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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어필] 발레리안/레오의 휴가 이야기

2015. 4. 17. 05:43 | Posted by 호랑이!!!

발레리안이 휴가를 받은 어느 날.

 

레오폴드는 자신이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멈칫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하나 살기에 충분한 크기의 원룸식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면 왼편으로는 부엌이 있고 오른편에는 텔레비전과 소파, 테이블이 있고 소파 뒤로는 침대가 있다.

 

그리고 그는 소파에 앉아서 그 앞 테이블에 놓인 과자 그릇에 가득 담긴 갓 구워진 쿠키를 들고 있었다.

 

‘...벌써 몇 개나 먹었더라?’

 

그릇 옆에는 먹다 남은 치킨이 든 상자와 빈 피자박스, 빈 맥주캔이 여러개나 있었다.

 

크림이 덕지덕지 묻은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오랫동안 방치한 텔레비전의 모니터는 까만 바탕에 초록색 글자로 <외부입력>이라는 글자가 깜박거렸다.

 

벌써 며칠이나 이런 생활을 한 거지?!

 

레오폴드는 과자를 입술로 물고 몇 번 우물거렸지만 머릿속이 혼돈의 도가니가 된 탓에 움직일 수 없었다.

 

운동도 하지 않고 이런거나 먹고, 야채도 과일도 피자에 토핑된 것 외에는 보지도 못하고.

 

아 세상에, 이런 폐인같은 생활이라니.

 

아무리 휴가의 진정한 재미가 불규칙한 생활이라지만 이건 건강에 안 좋잖아!

 

레오? 과자, 맛없어요?”

 

레오폴드 에반스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 원흉을 짐짓 노려보았다.

 

이런 설탕 중독 같으니.

 

이렇게나 야채도 과일도 섭취하지 않는데 영양 불균형으로 죽기는커녕 살도 찌지 않는다.

 

아마 이것은 자신이 열심히 잔소리를 해서겠지.

 

....아니면 신의 편애거나.

 

레오, - 해봐요.”

 

멋모르고 입을 벌렸더니 물고있던 과자가 떨어졌다.

 

그걸 집어 다시 입으로 넣는데 발레리안 헌트는 아직 따끈한 과자를 여러개나 쥐더니 전부 레오, 그의 입으로 넣어 버리는 것이다.

 

아에이아-?!”

 

손을 더듬자 주스병이 만져진다.

 

컵에 따르지도 않고 벌컥벌컥 마시는데 옆에서는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고 웃는다.

 

레오폴드는 억지로 입에 든 것을 씹어 삼키더니 옆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오늘 식사는 샐러드만 줄 거예요.”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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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복익님] 베르베르

2015. 3. 4. 00:01 | Posted by 호랑이!!!

해가 질 시간이지긴 하지만 밖은 매우 밝았다.

 

그러나 방 안은 어두웠다.

 

커튼을 젖히면 밝은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울텐데도, 방의 주인은 고집스레 커튼을 닫아두었다.

 

어두운 색의 두꺼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방 안의 불보다 밝았다.

 

겨우 문 하나 차이인데, 만약 누군가가 복도에 서 있다 그 방으로 들어섰다면 오래간 묵은 공기에 숨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베르나르, 라고 불리는 사람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딘지 권태로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잘 맞는 정장에 바닥에 부딪혀 뚜벅뚜벅 소리를 내는 구두와 지팡이 대신 앞을 짚는 검은 우산.

 

그는 방 안으로 들어서서 문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 장갑 낀 손을 내려다보았다.

 

, 이탈리아.”

 

히죽 웃으면서 뒤를 이탈리아어로 말한다.

 

밝고 아름다운 도시.”

 

그는 거리에서 보았던 작은 소녀를 떠올렸다.

 

하얀색 천을 덧댄 분홍색의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볕 잘 드는 곳에 앉아 입에는 사탕을 물고 손에는 동화책을 들고 있었다.

 

위로 하나나 둘 정도 형제가 있었는지 책은 살짝 바래 있었고 몇 페이지는 끝이 접혔던 흔적이 보였다.

 

별로 예쁜 꼬마도 아니었고, 눈길을 끌 만한 무엇도 없었기에 베르나르는 이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 페이지에 이르자 그 여자아이는 울었고, 어느 페이지에서는 웃었다.

 

여자아이가 그 짧은 책을 오래오래 읽을 동안 베르나르는 그 자리에 못박혀 그 아이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제목도 외웠다.

 

Il Blue Bird.

 

독일어로는 ‘Der blaue Vogel’.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서점에 들렀었다.

 

아까 그 꼬마아이가 읽고 있던 것과 같은 책을 찾으려고 해 봤지만 똑같은 책은 없었다.

 

똑같이 바래고 똑같이 접힌 책이 갖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같은 제목의 다른 책을 손에 들었다.

 

꽤나 세밀하고 멋진 삽화가 실린 책.

 

표지에 그려진 덩굴이 전부 몇 번이나 꼬였는지, 잎사귀가 몇 개나 달리고 꽃은 몇 송이나 피고 파랑새는 몇 마리나 날고 있는지 외울 정도로 보았지만, 표지조차 넘기지 못했다.

 

또 그런 것을 보고 있구나, 르미엘.’

 

환청처럼, 어릴 때 듣곤 했던 목소리가 기억 속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목소리만 떠올렸을 뿐인데도 서늘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이어 숨조차 조심스레 쉬어야 했던 분위기와 어머니가 즐겨 입던 드레스의 빛깔이 되살아나고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한 시선이 다가왔다.

 

베르나르는 결국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거기까지 회상했을 때 발치에서 작은 고양이 소리가 들려 현실로 깨어났다.

 

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어느샌가 딱딱하게 인상을 썼던 베르나르는 나쁜 꿈을 꾼 사람이 그러하듯 길게 숨을 내쉬고 눈을 깜박였다.

 

핸드폰을 보니 어느 동료가 한 전화였다.

 

, 심장이 뛴다.

 

그 박동을 새삼스럽다는 듯 느끼며 그는 전화를 받았다.

 

, 베르나르입니다~”

 

밝고, 어머니가 들었다면 경박하다고 할 만한 말투로 그는 전화를 받았다.

 

외울 정도로 보았던 동화책도, 소녀도, 서점에서 떠올렸던 그 생각들도.

 

모두, 곧 잊혀질 것이다.

 

어느샌가 그는 다시 권태롭기도 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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