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란.”
“보스?”
“꽃이야? 예쁘네~”
그 말에 한가란은 몸에서 자란 꽃 몇 송이를 꺾어다가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트리거는 짐짓 관심이 있는 양 향기를 맡아 보았다.
“그래서, 네가 죽이고 싶다고 했던 사람은 누구야? 도와줄까?”
뭐가 필요해? 돈? 도구?
“아, 비밀(하트)입니다.”
한가란은 무표정으로 말 끝에 하트를 붙였다.
입술 앞에는 손가락까지 하나 대고.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게.”
그 말에 한가란은 무표정인 상태였지만 분위기만은 ‘즐겁게 웃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것도 트리거만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정말?”
“정말.”
재확인하듯 묻고, 마침내 한가란의 입꼬리는 트리거에게서 배운 것처럼 슬쩍 올라갔다.
“저 웃었습니다.”
“잘했어.”
칭찬, 머리를 쓰다듬고.
한가란은 자신의 몸에서 자라난 꽃송이를 슬쩍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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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저건 뭐예요?”
“‘저거’라고 하면 안되지, 사람인데.”
“근데 ‘저거’, 말도 잘 안하고, 보스만 노려보고 있는데?”
연구소가 폭파되고 얼마 되지 않아, 딕토에는 멤버 하나가 더 늘었다.
그들의 보스가 손수 주워온 가운데가 검은 흰 머리에 자주색 눈의 남자.
고양이마냥 소파나 어딘가 푹신하고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쪼그리거나 웅크린 자세로 이 쪽을 바라보는데.
진짜 고양이라면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남자가 이쪽을 관찰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보스, 저 팬더 엄청 거슬린다고요!”
“팬더 아냐, 인간이야.”
“이거든 저거든! 하얗고 까만데!”
하얗고 까맣고 동양인이라고 팬더라고 하면 그거 인종차별 아냐?
트리거가 소심하게 태클을 걸었지만 상대는 아무렴 어때!하고 말았다.
그래도 보스인데, 야.
“그럼 말이라도 하게 하면 되지!”
트리거는 한가란에게 척척 다가갔다.
해 드는 구석에 쌓아둔 쿠션에 몸을 기대고 이쪽을 바라보던 한가란은 시선을 올려서 반쯤 누운 그 자세 그대로 눈을 마주보았다.
“안녕!”
“...”
“...안녕~”
“...”
트리거는 잠시 허리를 숙였던 것을 펴고,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설교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사람이 안녕, 하면 너도 안녕, 해야지!”
마지막에 소리가 조금 커졌더니, 한가란은 몸을 조금 뒤로 빼었다.
그에 트리거가 몸을 숙여서 조금 더 다가갔더니, 한가란은 조금 더 뒤로 몸을 뺀다.
“한가란!”
그러자 몸을 기대던 베개까지 밀어내고 뒤로 파사사삭 물러난다.
오, 구석이다.
트리거가 다가가서 다시 몸을 숙이자, 한가란은 뒤로 물러나려다 뒤가 막혔다는 것을 깨닫고.
“너도 안녕~ 해주면 좋잖아? 자, 따라해봐. 안녕~”
한가란은 고개를 들고,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었다.
악수라도 하려나, 트리거가 손을 내미는 순간 한가란은 주먹을 휘둘렀다.
“아, 보스! 맞을 뻔 했잖아요! 그 팬더, 역시 내다버리라니까!”
“아 쫌! 냅둬!”
그 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을 나가버렸고, 트리거는 주머니를 뒤져 작은 막대사탕을 꺼냈다.
“소리질러서 놀랐지? 애도 아니고, 이걸 보상으로 주는 건 좀 그렇지만.”
싫으려나,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손이 트리거의 손목을 잡았다.
“...안녕.”
엉?
트리거가 놀랄 짬도 없이, 한가란의 손은 그의 손에서 사탕을 가져갔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어, 뭐야.”
트리거와 한가란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자, 일전의 부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 할 줄 알았네요? 저 팬더.”
“안녕.”
아, 쟤 방금 나한테는 반말했어!
그렇게 입을 열려고 하는데, 한가란은 불쑥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팬더 아니고, 사람. 입니다.”
워 워.
부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그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자리를 떴다.
빨리도 길들였네,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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