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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무스X이글] '지나치게' 감상적인

2014. 11. 2. 20:53 | Posted by 호랑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다이무스 홀든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꽃잎이 떨어지는 광경이나 구름이 하늘에 흘러가는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시 쓰는 일을 좋아하니까.

 

자신은 감상적이다.

 

가주는 감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은 가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벨져가 첫째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분명 좋은 가주는 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가 그 위치에 만족할 테니까.

 

다이무스는 창밖을 보다가 책상 위의 쌓인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글과 책을 읽던 일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는 현학적이고 감상적인 현자가 나왔었고, 같이 책을 읽던 이글은 그 현자가 멋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렸던 자신은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

 

현학적이고 감상적인 시라도 써 보려고 했다가 너무 형편없어서 물에 씻어버린 양피지도 여럿 되었었지.

 

그 생각에 이르자 굳어있던 눈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형아, 술 마시자."

 

갑자기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와 이글이 말했다.

 

'같이 마실래?'가 아니라 '마시자'인 만큼 이글의 손에는 글라스 두 개와 포도주 병도 들려 있었다.

 

뭔가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걸까, 안색은 굳었고 불안해 보였다.

 

매일 실없이 웃는 얼굴을 하던 이글이 저런 표정이라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서류를 하는 대신 같이 술을 마셔주기로 하고 다이무스는 책상에서 서류를 정리해 한쪽에 쌓아두었다.

 

이글은 의자를 가져와 털석 앉더니 글라스에다 와인을 콸콸콸 따랐다.

 

"무슨 일 있더냐?"

 

", 나 말이야-"

 

이글은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켰다.

 

저만한 양을 저렇게 들이킨다면 한잔으로도 취할 텐데.

 

"난 형이 좋아. 형이 날 좋아하듯 형이 좋다는 게 아니야. 사랑해."

 

젊은 남자가 연인에게 할 법한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다이무스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자신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인간이다.

 

방금도 이글의 고백을 듣고 하마터면 흔들릴 뻔 했으니.

 

자신은 가주가 되어야 한다.

 

감상적인 부분은 잘라내야 한다.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

 

다이무스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형의 반응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이글은 자신의 손 옆에 칼이 내려꽂히자 섬뜩함을 느꼈다.

 

아름답게 세공된 편지칼이 손목 옆에 꽂혀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옆으로 움직였다간 오랫동안 검을 잡지 못할 위치였다.

 

"... 다이무스 형...?"

 

"기분 나쁘다."

 

다이무스는 아까와 다를 바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지극히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 천천히 손을 떼었다.

 

"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이무스는 자칫 흔들릴 뻔한 자신을 다잡듯 말했다.

 

"설마 내가 네 말을 듣고 기뻐하기라도 할 줄 알았나."

 

몸을 숙이자 자신의 눈 앞에 불안하게 떨리는 이글의 눈이 있었다.

 

"두 번 다시는, 내게 가까이 오지 마라."

 

이글은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고 다이무스는 열린 문을 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쓰러지듯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팔을 앞으로 쭉 뻗더니 정갈하게 쌓여있던 서류를 옆으로 떨어뜨려버렸다.

 

종이는 팔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고 다이무스는 책상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머리를 들고 엎질러진 잔에 와인을 다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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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보물상자

2014. 11. 2. 20:35 | Posted by 호랑이!!!

피터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의 가장 아래쪽에는 노랗게 바랜 구두상자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으레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보물상자'에는 조개껍데기나 오랜 편지 따위가 자질구레하게 들어있기 마련이었으나 피터의 상자에는 낡은 옷 한벌 뿐이었다.

 

몸이 자라서 옷을 입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옷을 넣어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낡아 색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솔기 하나 뜯어지지 않고 고이 모셔진 옷은 가슴팍의 검은 얼룩 외에는 아무 흠도 없었다.

 

검은 얼룩.

 

얼핏 잉크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은 피로.

 

그 주인은... 이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생김새나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지만 안겼을 때 포근했던 품이나 다정하던 말투, 자신을 끊임없이 보살펴주던...

