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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2014. 12. 20. 13:09 | Posted by 호랑이!!!

“마음을 읽는다고 하셨나요? 마인드랑 같은 능력이네요.”

 

“그쪽에도 저 같은 능력자가 있나 보네요. 반가워요, 마틴 챌피예요.”

 

“B라고 해요.”

 

마틴과 B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 한편에서는 저런 화기애애하고 수줍은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불꽃튀는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대가 군단 프리랜서의 대표요?”

 

“아따, 거 먼데까이 내가 알려졌나 보이. 그랴, 내가 프리랜서 대표, 비광이요 타키온.”

 

차분한 목소리.

 

예의바르게 올라간 입꼬리와 웃는 표정.

 

그러나 그 눈만은 웃지 않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정 중 동!

 

그리고 저 멀리, 인사하는 보모와 아이 페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어이.”

 

부엉!

 

“...”

 

“초코파이 사줘.”

 

 

 

 

 

 

“요거요거 이것이 양놈들 화투다냐?”

 

“깔끔하니 보기 쉽죠?”

 

릭은 비광이 돈 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에 카드게임을 하자며 서양카드 한 벌을 꺼내들었다.

 

B는 전혀 몰랐지만, 비광은 릭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이런걸로 골패놀이를 하면 재미있나? 그림도 네 종류밖에 없고 영...”

 

비광은 에이스 카드 한 장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화투보다 넓고, 얇고, 하얀 배경에 무늬가 숫자에 맞게 박혀 있고... 흐음.

 

“...소매에 숨기기 좋겠구마.”

 

...네?

 

B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비광...?”

 

그러자 비광은 그를 돌아보더니 화알-짝 웃어보인다.

 

“비광, 안돼요, 안 돼요.”

 

비광 전에 사기치다 걸려서 손목 잘릴 뻔 했다면서요, 저기 마인드랑 같은 능력 쓰는 사람 있단 말이예요.

 

이번에 걸리면 진짜 손목 잘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전쟁에서 나왔다고 하니 손목으로 안 끝날지도 모르고.

 

“아그야.”

 

비광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B에게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B는 가면 밑으로 보이는 목이 새빨개져선 몸을 뒤로 빼었고 비광은 거기 따라붙어 얼굴을 가까이 했고 B는 다시 뒤로 빼었고 비광은 또 가까이 붙었다.

 

이 이상한 술래잡기는 B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끝이 났고 비광은 벽에 등이 닿아 옴짝달싹 못하는 B의 양 옆에 팔을 대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아그야, 게임이 뭐냐?”

 

“게임이요? 재밌는...거?”

 

“그랴, 재밌는 거. 내는 도박판에서 남을 속여가며 이기는거이 그리도 즐겁드라.”

 

“하지만... 하지만 비광...”

 

“아그야, 남자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를 때가 있다.”

 

비광은 멋들어지게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돌아섰고 B는 주르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중얼거렸다.

 

“비광은 여자잖아요...”

 

 

 

 

 

 

동양인은 좌식! 이라는 릭은 따끈한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비광은 양쪽으로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임에도 떡하니 양반다리로 앉았고 B는 ‘팬티 보여요!’라고 기겁하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 오빠가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라스베이거스랑 메트로폴리스에서 큰 판 벌리던 사람이었는데, 이거이거 촌 아가씨 기 죽으면 어떡하오~?”

 

“아따, 걱정도 팔자랑께. 양화투라고 봐주기 없기여? 뭐혀, 후딱 패 돌려.”

 

공정함을 기해 자신이 패를 나눠주겠다며 마틴이 카드를 착착 섞었다.

 

차르르 차르르 카드 섞이는 것을 보며 한쪽 팔을 괴고 있던 비광이 씩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내자식 손이 참 곱기도 곱구마잉~ 이따가 함 잡아봐도 될랑가?”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러자 과자를 집어 입에 넣던 릭이 B에게 웃어보였다.

 

“거기 예쁜이, 과자 좀 먹여 줄까?”

 

“아, 저... 저기... 괜찮아요.”

 

B는 귀 끝을 붉히며 무릎을 안고 비광의 옆에 쪼그려 앉았고 비광과 릭 사이에는 파지직 불꽃이 튀었다.

 

‘마틴 손을 잡아보겠다고?’

 

‘우리 B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기가 뭐가?’

 

그리고 웃음을 참는 마틴이 카드를 돌렸다.

 

 

 

 

 

“나그네씨도 프리랜서예요?”

 

“초코파이 사줘.”

 

“허리춤의 검을 보니 역시 검을 다루시는 분인가봐요.”

 

“어이 없어.”

 

토마스는 뒤로 돌아보았다.

 

어이라는 저 커다란 부엉이는 사람마냥... 아니 사람보다 훌륭하게 피터와 놀아주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시큰둥해하고 관심이 없던 피터도 이 커다란 부엉이와는 순식간에 친해져 왠지...

 

아 갑자기 피터와 보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주마등은 아니겠지.

 

“간식 만들어 줄까요?”

 

“초코파이 줘.”

 

초콜릿이 들어간 파이?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볼게요.”

 

“먹을거 줘.”

 

토마스는 피터와, 피터와 놀아주는 어이 쪽으로 손나팔을 만들었다.

 

“피터, 어이, 간식시간 할까?”

 

“할래.”

 

부엉!

 

날이 춥더라, 형이 따뜻한 우유랑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쉬었다가 놀...

 

토마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피터의 눈을 가렸고, 어이는 날개를 펼쳐 나그네의 눈을 가렸다.

 

“마에스트로! 마침 잘 왔소! 당장 저 여자 얼려버리시오!”

 

“나그네야 저놈아 저거저거 아주 몹쓸 놈이여!”

 

릭의 뒤에서 어깨를 잡고 말리는 마틴, 그리고 비광의 앞에서 막아서는 B.

 

아까까지 앉아서 ‘저 이거 좀 잘하거든요, 당신한테 이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와 ‘괜찮아요,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할게요. 우리 얼른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던 사람들은(어디까지나 토마스 시점)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듯 씩씩거렸다.

 

“...피터는 저런거 보면 안돼, 가서 식탁에 앉을까?”

 

“알았어 형아.”

 

토마스는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 선 어이는 마치 손가락인 마냥 큰 깃털 하나를 들고 말했다. 부엉부엉.

 

부엉, 부엉부엉부엉. 부엉.

 

“알았어 어이.”

 

나그네는 피터 옆에 얌전히 앉았다.

 

“거기 네 분도 이리 오세요, 차 끓여 드릴게요.”

 

배고프면 신경 날카로워지니까요.

 

그렇게 널찍한 테이블에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부엉이까지 하나 앉았더니 꽉 찬다.

 

아무래도 이거 작은 오븐에 굽는 작은 파이는 못 만들겠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진 토마스는 커다란 보울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는 커다란 프라이팬에 레코드판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반질반질한 하얀 접시에 커다란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고 생크림과 여러 가지 시럽, 딸기를 맨 위에 하나씩 장식해 자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그네가 포크를 들자 토마스는 나그네 앞에 머그컵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기다려. 요.”

 

묘한 박력이 있어 손을 대려던 비광도 릭도 포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토마스는 각자의 컵에 우유와 차를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에 따뜻한 우유와 각설탕 두 개를 떨어뜨려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와구와구와구.

 

그리고 접시가 요란하게 비워지는 소리가 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맛있어!”

 

“정말요?”

 

“아따, 저 아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먹지는 않는디. 거 괜찮으면 하나만 더 만들어 줘, 응?”

 

“저한테 맡기세요!”

