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르도는 다이무스의 서재에 들어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서재라기보다는 사무실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수행함에도 값에 상관없이 책이 가득했기에 히카르도의 눈에는 이 곳이 도서관 같았다.
여느 때와 같이 다이무스는 서류를 붙들고 있고, 히카르도는 다이무스가 어서 서류작업을 마치기를 기다리며 책을 대강대강 훑어보다가 적당히 얇은 책을 골랐다.
바닥에 주저앉고 책장에 기대 책을 펼치면 페이지 너머로 다이무스가 보인다.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나는 육중한 책상과 딱딱한 의자에 앉아 다른 곳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펜으로는 바쁘게 무언가를 쓰는 모습은, 정말...
‘-를 갑니다, 사과, 오렌지-’
바깥에서 갑자기 메가폰 소리가 났다.
책을 떨어뜨릴 뻔한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들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니 다이무스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완전히 서류 속에 빠진 것 같지만.
히카르도는 입을 열었다.
“everlasting”
"영원한, 변함없는."
“grave”
“무덤.”
언제든 영어가 아직 어설프다는 구실로 말을 걸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듣고 답을 한다.
다음 장을 넘기다가 히카르도는 알아차렸다.
이 책은 이 서재의 여느 책과는 다르게 그림이 많고, 거기 더해 새 책이다.
책은 아이들의 나라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만 히카르도는 더 이상 책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홀든.”
펜촉이 종이를 스치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love.”
"사랑."
사각사각, 부드러운 손길만이 낼 수 있는 소리지.
“love.”
“사랑.”
다시 한 번 더.
“love.”
다이무스는 고개를 들었다가 이 쪽을 보며 웃고 있는 히카르도와 눈이 마주쳤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내가 네게 느끼는 감정.”
다시 사각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히카르도도 다시 책으로 눈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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