 

파란 머리였다.

 

, 이건 확실해.

 

눈도 파란색... 이었나? 그랬겠지.

 

그리고 하얀색 넥워머...가 있었다.

 

얼음벽이 둘 사이에 서 있었고... 그 얼음벽 너머로 형이 있었고.

 

그리고 정말 투명하던 벽에 극장의 커튼이 막이 내리듯 피가 흘러내렸다.

 

피터는 옷을 집어들었다.

 

이제는 옷이 마치 인형의 옷처럼 작게 보였다.

 

옷에다 코를 묻고 한 번 숨을 들이쉰 뒤 다시 차곡차곡 개어 상자에 넣었다.

 

-보고싶다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도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달라구요!”

 

뭘 그 정도로 그래~ 오늘은 별일 없었잖아?”

 

-- 없었다구요? 우편물을 전부 다시 분리해서 하나하나 전교생에게 가져다 준 데다 부엉이들이 다친게 별일이 아니예요? 후플푸프 애들도 여럿 다쳤다구요!”

 

부엉이 발톱에 좀 긁힌 거 가지고 호들갑 떨긴.”

 

후플푸프 애들은 이제 래번클로의 이글 홀든하면 치를 떤다구요! 아무리 착한 애들이지만 이대로 가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처럼 사이가 나빠질 것...

 

이글은 이어지는 잔소리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는데 지나가던 루이스와 마주쳤다.

 

안녕, 오늘도 수고하네 반장.”

 

수고라뇨, 뭐 수고랄 것 까지는... 루이스 선배도 작년에 반장이셨잖아요.”

 

허어.

 

이글은 순식간에 변신해 수줍어하는 토마스를 보았다.

 

하기사, 이글은 알고 있었다.

 

작년에 루이스가 그리핀도르의 반장을 지낸 이후 토마스가 얼마나 반장을 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올해 은색의 P배지가 반장 임명장과 함께 도착하였을 때 얼마나 기뻐하였는지도.

 

그래도 이거 너무하네, 아까까지 자신한테 딱 붙어 잔소리를 퍼붓던 토마스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수줍어하는 새댁같은 녀석이 왔냐.

 

토마스, 얼굴 빨개졌다.”

 

, 아니, 이건... 그냥 더워서...”

 

이제 11월인데?”

 

손부채질을 하는 토마스를 삐딱하게 놀려대자 루이스는 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 너도 토마스 그만 고생시키고.”

 

루이스가 떠나자 이글 홀든은 입술을 삐죽 거렸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은 멀어져가는 루이스 쪽으로 혀를 내밀었다.

 

들었죠? 저 좀 그만 고생시키라고 하잖아요.”

 

, 꼭 갓 결혼한 새신랑한테 하는 말 같네.”

 

전 이글 형 아니어도 할 일이 많다구요.”

 

토마스는 이글의 말을 못들은체 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마스 형.”

 

그때 저쪽에서 걸어오는 1학년 꼬마가 보였다.

 

초록색 머리에 하얗게 타들어간 눈.

 

미쉘 모나헌의 동생으로 홀해 입학한 1학년생이었다.

 

반장에, 퀴디치 선수에, 보모라니 거 바쁘겠네.”

 

형이 사고만 안 치면 토마스 형 일도 반으로 줄어들 거야. 망나니 형.”

 

그러더니 토마스의 다리 뒤에 숨어서 보란 듯 토마스를 끌어안는다.

 

그건 네 얘기겠지, 하루종일 토마스한테 찰싹 붙어선.”

 

내가 그런다고 기숙사 점수가 깎이거나 징계를 받지는 않아. 오늘 소동으로는 몇 점 깎았어? 5? 10?”

 

20점이었다.

 

토마스는 그만 하라는 듯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거기까지. 피터, 수업 들어갈 준비 다 했어?”

 

.”

 

교과서?”

 

넣었어.”

 

양피지 두루말이.”

 

있어.”

