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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스카] 애박님 그림을 보고 연성한 글

2016. 10. 2. 05:10 | Posted by 호랑이!!!

제일 처음에 보았던 것은 아주 작은 아기 때였다.

 

제대로 눈도 못 뜨고 꼬물꼬물 배냇짓 하던 것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 다음에는 바빠서 한참이나 얼굴을 보지 못했다가, 형님이 가족 모임에 얼굴을 비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에 간신히 짬을 내어 왔었던 때였다.

 

그 전에는 깡깡거리는 어린 것들이 그득했었던 모임에는 이제 청년 티를 내는 아이들이 제법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알아볼 리가 만무하니 사라비라던가, 아는 얼굴 위주로 인사를 하고 잠깐 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꽤나 의기양양한 꼬마가 알짱댔었지.

 

빌어먹을.

 

스카는 책상 위를 손으로 짚으며 딱 한 마디를 씹어 삼켰다.

 

심바, 삼촌을 만났구나

 

나직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귀에 쟁쟁했다.

 

그 뒤로 누가 어쨌더라 저쨌더라 내가 뭘 어쨌더라 걔가 어쨌더라 하는 지루한 생각에 빠지려는 것을 억지로 끄집어낸 것은 다른 목소리였다.

 

지금 무슨 생각 해?”

 

분명 자신의 손은 책상 위를 짚고 있는데 옷의 단추가 후두두 풀려서 벗겨진다.

 

새파란 애송이 주제에, 유독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서는.

 

네 생각을 좀 했다.”

 

잘생겼다는 거? 잘 컸다던가?”

 

아직은 한참 어리다는 점.”

 

스카는 뒤로 돌았다.

 

허리에 감기는 팔이 옛날에 보았던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계속 어리게 있어주었으면 하지만

 

아마도 사라비가 매주었을 심바의 넥타이는 그와 잘 어울리는 갈색이다.

 

스카는 그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삼촌.”

 

뭐냐.”

 

능숙하게 다려둔 정장은 구겨져 있었다.

 

재주껏 물을 뿌리고 털어 편다고 해도 누군가는 알아차리겠지.

 

혀를 차면서 스카는 셔츠 단추를 잠그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넥타이 매 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넥타이를 못 매?”

 

그러면서도 스카는 손을 뻗었고, 손에는 넥타이가 잡혔다.

 

셔츠 깃을 세우게 하고 한 바퀴 휙 둘러서 넥타이를 매주는데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Khan

 

있지 삼촌.”

 

스카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지만 심바의 손이 더 빨랐다.

 

엄지손가락이 액정 위를 긋자 붉은 줄이 길게 남았다.

 

아빠가 그랬는데, 나중에 내가 이 가족 모임을 이끌게 될 거래.”

 

아무리 아닌 척 점잔을 빼지만 스카는 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어릴 적부터 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짓는 표정.

 

예를 들자면 자존심 같은 것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직전에 짓는 그런 것.

 

호랑이들 같은 개인주의자들하고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랑 있는 쪽이 더 유익하지 않아?”

 

핸드폰 이리 주렴, 심바.”

 

삼촌.”

 

스카는 그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네가 크면 다 이해하게 될 거란다.”

 

난 이미 다 컸어.”

 

.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그 뺨을 꼬집어 흔들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이 더더욱 찡그려졌다.

 

무파사한테는 갔다고 해.”

 

저녁 때는 시간 비울 거지?”

 

일이 일찍 끝나면 생각해 보지.”

 

마지막으로 잘 빗어내린 머리카락을 마구 쓰다듬어 헝클어 놓고.

 

스카는 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번 뒤돌아보고는 방에서 나갔다.

 

흡족하게.

 

 




[오버워치/리퍼맥] 단어 파레트

2016. 7. 16. 05:32 | Posted by 호랑이!!!

캐붕 있을듯 세계관 오류 있을듯 기타등등


==


마실 때마다 하나씩 세워두는 탄피가 미끄러진 손에 부딪혀 구르다가 빈 병에 부딪혀 쨍그랑 소리를 내었다.

 

하나, , ... 일곱, 여덟... 열셋, 열넷...?

 

얼마나 마셔댄거야.

 

리퍼는 습관적으로 가면의 눈구멍을 더듬으려다가 자신이 지금은 가면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이 몽롱하다.

 

하늘에 뜬 달이 둥그런 모양이 아니라 한낱 반사되는 빛 무리로 보일 만큼... 취했군...”

 

아 그건 나이가 들어서...”

 

때렸다.

 

배은망덕한 놈.”

 

리퍼는 미간을 모으더니 자신이 세워두었던 탄피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탄피는 도미노처럼 하나가 쓰러지자 잇달아 우르르 무너져버렸다.

 

“66번 국도에서 널 줍는 게 아니었어.”

 

맥크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탄피를 쳐 우르르 넘어뜨렸다.

 

탄피는 누구 것이 누구 것인지 모르도록 섞여서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나무로 만든 좌식 탁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한동안 작은 잔 안에 술이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는 이어 병을 따서 마시는 소리로 바뀌었다.

 

병나발 부는 거냐.”

 

이것도 다-아 어디어디의 미스터 레예스에게 배운 거라고.”

 

리퍼는 눈을 흘겼다.

 

처음 술 마셨을 때는 마시던 거랑 맛이 다르다, 쓰다, 향이 강하니 뭐니 하면서 불평 불만에 작은 잔에만 따라 마셨었지. 그때는 좀 어린애다웠는데.”

 

그래서 더 굴린 거지? 귀엽다, 면서.”

 

“...내 학생이니까 그런 거였다.”

 

하지만 그 어린애는 어느샌가 성년의 날을 거치고 성인이 되어...

 

라고 이어 떠들던 맥크리는 말을 멈추었다.

 

취했으니까 하는 소리인데. 난 아직도 나의 레예스 씨가 좋아.”

 

취했으니까 하는 소리인데...”

 

마지막으로 의미 없는 말을 나누었을 때가 언제였더라.

 

리퍼는 마시던 도수 센 아일랜드 술병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 취했다. 내가 이겼어.”

 

야호! 라면서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모습을 보다가 맥크리는 눈을 감았다.

 

“...네가 날 따라올 줄 알았다.”

 

어느 즈음인지는 특별히 입에 올리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다.

 

의견이 갈라지고 사람들이 둘로 갈라졌을 때.

 

맥크리는 다음 술병의 뚜껑을 열어 입가에 대고 기울였다.

 

?”

 

리퍼는 괜스레 상을 더듬어 잡히는 안주를 세게 깨물었다.

 

그리고 몸을 확 일으켰다.

 

난 레예스 씨의 학생이니까?”

 

리퍼는.

 

리퍼라고 불리는 사람은 한쪽으로 무언가를 깨물고는 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러다 얼굴이 삐뚤어져라고 놀리곤 했던 버릇이다.

 

맥크리가 시가를 깨무는 것과 같은.

 

그 사람은 맥크리의 어깨를 잡았다.

 

가끔 하기 힘든 말을 억지로 할 때 나오던 버릇이다.

 

사람은.

 

사람이든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던데 어쩌면 이렇게나 그대로인지.

 

맥크리는 고개를 비틀었다.

 

챙 넓은 모자가 리퍼의 이마에 부딪혔다.

 

네놈은........... 내 거였으니까.”

 

어린애는 언젠가 자라기 마련이야.”

 

맥크리는 하하 웃었다.

 

. 레예스 씨.”

 

네놈이 나이 들었다고 해서-”

 

맥크리는 리퍼의 입을 막았다.

 

아직 둘만 남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어.

 

어른끼리 하는 거 하지 않을래?”

 

[히로아카/오메가버스AU]

2016. 7. 12. 04:10 | Posted by 호랑이!!!

미도리야.”


어느 해 드는 날, 미도리야는 창문을 활짝 열고 토도로키의 고용인들과 함께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미도리야는 먼지를 털거나 물건을 닦아내는 일 중에서도 뭐든 손이 덜 가고 쉬운 일을 맡고 있었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꽤나 열심이라 과외를 마친 토도로키 쇼토가 달려와 불렀을 즈음에는 잔뜩 집중했다는 듯 입술을 비죽 내밀고 미간까지 구긴 모습이었다.


, ? ... 아니, 도련님.”


바빠?”


오늘은 여기 청소하는 거 도와주기로 했는데, 미도리야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식기를 닦던 사람이 웃으면서 대신 대답해 주었다.


미도리야는 거기 그 꽃병만 닦으면 놀아도 돼요.”


그렇대....”


미도리야가 배시시 웃자 토도로키는 미도리야가 꽃병을 닦는 옆에 앉았다.


기다릴게.”


빨리 할게요!”


다시 미도리야의 입술이 비쭉 내밀어졌다.


토도로키는 가지런한 자세로 앉아서는 미도리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거의 확실하게) 미도리야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지만, 옆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은 그것을 힐긋 보고는 웃는 표정으로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마침내 뽀득뽀득 소리가 나면서 하얀 도자기 꽃병이 닦이고 미도리야는 손등으로 스윽 이마를 문질렀다.


다했다아-”


그럼 가자.”


토도로키가 앞장서고 미도리야는 그 뒤를 따라갔다.


토도로키 쇼토가 커다란 냉장고의 문을 여는 동안 미도리야는 납작한 접시를 꺼냈고 쇼토가 과자를 찾는 동안 미도리야는 의자를 꺼내 높은 서랍에 보관하는 유리컵을 꺼냈다.


늘 가는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토도로키가 주스와 과자가 담긴 쟁반을 들었다.


