만들면 되는....이라고 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 커다란 팬케이크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따아... 그쪽 아가야들은 다 이렇다냐? 엄~청 나구만~”

 

“저희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톰슨씨! 가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 좀 더 사다주세요!

 

다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물 붓는 거 잊지 말구요.

 

“저기... 토마스, 제가 설거지할게요.”

 

“고마워요!”

 

엄청 신나 보이네, 형.

 

피터는 부루퉁하게 양손으로 턱을 괴다가 이따끔씩 제 것을 얼만큼 떼어 옆의 어이에게 먹여주었다.

 

물론 딸기는 안 줘.

 

“피터, 형이 동물한테는 과자 주지 말라고 했지?”

 

“어이는 동물 아니야.”

 

“어이는 부엉이잖아.”

 

그러자 나그네가 식탁을 탁 쳤다.

 

“어이는 부엉이 아니야.”

 

 

 

 

 

 

토마스라 했던가? 아그야 니도 끼래이.

 

라는 말에 의해, 토마스도 그들 사이에 앉아 카드를 잡게 되었다.

 

“이거 그냥 게임만 할라니 맥아리가 빠져 못하겠구만.”

 

“그럼 역시 상품이 있어야하지 않겠소?”

 

“저기, 그거 사행성...”

 

“릭, 그걸 상품이라고 걸면 저 화낼거예요.”

 

그러자 릭은 잠시 주춤했으나 비광이 ‘사내자식이...’로 시작하는 도발을 듣자마자 자신이 생각하던 상품을 외쳤다.

 

“마틴이랑 B 사이에 앉아서 ‘양손의 꽃’ 하기!”

 

“좋다!”

 

“저도 상품이예요?!”

 

“릭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려치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승부는 삼세판.”

 

“이 오빠한테 영혼까지 털릴까봐 단판은 무섭소?”

 

“이 누나야가 타키온 아그 울까봐 해주는거 아니겠수~?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니 응애응애 울지는 말더라구?”

 

마틴이 패를 섞어 돌렸다.

 

첫 번째는 릭의 승리, 두 번째는 비광의 승리.

 

그런데 세 번째가 토마스의 승리라 그들은 다시 한 판을 하기로 했다.

 

대망의 마지막 판의 첫 패를 오픈하려는데, 마틴이 릭을 쿡 찔렀다.

 

“아야야, 왜 그러오 블론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릭은 칫 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B는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비광을 툭툭 두드렸다.

 

“왜 그런다야?”

 

“...비광, 지면 안 돼요. 아무리 제가 악당이었다고 해도 팔려가기는 싫어요.”

 

“팔려간다고?”

 

“저 상품이잖아요.”

 

인신매매는 싫다, 고 했더니 비광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비광?! 저 진짜 팔아버릴 거예요?!”

 

“자, 자 패 오픈한데이~”

 

“비과아앙!!!”

 

릭의 첫 카드는 하트 A, 그리고 두 번째도 하트, 세 번째도 하트, 네 번째, 다섯 번째도 하트였다.

 

“아쉽게도 플러쉬네.”

 

꽤나 좋은 카드라 자신만만한 릭 앞에 비광이 의기양양 카드를 뒤집었다.

 

“풀하우스여 아그야.”

 

5 세 장과 8 두 장의 카드가 뒤집혔고 비광은 제 오른편 자리를 탁 쳤다.

 

“거 마틴아 이리 좀 와 보아라.”

 

춘향이 수청 들라는 사또처럼 말하는데 토마스가 손짓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예요.”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봐요♡

 

 

 

 

 

그 후로 B는 끅끅거리면서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저 비광이랑 있고 싶어요’를 울면서 말했고 정절을 위협받는 과부마냥 가슴 앞에서 손을 교차시켰다.

 

가면 밑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졌고 입으로는 ‘안돼요’를 연발하는 바람에 토마스는 ‘이것은 절대 인신매매가 아니며 자신은 B를 사고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했다.