 

잉크병, 깃펜은?”

 

피터는 대답 대신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다.

 

잘했어, 그럼 수업 잘 다녀와.”

 

, 형아도 잘 다녀와.”

 

얼씨구, 아주 훈훈하시다.

 

겉보기만으로는 우리 형제보다도 더 형제같으니 이게 바로 물이 피보다 진하다는 경우로구나.

 

이글은 피터와 눈이 마주치자 눈꺼풀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피터한테 있는 힘껏 발을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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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첫 연습

2014. 11. 1. 18:20 | Posted by 호랑이!!!

당신 있잖아요-”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은 상냥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케스트라 해 보지 않을래요?”

 

오케스트라...?”

 

파란 머리에 다정한 표정의 청년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어보였다.

 

왜인지,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 지금 오케스트라7의 바이올린 한 자리가 비었거든요.”

 

스스로를 토마스 스티븐슨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번 일요일에 전체 연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은 비발디였고 자신도 몇 번이나 연습한 적 있는 것이었다.

 

일요일에,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고 찾아간 곳은 어느 지하 연습실이었다.

 

지하라서 그런가 좀 춥네.

 

안으로 들어갔더니 제각기 악기를 든 사람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서오세요.”

 

토마스다.

 

토마스가 자신의 자리는 저쪽이라고, 손수 이끌어 주었다.

 

그런데 그는 연미복을 입고 있어서 의아했다.

 

연습... 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연미복을 입고 있어요?”

 

저한테는 엄청 중요한 연습이라서요.”

 

수줍게 웃은 토마스는 지휘봉으로 악보 거치대를 톡톡 두드렸다.

 

자 그럼, 7번째 오케스트라의 첫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연습이라 중요하다고 한 걸까? 하는데 가슴을 뚫고 얼음조각이 튀어나왔다.

 

한곡의 지휘를 마친 토마스는 기분 좋다는 듯 신음 섞인 한숨을 나른하게 뱉었다.

 

아아... 언젠가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

 

연습실의 문이 닫혔다.



[이글X빅터] 고양이 -03

2014. 11. 1. 18:03 | Posted by 호랑이!!!

 

이글이 자고 가라고 했음에도, 빅터는 저녁을 먹고 한두시간 고양이를 돌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 이름은 지어주고 가.”

 

고양이의 화장실 설치나 스크래처가 딸린 캣타워를 만드느라 시간을 한참이나 써버렸다.

 

피곤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빅터에게, 이글이 툭 던졌다.

 

말하고 보니 그럴싸한 이유다.

 

빅터를 그냥 보내기에 아쉬워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던졌건만.

 

이름...”

 

나비? 야옹이? 복실이?”

 

농담삼아 몇 가지 얘기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 농담이야.

 

체르니... 바흐... 베토벤...”

 

“...너 음악가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그것밖에 없어서.”

 

또 뭐가 있지, 오페라?

 

그러다 시계를 힐끔힐끔 본다.

 

벌써 열시였다.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의 눈에 졸음이 매달린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착한 어린이는 침대로 갈 시간이긴 하지.

 

자고 가라니까.”

 

그건 싫어.”

 

고양이 이름이라도 빨리 결정할 셈인지 이름을 툭툭툭툭 내뱉는다.

 

에밀리? 엘리자베스? 샤를로트?”

 

“...그 전에, 쟤는 암컷이야 수컷이야?”

 

그러자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답한다.

 

나야 모르지.”

 

그리고 자신도 고양이 성별에 신경써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신경쓰지 않을 예정인 이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는 이름으로 지어줘.”

 

에클레어.”

 

그건 음식 이름이잖아.”

 

빅터는 다시 한 번 시계를 보더니 걸어가 문을 열었다.

 

내일 정할래.”

 

그리고 한 발을 문 밖으로 뺐다.

 

이글 형도 생각해봐.”

 

다른 한 발도 빠지고, 몸이 거의 사라지려는 찰나 머리가 쏙 안쪽으로 들어온다.

