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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도'에 해당되는 글 3

  1. 2017.06.29 [다무바레] 서재
  2. 2016.01.29 [데샹바레] 히카르도 안나오는 쌍충
  3. 2015.10.26 [데샹바레] 안녕

[다무바레] 서재

2017. 6. 29. 02:29 | Posted by 호랑이!!!

히카르도는 다이무스의 서재에 들어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서재라기보다는 사무실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수행함에도 값에 상관없이 책이 가득했기에 히카르도의 눈에는 이 곳이 도서관 같았다.

 

여느 때와 같이 다이무스는 서류를 붙들고 있고, 히카르도는 다이무스가 어서 서류작업을 마치기를 기다리며 책을 대강대강 훑어보다가 적당히 얇은 책을 골랐다.

 

바닥에 주저앉고 책장에 기대 책을 펼치면 페이지 너머로 다이무스가 보인다.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나는 육중한 책상과 딱딱한 의자에 앉아 다른 곳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펜으로는 바쁘게 무언가를 쓰는 모습은, 정말...

 

‘-를 갑니다, 사과, 오렌지-’

 

바깥에서 갑자기 메가폰 소리가 났다.

 

책을 떨어뜨릴 뻔한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들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니 다이무스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완전히 서류 속에 빠진 것 같지만.

 

히카르도는 입을 열었다.

 

“everlasting”

 

"영원한, 변함없는."

 

“grave”

 

무덤.”

 

언제든 영어가 아직 어설프다는 구실로 말을 걸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듣고 답을 한다.

 

다음 장을 넘기다가 히카르도는 알아차렸다.

 

이 책은 이 서재의 여느 책과는 다르게 그림이 많고, 거기 더해 새 책이다.

 

책은 아이들의 나라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만 히카르도는 더 이상 책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홀든.”

 

펜촉이 종이를 스치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love.”

 

"사랑."

 

사각사각, 부드러운 손길만이 낼 수 있는 소리지.

 

“love.”

 

사랑.”

 

다시 한 번 더.

 

“love.”

 

다이무스는 고개를 들었다가 이 쪽을 보며 웃고 있는 히카르도와 눈이 마주쳤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내가 네게 느끼는 감정.”

 

다시 사각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히카르도도 다시 책으로 눈길을 내렸다.

 

 

[데샹바레] 히카르도 안나오는 쌍충

2016. 1. 29. 02:20 | Posted by 호랑이!!!

미아, 뭐 해?”

 

오빠한테 보내는 편지 쓰고 있어! 마침 잘 왔다, 나 제대로 썼는지 봐줄래?”

 

, 나도 철자법은 잘... , 데샹! 이것 좀 봐줄 수 있어?”

 

미쉘은 지나치려던 데샹의 가운을 잡았다.

 

나 바빠.”

 

잠깐이면 돼.”

 

까미유는 미쉘을 내려다보다가 미아가 쓰는 편지를 받아 철자를 고쳐 주었다.

 

여기서 ai가 아니고 y, 여기도... 여기는...”

 

그 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바빠, 너 바빠, 서로 바쁜 사람인데 불러놓고 한가하게 굴기는.”

 

잠깐이면 돼.”

 

내가 너한테 내줄 수 있는 시간은 30분까지야.”

 

문가 그늘에 몸을 숨긴 채 탄야는 마치 유치원 선생님 같다고 킥킥 웃었다.

 

낮고 신경질적인 웃음소리가 분명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까미유는 마저 여기, 여기라고 급하게 짚어준 뒤 저만치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웃기지, 그 애는 더 이상 편지를 받아 볼 상태가 아닌데 여동생이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니까.”

 

까미유는 책상 너머에서 서랍을 열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일 얘기나 할까?”

 

만인의 자상한 의사 선생님, 까미유 데샹이 감동받아 손수 편지를 봐줄 만큼.”

 

네가 의뢰한 건 이미 했어. 그 애 오빠를 죽지 못하게, 그러나 살지도 않게. 그러니까 네가 맡은 일을 할 차례잖아?”

 

까미유가 아무렇지 않게 평소의 매끄러운 목소리로 점잔을 빼며 탄야 앞으로 종이를 내밀자 탄야는 후후 웃더니 갑자기 힘을 주어 책상을 쾅 내리쳤다.