쇼토가 쟁반을 들고 있는걸 보면 나 혼날지도 몰라.”


내가 안 혼나게 해줄게.”


, 손 잡아.


쇼토가 손을 내밀자 미도리야는 머뭇머뭇 하다가 손을 잡았다.


둘이 자주 만나곤 하는 정원의 한 구석은 집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 키 큰 수풀이 많아 자리에 앉으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한창 꽃이 피고 잎이 자라는 때라 향긋함은 없었지만 싱그러움이 있었고 강한 햇볕에도 그늘이 시원했다.


미도리야, 센베 먹어.”


미도리야는 토도로키가 내민 센베를 입에 물었다.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나며 입 안에서 얇은 과자가 부러졌고 퍼지는 단맛에 미도리야가 배시시 웃음지었다.


맛있어.”


그렇지? 이번에 아버지가 어디 가서 받아온 선물인 것 같아.”


, 소리를 내며 미도리야는 손에 쥔 센베를 무릎에 떨어뜨렸다.


, 그런 걸 내가 먹어도 돼?”


, 아버지는 늘 아버지 멋대로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쇼토는 옆에 놓인 네모난 것을 들었다.


바스락거리는 얇은 포장지 한 겹을 반쯤 벗겨내자 붉은색과 갈색으로 층을 이룬 양갱이 나왔다.


와아...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갱이네.”


손에 묻지 않게 양갱을 들고 주스가 찬 유리잔을 보다가 토도로키는 시선을 미도리야에게로 옮겼다.


“...단 주스랑 먹기에는 좀 별로일까?”


난 괜찮아. 아니, 좋아.”


미도리야는 종이로 된 양갱 포장지는 처음 열어 본다고 했다.


서툴은 탓에 접혀있는 포장지는 반쯤 찢어지다시피 하여 젖혀졌고 쇼토는 자신이 말끔하게 깐 것을 미도리야의 손에 쥐어주었다.


토도로키 쇼토는 묘하게 고집이 세어서 자신이 잘못 벗긴 거니까 자신이 먹겠다고 해도 소용없을 터다.


그래서 미도리야는 잠자코 양갱을 한 입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것도 혹시...?”


맞아, 아버지가 받은 선물.”


들키면 혼나겠지.


무지무지 무섭게 혼날 거야.


미도리야는 자신을 데려온 엔데버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면 내가 두 개 먹었다고 해.”


그러면 쇼토가 혼나잖아.”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아버지만큼 멋대로 구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한 토도로키 쇼토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겼다.


너도 혹시 들었을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나 주려고 오메가까지 사 왔대.”


정말 질색이야, 라면서 쇼토는 눈앞에 엔데버나 그 오메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를 드러냈다.


절대로 싫어, 평생 안 볼 거야. 아버지가 멋대로 사온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예쁘든 얼마나 착하든, 뭐든지간에 쳐다도 안 봐.”


미도리야는 입 안에 든 양갱을 꿀꺽 삼켰다.


“...쇼토는 엔데버님이 많이 싫은가봐.”


토도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오메가라고 해도 싫어하겠네.”


토도로키는 센베를 와작와작 씹어서 주스와 함께 꿀꺽 삼켰다.


그럴지도 모르지.”


벌컥벌컥벌컥, 주스가 차 있던 컵은 어느샌가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미도리야는 그런 게 아니잖아.”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미도리야는 잠자코 과자를 입 안에 넣었다.


, 나 오늘 뭐 배웠는지 알아? 오늘 되게 재미있는 걸 배웠는데...”


오늘 배운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제 저녁 뉴스에서 올마이트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나중에 그런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 안에서 쇼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토도로키는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저녁에도 쇼토의 방으로 뉴스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하고 토도로키는 남은 과자를 미도리야의 주머니에 넣었다.


쟁반, 나한테 줘.”


아냐, 쇼토는 바쁘잖아. 어서 가 봐.”


미도리야가 손을 흔들자 토도로키는 머뭇거리다가도 훌쩍 뛰어갔다.


미도리야라도 그 오메가라면 싫어할 거야


토도로키는 방으로 뛰어가다가 조금 어깨를 으쓱했다.


아닐지도 모르고


미도리야는 쟁반을 들어 부엌에 내려놓고는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접시와 컵은 개수대에 내려놓았다.


나라도 그 오메가라면 싫어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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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토니] 빌런

2016. 5. 5. 19:21 | Posted by 호랑이!!!

이 글은 시빌워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빌워를 보지 않으신,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여자한테 이런 말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찰리 헤스켓은 생각의 첫 운을 떼었다.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같은 여자다

 

록시 모튼은 찰리의 눈 앞에 있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화약냄새가 배긴 리볼버를 들고 과녁에다 갈겨대던 레이디는 이제 마치 서민 대학생처럼 에그시 옆에서 맥도날드 메뉴 중에 어떤 것이 제일 나은가로 토론하고 있었다.

 

하필 또 토론인 것은 지울 수 없는 그녀의 귀족적 본성이겠지.

 

하필 또 상대가 에그시인 것은 그녀가 굶주린늑대이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지금 에그시는 록시 모튼이 제일 탐내하는 핏기 도는 살코기렷다.

 

찰리는 작게 혀를 찼다.

 

무슨 그따위 토론을 해대냐.”

 

그따위라니! 맥도날드가 얼마나 좋은 레스토랑이냐면-”

 

맥도날드가 무슨 레스토랑이야, 스낵 바지.”

 

찰리는 빅맥이냐 치즈버거냐로 의견을 달리하던 둘이 동시에 말을 늘어놓자 노골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안되겠네, 너 나랑 같이 맥도날드나 가야겠다! 가서 기름진 감자튀김이랑 콜라가 포함된 버거 세트에 아이스크림이랑 애플파이까지 먹여줘야겠어.”

 

요새 부쩍 스스럼없어진 에그시가 말을 꺼냈다.

 

어떤 도발을 포함한 승낙의 말을 꺼낼까 잠시 고민하였더니 그 잠시에 록시 모튼이 끼어들었다.

 

난 싫은데.”

 

넌 또 왜 끼어드시나.”

 

나 에그시랑 저녁에 영화보러 갈 거야. 너랑 쟤가 맥도날드로 저녁식사 하는 날에.”

 

나 아직 쟤랑 뭐 먹으러 간다고 안 했거든?”

 

장난인 척인지, 방해공작이라는 것을 참 당당하게도 말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판에 박은 귀족 아가씨였는데 이건...

 

그동안 에그시한테 영향을 받은 사람은 절대로 찰리 혼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겠지.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그리고 기회를 엿보는 자신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나 매.

 

그럼 셋이서 다 같이 가면 되겠다!”

 

이 쪽은 뭐, 개나 고양이나 토끼쯤.

 

형용사를 더한다면 엄청나게 눈치 없는.

 

록시 모튼과 찰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싫어.”

 

네버.”

 

? !”

 

 

[종현X종현] 하영이 생일 축하해!

2016. 4. 3. 00:31 | Posted by 호랑이!!!

밤은 푸르렀다.

 

그에게 꿈이란 언제나 비슷했다.

 

다른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괴물에게 쫓기는 등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김종현 그에게는 항상 같았다.

 

은과 검은 비로드로 꾸며진 화려한 방.

 

검은 격자 창, 벽 한 면을 다 덮는 커다란 것.

 

은칠한 나무로 테를 두른, 양 등받이 높이가 다른 검은 가죽 소파.

 

“어서 와요.”

 

스물 몇 해를 함께한, 꿈 속의 사람.

 

“다녀왔어.”

 

그는 볼 때마다 자주 달라졌다.

 

제가 일곱 살 적에는 갈색 머리에 3:7로 머리를 양분하질 않나, 좀 자라서는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머리, 분홍색, 뿔테 안경 등등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지를 않나.

 

‘형은 광대야?’

 

라고 물었던 말에는 ‘그렇다고 할까요’라고 답을 들었던 같다.

 

그런 그는 갈수록... 뭐라고 할까.

 

어려지고 있었다.

 

“많이 컸네요?”

 

“그런가? 형...은 많이 작아졌네.”

 

이젠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자신은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많이 닮았다.

 

키도 컸고, 머리도 염색했고, 가끔은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옷도 그처럼 입었다.

 

기분 날 때는 보라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기분이 들뜰 때는 하얀색 티셔츠, 반짝이는 장신구.

 

양 귀를 뚫고 딴따라 소리를 들어도 마냥 좋았다.

 

남들 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어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꿈 속에.

 

밤이면, 푹 자도, 잠깐 자도, 심지어 졸아도 그가 나오니까.

 

저는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닮았다.

 

 

 

 

 

 

 

 

 

방에 들어오면 그는 항상 소파 근처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어쨌거나 오늘의 그는 검은 머리에, 수수한 반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저처럼.

 

소파에 가 앉았다.

 

그는 제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형.”

 

“왜요?”

 

검고 윤나는 천으로 커튼을 두른 창문 너머로 밖이 반쯤 밝아진 것이 보였다.

 

“나, 형을 좋아해.”

 

창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도 널 좋아해.”

 

언제였지, 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옛날에.

 

언제였지?

 

형은 광대야? 하고 묻기 전?

 

여긴 어디야? 하고 묻던 날?

 

아니면... 더 전에...

 

가장 처음이 언제였지?

 

처음 이전에도 날이 있었고, 저는 언제나 그와 사랑에 빠졌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생각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시간은 지나치게 빨라서.

 

창 밖은 마치 빛이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 보였다.

 

빛이 흘러 바닥까지 닿기 전.