 

형이 지어줘도 상관없어.”

 

그리고 머리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가고, 문도 탕 닫혔다.

 

이글은 소파로 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들어올리더니 자리에 털석 앉아 다리를 꼬았다.

 

빅토르.”

[이글X빅터] 고양이 -02

2014. 10. 30. 19:24 | Posted by 호랑이!!!

 

빅터를 맡고 있던 사람들은 생각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은 공장일을 마치자마자 돌아와 설거지와 다른 자질구레한 일들을 마칠 것.

 

시간을 빠듯하게 써야겠지만 조금 더 서두르고 자신에게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글형네 집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아는 중에 유일하게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흔쾌히 맡아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빅터는 공장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뛰어와 수프를 끓여놓았다.

 

집안을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마른 옷을 잘 다려놓으면 할 일이 일단락된다.

 

마지막 옷을 다려놓자마자 세탁이 다 되었다는 소리에 후다닥 나가 빨랫줄에 널고 나니 정말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원래라면 저녁 내내 할 일을 고작 두 시간 안에 하려니 피곤하고 지쳤지만 이글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땀에 젖은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차가운 물로 몸을 닦았더니 그나마 정신이 든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고 이글의 집으로 날아가 문을 똑똑 두드렸더니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리고, 이글이 나왔다.

 

이제 왔어? 벌써 일곱시 반이야.”

 

“...”

 

“...늦은 건 아니니까 들어와.”

 

문을 열어주고, 빅터는 열린 문틈으로 들어왔다.

 

저녁 거의 다 됐으니까 거기 앉아 있어.”

 

저기, 고양이는...”

 

그러자 손가락으로 대충 소파를 가리킨다.

 

그리를 봤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말끔한 모습이었던 천 소파는 여기저기 튿어지고 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생각되는 은색 털에 초록색 눈을 가진 새끼고양이는 소파에다 앞발의 발톱으로 득득득 긁고 있다가 빅터와 눈이 마주치자 가냘프게 야옹- 하고 울었다.

 

! 소파를...!”

 

덥석 집어들자 이번에는 제 품으로 폭 뛰어든다.

 

털 때문에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폭신폭신하기도 하고, 그런데 잘못 쥐었다가 부러지거나 날아가거나 다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 녀석이 그 소파가 참- 마음에 드나 봐.”

 

이글이 그쪽을 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미안.”

 

됐어- 예상했던 일이니까. 오히려 소파 하나로 끝나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글은 건성건성 대꾸하며 그릇에다가 스튜를 듬뿍 떴다.

 

한창 자랄 때라 햄버그나 양 갈비 같은게 먹고 싶겠지만 내가 그나마 자신있게 만드는 게 이것밖에 없거든? 오늘은 이걸로 참아줘.”

 

고마워, 라고 대답하고 머뭇거리던 빅터는 수저를 찾아 식탁에다 가지런히 놓았다.

 

- , , 임마.”

 

이글은 빅터가 자리에 숟가락을 내려놓자 손가락으로 홱 가리켰다.

 

?”

 

내가 앉아있으랬지, 누가 일하랬어?”

 

빅터는 다시 소파로 가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그리고 제 무릎 위로 기어올라오는 새끼고양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윙- 하고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펄쩍 뛸 만큼 놀랐다.

 

, 뭐야, 놀랐잖아!”

 

머리 젖은 거 말려주려고 이러신다, ?”

 

이글은 드라이어를 가지고 빅터의 머리를 말려주다 새끼고양이가 쉬익 소리를 내며 발톱을 세우고 앞발을 뻗는 것을 보았다.

 

- 닮았다.

 

이글은 빅터의 머리를 말려주고 드라이어를 앞발로 툭 치고는 지레 놀라 화닥닥 도망가는 새끼고양이 쪽으로 드라이어를 밀어준 뒤 빅터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스튜 좋아해? , 이런 건 만들기 전에 말해야 하나?”

 

“...좋아해.”

 

빅터가 투덜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의 마법계는 꽤나 치열했다.