 

마틴은 ‘그러게 제가 안된다고 했죠!’라고 릭에게 다그쳤고, 보란 듯이 토마스의 무릎에 앉다가 ‘무거워’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봐요.”

 

“그랴, 다음에 또 보장께.”

 

“다음에 또 봐요. 자, 피터도 인사.”

 

“...”

 

부엉!

 

피터는 토마스의 손을 꼭 잡고 연합으로 걸었다.

 

“그런데 형, 양손의 꽃이 뭐야?”

 

“음... 손에 손잡고 나란히 있는게 아닐까?”

 

“그럼 형아는 나랑 엘리랑 사이에 있으니까 매일 양손의 꽃이네.”

 

마틴은 재단 쪽으로 걷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릭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맨/해그시] Language!  (0) 2015.06.04
[최군/톰맥스]MAX  (0) 2015.06.01
[킹스맨/찰리x에그시] 핸드폰  (0) 2015.05.13
[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0) 2014.12.13
[최군/B비광] 달밤  (0) 2014.11.24

[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2014. 12. 13. 02:50 | Posted by 호랑이!!!

소협은 누구요?”

 

나그네가 하미레즈를 부른 그 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우 싸락눈이 흩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하늘도 땅도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눈송이가 흩날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일 만큼 내리고 있었다.

 

그거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그렇소.”

 

하미레즈는 나그네가 자신에게 제대로 말을 거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소협은 어째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하미레즈. 따라해 봐.”

 

“...하미레즈?”

 

.”

 

.”

 

그게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요상하오.

 

나그네는 여러번 하미레즈, , 하미레즈 하고 되뇌었다.

 

혹시 그 햄미레즈인가 하는 것이 소협의 이름이오?”

 

하미레즈. 크리스티안 하미레즈라고 한다.”

 

나그네라 하오.”

 

나그네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소협,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그 손은 하미레즈의 팔 위에 얹혔다.

 

나그네는 자신과는 색이 다른 하미레즈의 팔과 그 위에 얹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사람을 보는 것이 하도 오랜만이라 그러는데 조금만 더 만져보아도 되겠습니까?”

 

하미레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그네는 사람의 온기를 음미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야가 밝아진다 하였더니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얼음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이후 눈이건 얼음이건 차가운 것은 질색이었는데 지금만은 눈이 그치는 것이 야속했다.

 

하미레즈는 팔을 뻗어 나그네를 꽉 안았고 나그네는 팔을 올려 자신을 안은 하미레즈의 팔을 잡아 안았다.

 

“...소협은 참으로 따뜻하오.”

 

나그네는 작게 속삭였고, 눈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눈은 조금씩 그치면서 녹기 시작했고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하미레즈는 안은 팔을 몇 번 움썩이다가,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

 

초코파이 사줘.”

 

아까까지 눈에 돌던 총기는 간데 없었다.

 

다음번, 하얗게 눈이 내리고 세상에 하늘과 땅이 달라 보이지 않는 때.

 

그때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너를 기다리며.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맨/해그시] Language!  (0) 2015.06.04
[최군/톰맥스]MAX  (0) 2015.06.01
[킹스맨/찰리x에그시] 핸드폰  (0) 2015.05.13
[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0) 2014.12.20
[최군/B비광] 달밤  (0) 2014.11.24

 

피터의 첫 실기 수업은 타라 조노비치 교수님의 마법 수업이었다.

 

길고도 지루하게 각종 잔소리(라고 받아들여진 설명과 이론)를 마친 다음에 아이들 앞에는 깃털 하나씩이 놓였다.

 

그러고보니 누가 옛날에 이 마법으로 트롤을 쓰러뜨렸다고 하긴 하던데.

 

요즘 세상에 트롤이 어딨어.

 

피터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깃털을 겨냥해 공중으로 휙 들어올렸다.

 

자신의 첫 마법 발현이 폴터가이스트인 만큼 이런 것은 쉬웠으니까.