 

제 무릎을 베었던 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

 

창 밖은 밝았다.

 

마지막으로 이 광경을 본 때가 언제였더라.

 

그의 뒷모습은 문이 닫히며 완전히 사라졌다.

 

닫힌 문은.

 

그 자욱 조차도 사라지고.

 

종현은 고개를 들어 문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다녀오세요.”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5

2016. 1. 22. 04:42 | Posted by 호랑이!!!

어머니께. 늑대인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어느 날 화이트런으로 돌아오다가 망가진 마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키 작은 노드를 보았습니다. 본인을 가리켜 시세로라고 불렀고 어머님을 모셔간다고 말하던데 이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윈드헬름으로 갔습니다. 조만간 제국군과 스톰클락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윈드헬름으로 간 것은 말을 전하러 간 것인데 화이트런 영주가 전쟁 의사를 표명한 것을 전하러 갔습니다. 아무래도 노드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네요. 그리고 윈드헬름으로 간 김에 전에 부탁받은 일을 하러 갔습니다. 아벤투스 아레티노라는 아이에게 찾아가 봐 달라는 내용의 부탁이었는데, 그 아이의 사정이 딱합니다. 아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가족 중에 혼자밖에 남지 않았는데 고아원으로 (끌려) 갔더니 그 곳 원장이란 사람이 아주 돼먹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망쳐 나와 집으로 돌아와서는 암살자 집단인 다크 브라더 후드 사람을 부르는 의식을 하는데... 제가 찾아간 밤에도 아이는 의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렐로드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그렇게 부탁하고 아렌티노는 집 구석의 의자로 가 앉았는데 집의 마룻바닥은 꺼지고 벽난로에는 불이 켜지지 않고, 무너져가는 어두운 집 안에 아이가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보았더니 짠합니다. 조만간 그렐로드를 죽이고 아이에게 즐거운 소식을 전해줄까 합니다.

 

유르겐 윈드콜러의 나팔을 찾았습니다. 델피네라는 아가씨가 용이 묻힌 곳으로 가자면서 데려갔는데, 거기에서 거대한 용이 다른 용을 부활시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전에 사형당할 뻔한 날의 얘기를 했었지요. 그 때 저의 사형을 방해한 용은 알두인이라고 부릅니다. 그 알두인은 샬록니르라는 용의 무덤에 용언을 내려 용을 부활시켰습니다. 움푹하게 파인 둥근 곳에서 뼈만 남은 용이 어적어적 기어나오고 알두인의 용언에 서서히 살이 붙고 근육이 붙고 비늘이 생겨나 다시 살아났습니다. 도로 죽였지만요. 굉장히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어머니께 영상으로 보여 드리고 싶네요.

 

사랑하는, 리사

 




[하이큐/쿠로츠키] 성격 나쁨

2016. 1. 17. 23:45 | Posted by 호랑이!!!

“무슨 일이야?”

 

“매일같이 보러 오라고 문자 한 것은 그냥 해 본 소리였나요?”

 

오늘도 삐뚜름하네.

 

쿠로오가 웃었다.

 

오늘은 모처럼의 훈련 없는 주말이고 카라스노도 그 날 휴일이라고 들었다.

 

어쨌거나 문자라면 매일(일과를 마친 후 11:00~12:00) 하고 있으니까.

 

내가 찾아갈까 네가 찾아갈까 말은 자주 했었고 평소에는 쿠로오가 부활동이 없는 날 찾아가곤 했는데 츠키시마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츳키~가 와준 것은 처음이잖아. 기뻐서 그래.”

 

쿠로오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웃음 기분 나빠요.”

 

츠키시마는 팩 고개를 돌렸고 쿠로오는 어딘가 열오른 그 뺨을 쿡 찔렀다.

 

“오는 길에 더웠지? 찬 거 먹으러 가자.”

 

“근처 명물이라도 맛보여주는 건가요?”

 

“그, 잠깐만.”

 

쿠로오는 냉큼 핸드폰을 켰다.

 

켄마? 나 쿠로인데 이 근처에 괜찮은 가게가-

 

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츠키시마가 그의 팔을 잡았다.

 

“맥도날드로도 충분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멀리까지 와 줬는데.”

 

쿠로오는 이쪽이라며 앞장서 걸어갔다.

 

깨끗한 내부에 시원한 에어컨과 사람들이 북적여서 어쩔 수 없는 소란스러움.

 

가지각색 음식이 기재된 메뉴판과 저 멀리에 보이는 많은 음료수병.

 

“패밀리 레스토랑이잖아요.”

 

“쿠로오씨 매일 학교랑 부활이랑 집만 왔다갔다해서 맛있는 가게 하나도 모른답니다. 그러니까 봐줘.”

 

덩치도 큰 사람이 뺨을 테이블에 붙이고 귀여운 척 올려다 보는 것에, 츠키시마는 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귀여운 척은.”

 

“그래도 방금은 귀엽다고 생각했지?”

 

츠키시마는 인상을 팩 썼다.

 

“전혀요!”

 

솔직하지 못하긴, 다 보인다니까.

 

쿠로오는 히죽히죽 웃었다.

 

처음은 패밀리 레스토랑, 영화도 보고 길거리에 나온 노점상에서 가방에 매달 수 있는 스트랩도 샀다.

 

츠키시마가 남자 고등학생이 무슨 커플 스트랩이냐면서 툴툴대다가도 역시나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 더 사서 주머니에 넣는 모습에 쿠로오는 웃음이 나왔다.

 

“자고 갈래?”

 

“사양할게요, 낼모레 쪽지 시험이 있어서.”

 

역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쿠로오가 따라갔다.

 

평소라면 혼자 갈 수 있어요, 라면서 찡그렸을 테지만 왠지 오늘은 고마워요 하면서 허가해주기도 했고, 쿠로오의 기분은 꽤나 좋았다.

 

마지막 기차 시간에 맞춰서 역으로 가서 표를 끊고 벤치에 앉아있다가 츠키시마한테 헤실거린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여기까지도 와 주고, 어울려도 주고.”

 

기쁘네~ 라고 했더니 쑥스러운 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짐을 챙기거나 하여 분주한 틈을 타 짧지만 꼭 끌어안기도 하고.

 

그러다 기차에 타기 직전, 츠키시마가 작게 속삭였다.

 

“...야마구치가, 찾아가라고 해서.”

 

“...뭐?”

 

츠키시마는 기차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고 쿠로오도 뒤따라 들어갔다.

 

“다른 남자가 나한테 가랬다고 지금까지 오지 않다가 바로 온 거야?”

 

“다른 남자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잖아요.”

 

“말 돌리지 말고.”

 

“그보다 곧 문 닫길 텐데, 빨리 나가는 편이 좋잖아요?”

 

그 말에 쿠로오는 문 쪽을 보았다가 잠깐만요!를 외치며 서둘러 내려서는 창가 자리의 츠키시마가 보이는 곳 까지 달려갔다.

 

벌써부터 츠키시마의 핸드폰에는 메시지가 왔다며 불이 반짝반짝 쉴새없이 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츠키시마는 보란 듯이 헤드폰을 끼고 창 너머의 쿠로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츳키!”

 

역이 멀어지면서 창문의 바깥은 어둑해졌다.

 

창 밖으로 쿠로오의 모습이 보이는 대신 츠키시마 그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놀랍게도, 웃고 있다.

 

‘야마구치가 들으면 성격 나쁘다고 또 한 마디 들을지도 모르지만’

 

쿠로오씨가 질투해 주는 것은 꽤나 기쁘네.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3-4

2016. 1. 9. 11:44 | Posted by 호랑이!!!

리사드 오빠에게

 

이번 편지는 털코트같은 갈기를 가진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오빠는 진작에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어머니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직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굉장히 편안하게 지냈어. 지나는 길에 카짓 행상단도 보았지. 이 너른 땅에 카짓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들도 도시간을 이동하고 있었지만 나한테 잘 대해주었어. 아침에는 일어나서 몇 가지 보고-일개 여행객인 내가!-를 하고 화이트런의 거대한 나무 옆에 있는 하임스커라는 사람을 만나봤어. 스카이림에는 탈로스 신앙이 있는데 제국은 백-금 조약때 엘프들과 아홉 디바인 신앙에서 탈로스를 빼기로 했고 스톰클락은 아홉 디바인에서 탈로스를 뺄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일어났지. 여기서 탈로스가 뭘까? 아니, 누구일까? 그래서 하임스커라는 사람에게 물어봤어. 그는 탈로스의 사제...쯤 인거 같아. 탈로스는 사람의 몸으로 힘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대. 사람의 몸으로 용언을! 그리고 여러 가지 활약도 한 거 같은데 그 부분은 안 들었어. 어쨌거나 과거에 있었던 사람이라니까. 뭐 그건 그거고. 화이트런을 벗어나서 리버우드 쪽으로 걸어갔어. 원래 가야하는 곳으로 아는 길이 없어서 아는 길을 통해서 가기로 했거든. 반 갔는데도 벌써 해가 졌더라구.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헬겐을 지나갔지. 헬겐, 혹시 어머니가 말해주셨어? 내가 목이 잘릴 뻔 한 그 곳이야! 어머니가 이 글을 보시면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 다음 편지로 잔소리가 도착할테니까 어머니한테는 보여주지 말아줘. 어쨌든 안 잘렸으니까 편지를 쓰고 있는 건데! 하하하! 헬겐은 용의 습격 때문에 다 불타 있었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 이런 불탄 마을에는 도적떼가 나온다고 하던데 말야. 아직은 아무것도 없더라구. 마을에 도착해서 여관에 들렀어. 이게 오늘까지 있었던 일이야. !