 

모두가 열광하는 퀴디치 시합 결과가 예언자일보 2면에 실릴 정도로.

 

퀴디치를 제치고 예언자일보 1면에 실린 내용은 머글 태생 초능력자에 관한 의견으로 싸우는 해리 포터와 지니 포터, 그리고 헤르미온느 위즐리에 관한 얘기였다.

 

프랑스인들 정치 얘기마냥 갑론을박이 온 나라에, 온 마법계에 치열했지만 딱 한군데, 이 모든곳과는 상관없는 곳이 있었다.

 

 

 

 

“...예언자일보도 참 할 일이 없군.”

 

다이무스 홀든은 1면을 다 읽고 감상을 말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1면은 그저 유명인들이 가정 불화로 싸운다더라 하는 가십 기사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다음 장으로 넘기는데, 옆에서 우아하게 포리지를 떠 먹던 벨져 홀든이 제 형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웬일로 조용하지, ?”

 

“...이렇게 순순히 아침을 보내게 할 리 없는데, 불안하군.”

 

하지만 겉보기만 봐서는 태평하기 그지없다.

 

혹시 모르지, 이글이 드디어...”

 

벨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란스런 새 소리가 들리고 부엉이들이 한데 얼키고 설켜 거대한 새 덩어리를 만들어 깃털을 흩뿌리며 연회장으로 들이닥쳤다.

 

“...드디어 뭐?”

 

실언이었다, 형아.”

 

깔끔하게 말하며 벨져는 토스트 한 쪽을 들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이글 홀든!”

 

이글!”

 

동시에, 슬리데린의 다이무스 홀든과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항상 미안하다, 스티븐슨.”

 

“...다른 기숙사 일에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옆에서 보던 벨져는 커피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적 증거는 없겠지만 이 소동의 주범은 자신의 동생, 홀든의 막내 이글 홀든이렷다.

 

이 망나니놈.

 

그리고 벨져는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망나니라는 천한 말을 생각했다는 것을 반성했다.

 

원래라면 형과 함께 이글을 혼내야겠지만 올해 래번클로 반장으로 임명된 토마스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주니 뭐.

 

벨져는 이글과 같은 기숙사의 반장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뒤치다꺼리와 기타 잡무로 고생하는 토마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 잠깐, 내년이면 형은 졸업하고 없을텐데, 다음 잔소리 담당은 나인가.

 

벨져는 미간을 꾹 눌렀다.

 

하늘을 베껴온 듯한 아름다운 천장과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

 

각 분야에서 이름난 마녀와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교수진.

 

저녁이면 길고 넓은 테이블 위로 수십가지 호화로운 만찬이 펼쳐지는 연회장.

 

그리고 여기저기로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동료들과 재밌다는 듯 같이 소리지르거나 비명을 지르며 숨는 선배들, 후배들.

 

바닥으로 눈처럼 떨어지는 수많은 부엉이 깃털, 귀를 울리는 꽥꽥거리는 소리.

 

그리고 신이 나서 무어라 소리지르다 토마스 스티븐슨과 제 형에게 잡혀서 혼나는 동생.

 

이것이 창립 이래 우수한 마법사와 마녀를 무수히 많이 배출하였으며 세상을 위협했던 볼드모트를 막아낸 마지막 격전지.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평화로운 아침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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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틀비<-토마] To.지민선배

2014. 10. 29. 22:33 | Posted by 호랑이!!!

토마스는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오늘 장봐온 물품들이 가득했다.

 

어디보자... 휴톤씨랑 도일씨랑 레베카씨는 맥주... 이건 냉장고에 넣어야지.”

 

냉장고 맨 윗칸 오른쪽에 맥주 넣어놨어요 -토마스

 

친절하게 메모까지 해서 붙여놓고는 목록의 그 다음을 읽었다.

 

레이튼씨는 나사 몇 개...”

 

나이오비씨는 새로 나온 수학 잡지 한 권...”

 

나사는 공구통 옆에, 수학 잡지는 책상 위에.