 

책상이 덜컹였고 탄야의 주위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어두운 보라색 독기가 물결을 이루어 위협적으로 물씬 피어올랐다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까불지 마, 긴 경고는 필요없겠지.”

 

흐름을 바꿀 힘을 찾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비용에 대비해서 결과 산출이 나쁠까봐 쓰지 않는 방법일 뿐이지.”

 

그래, 네가 너의 그 작은 친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까미유의 입매가 불쾌하다는 듯 끝이 내려갔다.

 

네 충직한 친구가 날 찾아왔었지, 불과 며칠 전에 말이야.”

 

그건 그냥 내 불량품 중 하나에 불과해.”

 

나한테 딱 한 마디 하더군. ‘물러서라고.”

 

내 알 바 아냐.”

 

탄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내가 기른 어둠의 능력자 군대를 써서 널 괴롭히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저 말은 협박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었다.

 

그것은 까미유의 눈에 꽤나 명백했다.

 

그리고 능력자들이 괴롭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탄야는 까미유가 내민 종이를 받아서는 부채라도 되는 것처럼 제 입가에 대고 웃었다.

 

난 항상 그렇게 충직한 도베르만이 갖고 싶었어. 어린것들보다야 물들이는 것이 힘들겠지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느긋하게 한다면... 후후후.”

 

“...할 일부터 빨리 하는게 어떨까, 시뇨라?”

 

그래, 이만 가볼게.”

 

탄야는 소리없이 문을 열고는 한 발을 밖으로 뺐다.

 

내가 없는 동안, 그 애를 잘 보살펴 두라고. 이래봬도 꽤나 아끼고 있거든.”

 

흘끗, 시선이 밖에서 편지에 꽃이며 나비를 그려넣는 소녀에게 닿았다.

 

그리고 네 강아지 말인데, 교육을 좀 시켜놓는게 쓰기 편할거야.”

 

히카르도를 사용할 일은 없어.”

 

어떨까.”

 

디딘 곳마다 검게 반짝이는 보라색 액체가 머물렀다가 이내 수증기로 변하여 사라졌다.

 

까미유는 눈가에 걸친 색유리 너머로 여유롭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데샹바레] 안녕

2015. 10. 26. 02:55 | Posted by 호랑이!!!

히카르도는 좁고 지저분한 골목을 지나 거처로 향하다가 익숙한 사람과 마주쳤다.

 

새하얀 가운에 하얀 양 같은 곱슬머리.

 

, 혀를 차고 지나치는데 그 쪽에서 히카르도의 손목을 잡아챘다.

 

리키.”

 

이제는 차라리 천국처럼 느껴지는 어릴적부터 귓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목소리가 달콤하게 울렸다.

 

나 봤잖아, 그런데 그렇게 지나가기야?”

 

“...여기엔 웬일이지?”

 

남들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인데도 잘도 믿음직한 의사같은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는 했어야지.”

 

좁은 골목.

 

힘 없는 의사라지만 마음먹고 한 번 밀자 히카르도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너랑 내가 이제 인사나 주고받을 사이는 아닐텐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어.”

 

왜냐하면 너는 내 리키고, 나는 네 데샹이니까.

 

빙그레 웃는 입매가 선량해 보였다.

 

히카르도는 손목을 탁 털어 까미유의 손아귀에서 빼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까미유는 그 좁은 골목에서 다시 또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바싹 들이민다.

 

안녕, 리키.”

 

갈색 눈동자 위로 녹색빛이 일렁여서 일견 초록색 눈동자를 마주하는 착각이 들었다.

 

이 눈에 홀리면 안 돼.

 

히카르도는 입술을 꽉 물었다.

 

일렁일렁 물들어가는 눈동자를 노려보다가, 그를 밀쳐내는 대신 옆으로 몸을 빼었다.

 

으르릉 목 울리는 소리를 내며.

 

까미유는 순순히 비켜주었고 이내 발걸음은 탁탁탁 빠른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잘 가, 리키.”

 

내 손에 잡힌, 네 목에 감긴 이 빨간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제아무리 네가 몸부림친다 하더라도, 이렇게 내가 다가와서 줄을 당기면 끊어질 듯 하다가도 다시 이어지지.

 

-, 이런 더러운 골목에 있으려니 하얀 옷이 더러워지겠어.

 

빨리 나가야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까미유는 히카르도가 뛰어간 방향과는 반대로 걸어갔다.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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