 

그러나 봉투 안에는 편지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오빠! 있잖아! 있잖아!

 

리사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휘갈겨쓴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어제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오늘은 글쎄 있잖아! 여관에서 나가자마자 뱀파이어를 만났어! 뱀파이어! 벌건 대낮에! 그보다 뱀파이어가 아직도 살아있는줄은 또 몰랐네! 뱀파이어라니! 그것도 지옥의 사냥개를 둘이나 데리고! 세 번이나 피를 빨렸어! 개한테도 물리고! 결국 경비병 힘을 빌려서 물리치긴 했지만, 이게 뭐람! 그 다음에는 회색 현자들한테 가는 칠천 계단을 오르러 갔는데-가는 길목에 배달부한테서 음식을 배달해달라는 말을 듣긴 했지- 가는 길목에는 때로 늑대가 나타나긴 한다지만 그것도 몇 년 동안 거의 못 봤다는데 오늘! 하필이면! 늑대가 두 마리나 나타났어! 한 마리는 초입에서 만난 그냥 늑대, 한 마리는 좀 올라가서 만난 설원 늑대! 거기서 끝이 아니야, 들어보라구. 올라가다 보니까 설원 트롤이 있어! 늑대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다니... 배달부 아저씨는 거짓말쟁이... 설원 트롤은 못 이길 거 같아서 도망쳤어... 그리고 회색 현자들을 만나서 이미 알고 있는 푸스(미는 힘) 다음 말이라는 로(균형)과 선풍의 질주라는 언어를 배웠는데. 그거야 뭐 신비한 일이고 멋진 일이긴 한데 말이야... 거기서 끝이 아니라구... 마을로 내려왔더니만 다른 드래곤본을 따르는 무리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었어. 물론 경비병들이랑 같이 해치우긴 했지... 아아아아 드래곤본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구나! 나보고 드래곤본이래! 몸은 카짓, 영혼은 드래곤이라서 드래곤의 힘을 흡수 할 수 있는! 그러니까 탈로스 같은 거야. 아아아 화난다. 그리고 팔크리스로 와 달라는 팔크리스 영주의 편지를 받았어. 다음에 또 편지할게!

 

편지 끄트머리에는 추신이 적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사진이 있었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P.S : 사실 던전에 있는 도적은 내가 다 물리쳤어

 

P.S : 어머니한텐 비밀이야!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2-3

2016. 1. 8. 18:21 | Posted by 호랑이!!!

어머니께, 리사가

 

이번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쓴 사람이 화가 났다는 것을 말하듯 글씨가 삐뚤거렸다.

 

어머니, 이 사람들 아주 사람을 어지간히도 부려먹습니다. 그전에 보낸 편지에는 잠들었다, 까지 썼었지요. 오늘은? 아니,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짐을 꾸려 움직였는데 도착 장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려 더 어둡더군요. 눈이 무엇이냐면요, 하얀 얼음알갱이 같은 것이 복슬복슬하게 뭉쳐 내리는 것인데 날이 추울 때 내리는 것이랍니다. 언젠가 편지에 넣어서 엘스웨어로 보내려고 했는데 따뜻한 곳에 가져가면 금방 녹아버리더군요. 아무튼 도착한 장소는 화이트런의 마법사가 무슨 석판을 가져다 달라고 한 무슨 거대한 무덤 같은 곳이었는데 음침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도적떼가 나타나 사람을 곤란하게 하더니-괜찮아요, 별 일 없었습니다. 안 싸우고 조심조심 들어갔어요- 더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대한 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스키버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노드들은 우리 카짓이 스키버를 잡아먹는 줄 알고 있습니다. 외모상 이들이 기르곤 하는 작은 동물과 닮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얼마나 무례한지! 아무리 그들이 트롤을 닮았다고 해도 면전에서 너 트롤 닮았으니 곤봉 잘 쓸 거 같다라고 하지 않는데 그들은 참 무례하기도 하지요. 막상 그런 쥐를 잡아먹는 것은 자기네면서. 그리고 안으로 더 들어갔더니 거대한 거미도 나왔습니다. 거미 정도는 잡아도 괜찮아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옆에는 항아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안에 동전이 있어서 집었습니다. 이 일이 죽은 자를 모독하는 일이었는지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글쎄, 시체가 움직입니다. 그림을 여러 장 그려두었지만 보내서 어머니를 놀라게 하지는 않겠습니다(대신 이 블리크윈드 낭떠러지라고 하는 이 인공물의 그림을 보내겠습니다). 더 안쪽에는 고대 언어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 미는 힘이라는 언어가 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거기 상자 안의 돌을 가지고 화이트런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 있어서 이걸 전해주고 자러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화이트런 영주가 저보고 근처 감시탑에 용이 나타났으니 가서 잡으라고 하지 않습니까. 놔두면 위험할테니 가서 잡았더니 무언가 이상한 것이 제게 들어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용을 잡고 마을로 돌아오니 레드가드들이 저보고 어떤 여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급하다길래 찾아주고 화이트런 영주에게 일을 보고했더니 일단락되긴 했는데 성에서 나온 시간이 해가 하늘에 떠 쨍쨍한 시간이었습니다. 힘들어요(그렇다고 엘스웨어로 돌아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 화이트런 영주가 회색의 현자를 찾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알게 된 단어와 얻은 힘에 대해 알려줄거라고 하더군요. 내일 일정-오늘 일정이겠지만-은 회색 현자를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모래가 함께하기를

 

리사는 머리에 쓴 서클렛을 벗어 탁자에 올려두고 제국군에게서 얻은 신발을 침대 아래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졌다.

 

밀짚과 나무막대로 만든 싸구려 침대가 이렇게 푹신할 수 없었다.





 

[스카이림 7회차 기록 일기] 리사 1

2016. 1. 8. 16:52 | Posted by 호랑이!!!

엘스웨어에 계신 어머니께

 

편지의 시작은 그렇게, 노드어로 적혀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다 대고 적었는지 글씨는 부분부분 엉망이었고 종이에 구멍도 나 있었다.

 

어머니, 스카이림은 지나치게 춥습니다. 이 곳에 처음 닿았을 적에는 사람의 키보다 크게 자란 나무들과, 그 무수한 넓은 잎들과,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개울에 감탄했습니다. 이 곳의 꽃에는 가시가 없고 강에는 맛 좋은 물고기가 있으며 열매는 작지만 맛이 괜찮아서 스카이림으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어젯밤에 저는 제국군에게 잡혀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과거형이지요. 저는 손이 묶인 채 수레에 실려 앞자리의 레일로프라는 자와 옆자리의 울프릭-함성으로 제왕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말일까요?-과 함께 끌려갔습니다. 누군가 죽기 싫다는 자가 있었고, 그는 도망쳤는데 제국군의 궁수가 그를 쏘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잔인한지, 전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거나. 누군가 목이 도끼로 베이고 저도 곧 그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앞에는 머리가 잘리면 머리를 담을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이미 목이 잘린 머리가 거기 들어있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죽을 뻔 했지요! 목 베는 이가 머리 위로 도끼를 드는 그 순간! 높고 뾰족한 성 위에 커다란 용이 내려섰습니다! ! , 그 용이요! 전설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그 용이 정말로 나타나서는 헬겐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었지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한 제국군 장교와 함께 헬겐을 탈출할 수 있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마을에 보였던 작은 아이라던지 일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살아있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보다 정갈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지금은 요르바스카입니다. 이 곳의 경비병은 그리 친절하지 않더군요. 저를 부를 때 무례하게도 카짓이라고 부릅니다. ...하기사, 이 곳에서 카짓이나 아르고니안에게 친절한 노드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화이트런의 영주에게 용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아래 있는 컴패니언의 숙소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젖은 개 냄새가 나는군요. 아무래도 지하다보니 청소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벼운 시험을 받고-어떤 시험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걱정하실테니까요- 이 곳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한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습니다. 난롯불이 따뜻하군요. 이 곳의 밤은 가혹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작고 네모난 등잔불에 의지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바람이 언제나 그대를 반겨주기를 -Risa 올림-

 

리사.

 

호랑이를 닮은 고양잇과의 카짓은 깃펜을 내려놓고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청의 엑소시스트/루시펠X유키오] 사진

2015. 12. 24. 06:46 | Posted by 호랑이!!!

게헤나 모든 것들의 빛, 루시펠은 그의 거처에 있었다.

 

가면은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고 옷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무리 게헤나의 여덟 왕이라지만 대개 그의 형제들은 어둑어둑한 곳을 선호했지만 루시펠은 그들과는 다르게 하얗고 밝은 공간을 선호했다.

 

강한 힘 때문에 엘릭서를 몸에 주입하여 하루하루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나날이지만 그는 주저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선택하는 데에 힘을 썼다.

 

그 부작용으로 앓아눕는 때는 있지만.

 

마치 지금처럼.

 

총사님, 엘릭서 농도를 높일까요?”

 

부탁합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건성건성 대꾸하고 루시펠은 창문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막냇동생의 동생이라는 자의 눈.

 

그 눈은 분명 악마의 것이라지.

 

아버지의 사생아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사마엘이나 아마이몬이 독점하고 있을 터였다.

 

이 쪽에도 스파이는 있지만.

 

야만타카의 불꽃을 다루는 이를 불러다 주게.”

 

알겠습니다.”

 

부른지 얼마 안 되어 분홍색 머리의 소년이 들어왔다.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 나잇대 소년처럼 굴고 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일루미너티에 아깝지 않다지.

 

무슨 일~이심-까요-?”