 

아니, 하나만 더 만들면 되는....이라고 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 커다란 팬케이크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따아... 그쪽 아가야들은 다 이렇다냐? 엄~청 나구만~”

 

“저희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톰슨씨! 가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 좀 더 사다주세요!

 

다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물 붓는 거 잊지 말구요.

 

“저기... 토마스, 제가 설거지할게요.”

 

“고마워요!”

 

엄청 신나 보이네, 형.

 

피터는 부루퉁하게 양손으로 턱을 괴다가 이따끔씩 제 것을 얼만큼 떼어 옆의 어이에게 먹여주었다.

 

물론 딸기는 안 줘.

 

“피터, 형이 동물한테는 과자 주지 말라고 했지?”

 

“어이는 동물 아니야.”

 

“어이는 부엉이잖아.”

 

그러자 나그네가 식탁을 탁 쳤다.

 

“어이는 부엉이 아니야.”

 

 

 

 

 

 

토마스라 했던가? 아그야 니도 끼래이.

 

라는 말에 의해, 토마스도 그들 사이에 앉아 카드를 잡게 되었다.

 

“이거 그냥 게임만 할라니 맥아리가 빠져 못하겠구만.”

 

“그럼 역시 상품이 있어야하지 않겠소?”

 

“저기, 그거 사행성...”

 

“릭, 그걸 상품이라고 걸면 저 화낼거예요.”

 

그러자 릭은 잠시 주춤했으나 비광이 ‘사내자식이...’로 시작하는 도발을 듣자마자 자신이 생각하던 상품을 외쳤다.

 

“마틴이랑 B 사이에 앉아서 ‘양손의 꽃’ 하기!”

 

“좋다!”

 

“저도 상품이예요?!”

 

“릭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려치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승부는 삼세판.”

 

“이 오빠한테 영혼까지 털릴까봐 단판은 무섭소?”

 

“이 누나야가 타키온 아그 울까봐 해주는거 아니겠수~?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니 응애응애 울지는 말더라구?”

 

마틴이 패를 섞어 돌렸다.

 

첫 번째는 릭의 승리, 두 번째는 비광의 승리.

 

그런데 세 번째가 토마스의 승리라 그들은 다시 한 판을 하기로 했다.

 

대망의 마지막 판의 첫 패를 오픈하려는데, 마틴이 릭을 쿡 찔렀다.

 

“아야야, 왜 그러오 블론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릭은 칫 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B는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비광을 툭툭 두드렸다.

 

“왜 그런다야?”

 

“...비광, 지면 안 돼요. 아무리 제가 악당이었다고 해도 팔려가기는 싫어요.”

 

“팔려간다고?”

 

“저 상품이잖아요.”

 

인신매매는 싫다, 고 했더니 비광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비광?! 저 진짜 팔아버릴 거예요?!”

 

“자, 자 패 오픈한데이~”

 

“비과아앙!!!”

 

릭의 첫 카드는 하트 A, 그리고 두 번째도 하트, 세 번째도 하트, 네 번째, 다섯 번째도 하트였다.

 

“아쉽게도 플러쉬네.”

 

꽤나 좋은 카드라 자신만만한 릭 앞에 비광이 의기양양 카드를 뒤집었다.

 

“풀하우스여 아그야.”

 

5 세 장과 8 두 장의 카드가 뒤집혔고 비광은 제 오른편 자리를 탁 쳤다.

 

“거 마틴아 이리 좀 와 보아라.”

 

춘향이 수청 들라는 사또처럼 말하는데 토마스가 손짓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예요.”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봐요♡

 

 

 

 

 

그 후로 B는 끅끅거리면서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저 비광이랑 있고 싶어요’를 울면서 말했고 정절을 위협받는 과부마냥 가슴 앞에서 손을 교차시켰다.

 

가면 밑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졌고 입으로는 ‘안돼요’를 연발하는 바람에 토마스는 ‘이것은 절대 인신매매가 아니며 자신은 B를 사고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했다.

 

마틴은 ‘그러게 제가 안된다고 했죠!’라고 릭에게 다그쳤고, 보란 듯이 토마스의 무릎에 앉다가 ‘무거워’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봐요.”

 

“그랴, 다음에 또 보장께.”

 

“다음에 또 봐요. 자, 피터도 인사.”

 

“...”

 

부엉!

 

피터는 토마스의 손을 꼭 잡고 연합으로 걸었다.

 

“그런데 형, 양손의 꽃이 뭐야?”

 

“음... 손에 손잡고 나란히 있는게 아닐까?”

 

“그럼 형아는 나랑 엘리랑 사이에 있으니까 매일 양손의 꽃이네.”

 

마틴은 재단 쪽으로 걷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릭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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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2014. 12. 13. 02:50 | Posted by 호랑이!!!

소협은 누구요?”

 

나그네가 하미레즈를 부른 그 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우 싸락눈이 흩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하늘도 땅도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눈송이가 흩날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일 만큼 내리고 있었다.

 

그거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그렇소.”

 

하미레즈는 나그네가 자신에게 제대로 말을 거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소협은 어째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하미레즈. 따라해 봐.”

 

“...하미레즈?”

 

.”

 

.”

 

그게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요상하오.

 

나그네는 여러번 하미레즈, , 하미레즈 하고 되뇌었다.

 

혹시 그 햄미레즈인가 하는 것이 소협의 이름이오?”

 

하미레즈. 크리스티안 하미레즈라고 한다.”

 

나그네라 하오.”

 

나그네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소협,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그 손은 하미레즈의 팔 위에 얹혔다.

 

나그네는 자신과는 색이 다른 하미레즈의 팔과 그 위에 얹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사람을 보는 것이 하도 오랜만이라 그러는데 조금만 더 만져보아도 되겠습니까?”

 

하미레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그네는 사람의 온기를 음미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야가 밝아진다 하였더니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얼음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이후 눈이건 얼음이건 차가운 것은 질색이었는데 지금만은 눈이 그치는 것이 야속했다.

 

하미레즈는 팔을 뻗어 나그네를 꽉 안았고 나그네는 팔을 올려 자신을 안은 하미레즈의 팔을 잡아 안았다.

 

“...소협은 참으로 따뜻하오.”

 

나그네는 작게 속삭였고, 눈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눈은 조금씩 그치면서 녹기 시작했고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하미레즈는 안은 팔을 몇 번 움썩이다가,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

 

초코파이 사줘.”

 

아까까지 눈에 돌던 총기는 간데 없었다.

 

다음번, 하얗게 눈이 내리고 세상에 하늘과 땅이 달라 보이지 않는 때.

 

그때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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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첫 실기 수업은 타라 조노비치 교수님의 마법 수업이었다.

 

길고도 지루하게 각종 잔소리(라고 받아들여진 설명과 이론)를 마친 다음에 아이들 앞에는 깃털 하나씩이 놓였다.

 

그러고보니 누가 옛날에 이 마법으로 트롤을 쓰러뜨렸다고 하긴 하던데.

 

요즘 세상에 트롤이 어딨어.

 

피터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깃털을 겨냥해 공중으로 휙 들어올렸다.

 

자신의 첫 마법 발현이 폴터가이스트인 만큼 이런 것은 쉬웠으니까.

 

그렇게 래번클로에 5점을 받은 피터는 의기양양해졌다.

 

이글 홀든 그건 5학년인 지금까지 점수 깎아먹었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지만 자신은 고작 첫날에 5점씩이나 받았다구!

 

이걸 토마스 형한테 얘기해주면 기뻐할테지, 빨리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피터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형은 이 시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그러니까... 1층이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의 사무실은 3층인데 수업이 1층이라니, 진짜 귀찮게 한다.

 

수업도 3층이면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자신도 같은 층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피터는 대리석 계단을 단숨에 내려갔다.

