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랄, 죽겠네 정말!”
라는 용기사의 외침이 복도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 이름은 사마낙.
신의 부름을 받고 스키르헤임에서의 생활 후 용의 기사로서 미드가르드에 강림한 자다.
혼란과 질병, 죽음이 가득한 세계를 용과 함께 도끼날로 정복하여 제국을 세우고 나라를 정비하여 인간의 생활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공신으로서 최대 천 년의 수명을 약속받은 자.
그는 성격에 걸맞지 않게도 고민을 삼십 분이나 하고 있었다.
“장군님, 역시 저희가 하는 것이...”
“안 한다니까, 저리 나가!”
말 한마디면 안고 안길 미인이 네다섯이나 되고 곤란한 일이라도 떠맡길 시종은 십수명이나 되며 착하고 성실하게 자란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다 일 년에 몇 번이고 내려오는 각종 비단, 귀한 물건들이 있고 어떤 것도 부족함이 없이 사는 그는.
현재 금욕 중이다.
바야흐로 일의 시작은 아이들이 슬슬 저희끼리 놀러다니고 사마낙은 슬슬 황제의 서류까지 본격적으로 손을 대던 일주일 전.
오늘은 누굴 불러서 무슨 짓을 할까 하던 나른한 오후다.
서류를 서른 장 째 결재를 내리고 쓸데없는 말을 하던 상소문들은 물항아리에 잘 담가 깨끗하게 씻고 나니 참 그에게 보람찬 하루였다.
그러다가 아주 잠깐.
서류를 삼백 장 째 결재를 내린 에셀리온, 다시 말해 사마낙이 없는 충심으로 모시는 황제가 이걸 좀 보라며 사마낙에게 건넸다.
그 쪽을 보지도 않고 건방지게 한 손으로 받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던 손은 서류를 건네는데 성공하였지만.
사마낙은 서류를 받은 다음에야 화들짝 놀라 에셀리온을 쳐다보았다.
‘떨어뜨렸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폐하.’
하지만 사마낙은 서류를 펼치고 나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뭐가 스쳤는지도 모를 만큼 아주 잠깐이었고, 아주 가벼운 접촉이었는데.
그 별 것 아닌 것이 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상하게도 그것이 계속 생각이 나 손목 안쪽을 손톱으로 긁어 보다가 문득 희안한 것을 보는 듯한 에셀리온과 눈이 마주쳐서 일은 여기까지 하겠다며 뒤도 안 보고 화장실로 도망을 쳤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며칠 있었으니.
하루에 다섯 명과도 몸을 섞는 사람이 겨우 손목이 스치거나 목덜미를 간지럽히거나 귓가를 건드리는 정도로 수음을 하면 아무래도 이상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 제국의 노련한 용기사로서 사마낙은 며칠이나 깊은 고민을 하다 훌륭히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너무 자신이 방탕하게 산 결과라고.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도 이어진 기름진 음식과 향기로운 술, 나체의 미인들을 일시에 끊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러기에 겨우 일주일 된 오늘 이렇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너무 많이 해서 죽으면 복상사랬는데 너무 안해서 죽으면 뭐라고 부를까, 까지도.
지금 딱 한 번이라도 하고 싶어 입 안이 바짝 말랐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는 없었다.
자고로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이렇게 괴로운 것은 다 미래의 자신을 위한 것이니!
“으아아!”
문을 거칠게 닫고 나무로 깎은 각좆을 상자 안으로 던지면 잘 깎여서 진주까지 우둘투둘하게 박힌 것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날은 아직 밝았으나 잠이나 든다면 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좋을 터.
사마낙은 머리를 틀어올린 비녀와 묶은 천을 뽑아 아무렇게나 탁자에 내려놓고 침대에 뛰어들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발소리도 없이 그림자가 숨어들었다.
그림자는 기척도 없이 가만히 침대 곁으로 다가왔고, 흉터 가득한 손을 쥐어 손목 안쪽을 간질이듯이 쓰다듬었다.
창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온 빛이 그 얼굴을 밝혔다.
녹색 머리카락에 노란 눈.
에셀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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