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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어필] 엘커와 발레리안의 놀이동산 간 이야기

2015. 5. 26. 19:29 | Posted by 호랑이!!!

“엘커! 놀이동산이예요!”

 

쨍쨍한 태양, 후끈한 열기.

 

그리고, 넘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엘커는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꽃집에서 입곤 했던 검은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발레리안은 넓은 지도를 펼쳐들고는 꼬리를 마구 휘두르며 볼펜으로 놀이기구 그림에 체크를 해 댔다.

 

“일단 시작은 바이킹- 그리고 그 다음은 롤러코스터랑-”

 

엘커는 왠지 발레리안이 좋아할 것 같은 음료수와 솜사탕을 파는 가판대를 힐끗 보고는 뭔가를 중얼거리는 발레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럼, 타러 갈까요?”

 

“넵!”

 

사람은 많았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사람은 많았다.

 

덕분에 장장 30분을 기다리고 바이킹에 오를 수 있었다.

 

올랐는데, 엘커는 맨 끝자리로 가려는 발레리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엘커, 저기 두 자리가 비었...”

 

그러나 엘커가 발레리안을 잡아당기는 동안 그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앉아 버렸다.

 

끝의 자리는 거의 다 찼는데 다만 가장 가운데에는 몇 자리가 비어 있어서 발레리안과 엘커는 결국 그 자리에 앉았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바이킹은 위 아래 위위 아래로 흔들려서 마칠 즈음에는 끝에 앉기를 기대했던 발레리안도 축 쳐진 꼬리를 다시 힘차게 흔들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높이높이 올라갈 때마다 손도 번쩍번쩍 들었고, 재미있었고.

 

그래, 여기까지는.

 

그러나 바이킹에서 내려오고서는.

 

“엘커! 저기 봐요, 헬륨 풍선! 풍선 망치랑 철퇴예요!”

 

“그거 지금 들고다니면 다 짐이예요 짐.”

 

이라던가.

 

“...발레리안, 저 사실 저렇게 흉악한 건 못 타요.”

 

“저거 그냥 평범한 공중그네인데요!”

 

“안돼 안돼, 그거 재미없고 흉악해요.”

 

라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발레리안은 잔뜩 동그라미를 치고 계획했던 동선을 전면 취소했고, 겨우 롤러코스터 하나를 더 타고 나서는 둘 다 땡볕에 지쳐 놀이공원 내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주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시락을 싸온다는 선택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둘은 결국 피자를 선택했다.

 

작은 피자 하나와 탄산음료를 주문해서 앉아있자 열린 창문으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와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식혀 주었고 옆의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자 별로 든 것도 없음에도 어깨가 시원해진다.

 

“후우...”

 

“저 이거 뭔지 알아요, 소박함에서 오는 행복이예요.”

 

맛있는 피자와 시원한 음료수와 그늘과... 아아, 다시 한숨이 나온다.

 

기가 죽어있던 발레리안은 다시 지도를 펼쳐들었다.

 

“엘커, 어떤 놀이기구는 탈 수 있어요?”

 

“그럼 이것부터...”

 

회전목마 세 번, 바이킹은 중간자리로 한번 더.

 

범퍼카는 탔지만 벽을 들이받고 더는 움직이지 못했고.

 

가판대에서 구입한 츄러스와, 슬러쉬 두 개와 음료수와 물과 솜사탕과- 여러 가지들.

 

끈적해진 손을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밖은 이제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엘커, 마지막으로 관람차 타러 갈래요?”

 

“좋아요!”

 

관람차에 올라서, 천천히 노을이 지는 밖의 경치가 예쁘니 어쩌니 얘기하고.

 

나중에 나가서 밥을 먹고 오락실에라도 가자는 얘기를 하다가, 발레리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되게 데이트 코스 같네요, 이상한 기분이야.”

 

그러자 엘커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통은 남자 둘이서 놀이공원에 오려고 하지도 않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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