 

특별히 폭이 넓은 계단이거나 사라지는 계단 따위는 휙휙 뛰어넘으며 단숨에 1층으로 내려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의 문을 활짝 열었더니 수십개의 눈동자가 피터 쪽을 바라보았다.

 

방어술 수업을 맡은 카인 스타이거는 한쪽 손으로는 책을 받쳐 들고 다른 쪽 손으로 지팡이(켈피의 갈기, 마호가니)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 동생 모나헌이다

 

쟤 걔지? ... 래번클로의...’

 

피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토마스를 찾아 그 쪽으로 갔다.

 

토마스 형, 이것 봐.”

 

피터는 토마스 앞으로 가더니 토마스의 깃펜을 놓고 지팡이(용의 심장, 호랑가시나무)를 휙 휘둘렀다.

 

깃펜은 가볍게 위로 떠올랐고, 피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글 쪽을 보았다가 토마스에게 가슴을 펴 보였다.

 

“5점 받았어.”

 

토마스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그저 피터를 내려다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피터...”

 

그 때, 아이들을 헤치고 스타이거 교수가 다가왔다.

 

교수는 피터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래번클로에 30점 감점.”

 

스타이거 교수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허공에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1학년이니 징계는 주지 않겠다, 피터 모나헌. 네 교실로 가라.”

 

대단하다- 스타이거 교수님 수업을 방해하고

 

이글 홀든에 피터 모나헌에... 래번클로 되게 웃긴다

 

스티븐슨 진짜 고생하겠다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토마스 스티븐슨, 일어서서 그 다음을 읽어라.”

 

.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드모트가 부리는 마법 군단에...”

 

피터는 떨어진 깃펜을 보았다.

 

그냥 형이 대단하네, 첫 수업인데 이만큼이나 하고!’라고 해 주었으면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비웃고 형은 이쪽을 돌아봐주지도 않는다.

 

토마스 형아.”

 

“...대한 방어책으로는 가장 믿을 사람을 골라 암호를 주고받는 것을 권고했고...”

 

토마스 형.”

 

“...기본적으로는 외형을 본떠 마법을 거는 것이니 암시를 걸거나...”

 

토마스!”

 

토마스의 읽기가 멈췄다.

 

피터.”

 

토마스가 돌아봐 주자 피터가 눈을 반짝였다.

 

, 어서 웃으면서 대단하다고 말해.

 

형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토마스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는 형이 수업하는 곳이야. 어서 피터 교실로 가.”

 

피터는 잠시간 토마스를 올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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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9. 16:10 | Posted by 호랑이!!!

스타이~~”

 

웨슬리는 카인을 뒤에서 꽉 안았다.

 

근육이 섞였지만 말랑말랑한 몸이 폭 안겼다.

 

“...무슨 일이야.”

 

휴일, 한가로운 날임에도 카인의 의상은 세미정장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다.

 

너 그 무늬 안 어울려.”

 

링 패턴인가 뭔가라는 기하학 무늬가 빼곡하니 들어선 블라우스는 분명 이번 유행이라고 했지만.

 

-, 어린애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달까.

 

순하고 작은 강아지 같은 얼굴인데 이런 딱딱한 옷이라니 아깝잖아.

 

좀 더, 좀 더, 좀 더...

 

그래, 예를 들면 커다란 꽃무늬가 프린팅된 분홍색 티셔츠라던가.

 

O쿠마나 키O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하지만 카인은 고개를 팩 돌려 아까까지 읽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웨슬리는 카인의 어깨를 꽉 잡은 뒤 시선을 책에 뺏기지 않게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쇼핑하러 가자!”

 

“Nein.”

 

“...그럴 줄 알고 이미 해 왔지!”

 

“...그런 준비성은 다른 곳에 좀 써.”

 

회색이 섞인 연한 분홍색에 색색가지 꽃잎이 달린 커다란 꽃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카인 앞으로 내밀어졌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이런 건 갈색이나 검은색 머리를 길게 기른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카인은 소년들만큼 짧게 자른 자신의 회색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 기껏해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아무튼 나는 아냐.”

 

내 눈을 믿어!”

 

웨슬리는 연이어 까만색 짧은 바지와 스타킹을 던져 주었다.

 

바지 너무 짧...”

 

빨리 입으라고!”

 

웨슬리가 카인이 입은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대자 카인은 기겁하며 자신의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가렸다.

 

“...볼 것도 없는 게.”

 

웨슬리 슬로언!”

 

 

 



 

카인은 결국 웨슬리가 준 검은 반바지(빌려준 것)와 꽃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웨슬리는 아예 바지에 멜빵도 달아주고 싶어 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카인이 기를 쓰고 반대했기에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

 

카인은 가게의 유리나 거울 같이 몸을 비출 수 있는 게 있을 때마다 살짝살짝 자신을 비춰 보며 어색해 했다.

 

하나도 안 이상해, 너 진짜 귀여워.”

 

좋겠다~ 나도 이런 얼굴로 태어났으면 아직도 커다란 리본 달린 머리띠랑~ 레이스 프릴 달린 원피스~ 입었을 텐데~

 

웨슬리는 키득거리면서 카인의 팔짱을 끼고 끌어당겼다.

 

카인은 짧은 바짓단을 잡고 한 번 끌어내리면서 걷더니 다른 쪽 손에 들린 음료수 컵의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다고...’

[다톰] 커피 마시고 갈래

2014. 12. 4. 01:16 | Posted by 호랑이!!!

눈 내리는 밤.

 

홀든의 장남 다이무스 홀든은 막냇동생이 부탁한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걸었다.

 

도대체가, 집에서 노는 대학생 주제에, 그냥 자기가 가서 사면 될 것이지 왜 야근하고 피곤에 절은 큰형에게 이런 걸 시키고 그러는지.

 

아니, 그 이전에, 왜 편의점에서 파는 몸에 나쁜 음식을 사서 먹으려는가 이 말이다.

 

집에 있으면 요리사들이 애피타이저의 샐러드부터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줄 텐데.

 

하기사 그 녀석은 어릴 적부터 속을 이해할 수 없긴 했지.

 

어서오세요~”

 

편의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글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사람이 카운터 너머에 서 있었다.

 

다이무스는 속으로 하던 투덜거림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이글 그 녀석은 좀 반성해야 한다.

 

이글보다 어린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그 녀석은 형을 부려먹기나 하고...

 

그는 편의점 안을 휘 둘러보았다.

 

주먹밥은 어디 있지?”

 

저 끝 오른쪽에 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손으로 저쪽이라고 가리켰고, 다이무스는 고맙다고 한 뒤 그쪽으로 가 보았다.

 

보자, 그 녀석이 뭘 사달라고 했더라...

 

참치? 베이컨? ?

 

...주면 다 먹겠지.

 

종류별로 하나씩 집고는 카운터로 가져갔다.

 

-’

 

이글한테서 온 문자다.

 

다이무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 손으로는 지갑을 꺼내며 눈은 핸드폰의 액정에 두었다.

 

형 나 배고파~ 언제 오는데~

 

-’

 

계산해드릴게요~”

 

형아아~ 이렇게나 귀여운 막내가 배고프다구!

 

- -

 

[할인이나 적립 카드 가지고 있으신가요?]

 

발랄한 여자의 녹음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아 진짜! 다이무스 형! 동생이 배고프다는데 빨리 와서 줘야겠다, 그런 마음 안 생겨?

 

없다.”

 

[현금 영수증 발급받으세요~]

 

-’

 

! 읽는거 다 보이거든! 근데 왜 답장이 없어!

 

귀찮다.”

 

... , 죄송해요. 이 음성에 그렇게 진지하게 답하는 사람은 잘 없어서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서둘러 사과했다.