 

이글형이 얘기했던 머리끈을 가져다주고 트리비아가 주문한 스타킹을 방 침대에다 올려놓은 뒤 방에서 나오며 토마스는 루이스를 찾았다.

 

선배- 얘기하셨던 공책이랑 펜 사 왔어요.”

 

수고했어, 그거 책상 위에 좀 놔줘.”

 

루이스의 방 책상에 새 공책과 펜을 내려놓던 토마스는 아직 갈색 봉투에 뭔가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에 든 것을 꺼내보았다.

 

피터가 좋아하는 푸딩이었다.

 

, 맞다. 아직 피터한테 안 다녀왔네... 화내겠다.”

 

토마스.”

 

선배, 오늘 피터, 얌전히 있었어요? 오늘 장보는데 데려가지 않았다고 삐졌겠지만... 계속 안 보이는걸로 봐서 어디 숨어...”

 

있을 리 없었다.

 

루이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토마스의 앞에 서 있었다.

 

토마스...”

 

“....”

 

토마스는 억지로 웃으려는 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할 수 없죠, 엘리나 줘야지.”

 

과자 많이 사왔다고 엘리가 좋아하겠네요~

 

루이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친근하게,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오늘 저녁에, 내 방에 와서 잘래?”

 

, 그래도 돼요?”

 

그래.”

 

토마스는 여전히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엘리한테 과자를 전해주러 방 밖으로 나갔고 트리비아는 토마스와 엇갈려 방에 들어왔다.

 

자기, 또 토마스를 재워주는거야?”

 

“...할 수 없잖아. 내 잘못이었으니까.”

 

풀죽은 애인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트리비아는 생각했다.

 

그 토마스 스티븐슨이라면 아직 어린 피터 모나헌을 한창 싸우는 중인 루이스 앞으로 슬쩍 밀어넣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 보았던, 웃는 얼굴도.

 

 

[이글X빅터] 고양이 -01

2014. 10. 25. 18:31 | Posted by 호랑이!!!

“도와줘.”

 

그건 비오는 날의 저녁이었다.

 

이제 슬슬 추워지는 날씨인데도 빅터 하스, 은발의 꼬마는 여름에 입던 그대로의 차림으로.

 

우산조차 쓰지 않고, 심지어 겉옷조차 입지 않아 새파래진 얼굴로 문간에 서 있었다.

 

전혀 예상외의 방문객이었지만 이글은 빅터를 따뜻한 거실로 안내했다.

 

마른 수건을 머리에 씌워주고 벽난로 앞의 푹신한 의자에 앉혀 놓고, 이글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가져왔다.

 

원래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을 들일 예정이 없던 집이라 의자가 하나뿐이어서 이글은 테이블을 끌어당겨 그 위에 앉았다.

 

“우유 마셔.”

 

“고맙... 습니다.”

 

파랗게 변했던 입술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떨림도 멎었다.

 

뺨도 제법 발그레해져 보기도 좋고.

 

이글은 빅터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비에 쫄딱 젖어서, 옷이라고 걸친 것도 빈약한 채로 외간 남자의 집에 무작정 와 ‘도와줘’라니.

 

왜?라고 생각했던 궁금증은 곧 풀렸다.

 

빅터가 안고 있던 파란 천꾸러미(겉옷)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가냘프지만 분명하게 ‘야옹’이라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러자 끄덕, 한다.

 

“왜?”

 

이글은 고개를 기울였다.

 

고개가 기울어짐을 따라 길고 결 좋은 머리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이...애가, 얼마 전부터 종이 박스에 담겨서... 공장 근처에...”

 

뻔하지.

 

버려졌고, 새끼 고양이고, 자신하고 처지가 겹쳐 보여 내버려 둘 수가 없었는데 집에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장에 둘 수도 없고, 도와주십사 그거겠지.

 

이글은 빅터의 겉옷을 뒤져 예상보다도 훨씬 작은 고양이 새끼를 찾아 뒷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닮았네.”

 

“응?”