 

네놈, 예의를 갖춰라!”

 

아니, 괜찮아. 잠시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비켜 주게.”

 

사람을 물리고 단 둘이 남자, 그는 오히려 긴장한 듯 보였다.

 

시마 렌조, 라고 하였나요, 그대.”

 

그렇습니다.”

 

저어, 그런데 무슨 일로~?라고 웃는 그에게 손짓해서 앉게 했다.

 

사탄의 사생아...중 동생 쪽에 대해서.”

 

?”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그는 말을 멈췄다.

 

토도 선생님한테 들으셨듯이, 인간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죠?”

 

인간이니 악마니 하는 그런 것은 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말해 봐요.”

 

말해 보시라면... 어떤?”

 

무엇이든 좋습니다.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성격이나 말투는 어떠한지, 무엇이든.”

 

최연소 엑소시스트, 학원의 강사, 주위에서 신망이 두터움, 책임감 있는 성격, 등등.

 

과연 그는 관찰력이 뛰어났다.

 

시마 렌조, 그는 루시펠에게 반 전체가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게도인이 눈독을 들인 긴 머리 여자아이, 짧은 머리의 여자아이, 렌조와 친분이 있다는 두 명의 소년과 아버지의 아들과...

 

탐나

 

와작, 사진이 우그러졌다.

 

인간이 마장을 받아 악마화 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게도인이 연구로 인공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했고.

 

그러나 그는 특별해.

 

악마화 하는 눈과 성수에 반응하는 몸의 인간 종, 노력하고 괴로워하며 갈망하는 사람.

 

그는 특별해.

 

투박한 검은 제복에 가죽 벨트로 매달린 약과 총알 하나에까지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이유로 질투가 일어날 만큼.

 

이 손으로 직접, 구원해주고 싶은 사람.

 

이 손으로 이 자리까지 억지로든 올려주고 싶은,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사진이 그의 손 안에서 우그러들었다.

 

강한 빛에 사진 가장자리가 바래기 시작했다.

 

...탐나, 이 손에 쥐고 그 눈에 나만 보이게 하고 싶을 만큼.

 

그에게 진실을 미끼로 손짓했을 때 보인 눈은 떨리고 있었다.

 

그대는 약해, 몸도 마음도.

 

이 손아귀에 떨어질 날도 멀지 않았을 테지.

 

루시펠은 사진 위를 손으로 훑었다.

 

사진은 한 사람을 제외한 부분이 하얗게 무언가에 뒤덮이듯 바래어졌다.

 

 

[청의 엑소시스트] 사역마로서

2015. 12. 17. 14:16 | Posted by 호랑이!!!


사역마.



사역하는 악마.



사역.



~를 부리어 일을 시킴.



악마.



우리의 적대자.



혹은.



불의 등으로 유혹하는 존재.



사역마.



'우리'가. '부리'는. 



사역마.



'부려지는' 존재.



사역마.



'함께하는' 존재.








"아- 좋다."



사는것은 즐겁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덕에 시선을 끄는 것도.



어릴적부터 함께인, 도련님과 함께 다니는 것도.



여기저기 여자아이들에게 대시하는 것도.



마치,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찬 것 같다.



사람과의 데이트가 싫증나면 편의점에 들어가 외설적 내용이 들어찬 빨간 책이라도 사오면 된다.



대신, 데이트도 빨간 책도. 그 안에서 웃는 나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즐길 수 없으니까.



웃는다고 즐기는 것이 아니듯, 사랑하지 않아도 데이트는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이상의 것도.



아니면, 나의 경우엔. 



오랫동안 함께 있다보면, 정이 들고.



사랑에서 정으로 바뀌듯, 그 역순도 가능하고.



"뭐가 좋노."



"수영복이예, 수영복. 역시 수영 수업은 좋구마-"



"렌조!"



거짓말.



거짓말에 당황하는, 그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화내는 누군가.



이번에만큼은, 이 누군가와 함께있을때는 뒤로 물러서지 못하고 끌려드는 나.



이것 역시 사랑이구나, 하고 자각해버리는 나.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정말 기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



"도련님."



"...뭐고."



"사역마가 셋."



"...엉?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절의 다음 주인.



그것도, 다음 주지를 낳아야 하는 몸.



차라리 내가. 부려지는 악마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예 이런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



"도련님. 사는건 참 즐겁지 않심까."



"온 세상이 러브라인으로 보이는 네나 즐겁제."



즐겁다.



방과후, 혹은 주말마다 하나, 둘, 셋, 넷까지도 이어지는 데이트의 연속.



그저 웃고만 있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일과.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는.



"...아아, 즐겁다."



생각하지 마.



함께 있는 것은 주종관계로도 충분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는 사역마와 그 주인.



그 정도면 되니까.



제발, 이 이상은 생각하지 마.



"정말, 사는건 즐겁네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나의. 삶.



즐거워



[찰리에그시해리] 데이지의 연극 발표회날

2015. 9. 1. 01:00 | Posted by 호랑이!!!

에그시는 찰리의 괴롭힘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아이를 보는 마냥 가끔은 혀를 차거나 작은 목소리로 조언을 해주기도 했으니까.

 

사실, 에그시가 자라온 곳에서는 갓 일곱 살이 된 어린애조차 찰리보다는 그럴싸한 악의를 만들어내곤 했다.

 

자신이라면 얼마든 그것을 받아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찰리 그가 노선을 바꾸어 자신에게 접근한대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 에기.”

 

, 오늘도 역시나로군.

 

에그시는 제 앞에 내밀어진 시계에 눈알만을 굴려 찰리 쪽으로 향했다.

 

롤렉스?”

 

윈체스터 주유소의 맥도날드 알바생도 알 만한 것으로 사왔지.”

 

재력 과시라니.

 

자신은 하찮게 여기는 우민에게도 번쩍거리는 고급 시계를 줄 수 있다 이거냐.

 

킹스맨에 취직하기 전의 자신이라면 고깝더라도 받아는 두겠지만, 이제 어머니와 데이지를 부양할 만큼 벌고 있으니 (아깝더라도)사양할 수 있다 이거야.

 

유감스럽게도, 차야 하는 시계가 정해져 있어서.”

 

그러자 대번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혓바닥이라도 내밀면 더 일그러뜨리려나.

 

최근 매너 레슨을 가르치는 해리가 들었다간 한숨을 쉴 생각을 하며 에그시는 픽 웃었다.

 

신사는 어떻고, 매너는 어떻고, 그런 경박한 짓은 하면 되니 안되니.

 

그러면 에기-”

 

. . .

 

알림음이 울렸다.

 

해리는 능력도 좋지, 어떻게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를 알고 연락을 한 걸까.

 

해리가 불러서. 이만 간다?”

 

에그시는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찰리를 내버려두고 양복점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만찬장에 계십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네자 그는 가벼운 고갯짓과 미소로 화답하며 위치를 말했다.

 

에그시는 그의 말대로 위로 올라가서는 일종의 회의실 겸으로 쓰는 만찬장으로 들어가며 그의 후견인의 이름을 불렀다.

 

~~”

 

노크부터 하라고 했잖니.”

 

안녕하십니까 갤러해드.”

 

안녕하세요 멀린.”

 

멀린은 영 탐탁찮다는 눈으로 해리를 보고 있었다.

 

아서의 기본적인 표정은 거만함이었고 전 란슬롯이 미소였다면 멀린은 확실히 어딘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 기본이긴 한데.

 

저건 진짜 정말로 확실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해리, 그런데 저는 왜 부르셨어요?”

 

갤러해드가 전 후보생이었던 찰리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 이것 때문이었나.

 

에그시는 멀린의 표정이 더욱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그것 때문에만 부른 것은 아니란다. 자 여기를 보렴.”

 

새침하게 말한 해리는 멀린의 손에서 차트를 빼앗아 위의 손잡이를 돌렸다.

 

이번 주 토요일에 데이지가 학교에서 연극을 한다고 하지 않았니? 토요일에 시간을 내려면 오늘 미리 일해두는 것도 좋겠지.”

 

해리...”

 

에그시는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예전 V-day일도 해결한 너이니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테지만, 다녀오겠니?”

 

다녀오겠습니다!”

 

에그시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료를 받아 밖으로 뛰어나갔다.

 

신사는 뛰지 않는다니까.”

 

“...젊은이를 조련하는 짓은 좀 그만두십시오.”

 

애정이 아니라 조련으로 보다니, 서운하군.”

 

해리는 전혀 서운해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요란한 발소리가 들리는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새 갤러해드가 뭔가를 두고 간 걸까요?”

 

에그시 발소리가 아닌데.”

 

멀린도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찰리가 들어오자 질린 눈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에그-”

 

두리번두리번.

 

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에그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단 넥타이부터 단정하게 조인 뒤 멀린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멀린, 이건 집에서 보내는 겁니다.”

 

멀린은 몇 장의 종이와 편지가 들었음이 분명한 봉투 하나를 들었다.

 

나는 보이지 않나 보구나.”

 

, 안녕하십니까. 그러니까... 게리 하비?”

 

해리 하트, 전 갤러해드란다. 그리고 덧붙여서,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하는 일은 아주 유치하고 뻔한 일 중의 하나라고 덧붙여 두지.”

 

그러는 그쪽도 별로 어른스럽지 않게 굴고 있잖습니까.

 

멀린은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에그시는 내가 보낸 임무 때문에 한동안은 바쁠 것 같구나.”

 

못된 영감.

 

찰리는 억지로 웃어는 보였으나 속으로는 냉큼 그렇게 생각했다.