 

그렇게 래번클로에 5점을 받은 피터는 의기양양해졌다.

 

이글 홀든 그건 5학년인 지금까지 점수 깎아먹었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지만 자신은 고작 첫날에 5점씩이나 받았다구!

 

이걸 토마스 형한테 얘기해주면 기뻐할테지, 빨리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피터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형은 이 시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그러니까... 1층이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의 사무실은 3층인데 수업이 1층이라니, 진짜 귀찮게 한다.

 

수업도 3층이면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자신도 같은 층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피터는 대리석 계단을 단숨에 내려갔다.

 

특별히 폭이 넓은 계단이거나 사라지는 계단 따위는 휙휙 뛰어넘으며 단숨에 1층으로 내려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의 문을 활짝 열었더니 수십개의 눈동자가 피터 쪽을 바라보았다.

 

방어술 수업을 맡은 카인 스타이거는 한쪽 손으로는 책을 받쳐 들고 다른 쪽 손으로 지팡이(켈피의 갈기, 마호가니)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 동생 모나헌이다

 

쟤 걔지? ... 래번클로의...’

 

피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토마스를 찾아 그 쪽으로 갔다.

 

토마스 형, 이것 봐.”

 

피터는 토마스 앞으로 가더니 토마스의 깃펜을 놓고 지팡이(용의 심장, 호랑가시나무)를 휙 휘둘렀다.

 

깃펜은 가볍게 위로 떠올랐고, 피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글 쪽을 보았다가 토마스에게 가슴을 펴 보였다.

 

“5점 받았어.”

 

토마스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그저 피터를 내려다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피터...”

 

그 때, 아이들을 헤치고 스타이거 교수가 다가왔다.

 

교수는 피터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래번클로에 30점 감점.”

 

스타이거 교수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허공에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1학년이니 징계는 주지 않겠다, 피터 모나헌. 네 교실로 가라.”

 

대단하다- 스타이거 교수님 수업을 방해하고

 

이글 홀든에 피터 모나헌에... 래번클로 되게 웃긴다

 

스티븐슨 진짜 고생하겠다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토마스 스티븐슨, 일어서서 그 다음을 읽어라.”

 

.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드모트가 부리는 마법 군단에...”

 

피터는 떨어진 깃펜을 보았다.

 

그냥 형이 대단하네, 첫 수업인데 이만큼이나 하고!’라고 해 주었으면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비웃고 형은 이쪽을 돌아봐주지도 않는다.

 

토마스 형아.”

 

“...대한 방어책으로는 가장 믿을 사람을 골라 암호를 주고받는 것을 권고했고...”

 

토마스 형.”

 

“...기본적으로는 외형을 본떠 마법을 거는 것이니 암시를 걸거나...”

 

토마스!”

 

토마스의 읽기가 멈췄다.

 

피터.”

 

토마스가 돌아봐 주자 피터가 눈을 반짝였다.

 

, 어서 웃으면서 대단하다고 말해.

 

형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토마스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는 형이 수업하는 곳이야. 어서 피터 교실로 가.”

 

피터는 잠시간 토마스를 올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에서 나갔다.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총/19금] 딥 쓰로트  (0) 2015.01.09
[릭마틴] When can I see you again?  (0) 2014.12.29
[여쌍총/쌍총Ts] 다른 옷  (0) 2014.12.09
[다톰] 커피 마시고 갈래  (2) 2014.12.04
[쌍총] 향수  (0) 2014.11.17

[여쌍총/쌍총Ts] 다른 옷

2014. 12. 9. 16:10 | Posted by 호랑이!!!

스타이~~”

 

웨슬리는 카인을 뒤에서 꽉 안았다.

 

근육이 섞였지만 말랑말랑한 몸이 폭 안겼다.

 

“...무슨 일이야.”

 

휴일, 한가로운 날임에도 카인의 의상은 세미정장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다.

 

너 그 무늬 안 어울려.”