 

연한 회색 태비(줄무늬) 고양이.

 

색이 아주 연해서 불빛에 따라 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못생긴게 너랑 닮았어.”

 

“익...”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른들한테 억눌려서 자기 의견 한 번 말하지 못하고... 지냈겠지...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이글은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렸다.

 

“좋아, 내가 맡아 주지.”

 

“정말?”

 

“하지만 조건이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답답했다.

 

그까짓 어른이 뭐라고.

 

뭐라고 그렇게 잔뜩 겁먹어서 이깟 조그만 고양이새끼 한 마리 얘기도 못 꺼내.

 

못생겼다고 놀려도 잠깐 발끈했다가 지레 겁먹어서 눈치나 보고.

 

정말 답답하고, 짜증났다.

 

“매일 저녁은 여기서 먹어.”

 

“하지만-”

 

“좁겠지만, 자고 가도 괜찮아.”

 

설마 나한테 저거 뒤치다꺼리를 다 맡길 건 아니지?

 

빅터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티엔X하랑] 생일 축하

2014. 10. 23. 00:53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은 아버지가 이국으로 가는 날 주었던 주역을 펼쳐들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었으나 부러 전등 대신 기름등잔을 꺼내었다.

 

바지직 바지직 기름 타들어가는 내음은 향긋하고 소리가 나직하니 마치 이 순간만이라도 고향으로 간 것 같다.

 

주역은 아직 어렵고, 어쩌면 아버지에게까지도 어려웠겠지만 이 책을 자신에게 준 것은 이국 땅을 밟을 자신에게 흉운이 멀어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원이렷다.

 

음기가 어쩌고, 양기가 어쩌고.

 

몇 장쯤 읽다 하랑은 공기가 더워 창을 열었다.

 

“거 달도 밝다.”

 

보름달도 아닌 것이 자그마해서 이곳의 가스등 따위에 빛이 위축될 만도 하건만 그러한 기색도 없이 깊고 어두운 밤하늘에 떠 밝게 비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달 좋고, 주위도 모처럼 고요하니 좋고.

 

여기 향긋한 술이나 한 잔 있으면 좋으련만.

 

하랑은 아버지 몰래 한잔 두잔 빼어먹던 것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향긋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시고 취할 곡차 한 잔만 있으면 좋으련만.”

 

하랑은 팔을 뒤로 돌려 머리에 대면서 휙 누웠다.

 

“어린놈이 술타령이라니 퍽이나 보기 좋은 모양새다.”

 

그런데 눕는 순간 들어오는 것이 사부의 얼굴이라니.

 

“거 인기척 좀 내고 다니쇼.”

 

하랑은 방금 누웠지만 몸을 일으켜 앉았다.

 

“호오, 주역?”

 

티엔은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집어들었다.

 

“아버지가 주신 거요.”

 

티엔은 하랑의 옆에 앉더니 가지고 온 것들을 주섬주섬 풀어놓았다.

 

“떡, 전, 생선에 술? 이게 다 뭐야?”

 

이걸 여기서 볼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먹기 좋게 잘린 과일이 담긴 접시까지 나오자 하랑은 얼떨떨하면서도 기뻐 배 조각을 집었다.

 

조선 것보다야 무르지만 맛만은 같으니 입에다 톡 던져넣고 우물우물 먹는다.

 

티엔은 작은 잔 두 개를 꺼내더니 그 잔에다 술을 따랐다.

 

아까는 어린놈이 술타령이다 뭐다 하더니.

 

하랑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티엔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양과가 든 분홍색 상자를 주더니, 티엔이 입을 열었다.

 

“네놈 생일상이다.”

 

“...이 야밤에?”

 

“그래야 내가 네 생일을 제일 처음으로 축하해 준 사람이 되지 않나.”

 

뭘 그런 걸 신경쓰고 그러시나.

 

그러면서도 하랑은 양과자를 집어 티엔의 입에다 물려주었다.

 

“그래도 난 사부가 제일 먼저 축하해 주어서 기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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