봉지에 먹을 것을 담고 계산을 해주더니 그는 카운터 너머로 와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여기, 제 건데 하나 드릴게요. 오늘은 눈도 오고, 좀 춥잖아요.”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기 위해 핸드폰을 내렸고, 그제야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름.”

 

토마스 스티븐슨이예요.”

 

토마스는 제 가슴팍에 달린 반짝이는 플라스틱 명찰을 가리켜 보였다.

 

다이무스 홀든이다.”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야간에 일하나? 손님도 없어 보이는데 지루하지 않나?”

 

뭐어... 조금요? 그래도 책도 읽고 공부도 틈틈이 하니까 시간은 잘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토마스가 보여준 책은 여기까지 읽었다고 표시한 책갈피가 거의 끝에 가 있었다.

 

길어봐야 앞으로 30분만에 다 읽겠지.

 

다이무스는 카운터에 기댔다.

 

같이 커피 마시지 않겠나?”

 

-’

 

~ 언제 와~~~ 다이무스 형아아아아~~~~~~~

 

다이무스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꺼 버렸다.

 

 

[최군/B비광] 달밤

2014. 11. 24. 19:47 | Posted by 호랑이!!!

어두운 밤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이 빛나고 약간의 별이 있었고, B의 옆에는 작은 등불이 따뜻한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아-야, 니 여서 뭐하노?”

 

성년도 넘은 그를 서슴없이 아가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B는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비광, 안 주무세요?”

 

“잘라 캤는데 말이제- 여짝에 누가 뎅그라니 앉아 있어가 말이제.”

 

비광은 B의 옆자리에 털석 앉더니, 시선이 B의 손께에 가 멎었다.

 

B는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더니 멋쩍은 듯 술병을 저쪽으로 밀어놓았다.

 

“진통제 안 먹구.”

 

“그냥... 약 채워두는걸 깜박했거든요.”

 

이 밤에 깨우기도 뭣하고, 사실 간만에 술도 마셔보고 싶었고.

 

그러냐, 며 비광은 B가 마시던 잔을 가져가 자신도 한 모금 삼켰다.

 

“캬아, 독하구만-”

 

B는 달을 보다 천천히 비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광.”

 

이런 때조차도 쓰고 있는 가면 너머로 눈이 등불의 빛을 받아 빨갛게 반짝인다.

 

“좋아해요.”

 

비광이 든 잔에 향 좋은 술이 따라졌다.

 

비광은 그 잔을 내려다보다가 입가로 가져갔다.

 

“...만약에.”

 

술을 넘기자 B가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술친구가 필요하면 같이 마셔 줄 수는 있제.”

 

“...고마워요.”

 

B는 다시 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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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총] 향수

2014. 11. 17. 21:18 | Posted by 호랑이!!!

카인과 웨슬리는 번화가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해는 졌지만 온갖 전구로 거리가 환하게 밝았고 음악소리는 어디에서든 흘러나왔다.

 

마치- 그때 같군.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한창 미국이 승리의 달콤함에 젖어있는 그때.

 

매일밤이 환하게 밝혀졌고 어디에서든 박람회가 열렸으며 젊은 남녀가 길거리에서 무도회를 갖던 때.

 

물론 웨슬리가 거기 끼어본 적은 없었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탈 때 신형 잠수정에 올랐고, 댄서들의 쇼를 보기보다는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며 길에서 솜사탕이나 팝콘을 먹으며 춤을 추기보다는 와인과 스파클링에 카나페를 맛보며 진짜 무도회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박람회를 유리창 너머로 눈에 박히도록 보았기 때문인지, 밝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났다.

 

뭘 그리 보나?”

 

“...밝은 거리를 보니 미국 생각이 좀 났네.”

 

아아, 쇼 따위가 연일 열린다지. 재밌었나보군.”

 

그 반대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네.”

 

자네가? ?”

 

웨슬리는 대답 대신 카인의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는 왜 게르만이 아메리칸을 마시고 있나?”

 

게르만(Germane)이 아니라 져먼(German)일세, 자네는 미국인이면서 그렇게 영어를 못해서 어쩌면 좋나.”

 

카인은 컵 안의 커피를 마저 마시고 웨슬리의 잔을 보았다.

 

커피에 설탕 두 조각을 넣더니 마냥 창밖을 보면서 스푼으로 휘적휘적 젓고만 있다.

 

입도 대지 않은 저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었겠지.

 

카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스푼을 내려놓자 웨슬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숟가락을 빼냈다.

 

한 번 옛날 생각을 했더니 주체할 수 없었다.

 

오렌지색과 하얀색의 꼬마전구는 휘감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로등이건 나무건 무엇이든 감고 빛났고 볼거리와 놀 거리가 들어있는 노란색 천막도 여기저기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 여자, 어린이, 나이 든 사람, 연인과 부부.

 

그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손에는 제각기 술병과 과자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은 자동차 안에서 밖의 불빛에 비추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자동차로 거리를 지나며 스치듯이 본 것이었지만 기억에 와 박히기에는 충분했다.

 

웨슬리는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지갑에서 팁을 꺼내 찻잔 받침 아래에 두고, 둘은 일어났다.

 

추운 거리를 지나며, 웨슬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거리는 춥다.

 

사람도 없고, 그나마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도 달랐으며 공기 중에 퍼진 달콤한 향내조차 없다.

 

웨슬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 때, 카인은 웨슬리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다른 손으로는 손을 맞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카인?”

 

내가 아는 춤이 하나밖에 없으니 양해하게.”

 

카인은 웨슬리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거리, 가로등, 반짝이는 전구.

 

그 순간 웨슬리의 눈에 옛날에 보았던 전구가 보였다.

 

설탕이 녹는 달콤한 향기와 녹아내리는 버터의 향, 터지는 옥수수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 끝에 모여 솜사탕과 팝콘의 냄새가 되었다.

 

하나, , 트럼펫과 드럼 소리가 귓가에 떠오르더니 사람들이 모여 춤추던 노래가 되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몇 분을 더 춤추었다.

 

카인은 그동안 몇 번 웨슬리의 발을 밟았고 웨슬리는 타박을 주며 낮게 킬킬거렸다.

 

거리에서 춤추는 게 이렇게나 즐거울 줄 몰랐어.”

 

웨슬리는 눈을 뜨고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들뜨고 즐거워,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취한 것 같다.

 

사랑하네, 스타이거.”

 

카인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다 다른 팔도 웨슬리의 등 뒤로 돌려 그를 꽉 끌어안았다.



[마틴X이글] 도서관

2014. 11. 11. 00:57 | Posted by 호랑이!!!

마틴은 도서관에서 이글 홀든과 마주쳤다.

 

그의 팔에 들린 것은 꽤 두꺼운 책들.

 

의외로군, 책을 많이 읽는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는데.

 

마틴의 능력이 사람들의 마음속을 읽는 것이니만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는 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서 으레 배어나오곤 하는 깊이나 매력 따위는 여지껏 이글에게서 본 적 없었다.

 

여어, 챌피. 너도 책 빌리러 왔어?”

 

안녕하세요 홀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네자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작아진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여기, 도서관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지 뭐야.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빌려 버렸어.”

 

그러면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자신과는 동갑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가볍고 장난스러워 얼핏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때 연합의 나이오비가 양팔에 책을 안고 다가왔다.

 

이글, 여기 좀 봐.”

 

나이오비가 가져온 책은 전부 동화책이었는데 이글은 그 책들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여기, 이쪽에 있는 건 애들 읽기 힘들 테고... ...이쪽에 있는 게 내가 추천하는 쪽.”

 

이거 재미있네.

 

나이오비는 책에 시선을 두느라 몰랐겠지만 마틴은 보았다.