 

링 패턴인가 뭔가라는 기하학 무늬가 빼곡하니 들어선 블라우스는 분명 이번 유행이라고 했지만.

 

-, 어린애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달까.

 

순하고 작은 강아지 같은 얼굴인데 이런 딱딱한 옷이라니 아깝잖아.

 

좀 더, 좀 더, 좀 더...

 

그래, 예를 들면 커다란 꽃무늬가 프린팅된 분홍색 티셔츠라던가.

 

O쿠마나 키O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하지만 카인은 고개를 팩 돌려 아까까지 읽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웨슬리는 카인의 어깨를 꽉 잡은 뒤 시선을 책에 뺏기지 않게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쇼핑하러 가자!”

 

“Nein.”

 

“...그럴 줄 알고 이미 해 왔지!”

 

“...그런 준비성은 다른 곳에 좀 써.”

 

회색이 섞인 연한 분홍색에 색색가지 꽃잎이 달린 커다란 꽃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카인 앞으로 내밀어졌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이런 건 갈색이나 검은색 머리를 길게 기른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카인은 소년들만큼 짧게 자른 자신의 회색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 기껏해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아무튼 나는 아냐.”

 

내 눈을 믿어!”

 

웨슬리는 연이어 까만색 짧은 바지와 스타킹을 던져 주었다.

 

바지 너무 짧...”

 

빨리 입으라고!”

 

웨슬리가 카인이 입은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대자 카인은 기겁하며 자신의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가렸다.

 

“...볼 것도 없는 게.”

 

웨슬리 슬로언!”

 

 

 



 

카인은 결국 웨슬리가 준 검은 반바지(빌려준 것)와 꽃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웨슬리는 아예 바지에 멜빵도 달아주고 싶어 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카인이 기를 쓰고 반대했기에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

 

카인은 가게의 유리나 거울 같이 몸을 비출 수 있는 게 있을 때마다 살짝살짝 자신을 비춰 보며 어색해 했다.

 

하나도 안 이상해, 너 진짜 귀여워.”

 

좋겠다~ 나도 이런 얼굴로 태어났으면 아직도 커다란 리본 달린 머리띠랑~ 레이스 프릴 달린 원피스~ 입었을 텐데~

 

웨슬리는 키득거리면서 카인의 팔짱을 끼고 끌어당겼다.

 

카인은 짧은 바짓단을 잡고 한 번 끌어내리면서 걷더니 다른 쪽 손에 들린 음료수 컵의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다고...’

[다톰] 커피 마시고 갈래

2014. 12. 4. 01:16 | Posted by 호랑이!!!

눈 내리는 밤.

 

홀든의 장남 다이무스 홀든은 막냇동생이 부탁한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걸었다.

 

도대체가, 집에서 노는 대학생 주제에, 그냥 자기가 가서 사면 될 것이지 왜 야근하고 피곤에 절은 큰형에게 이런 걸 시키고 그러는지.

 

아니, 그 이전에, 왜 편의점에서 파는 몸에 나쁜 음식을 사서 먹으려는가 이 말이다.

 

집에 있으면 요리사들이 애피타이저의 샐러드부터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줄 텐데.

 

하기사 그 녀석은 어릴 적부터 속을 이해할 수 없긴 했지.

 

어서오세요~”

 

편의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글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사람이 카운터 너머에 서 있었다.

 

다이무스는 속으로 하던 투덜거림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이글 그 녀석은 좀 반성해야 한다.

 

이글보다 어린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그 녀석은 형을 부려먹기나 하고...

 

그는 편의점 안을 휘 둘러보았다.

 

주먹밥은 어디 있지?”

 

저 끝 오른쪽에 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손으로 저쪽이라고 가리켰고, 다이무스는 고맙다고 한 뒤 그쪽으로 가 보았다.

 

보자, 그 녀석이 뭘 사달라고 했더라...

 

참치? 베이컨? ?

 

...주면 다 먹겠지.

