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말할 때 아이들은 머릿속에 이미 완전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하기 때문에 발음을 다시 해보라던가 틀렸다고 말하면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혼란이 생기게 됩니다. 본 소설에서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귀여움을 강조하기 위해 포함시켰으나 사마낙처럼 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배경은 스키르헤임입니다)
“아빠 책임이 모예요?”
이제 글자를 깨우치고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 물었다.
“뭐, 해야지.”
“모.” “머.”
“뭐.”
“모.” “머.”
“뭐, 뭐.”
“모모모모!” “머머멈머!”
“뭐. 예. 요.”
“모예요?” “머예요?”
사마낙은 읽던 책에서 눈을 뗐다.
아이들이 동글동글한 눈으로 이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책임은 행동을 하고 거기 일어나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같은 거란다.”
“행동을 하고?”
“결과?”
“그래, 예를 들면 감히 반역을-”
했다가 전부 참수 당한다던가, 라고 이야기하던 사마낙은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할거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저기 보면 아빠 보이지?”
아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웅.” “응.”
“법적으로는 너희 아버지가 아니란다.”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지, 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마친 사마낙은 다시 책을 들 뻔 했다.
들 ‘뻔’ 했다.
아이들이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정리를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
“...그거 지금 말해줘야 해?”
“응.”
똘망똘망하게 반짝이는 눈을 보며 사마낙은 신음했다.
날씨도 좋겠다 공기도 따뜻하고 평화로운데 마음에 평지풍파가 일고 있고나.
결국 대답한 것은 이런 것이다.
“생각 좀 하고 말해도 될까?”
“이잉.”
“왜애?”
사마낙이 대답을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두 아이의 표정이 표독하게 변했다.
저 표정은 대체 어디서 배워온 거지?
“아빠 생각할 동안 저기 가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
그리고 말랑말랑한 뺨을 톡톡 건드려주었더니 알았다며 쪼르르 달려나간다.
사마낙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그렇게 아이들이 뛰어나가고 가장 처음 마주친 것은 아르카디아네 부모님이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응, 잘 있었어?”
“우리 빵- 아르카디아는 저기 밖에 있단다.”
같이 곰굴에도 들어갔던 친구의 이름이 나오자 아이들의 고개는 반사적으로 바깥을 향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뛰어나가는 것만큼은 멈출 수 있었다.
“있자나요.”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요?”
그리고 그들 역시 당황했다.
“뭐? 사람?”
“왜 그런 질문을...?”
일레하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몰라요?”
그러자 아르데스가 냉큼 안다며 입을 열었다.
“섹-”
“아르데스.”
프레드릭이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노련한 기사 답게 상황을 모범적이고 바르게 수습하기로 했다.
“얘들아, 아이가 어떻게 생기냐면... 그래, 여기 있군.”
프레드릭은 마련된 책꽂이에서 적당히 책을 집어들었다.
“수정에 대한 게... 그래, 120페이지부터 170페이지까지-”
이만큼이나 두꺼운 책을 집어들자 일레하와 에샤드카는 반사적으로 끼악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다다닥 뛰어갔다.
“공부 시러!”
“시러!”
아이들이 다음으로 뛰어가다 마주친 것은 기니피그였다.
“기니어피그다.”
“쪼끄매.”
살살 쓰다듬어주고 다시 뛰어가려고 하는데 기니피그가 두 발로 일어서더니 사마낙만큼이나 커다란 기사로 변했다.
“놀랐지?”
“놀랐어! 요!”
아이들이 꺄르륵 웃으면서 손을 뻗자 갈색 머리의 기사는 으쓱한 표정으로 무릎을 굽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그래, 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고 있었어? 그러다 넘어진다?”
“맞아, 그거 물어보려고요.”
“뭘 물어보려고?”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다가 기니피그의 요정에게도 묻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요?”
잠시 침묵.
그리고 이레네오는 무릎을 굽힌 모습 그대로 기니피그로 변했다.
“황새가 물어다준단다.”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이라며 사라지는 모습은 재빨랐다.
“황새?”
“큰 새?”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아까보다는 느려진 걸음으로 다시 자박자박 복도를 걸었다.
“새가 물어다준다고?”
“하지만 새 사냥 하잖아.”
“그럼 출생률에 문제가 생길 텐데.”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보자며 문을 열었더니 사람들이 많이 있는 방이었다.
다행히도 한 번씩은 인사를 해서 아는 얼굴들이었다.
아이들은 문에서 제일 가까이 있던 로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안녕하세요.”
“아이는 어떻게 생겨요?”