 

책을 분류하느라 집중하는 동안 이글의 얼굴에서 뭔가가 한 겹 떨어지는 것 같더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책을 대할 때 짓는 표정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그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이글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마도 행복했을 한 때.

 

이글이 생각하는 속에는 고풍스러운 방 안과 커다랗고 밝은 난롯가가 있었고, 푹신하고 멋진 안락의자와 유모와 형들이 있었다.

 

거기 비치는 감정까지 읽으려 했는데 이글은 이미 마지막 책까지 분류해버렸다.

 

그리고 그 기억들과 분위기와 표정은 이글이 가진 까맣고 차가운 상자 속에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그 상자마저 사라졌다.

 

마틴은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이글이다.

 

겉도, 속도, 표정도, 분위기도,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마틴은 이글이 분류한 책 한 권을 들었다.

 

이 책들을 전부 읽어봤나요?”

 

아아, 집에 서재가 있어서. 책만큼은 아쉽지 않게 읽으며 자랐어.”

 

마틴은 이글과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눈 뒤 집었던 동화책을 펼쳤다.

 

이글의 머릿속에서 보았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마틴은 책의 덮개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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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X트리비아] 달빛을 받으며

2014. 11. 7. 04:21 | Posted by 호랑이!!!

그것은 아주 차가운 겨울의 달밤이었다.

 

나뭇가지마다 쌓인 눈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좁은 거리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는 사람을 추운 거리에서 따뜻한 집, 지붕과 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몰아넣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커튼을 치거나, 커튼이 없어도 창문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겨울밤에 트리비아와 루이스는 밖으로 나왔다.

 

호수는 스케이트 타기 좋을 정도로 두텁게 얼음이 얼어붙었고 낙엽은 이미 다 져버려 오랫동안 거리를 걷는다고 해도 낙엽이 얼굴에 불쾌하게 달라붙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루이스는 수 백년쯤 전에 기사들이 머리에 꽃을 꽂은 아가씨들에게 그러했듯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트리비아의 손을 청했다.

 

우아하게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은 트리비아는 루이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얼음판 위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뭇가지, , 벤치와 가로등 위로 내려앉은 눈은 아름답게 반짝였고 차가운 바람은 베일처럼 그들을 감쌌다.

 

눈이 반사하는 빛을 받으며 그들은 얼어버린 호수 가운데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호수 가운데, 트리비아와 루이스는 손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았고 문득 좁은 골목을 빠져나온 돌풍을 받아 트리비아의 날개가 펼쳐졌다.

 

왈츠를 추듯 잡은 손을 뻗고 다른 손은 서로의 허리에 감긴다.

 

트리비아의 발끝이 얼음을 스치며 그들은 얼마 전 눈이 와 구름이 적은 하늘로 떠올랐다.

 

달은 하얗고, 차갑지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엷은 구름이 마치 무도회의 무대처럼 퍼져 있었다.

 

진주와 장미로 장식한 드레스도 아니었고 여러 겹 격식을 갖춘 예복도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구름이 퍼진 그 가운데에서 그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샹들리에와 벽의 촛불 대신 걸린 수많은 별빛을 받으며 들리지 않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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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무스X이글] '지나치게' 감상적인

2014. 11. 2. 20:53 | Posted by 호랑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다이무스 홀든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꽃잎이 떨어지는 광경이나 구름이 하늘에 흘러가는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시 쓰는 일을 좋아하니까.

 

자신은 감상적이다.

 

가주는 감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은 가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벨져가 첫째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분명 좋은 가주는 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가 그 위치에 만족할 테니까.

 

다이무스는 창밖을 보다가 책상 위의 쌓인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글과 책을 읽던 일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는 현학적이고 감상적인 현자가 나왔었고, 같이 책을 읽던 이글은 그 현자가 멋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렸던 자신은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

 

현학적이고 감상적인 시라도 써 보려고 했다가 너무 형편없어서 물에 씻어버린 양피지도 여럿 되었었지.

 

그 생각에 이르자 굳어있던 눈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형아, 술 마시자."

 

갑자기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와 이글이 말했다.

 

'같이 마실래?'가 아니라 '마시자'인 만큼 이글의 손에는 글라스 두 개와 포도주 병도 들려 있었다.

 

뭔가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걸까, 안색은 굳었고 불안해 보였다.

 

매일 실없이 웃는 얼굴을 하던 이글이 저런 표정이라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서류를 하는 대신 같이 술을 마셔주기로 하고 다이무스는 책상에서 서류를 정리해 한쪽에 쌓아두었다.

 

이글은 의자를 가져와 털석 앉더니 글라스에다 와인을 콸콸콸 따랐다.

 

"무슨 일 있더냐?"

 

", 나 말이야-"

 

이글은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켰다.

 

저만한 양을 저렇게 들이킨다면 한잔으로도 취할 텐데.

 

"난 형이 좋아. 형이 날 좋아하듯 형이 좋다는 게 아니야. 사랑해."

 

젊은 남자가 연인에게 할 법한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다이무스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자신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인간이다.

 

방금도 이글의 고백을 듣고 하마터면 흔들릴 뻔 했으니.

 

자신은 가주가 되어야 한다.

 

감상적인 부분은 잘라내야 한다.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

 

다이무스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형의 반응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이글은 자신의 손 옆에 칼이 내려꽂히자 섬뜩함을 느꼈다.

 

아름답게 세공된 편지칼이 손목 옆에 꽂혀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옆으로 움직였다간 오랫동안 검을 잡지 못할 위치였다.

 

"... 다이무스 형...?"

 

"기분 나쁘다."

 

다이무스는 아까와 다를 바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지극히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 천천히 손을 떼었다.

 

"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이무스는 자칫 흔들릴 뻔한 자신을 다잡듯 말했다.

 

"설마 내가 네 말을 듣고 기뻐하기라도 할 줄 알았나."

 

몸을 숙이자 자신의 눈 앞에 불안하게 떨리는 이글의 눈이 있었다.

 

"두 번 다시는, 내게 가까이 오지 마라."

 

이글은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고 다이무스는 열린 문을 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쓰러지듯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팔을 앞으로 쭉 뻗더니 정갈하게 쌓여있던 서류를 옆으로 떨어뜨려버렸다.

 

종이는 팔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고 다이무스는 책상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머리를 들고 엎질러진 잔에 와인을 다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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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보물상자

2014. 11. 2. 20:35 | Posted by 호랑이!!!

피터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의 가장 아래쪽에는 노랗게 바랜 구두상자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으레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보물상자'에는 조개껍데기나 오랜 편지 따위가 자질구레하게 들어있기 마련이었으나 피터의 상자에는 낡은 옷 한벌 뿐이었다.

 

몸이 자라서 옷을 입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옷을 넣어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낡아 색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솔기 하나 뜯어지지 않고 고이 모셔진 옷은 가슴팍의 검은 얼룩 외에는 아무 흠도 없었다.

 

검은 얼룩.

 

얼핏 잉크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은 피로.

 

그 주인은... 이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생김새나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지만 안겼을 때 포근했던 품이나 다정하던 말투, 자신을 끊임없이 보살펴주던...

 

파란 머리였다.

 

, 이건 확실해.

 

눈도 파란색... 이었나? 그랬겠지.

 

그리고 하얀색 넥워머...가 있었다.

 

얼음벽이 둘 사이에 서 있었고... 그 얼음벽 너머로 형이 있었고.

 

그리고 정말 투명하던 벽에 극장의 커튼이 막이 내리듯 피가 흘러내렸다.

 

피터는 옷을 집어들었다.

 

이제는 옷이 마치 인형의 옷처럼 작게 보였다.