 

저거 틀림없이 내가 에그시랑 가까이 붙어있는 게 고까워서 그럴 거야.

 

멀린은 드물게도 한숨을 쉬며 찰리와 해리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시계를 보았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지금 복귀했습니다. -찰리?”

 

랜슬롯, 어서 오게.”

 

록산느는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을 보고 놀랐지만 잘 교육받은 귀족답게 티를 내지 않으며 보고서부터 멀린에게 넘겨주었다.

 

이번 보고서입니다.”

 

잘 썼군, 이건 차차 검토하겠네.”

 

멀린은 손으로 썼지만 깔끔하고 더할 나위 없이 읽기 편한 보고서를 슥 훑어 보았다.

 

그리고 오자마자 미안하네만, 한 가지 더 맡겨도 될까?”

 

말씀하십시오.”

 

멀린은 옆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처럼 만났으니 동기끼리 바라도 다녀오게.”

 

록산느, 록시는 옆을 보았다.

 

고급 정장에 말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광택이 나도록 닦은 구두, 잘 교육받은 유서 깊은 귀족, 킹스맨 혹은 그 후보생(이었던), 신경전을 벌이던 둘은 귀족의 품위고 뭣이고를 집어던지기 직전이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금요일 저녁, 에그시는 기분이 좋았다.

 

임무에서 입었던 가벼운 상처는 대강 다 나았고, 토요일 저녁 식사는 집에서 가족들과 해리, 그리고 친구 몇 명과 즐겁게 보낼 예정인데다.

 

멋대로 사진을 찍지 말라던 데이지도 내일 연극에 쓸 의상을 입은 모습을 미리 사진 찍어도 좋다고 허락해준 것이다.

 

찰칵 찰칵.

 

에그시는 기분 좋게 핸드폰 카메라를 썼다.

 

데이지 연극이 뭐라고 했지?”

 

뱃써... 백설공주.”

 

그래서 그렇게 왕관을 썼구나? 목걸이도 예쁘네~”

 

그런데.

 

데이지는 그 말을 듣자 놀란 표정을 짓더니 허둥지둥 목에 걸린 목걸이를 옷 속으로 숨기는 것이다.

 

데이지?”

 

?”

 

그 목걸이, 오빠가 봐도 될까?”

 

그러자 데이지는 의상의 목 쪽에 손을 얹더니 꾸욱 누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자신의 방으로 화닥닥 뛰어가버렸다.

 

에그시는 침착하게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자신의 친구, 록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에그시?]

 

록시... 데이지가...”

 

[무슨 일인데?]

 

데이지가...!!!!!!!!!!”

 

[에그시?!]

 

그리고 록산느는 데이지가 오빠에게 비밀을 만들고 있어라는 주제로 세 시간,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주제로 세 시간, 기타등등의 주제까지 모두 여덟 시간을 에그시의 울음 섞인 한탄을 듣는데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데이지의 학교에서 눈이 부은 에그시를 만난 록산느는 한 마디 쏘아붙여주려다 그 퉁퉁 부은 눈 때문에 관두었다.

 

오셨네요 해리.”

 

좋은 아침이네.”

 

그 옆에서 멀린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평소에 이렇게 일찍 오는 모습을 보여주시죠.”

 

다음부터는 그러도록 하지.”

 

록산느는 커피를 사 와서 홀짝이며 의자에 앉았다.

 

... 록산느, 무슨 일이지?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데.”

 

누구누구네 오빠가 동생 때문에 서운하다고 여덟 시간이나 통화를 해서 말이죠. 정보국에서 봤다면 스파이라고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런, 에그시가?”

 

그러자 아직도 한스러운지 에그시는 멀린을 붙들고 떠들다가 체육관 밖으로 쫓겨났다.

 

멀린은 에그시의 핸드폰을 넘겨받더니 사진을 상비하는 간단한도구들로 확대하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백금이군, 보석은 유리구슬로 만든 가짜지만. 데이지에게 용돈을 많이 주나 보지?”

 

저 나이 때 적당할 정도만 쥐어주고 있어요.”

 

데이지가 돈을 버나?”

 

그럴 리가요.”

 

에그시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가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 이 인간이... 설마 데이지를...”

 

침착하렴.”

 

전 이미 침착해요 멀린. 어쩌죠? 딘 그 인간이 데이지를 몰래 만난다던가, 그러면서 용돈을 쥐여준다던가, 선물 같은걸 하면 어쩌죠?”

 

“...”

 

그래도 아버지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멀린은 그렇게 생각만 했다.

 

벌겋게 퉁퉁 부은 얼굴로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아무래도 당분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노점을 찾으려 고개를 들었더니.

 

저만치 익숙한 누군가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에그시.”

 

?”

 

찰리가 오는구나.”

 

뭐라고요.

 

에그시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저만치의 보기만 해도 짜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면상은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딘가 살금살금 피하는 모습으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저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날 것 같아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사탕 먹는 거 잊지 말고.”

 

멀린은 에그시가 찰리의 뒤를 따라 체육관 안으로 달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에그시는 찰리의 뒤를 따라 들어가긴 했지만, 워낙에 사람이 많았던 터라 결국 잡지 못했고.

 

다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저녁의 홈파티에서였다.

 

“.........그래서, 찰리?”

 

에그시는 다시 마주한 그를 한껏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왜 (내 귀엽고 천사 같은 동생)데이지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건데?”

 

친구다.”

 

웃기지 마아아아!!!!”

 

해리, 멀린, 록시는 안락의자에 앉아 와인과 감자튀김을 먹으며 느긋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내가 얘랑 친구인게 뭐가 나빠!”

 

나빠! 대체 뭣 때문에 친해지려고 한 건데! 쟤 목걸이도 네가 줬지!”

 

아 친구끼리 선물 좀 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왜 데이지랑 네가 친구냐고?!”

 

그야 데이지는 미래의 내...!”

 

저놈이 내 밤잠을 앗아간 원인이었군.

 

록산느는 크림을 가득 넣은 커피잔을 들었다.

 

미래의~~~~? 아무리 우리 데이지가 예쁘다지만 미래의 아내 따위를 말했다간...”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말해보시지!”

 

미래의... 에잇, 말 안 해!!!”

 

멀린은 우유와 얼음을 담은 커피를 홀짝였다.

 

록산느는 데이지가 가져다준 파이 조각에 포크를 꽂아서 크림과 과일을 가득 떠 입에 물었다.

 

“...찰리는 언제쯤 제대로 말할까요.”

 

찰리가 에그시한테 고백하는게 빠를지, 에그시가 해리한테 고백하는게 빠를지 내기하겠나?”

 

찰리한테 백 파운드 걸지.”

 

해리는 지각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걸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

 

그들은 아직도 아웅다웅 싸워대는 둘을 보더니, 각자 들고 있던 음식을 한입 더 베어 물었다.

 

“...샤토 디캠에 트윙키가 먹고 싶군.”

 

저는 스노우볼 쪽이 취향입니다.”

 

데이지? 저기 두 남정네가 널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는데, 좀 말려주지 않을래?”

 

데이지는 아직도 연극 의상 그대로, 싸우는 둘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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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해그시] Language!

2015. 6. 4. 00:36 | Posted by 호랑이!!!

최근의 갤러해드는 고민이 있다.

 

킹스맨의 기지는 언제나 청결하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기품있고, 현대적이고, 온 몸에서 젠틀함이 풍겨나오는, 사람으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젠틀맨인 건물.

 

그 안의 사람들도 아서니 갤러해드니 멀린이니... 아서왕과 그 기사들의 이름을 딴 기사들이며 젠틀맨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그러기엔, 뭔가 최근에는 위화감이 있다.

 

인마(oi) 랜슬롯, 내부 회선을 장난질에 이용하지 말랬잖아.”

 

멀린- 꼬장꼬장하게 굴지 말아요.”

 

에그시 너도! 이 자식-”

 

불건전한 단어들이 들리고 있다.

 

“...”

 

우와 깜짝이야!(Hell fuck) 언제 왔어요 해리?”

 

갤러해드라고 불러야지.”

 

에그시의 말을 정정해주며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에그시가 킹스맨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입 랜슬롯은 장난은커녕 바짝 얼어서 주어진 업무를 해내기도 빠듯해했고 멀린도 임마-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래봬도 귀족 출신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에그시.”

 

- 갤러해드?”

 

“...해리라고 부르렴.”

 

아까는 갤러해드라고 부르라면서요.”

 

마음이 바뀌었단다.”

 

그거 무슨 의미인데요? 데이트?”

 

데이트라는 단어에 록산느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느껴진다.

 

딱히 숨긴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반쯤밖에 안되는 젊은 애랑 데이트 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끄러운 것이...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네 말투를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제 말투요? 이상해요?”

 

랜슬롯, 방금 에그시가 한 말을 네 식대로 다시 말해줄 수 있겠니?”

 

그러자 갑자기 지명당한 록산느는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당황했을지 모르는데도) 말했다.

 

제 언행에 어떠한 문제가 있습니까?”

 

거 보렴, 다르지.

 

해리는 에그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가 다른지 알겠니?”

 

언행 같은 어려운 단어를 버킹엄 궁전 문지기 같은 말투로 하는 거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걸 격식이라고 하는 것 같구나.”

 

매너 메잌스 맨, 모르니?

 

해리는 록산느가 에그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콱 찌르는 걸 보고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막는데 성공했다.

 

식사 예절도 가르쳤고 옷입는 법도 가르쳐놨는데 아직도 갈 길이 빠듯하다.

 

훈련생 시절도 아니고 요원이 되었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하다니.