마치 잘 지냈느냐고 하는 듯 자연스럽게 묻는 말에 로엘은 잠시 당황했다.
아이들에게는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손을 내려 골반을 잡았다.
그 모습은 마치 옛날에 내가 사람을 좀 죽였는데~ 라고 아이들 앞에서 망한 농담을 했던 사마낙과도 같았다.
“아래를 써서 만드는-”
그리고 동시에.
이 쪽을 흥미롭게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덮쳤다.
“잡아!”
“묶어, 묶어!”
“거기 잡아, 입 막아!”
“애들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크아아악!”
그 난장판을 은근슬쩍 몸으로 가리며 로브나프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벌써부터 미래에 관심이 많다니 장하구나. 너희의 미래가 기대되노라.”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손에서 머리를 빼 그 뒤를 기웃거렸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은 신성함으로 아이들의 눈을 가렸다.
“그게 왜 저희 미래예요?”
“언젠가는 너희도 하게 되느니.”
동생이 태어나나? 하고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그 이상 답을 얻을 것 같지 않자 뒤를 가리던 신성이 사라지면 로브나프를 지나쳐 다음 사람에게로 갔다.
검은 머리가 물결치며 떨어지는 이 사람은 로안 경이라고 사마낙 아버지가 그랬지.
머리가 길다는 점이나 수염이라던가가 익숙해서 아이들은 냉큼 경의 양쪽을 차지하고 앉았다.
질문이 무엇일지 알고 있었던 로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뜸을 들인 다음 말했다.
“...사랑의 신으로서 로브나프님이 만들어 준단다.”
“하지만 방금 할아버지는 우리가 한다고 했는데-”
“정말이란다. 결국은 다 신의 손끝에 달린 일이지.”
그렇게 대답하고 웃는 얼굴은 선량해 보였다.
일레하와 에샤드카는 그렇구나- 라고 대답하다가 방을 살금살금 나가는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루카스 아저씨는 뭐라고 대답해줄 거예요?”
“...하하, 때가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아이들은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루카스에게 흉흉한 기세로 한 걸음씩 타박, 타박 걸어갔다.
“우리가 애라고 그러는 거예요?”
“때가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삐죽, 뾰족하게 변했다.
“어디 가요?”
“왜 그렇게 나가요?”
“그것도...”
루카스는 재빠르게 뛰쳐나갔다.
“때가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아이들의 눈은 그 뒤를 따라 나가려는 사람에게 향했다.
몸에 덩굴 문신이 있는 삼촌(중 하나)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하려는 듯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칸 삼촌.”
“...도망가려는 거 아니지요?”
그리고 칸수스는 그 말을 듣자 아예 눈을 접고 웃었다.
아하하하.
그리고 아이들은 표정이 더 뾰족해졌다.
“...아핫.”
그렇게 또 하나가 도망갔다.
이제 남은 것은 둘이다.
“폐하 아빠.”
“드미르 삼촌.”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에셀리온은 목을 가다듬고 드미르치카샤는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렸다.
“얘들아, 그렇게 도망가면 안 되지.”
프레드릭이었다.
아이들은 그 기사의 옆구리에 끼어 온 것이 아르카디아라는 것을 보고 놀람에 시선이 흔들렸다.
“아르...?”
“빵돌아...?”
프레드릭은 방 안에 생겨난 거대한 황금 새장을 지나치며 한 손에는 커다란 책을 가지고 왔다.
순식간에 방 안에 책상과 의자가 셋 생겨났다.
공부 싫어! 라고 외치고 싶었던 에샤드카와 일레하는 손을 꼭 잡았지만 결국은 아르카디아까지 세 명의 학생이 되어 책을 펼쳐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이들이 뭘 하고 있나 확인하러 온 사마낙은 세 명의 아이들이 설명을 듣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다가 황금 새장 속 로엘과 눈이 마주쳤다.
“...”
“...”
“..........”
“..........”
“....이거라도 받게....”
로엘은 사마낙이 내민 초콜릿 상자를 받았다.
어째서인지 짠맛이 났다.
'커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가르드 드레이크/에셀리온] (0) | 2019.09.25 |
---|---|
[미드가르드 드레이크/이레네오] 황실의 기니피그님 (0) | 2019.09.23 |
[미드가르드 드레이크/에셀리온] 썰풀다 나온 그거 (0) | 2019.09.18 |
[Born to B] 아란체 주변인물 (0) | 2018.03.18 |
[크더건/블랑쉐] 크나트와 함께하는 건전한♥ 요리교실 (0) | 201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