 

옷에다 코를 묻고 한 번 숨을 들이쉰 뒤 다시 차곡차곡 개어 상자에 넣었다.

 

-보고싶다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도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달라구요!”

 

뭘 그 정도로 그래~ 오늘은 별일 없었잖아?”

 

-- 없었다구요? 우편물을 전부 다시 분리해서 하나하나 전교생에게 가져다 준 데다 부엉이들이 다친게 별일이 아니예요? 후플푸프 애들도 여럿 다쳤다구요!”

 

부엉이 발톱에 좀 긁힌 거 가지고 호들갑 떨긴.”

 

후플푸프 애들은 이제 래번클로의 이글 홀든하면 치를 떤다구요! 아무리 착한 애들이지만 이대로 가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처럼 사이가 나빠질 것...

 

이글은 이어지는 잔소리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는데 지나가던 루이스와 마주쳤다.

 

안녕, 오늘도 수고하네 반장.”

 

수고라뇨, 뭐 수고랄 것 까지는... 루이스 선배도 작년에 반장이셨잖아요.”

 

허어.

 

이글은 순식간에 변신해 수줍어하는 토마스를 보았다.

 

하기사, 이글은 알고 있었다.

 

작년에 루이스가 그리핀도르의 반장을 지낸 이후 토마스가 얼마나 반장을 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올해 은색의 P배지가 반장 임명장과 함께 도착하였을 때 얼마나 기뻐하였는지도.

 

그래도 이거 너무하네, 아까까지 자신한테 딱 붙어 잔소리를 퍼붓던 토마스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수줍어하는 새댁같은 녀석이 왔냐.

 

토마스, 얼굴 빨개졌다.”

 

, 아니, 이건... 그냥 더워서...”

 

이제 11월인데?”

 

손부채질을 하는 토마스를 삐딱하게 놀려대자 루이스는 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 너도 토마스 그만 고생시키고.”

 

루이스가 떠나자 이글 홀든은 입술을 삐죽 거렸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은 멀어져가는 루이스 쪽으로 혀를 내밀었다.

 

들었죠? 저 좀 그만 고생시키라고 하잖아요.”

 

, 꼭 갓 결혼한 새신랑한테 하는 말 같네.”

 

전 이글 형 아니어도 할 일이 많다구요.”

 

토마스는 이글의 말을 못들은체 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마스 형.”

 

그때 저쪽에서 걸어오는 1학년 꼬마가 보였다.

 

초록색 머리에 하얗게 타들어간 눈.

 

미쉘 모나헌의 동생으로 홀해 입학한 1학년생이었다.

 

반장에, 퀴디치 선수에, 보모라니 거 바쁘겠네.”

 

형이 사고만 안 치면 토마스 형 일도 반으로 줄어들 거야. 망나니 형.”

 

그러더니 토마스의 다리 뒤에 숨어서 보란 듯 토마스를 끌어안는다.

 

그건 네 얘기겠지, 하루종일 토마스한테 찰싹 붙어선.”

 

내가 그런다고 기숙사 점수가 깎이거나 징계를 받지는 않아. 오늘 소동으로는 몇 점 깎았어? 5? 10?”

 

20점이었다.

 

토마스는 그만 하라는 듯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거기까지. 피터, 수업 들어갈 준비 다 했어?”

 

.”

 

교과서?”

 

넣었어.”

 

양피지 두루말이.”

 

있어.”

 

잉크병, 깃펜은?”

 

피터는 대답 대신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다.

 

잘했어, 그럼 수업 잘 다녀와.”

 

, 형아도 잘 다녀와.”

 

얼씨구, 아주 훈훈하시다.

 

겉보기만으로는 우리 형제보다도 더 형제같으니 이게 바로 물이 피보다 진하다는 경우로구나.

 

이글은 피터와 눈이 마주치자 눈꺼풀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피터한테 있는 힘껏 발을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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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첫 연습

2014. 11. 1. 18:20 | Posted by 호랑이!!!

당신 있잖아요-”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은 상냥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케스트라 해 보지 않을래요?”

 

오케스트라...?”

 

파란 머리에 다정한 표정의 청년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어보였다.

 

왜인지,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 지금 오케스트라7의 바이올린 한 자리가 비었거든요.”

 

스스로를 토마스 스티븐슨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번 일요일에 전체 연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은 비발디였고 자신도 몇 번이나 연습한 적 있는 것이었다.

 

일요일에,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고 찾아간 곳은 어느 지하 연습실이었다.

 

지하라서 그런가 좀 춥네.

 

안으로 들어갔더니 제각기 악기를 든 사람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서오세요.”

 

토마스다.

 

토마스가 자신의 자리는 저쪽이라고, 손수 이끌어 주었다.

 

그런데 그는 연미복을 입고 있어서 의아했다.

 

연습... 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연미복을 입고 있어요?”

 

저한테는 엄청 중요한 연습이라서요.”

 

수줍게 웃은 토마스는 지휘봉으로 악보 거치대를 톡톡 두드렸다.

 

자 그럼, 7번째 오케스트라의 첫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연습이라 중요하다고 한 걸까? 하는데 가슴을 뚫고 얼음조각이 튀어나왔다.

 

한곡의 지휘를 마친 토마스는 기분 좋다는 듯 신음 섞인 한숨을 나른하게 뱉었다.

 

아아... 언젠가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

 

연습실의 문이 닫혔다.



[이글X빅터] 고양이 -03

2014. 11. 1. 18:03 | Posted by 호랑이!!!

 

이글이 자고 가라고 했음에도, 빅터는 저녁을 먹고 한두시간 고양이를 돌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 이름은 지어주고 가.”

 

고양이의 화장실 설치나 스크래처가 딸린 캣타워를 만드느라 시간을 한참이나 써버렸다.

 

피곤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빅터에게, 이글이 툭 던졌다.

 

말하고 보니 그럴싸한 이유다.

 

빅터를 그냥 보내기에 아쉬워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던졌건만.

 

이름...”

 

나비? 야옹이? 복실이?”

 

농담삼아 몇 가지 얘기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 농담이야.

 

체르니... 바흐... 베토벤...”

 

“...너 음악가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그것밖에 없어서.”

 

또 뭐가 있지, 오페라?

 

그러다 시계를 힐끔힐끔 본다.

 

벌써 열시였다.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의 눈에 졸음이 매달린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착한 어린이는 침대로 갈 시간이긴 하지.

 

자고 가라니까.”

 

그건 싫어.”

 

고양이 이름이라도 빨리 결정할 셈인지 이름을 툭툭툭툭 내뱉는다.

 

에밀리? 엘리자베스? 샤를로트?”

 

“...그 전에, 쟤는 암컷이야 수컷이야?”

 

그러자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답한다.

 

나야 모르지.”

 

그리고 자신도 고양이 성별에 신경써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신경쓰지 않을 예정인 이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는 이름으로 지어줘.”

 

에클레어.”

 

그건 음식 이름이잖아.”

 

빅터는 다시 한 번 시계를 보더니 걸어가 문을 열었다.

 

내일 정할래.”

 

그리고 한 발을 문 밖으로 뺐다.

 

이글 형도 생각해봐.”

 

다른 한 발도 빠지고, 몸이 거의 사라지려는 찰나 머리가 쏙 안쪽으로 들어온다.

 

형이 지어줘도 상관없어.”

 

그리고 머리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가고, 문도 탕 닫혔다.

 

이글은 소파로 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들어올리더니 자리에 털석 앉아 다리를 꼬았다.

 

빅토르.”

[이글X빅터] 고양이 -02

2014. 10. 30. 19:24 | Posted by 호랑이!!!