 

멀린, 부탁할 것이 있는데.”

 

앞으로 일주일 정도 대부분의 시간은 같이 있을 수 있도록 스케쥴을 조정해두었습니다.”

 

역시 멀린은 눈치가 빨라.

 

해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멀린은 최근 익숙해진 스케쥴 조정을 마무리하고 프로그램을 닫았다.

 

 

 

 

 

앞으로 속어, 비속어, 은어를 사용할 때마다 다소간의 페널티를 줄 거다.”

 

“...데이트에서까지요?”

 

안 그러면 또 할테니까.”

 

그야 그렇지만.

 

에그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해리, 해리는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구요.

 

그러자 해리는 가볍게 맞받아쳤다.

 

너를 제외한 모두가 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단다 에그시.

 

 

[최군/톰맥스]MAX

2015. 6. 1. 07:15 | Posted by 호랑이!!!

맥스는 칼을 들고, 거울을, 그 너머를 겨누었다.

 

 

불공평한 계집애, 나한테 모든 나쁜 것을 밀어넣고 자기 혼자 잠에 빠져 있어.

 

그 애가 힘든 건 힘든게 아닐 거야.

 

혹시 모르지? 나쁜 용이 지키는 성에 갇힌 공주님 놀이라도 혼자 하고 있을지?

 

 

칼 끝은 거울에 닿고 거슬리기 그지없는 마찰 소리를 낸다.

 

끼이익, 쨍그랑, 끼이익, 쨍그랑.

 

칼은 거울을 긋고 후려친다.

 

그 조각은 맥스의 얼굴에 튀어 잔금을 남겼지만, 맥스의 춤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춤을 출 때 내 손에 잡힌 것이 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이었으면 좋겠어.

 

누군가를 해치고, 겁을 주고, 미워하기보다 한 마디 상냥한 말을 먼저 할 수 있기를 바라.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그게 좋은 것인 걸 모를 리 없잖아.

 

 

거울의 유리는 박살나서 바닥에 파편이 흘러 넘쳤고 이제 그 유리를 받치고 있던 연한 색의 나무판조차 계속되는 칼질에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맥스의 칼질은 거세어지고, 그 호흡도 거칠어졌다.

 

 

나에게 미움을 준 네가 미워.

 

너를 미워하게 만든 네가 미워.

 

 

나쁜 계집애!”

 

 

나무판 중앙에 칼이 깊숙이 꽂혔다.

 

맥스는 숨을 몰아쉬며 거울을 노려보다가, 주먹을 들었다.

 

맥스, 나그네 형이 오래.”

 

치려는 순간, 손이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

 

, 가자.”

 

톰은 맥스의 방에 깔린 유리조각이나 깨진 거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 파편을 밟고 지나왔다.

 

맥스는 숨을 마저 고르고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휙 넘기며 방에서 빠져나왔다.

 

 

마야 이 못된 계집애.

 

네가 나에게 남겨준 아주 쬐-끄만 좋은 마음은 말야.

 

활활 불태워 버릴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이 애한테 줘버릴 거라고.

 

그러니 너는 네게 남은 아주 약간의 미움을 불태우고 있으렴!

 

하하!

 

 

[킹스맨/찰리x에그시] 핸드폰

2015. 5. 13. 01:55 | Posted by 호랑이!!!

[야]

 

찰리는 아주 짧게 들리는 목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전화를 할 때는 ‘저는 누구의 무엇인 누구라고 합니다, 누구 있나요?’라고 해야지.”

 

[뻔히 넌 줄 알고 전화한건데 뭐]

 

게다가 너도 난 줄 알았을 거 아냐.

 

그 덧붙인 말에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없음에도 대답으로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뭐 어때, 쟤도 내가 알았다는 걸 알 텐데.

 

[바빠?]

 

“바빠.”

 

[잘됐네]

 

잘되긴 뭐가 잘돼.

 

그렇게 투덜거렸더니 저쪽에서도 또 성의없는 목소리로 주절거린다.

 

[이리 와]

 

“바쁘다니까.”

 

[내가 새로 핸드폰을 샀는데 말이야, 양아버지네 똘마니가 자기 전화번호를 단축번호 1번으로 넣으라고 하지 뭐야]

 

“...”

 

이건 별로 자극이 되지 못하는가,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리한테 새로 핸드폰을 샀다고 했더니 나중에 직접 번호를 찍어주러 오겠대]

 

“왜 해리가 찾아가는데?”

 

그러자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머뭇거리는 소리가 난다.

 

[스마트폰 써보는게 처음이라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

 

가르쳐주러 오라고 하려 했는데, 바쁘다면 어쩔 수 없고.

 

“커피 사라.”

 

[단축번호 1번은 비워두겠지만 바쁘면 안와도 돼]

 

찰리는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책상에 던져두었던 지갑과 달걀 모양의 열쇠고리가 달린 자동차 열쇠를 집어 주머니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그 시각, 새 핸드폰을 손에 든 에그시는 웃으면서, 카페의 자리에 앉아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커피 두 잔, 15분 후에 가져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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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2014. 12. 20. 13:09 | Posted by 호랑이!!!

“마음을 읽는다고 하셨나요? 마인드랑 같은 능력이네요.”

 

“그쪽에도 저 같은 능력자가 있나 보네요. 반가워요, 마틴 챌피예요.”

 

“B라고 해요.”

 

마틴과 B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 한편에서는 저런 화기애애하고 수줍은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불꽃튀는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대가 군단 프리랜서의 대표요?”

 

“아따, 거 먼데까이 내가 알려졌나 보이. 그랴, 내가 프리랜서 대표, 비광이요 타키온.”

 

차분한 목소리.

 

예의바르게 올라간 입꼬리와 웃는 표정.

 

그러나 그 눈만은 웃지 않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정 중 동!

 

그리고 저 멀리, 인사하는 보모와 아이 페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어이.”

 

부엉!

 

“...”

 

“초코파이 사줘.”

 

 

 

 

 

 

“요거요거 이것이 양놈들 화투다냐?”

 

“깔끔하니 보기 쉽죠?”

 

릭은 비광이 돈 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에 카드게임을 하자며 서양카드 한 벌을 꺼내들었다.

 

B는 전혀 몰랐지만, 비광은 릭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이런걸로 골패놀이를 하면 재미있나? 그림도 네 종류밖에 없고 영...”

 

비광은 에이스 카드 한 장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화투보다 넓고, 얇고, 하얀 배경에 무늬가 숫자에 맞게 박혀 있고... 흐음.

 

“...소매에 숨기기 좋겠구마.”

 

...네?

 

B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비광...?”

 

그러자 비광은 그를 돌아보더니 화알-짝 웃어보인다.

 

“비광, 안돼요, 안 돼요.”

 

비광 전에 사기치다 걸려서 손목 잘릴 뻔 했다면서요, 저기 마인드랑 같은 능력 쓰는 사람 있단 말이예요.

 

이번에 걸리면 진짜 손목 잘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전쟁에서 나왔다고 하니 손목으로 안 끝날지도 모르고.

 

“아그야.”

 

비광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B에게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B는 가면 밑으로 보이는 목이 새빨개져선 몸을 뒤로 빼었고 비광은 거기 따라붙어 얼굴을 가까이 했고 B는 다시 뒤로 빼었고 비광은 또 가까이 붙었다.

 

이 이상한 술래잡기는 B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끝이 났고 비광은 벽에 등이 닿아 옴짝달싹 못하는 B의 양 옆에 팔을 대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아그야, 게임이 뭐냐?”

 

“게임이요? 재밌는...거?”

 

“그랴, 재밌는 거. 내는 도박판에서 남을 속여가며 이기는거이 그리도 즐겁드라.”

 

“하지만... 하지만 비광...”

 

“아그야, 남자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를 때가 있다.”

 

비광은 멋들어지게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돌아섰고 B는 주르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중얼거렸다.

 

“비광은 여자잖아요...”

 

 

 

 

 

 

동양인은 좌식! 이라는 릭은 따끈한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비광은 양쪽으로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임에도 떡하니 양반다리로 앉았고 B는 ‘팬티 보여요!’라고 기겁하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 오빠가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라스베이거스랑 메트로폴리스에서 큰 판 벌리던 사람이었는데, 이거이거 촌 아가씨 기 죽으면 어떡하오~?”

 

“아따, 걱정도 팔자랑께. 양화투라고 봐주기 없기여? 뭐혀, 후딱 패 돌려.”

 

공정함을 기해 자신이 패를 나눠주겠다며 마틴이 카드를 착착 섞었다.

 

차르르 차르르 카드 섞이는 것을 보며 한쪽 팔을 괴고 있던 비광이 씩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내자식 손이 참 곱기도 곱구마잉~ 이따가 함 잡아봐도 될랑가?”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러자 과자를 집어 입에 넣던 릭이 B에게 웃어보였다.

 

“거기 예쁜이, 과자 좀 먹여 줄까?”

 

“아, 저... 저기... 괜찮아요.”

 

B는 귀 끝을 붉히며 무릎을 안고 비광의 옆에 쪼그려 앉았고 비광과 릭 사이에는 파지직 불꽃이 튀었다.

 

‘마틴 손을 잡아보겠다고?’

 

‘우리 B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기가 뭐가?’

 

그리고 웃음을 참는 마틴이 카드를 돌렸다.

 

 

 

 

 

“나그네씨도 프리랜서예요?”

 

“초코파이 사줘.”

 

“허리춤의 검을 보니 역시 검을 다루시는 분인가봐요.”

 

“어이 없어.”

