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이 곳은 공기가 무겁고 눅눅했다.
알지 못했지만.
빛은 어렴풋하고, 때문에 차가웠다.
알지 못하지만.
그나마 빛이 드는 곳.
공간의 가운데.
그 곳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한때 우주의 별을 바라보던 눈은 빛조차 알지 못하게 되고.
한때 어디든지 걷던 발은 이 곳에 못 박힌 채로.
이 곳은 그럭저럭 넓다고 할만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갇힌 것처럼 좁게만 느껴졌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지만.
“신도여.”
그 좁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이어 다른 사람 또한 들어왔다.
뒤이어 들리는 것은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였고.
공간 안으로 두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 뛰쳐들어왔다.
뒤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침입자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일어나라, 나가야 한다!”
“어딜 간단 말이냐.”
가느다란 줄기의 빛으로도 그 사람은 반짝였다.
머리카락도, 그리고 파랗게 타오르는 안광도.
침입자를 바라보며 아직도 앉아있는 그는, 문득 ‘들짐승’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 단어조차 인식의 검은 물 아래로 끌려들어가 사라질 즈음 그가 ‘교주’라고 부르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신도여.”
그는 교주가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 반응을 하자, 그는 팔을 들어 침입자를 가리켰다.
이제 그 침입자는 그를 따라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잡혀 있었다.
아마도 그 침입자가 자신을 잡아들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도망쳤겠지.
그러나 어째서일까, 침입자는 여전히 헛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교주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없애라, 나를 위해.”
교주님을 기쁘게 해야 돼.
우주와 이 곳을 연결하면, 불이 끓는 화산과 이 곳을 연결하면, 저 차가운 심해 어딘가와 이 곳을 연결하면 사람 하나는 손쉽게 죽일 수 있다.
그는 팔을 들었다.
어째서인지 지나치게 가벼운 팔을.
“릭, 톰슨!”
침입자는 사람의 이름 같은 비명을 질렀고, 때문인지 교주가 웃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그는 자신이 교주를 기쁘게 했음을 알았다.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이글] 클론 이글과 이글이 만났다 (0) | 2017.03.27 |
---|---|
[티엔하랑마틴] 그냥 차를 마실 뿐인 글 (0) | 2017.03.18 |
[다이토마] 마녀AU로 전에 쓰던거 발견 (0) | 2016.12.02 |
[이하랑] 기우제 (0) | 2016.10.18 |
[이글빅터/마피아 같은걸 끼얹나] 호와 생일 축하해 (1) | 2016.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