 

빅터를 맡고 있던 사람들은 생각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은 공장일을 마치자마자 돌아와 설거지와 다른 자질구레한 일들을 마칠 것.

 

시간을 빠듯하게 써야겠지만 조금 더 서두르고 자신에게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글형네 집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아는 중에 유일하게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흔쾌히 맡아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빅터는 공장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뛰어와 수프를 끓여놓았다.

 

집안을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마른 옷을 잘 다려놓으면 할 일이 일단락된다.

 

마지막 옷을 다려놓자마자 세탁이 다 되었다는 소리에 후다닥 나가 빨랫줄에 널고 나니 정말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원래라면 저녁 내내 할 일을 고작 두 시간 안에 하려니 피곤하고 지쳤지만 이글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땀에 젖은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차가운 물로 몸을 닦았더니 그나마 정신이 든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고 이글의 집으로 날아가 문을 똑똑 두드렸더니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리고, 이글이 나왔다.

 

이제 왔어? 벌써 일곱시 반이야.”

 

“...”

 

“...늦은 건 아니니까 들어와.”

 

문을 열어주고, 빅터는 열린 문틈으로 들어왔다.

 

저녁 거의 다 됐으니까 거기 앉아 있어.”

 

저기, 고양이는...”

 

그러자 손가락으로 대충 소파를 가리킨다.

 

그리를 봤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말끔한 모습이었던 천 소파는 여기저기 튿어지고 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생각되는 은색 털에 초록색 눈을 가진 새끼고양이는 소파에다 앞발의 발톱으로 득득득 긁고 있다가 빅터와 눈이 마주치자 가냘프게 야옹- 하고 울었다.

 

! 소파를...!”

 

덥석 집어들자 이번에는 제 품으로 폭 뛰어든다.

 

털 때문에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폭신폭신하기도 하고, 그런데 잘못 쥐었다가 부러지거나 날아가거나 다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 녀석이 그 소파가 참- 마음에 드나 봐.”

 

이글이 그쪽을 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미안.”

 

됐어- 예상했던 일이니까. 오히려 소파 하나로 끝나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글은 건성건성 대꾸하며 그릇에다가 스튜를 듬뿍 떴다.

 

한창 자랄 때라 햄버그나 양 갈비 같은게 먹고 싶겠지만 내가 그나마 자신있게 만드는 게 이것밖에 없거든? 오늘은 이걸로 참아줘.”

 

고마워, 라고 대답하고 머뭇거리던 빅터는 수저를 찾아 식탁에다 가지런히 놓았다.

 

- , , 임마.”

 

이글은 빅터가 자리에 숟가락을 내려놓자 손가락으로 홱 가리켰다.

 

?”

 

내가 앉아있으랬지, 누가 일하랬어?”

 

빅터는 다시 소파로 가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그리고 제 무릎 위로 기어올라오는 새끼고양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윙- 하고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펄쩍 뛸 만큼 놀랐다.

 

, 뭐야, 놀랐잖아!”

 

머리 젖은 거 말려주려고 이러신다, ?”

 

이글은 드라이어를 가지고 빅터의 머리를 말려주다 새끼고양이가 쉬익 소리를 내며 발톱을 세우고 앞발을 뻗는 것을 보았다.

 

- 닮았다.

 

이글은 빅터의 머리를 말려주고 드라이어를 앞발로 툭 치고는 지레 놀라 화닥닥 도망가는 새끼고양이 쪽으로 드라이어를 밀어준 뒤 빅터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스튜 좋아해? , 이런 건 만들기 전에 말해야 하나?”

 

“...좋아해.”

 

빅터가 투덜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의 마법계는 꽤나 치열했다.

 

모두가 열광하는 퀴디치 시합 결과가 예언자일보 2면에 실릴 정도로.

 

퀴디치를 제치고 예언자일보 1면에 실린 내용은 머글 태생 초능력자에 관한 의견으로 싸우는 해리 포터와 지니 포터, 그리고 헤르미온느 위즐리에 관한 얘기였다.

 

프랑스인들 정치 얘기마냥 갑론을박이 온 나라에, 온 마법계에 치열했지만 딱 한군데, 이 모든곳과는 상관없는 곳이 있었다.

 

 

 

 

“...예언자일보도 참 할 일이 없군.”

 

다이무스 홀든은 1면을 다 읽고 감상을 말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1면은 그저 유명인들이 가정 불화로 싸운다더라 하는 가십 기사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다음 장으로 넘기는데, 옆에서 우아하게 포리지를 떠 먹던 벨져 홀든이 제 형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웬일로 조용하지, ?”

 

“...이렇게 순순히 아침을 보내게 할 리 없는데, 불안하군.”

 

하지만 겉보기만 봐서는 태평하기 그지없다.

 

혹시 모르지, 이글이 드디어...”

 

벨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란스런 새 소리가 들리고 부엉이들이 한데 얼키고 설켜 거대한 새 덩어리를 만들어 깃털을 흩뿌리며 연회장으로 들이닥쳤다.

 

“...드디어 뭐?”

 

실언이었다, 형아.”

 

깔끔하게 말하며 벨져는 토스트 한 쪽을 들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이글 홀든!”

 

이글!”

 

동시에, 슬리데린의 다이무스 홀든과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항상 미안하다, 스티븐슨.”

 

“...다른 기숙사 일에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옆에서 보던 벨져는 커피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적 증거는 없겠지만 이 소동의 주범은 자신의 동생, 홀든의 막내 이글 홀든이렷다.

 

이 망나니놈.

 

그리고 벨져는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망나니라는 천한 말을 생각했다는 것을 반성했다.

 

원래라면 형과 함께 이글을 혼내야겠지만 올해 래번클로 반장으로 임명된 토마스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주니 뭐.

 

벨져는 이글과 같은 기숙사의 반장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뒤치다꺼리와 기타 잡무로 고생하는 토마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 잠깐, 내년이면 형은 졸업하고 없을텐데, 다음 잔소리 담당은 나인가.

 

벨져는 미간을 꾹 눌렀다.

 

하늘을 베껴온 듯한 아름다운 천장과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

 

각 분야에서 이름난 마녀와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교수진.

 

저녁이면 길고 넓은 테이블 위로 수십가지 호화로운 만찬이 펼쳐지는 연회장.

 

그리고 여기저기로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동료들과 재밌다는 듯 같이 소리지르거나 비명을 지르며 숨는 선배들, 후배들.

 

바닥으로 눈처럼 떨어지는 수많은 부엉이 깃털, 귀를 울리는 꽥꽥거리는 소리.

 

그리고 신이 나서 무어라 소리지르다 토마스 스티븐슨과 제 형에게 잡혀서 혼나는 동생.

 

이것이 창립 이래 우수한 마법사와 마녀를 무수히 많이 배출하였으며 세상을 위협했던 볼드모트를 막아낸 마지막 격전지.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평화로운 아침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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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틀비<-토마] To.지민선배

2014. 10. 29. 22:33 | Posted by 호랑이!!!

토마스는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오늘 장봐온 물품들이 가득했다.

 

어디보자... 휴톤씨랑 도일씨랑 레베카씨는 맥주... 이건 냉장고에 넣어야지.”

 

냉장고 맨 윗칸 오른쪽에 맥주 넣어놨어요 -토마스

 

친절하게 메모까지 해서 붙여놓고는 목록의 그 다음을 읽었다.

 

레이튼씨는 나사 몇 개...”

 

나이오비씨는 새로 나온 수학 잡지 한 권...”

 

나사는 공구통 옆에, 수학 잡지는 책상 위에.

 

이글형이 얘기했던 머리끈을 가져다주고 트리비아가 주문한 스타킹을 방 침대에다 올려놓은 뒤 방에서 나오며 토마스는 루이스를 찾았다.