 

토마스는 뒤로 돌아보았다.

 

어이라는 저 커다란 부엉이는 사람마냥... 아니 사람보다 훌륭하게 피터와 놀아주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시큰둥해하고 관심이 없던 피터도 이 커다란 부엉이와는 순식간에 친해져 왠지...

 

아 갑자기 피터와 보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주마등은 아니겠지.

 

“간식 만들어 줄까요?”

 

“초코파이 줘.”

 

초콜릿이 들어간 파이?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볼게요.”

 

“먹을거 줘.”

 

토마스는 피터와, 피터와 놀아주는 어이 쪽으로 손나팔을 만들었다.

 

“피터, 어이, 간식시간 할까?”

 

“할래.”

 

부엉!

 

날이 춥더라, 형이 따뜻한 우유랑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쉬었다가 놀...

 

토마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피터의 눈을 가렸고, 어이는 날개를 펼쳐 나그네의 눈을 가렸다.

 

“마에스트로! 마침 잘 왔소! 당장 저 여자 얼려버리시오!”

 

“나그네야 저놈아 저거저거 아주 몹쓸 놈이여!”

 

릭의 뒤에서 어깨를 잡고 말리는 마틴, 그리고 비광의 앞에서 막아서는 B.

 

아까까지 앉아서 ‘저 이거 좀 잘하거든요, 당신한테 이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와 ‘괜찮아요,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할게요. 우리 얼른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던 사람들은(어디까지나 토마스 시점)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듯 씩씩거렸다.

 

“...피터는 저런거 보면 안돼, 가서 식탁에 앉을까?”

 

“알았어 형아.”

 

토마스는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 선 어이는 마치 손가락인 마냥 큰 깃털 하나를 들고 말했다. 부엉부엉.

 

부엉, 부엉부엉부엉. 부엉.

 

“알았어 어이.”

 

나그네는 피터 옆에 얌전히 앉았다.

 

“거기 네 분도 이리 오세요, 차 끓여 드릴게요.”

 

배고프면 신경 날카로워지니까요.

 

그렇게 널찍한 테이블에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부엉이까지 하나 앉았더니 꽉 찬다.

 

아무래도 이거 작은 오븐에 굽는 작은 파이는 못 만들겠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진 토마스는 커다란 보울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는 커다란 프라이팬에 레코드판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반질반질한 하얀 접시에 커다란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고 생크림과 여러 가지 시럽, 딸기를 맨 위에 하나씩 장식해 자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그네가 포크를 들자 토마스는 나그네 앞에 머그컵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기다려. 요.”

 

묘한 박력이 있어 손을 대려던 비광도 릭도 포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토마스는 각자의 컵에 우유와 차를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에 따뜻한 우유와 각설탕 두 개를 떨어뜨려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와구와구와구.

 

그리고 접시가 요란하게 비워지는 소리가 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맛있어!”

 

“정말요?”

 

“아따, 저 아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먹지는 않는디. 거 괜찮으면 하나만 더 만들어 줘, 응?”

 

“저한테 맡기세요!”

 

아니, 하나만 더 만들면 되는....이라고 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 커다란 팬케이크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따아... 그쪽 아가야들은 다 이렇다냐? 엄~청 나구만~”

 

“저희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톰슨씨! 가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 좀 더 사다주세요!

 

다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물 붓는 거 잊지 말구요.

 

“저기... 토마스, 제가 설거지할게요.”

 

“고마워요!”

 

엄청 신나 보이네, 형.

 

피터는 부루퉁하게 양손으로 턱을 괴다가 이따끔씩 제 것을 얼만큼 떼어 옆의 어이에게 먹여주었다.

 

물론 딸기는 안 줘.

 

“피터, 형이 동물한테는 과자 주지 말라고 했지?”

 

“어이는 동물 아니야.”

 

“어이는 부엉이잖아.”

 

그러자 나그네가 식탁을 탁 쳤다.

 

“어이는 부엉이 아니야.”

 

 

 

 

 

 

토마스라 했던가? 아그야 니도 끼래이.

 

라는 말에 의해, 토마스도 그들 사이에 앉아 카드를 잡게 되었다.

 

“이거 그냥 게임만 할라니 맥아리가 빠져 못하겠구만.”

 

“그럼 역시 상품이 있어야하지 않겠소?”

 

“저기, 그거 사행성...”

 

“릭, 그걸 상품이라고 걸면 저 화낼거예요.”

 

그러자 릭은 잠시 주춤했으나 비광이 ‘사내자식이...’로 시작하는 도발을 듣자마자 자신이 생각하던 상품을 외쳤다.

 

“마틴이랑 B 사이에 앉아서 ‘양손의 꽃’ 하기!”

 

“좋다!”

 

“저도 상품이예요?!”

 

“릭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려치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승부는 삼세판.”

 

“이 오빠한테 영혼까지 털릴까봐 단판은 무섭소?”

 

“이 누나야가 타키온 아그 울까봐 해주는거 아니겠수~?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니 응애응애 울지는 말더라구?”

 

마틴이 패를 섞어 돌렸다.

 

첫 번째는 릭의 승리, 두 번째는 비광의 승리.

 

그런데 세 번째가 토마스의 승리라 그들은 다시 한 판을 하기로 했다.

 

대망의 마지막 판의 첫 패를 오픈하려는데, 마틴이 릭을 쿡 찔렀다.

 

“아야야, 왜 그러오 블론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릭은 칫 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B는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비광을 툭툭 두드렸다.

 

“왜 그런다야?”

 

“...비광, 지면 안 돼요. 아무리 제가 악당이었다고 해도 팔려가기는 싫어요.”

 

“팔려간다고?”

 

“저 상품이잖아요.”

 

인신매매는 싫다, 고 했더니 비광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비광?! 저 진짜 팔아버릴 거예요?!”

 

“자, 자 패 오픈한데이~”

 

“비과아앙!!!”

 

릭의 첫 카드는 하트 A, 그리고 두 번째도 하트, 세 번째도 하트, 네 번째, 다섯 번째도 하트였다.

 

“아쉽게도 플러쉬네.”

 

꽤나 좋은 카드라 자신만만한 릭 앞에 비광이 의기양양 카드를 뒤집었다.

 

“풀하우스여 아그야.”

 

5 세 장과 8 두 장의 카드가 뒤집혔고 비광은 제 오른편 자리를 탁 쳤다.

 

“거 마틴아 이리 좀 와 보아라.”

 

춘향이 수청 들라는 사또처럼 말하는데 토마스가 손짓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예요.”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봐요♡

 

 

 

 

 

그 후로 B는 끅끅거리면서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저 비광이랑 있고 싶어요’를 울면서 말했고 정절을 위협받는 과부마냥 가슴 앞에서 손을 교차시켰다.

 

가면 밑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졌고 입으로는 ‘안돼요’를 연발하는 바람에 토마스는 ‘이것은 절대 인신매매가 아니며 자신은 B를 사고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했다.

 

마틴은 ‘그러게 제가 안된다고 했죠!’라고 릭에게 다그쳤고, 보란 듯이 토마스의 무릎에 앉다가 ‘무거워’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봐요.”

 

“그랴, 다음에 또 보장께.”

 

“다음에 또 봐요. 자, 피터도 인사.”

 

“...”

 

부엉!

 

피터는 토마스의 손을 꼭 잡고 연합으로 걸었다.

 

“그런데 형, 양손의 꽃이 뭐야?”

 

“음... 손에 손잡고 나란히 있는게 아닐까?”

 

“그럼 형아는 나랑 엘리랑 사이에 있으니까 매일 양손의 꽃이네.”

 

마틴은 재단 쪽으로 걷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릭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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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햄그네] 내 이름을 불러줘

2014. 12. 13. 02:50 | Posted by 호랑이!!!

소협은 누구요?”

 

나그네가 하미레즈를 부른 그 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우 싸락눈이 흩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하늘도 땅도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눈송이가 흩날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일 만큼 내리고 있었다.

 

그거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그렇소.”

 

하미레즈는 나그네가 자신에게 제대로 말을 거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소협은 어째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하미레즈. 따라해 봐.”

 

“...하미레즈?”

 

.”

 

.”

 

그게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요상하오.

 

나그네는 여러번 하미레즈, , 하미레즈 하고 되뇌었다.

 

혹시 그 햄미레즈인가 하는 것이 소협의 이름이오?”

 

하미레즈. 크리스티안 하미레즈라고 한다.”

 

나그네라 하오.”

 

나그네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소협,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그 손은 하미레즈의 팔 위에 얹혔다.

 

나그네는 자신과는 색이 다른 하미레즈의 팔과 그 위에 얹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사람을 보는 것이 하도 오랜만이라 그러는데 조금만 더 만져보아도 되겠습니까?”

 

하미레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그네는 사람의 온기를 음미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야가 밝아진다 하였더니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얼음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이후 눈이건 얼음이건 차가운 것은 질색이었는데 지금만은 눈이 그치는 것이 야속했다.

 

하미레즈는 팔을 뻗어 나그네를 꽉 안았고 나그네는 팔을 올려 자신을 안은 하미레즈의 팔을 잡아 안았다.

 

“...소협은 참으로 따뜻하오.”

 

나그네는 작게 속삭였고, 눈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눈은 조금씩 그치면서 녹기 시작했고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하미레즈는 안은 팔을 몇 번 움썩이다가,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

 

초코파이 사줘.”

 

아까까지 눈에 돌던 총기는 간데 없었다.

 

다음번, 하얗게 눈이 내리고 세상에 하늘과 땅이 달라 보이지 않는 때.

 

그때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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