 

종류별로 하나씩 집고는 카운터로 가져갔다.

 

-’

 

이글한테서 온 문자다.

 

다이무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 손으로는 지갑을 꺼내며 눈은 핸드폰의 액정에 두었다.

 

형 나 배고파~ 언제 오는데~

 

-’

 

계산해드릴게요~”

 

형아아~ 이렇게나 귀여운 막내가 배고프다구!

 

- -

 

[할인이나 적립 카드 가지고 있으신가요?]

 

발랄한 여자의 녹음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아 진짜! 다이무스 형! 동생이 배고프다는데 빨리 와서 줘야겠다, 그런 마음 안 생겨?

 

없다.”

 

[현금 영수증 발급받으세요~]

 

-’

 

! 읽는거 다 보이거든! 근데 왜 답장이 없어!

 

귀찮다.”

 

... , 죄송해요. 이 음성에 그렇게 진지하게 답하는 사람은 잘 없어서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서둘러 사과했다.


봉지에 먹을 것을 담고 계산을 해주더니 그는 카운터 너머로 와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여기, 제 건데 하나 드릴게요. 오늘은 눈도 오고, 좀 춥잖아요.”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기 위해 핸드폰을 내렸고, 그제야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름.”

 

토마스 스티븐슨이예요.”

 

토마스는 제 가슴팍에 달린 반짝이는 플라스틱 명찰을 가리켜 보였다.

 

다이무스 홀든이다.”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야간에 일하나? 손님도 없어 보이는데 지루하지 않나?”

 

뭐어... 조금요? 그래도 책도 읽고 공부도 틈틈이 하니까 시간은 잘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토마스가 보여준 책은 여기까지 읽었다고 표시한 책갈피가 거의 끝에 가 있었다.

 

길어봐야 앞으로 30분만에 다 읽겠지.

 

다이무스는 카운터에 기댔다.

 

같이 커피 마시지 않겠나?”

 

-’

 

~ 언제 와~~~ 다이무스 형아아아아~~~~~~~

 

다이무스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꺼 버렸다.

 

 

[최군/B비광] 달밤

2014. 11. 24. 19:47 | Posted by 호랑이!!!

어두운 밤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이 빛나고 약간의 별이 있었고, B의 옆에는 작은 등불이 따뜻한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아-야, 니 여서 뭐하노?”

 

성년도 넘은 그를 서슴없이 아가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B는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비광, 안 주무세요?”

 

“잘라 캤는데 말이제- 여짝에 누가 뎅그라니 앉아 있어가 말이제.”

 

비광은 B의 옆자리에 털석 앉더니, 시선이 B의 손께에 가 멎었다.

 

B는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더니 멋쩍은 듯 술병을 저쪽으로 밀어놓았다.

 

“진통제 안 먹구.”

 

“그냥... 약 채워두는걸 깜박했거든요.”

 

이 밤에 깨우기도 뭣하고, 사실 간만에 술도 마셔보고 싶었고.

 

그러냐, 며 비광은 B가 마시던 잔을 가져가 자신도 한 모금 삼켰다.

 

“캬아, 독하구만-”

 

B는 달을 보다 천천히 비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광.”

 

이런 때조차도 쓰고 있는 가면 너머로 눈이 등불의 빛을 받아 빨갛게 반짝인다.

 

“좋아해요.”

 

비광이 든 잔에 향 좋은 술이 따라졌다.

 

비광은 그 잔을 내려다보다가 입가로 가져갔다.

 

“...만약에.”

 

술을 넘기자 B가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술친구가 필요하면 같이 마셔 줄 수는 있제.”

 

“...고마워요.”

 

B는 다시 잔을 받았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맨/해그시] Language!  (0) 2015.06.04
[최군/톰맥스]MAX  (0) 2015.06.01
[킹스맨/찰리x에그시] 핸드폰  (0) 2015.05.13
[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0) 2014.12.20
[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0) 201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