 

선배- 얘기하셨던 공책이랑 펜 사 왔어요.”

 

수고했어, 그거 책상 위에 좀 놔줘.”

 

루이스의 방 책상에 새 공책과 펜을 내려놓던 토마스는 아직 갈색 봉투에 뭔가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에 든 것을 꺼내보았다.

 

피터가 좋아하는 푸딩이었다.

 

, 맞다. 아직 피터한테 안 다녀왔네... 화내겠다.”

 

토마스.”

 

선배, 오늘 피터, 얌전히 있었어요? 오늘 장보는데 데려가지 않았다고 삐졌겠지만... 계속 안 보이는걸로 봐서 어디 숨어...”

 

있을 리 없었다.

 

루이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토마스의 앞에 서 있었다.

 

토마스...”

 

“....”

 

토마스는 억지로 웃으려는 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할 수 없죠, 엘리나 줘야지.”

 

과자 많이 사왔다고 엘리가 좋아하겠네요~

 

루이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친근하게,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오늘 저녁에, 내 방에 와서 잘래?”

 

, 그래도 돼요?”

 

그래.”

 

토마스는 여전히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엘리한테 과자를 전해주러 방 밖으로 나갔고 트리비아는 토마스와 엇갈려 방에 들어왔다.

 

자기, 또 토마스를 재워주는거야?”

 

“...할 수 없잖아. 내 잘못이었으니까.”

 

풀죽은 애인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트리비아는 생각했다.

 

그 토마스 스티븐슨이라면 아직 어린 피터 모나헌을 한창 싸우는 중인 루이스 앞으로 슬쩍 밀어넣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 보았던, 웃는 얼굴도.

 

 

[이글X빅터] 고양이 -01

2014. 10. 25. 18:31 | Posted by 호랑이!!!

“도와줘.”

 

그건 비오는 날의 저녁이었다.

 

이제 슬슬 추워지는 날씨인데도 빅터 하스, 은발의 꼬마는 여름에 입던 그대로의 차림으로.

 

우산조차 쓰지 않고, 심지어 겉옷조차 입지 않아 새파래진 얼굴로 문간에 서 있었다.

 

전혀 예상외의 방문객이었지만 이글은 빅터를 따뜻한 거실로 안내했다.

 

마른 수건을 머리에 씌워주고 벽난로 앞의 푹신한 의자에 앉혀 놓고, 이글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가져왔다.

 

원래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을 들일 예정이 없던 집이라 의자가 하나뿐이어서 이글은 테이블을 끌어당겨 그 위에 앉았다.

 

“우유 마셔.”

 

“고맙... 습니다.”

 

파랗게 변했던 입술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떨림도 멎었다.

 

뺨도 제법 발그레해져 보기도 좋고.

 

이글은 빅터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비에 쫄딱 젖어서, 옷이라고 걸친 것도 빈약한 채로 외간 남자의 집에 무작정 와 ‘도와줘’라니.

 

왜?라고 생각했던 궁금증은 곧 풀렸다.

 

빅터가 안고 있던 파란 천꾸러미(겉옷)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가냘프지만 분명하게 ‘야옹’이라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러자 끄덕, 한다.

 

“왜?”

 

이글은 고개를 기울였다.

 

고개가 기울어짐을 따라 길고 결 좋은 머리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이...애가, 얼마 전부터 종이 박스에 담겨서... 공장 근처에...”

 

뻔하지.

 

버려졌고, 새끼 고양이고, 자신하고 처지가 겹쳐 보여 내버려 둘 수가 없었는데 집에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장에 둘 수도 없고, 도와주십사 그거겠지.

 

이글은 빅터의 겉옷을 뒤져 예상보다도 훨씬 작은 고양이 새끼를 찾아 뒷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닮았네.”

 

“응?”

 

연한 회색 태비(줄무늬) 고양이.

 

색이 아주 연해서 불빛에 따라 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못생긴게 너랑 닮았어.”

 

“익...”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른들한테 억눌려서 자기 의견 한 번 말하지 못하고... 지냈겠지...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이글은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렸다.

 

“좋아, 내가 맡아 주지.”

 

“정말?”

 

“하지만 조건이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답답했다.

 

그까짓 어른이 뭐라고.

 

뭐라고 그렇게 잔뜩 겁먹어서 이깟 조그만 고양이새끼 한 마리 얘기도 못 꺼내.

 

못생겼다고 놀려도 잠깐 발끈했다가 지레 겁먹어서 눈치나 보고.

 

정말 답답하고, 짜증났다.

 

“매일 저녁은 여기서 먹어.”

 

“하지만-”

 

“좁겠지만, 자고 가도 괜찮아.”

 

설마 나한테 저거 뒤치다꺼리를 다 맡길 건 아니지?

 

빅터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티엔X하랑] 생일 축하

2014. 10. 23. 00:53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은 아버지가 이국으로 가는 날 주었던 주역을 펼쳐들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었으나 부러 전등 대신 기름등잔을 꺼내었다.

 

바지직 바지직 기름 타들어가는 내음은 향긋하고 소리가 나직하니 마치 이 순간만이라도 고향으로 간 것 같다.

 

주역은 아직 어렵고, 어쩌면 아버지에게까지도 어려웠겠지만 이 책을 자신에게 준 것은 이국 땅을 밟을 자신에게 흉운이 멀어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원이렷다.

 

음기가 어쩌고, 양기가 어쩌고.

 

몇 장쯤 읽다 하랑은 공기가 더워 창을 열었다.

 

“거 달도 밝다.”

 

보름달도 아닌 것이 자그마해서 이곳의 가스등 따위에 빛이 위축될 만도 하건만 그러한 기색도 없이 깊고 어두운 밤하늘에 떠 밝게 비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달 좋고, 주위도 모처럼 고요하니 좋고.

 

여기 향긋한 술이나 한 잔 있으면 좋으련만.

 

하랑은 아버지 몰래 한잔 두잔 빼어먹던 것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향긋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시고 취할 곡차 한 잔만 있으면 좋으련만.”

 

하랑은 팔을 뒤로 돌려 머리에 대면서 휙 누웠다.

 

“어린놈이 술타령이라니 퍽이나 보기 좋은 모양새다.”

 

그런데 눕는 순간 들어오는 것이 사부의 얼굴이라니.

 

“거 인기척 좀 내고 다니쇼.”

 

하랑은 방금 누웠지만 몸을 일으켜 앉았다.

 

“호오, 주역?”

 

티엔은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집어들었다.

 

“아버지가 주신 거요.”

 

티엔은 하랑의 옆에 앉더니 가지고 온 것들을 주섬주섬 풀어놓았다.

 

“떡, 전, 생선에 술? 이게 다 뭐야?”

 

이걸 여기서 볼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먹기 좋게 잘린 과일이 담긴 접시까지 나오자 하랑은 얼떨떨하면서도 기뻐 배 조각을 집었다.

 

조선 것보다야 무르지만 맛만은 같으니 입에다 톡 던져넣고 우물우물 먹는다.

 

티엔은 작은 잔 두 개를 꺼내더니 그 잔에다 술을 따랐다.

 

아까는 어린놈이 술타령이다 뭐다 하더니.

 

하랑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티엔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양과가 든 분홍색 상자를 주더니, 티엔이 입을 열었다.

 

“네놈 생일상이다.”

 

“...이 야밤에?”

 

“그래야 내가 네 생일을 제일 처음으로 축하해 준 사람이 되지 않나.”

 

뭘 그런 걸 신경쓰고 그러시나.

 

그러면서도 하랑은 양과자를 집어 티엔의 입에다 물려주었다.

 

“그래도 난 사부가 제일 먼저 축하해 주어서 기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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