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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에 해당되는 글 2

  1. 2015.12.10 [쌍풍] 북소리 둥둥
  2. 2015.12.10 [카를빅터] To. 마쉬님 (부제 : 안심하면서 보내는 시간)

[쌍풍] 북소리 둥둥

2015. 12. 10. 05:08 | Posted by 호랑이!!!

제아무리 이명이 삭풍이라지만 빅터 그에게도 겨울바람은 늘 싫을 정도로 추웠다.

 

아니, 어쩌면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싫을지도 모른다.

 

어떤 계절도 그에게는 좋아할 이유가 없었지만 겨울은 특히 춥고 아프고 차가우니까.

 

바람을 다루는 만큼 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더욱 살을 에는 듯한-.

 

빅터는 푸르르 머리를 털고는 옷깃을 여몄다.

 

야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한밤중이라 너무 추운데다가 어두웠다.

 

기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저 옆의 길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빅터가 빛 없는 어두운 길로 가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렇지만 그 길 건너에는 야학을 마친 사람들이 둘씩 혹은 셋씩 걸어가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혼자서 걷는 빅터는 그 길을 피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고 후 숨을 쉬자 추운 공기에 하얗게 입김이 부서졌다.

 

새삼 혼자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둥 북소리가 났다.

 

카를로스가 왔다! 나 보고 싶었지?”

 

둥둥.

 

카를로스의 움직임은 항상 타악기에 맞춰 추는 춤처럼 유쾌했고, 그 주위의 바람은 항상 음악처럼 부드럽게 맥박쳤다.

 

어떻게 찾은 거야?”

 

난 빅터가 어디에 있던지 찾아낼 수 있지롱!”

 

쾌활한 웃음소리가 뒤이어 퍼졌다.

 

카를로스는 빅터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빅터는 그 때문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가로등이 켜진 길 너머 조금 멀리에 뭔가를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과연 거기로 갈 참이었는지 카를로스가 위로 휙 지갑을 던졌다.

 

나 오늘 용돈 받았거든. 이 형이 살게!”

 

형은 무슨.”

 

빅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카를로스는 히히 웃을 뿐이었다.

 

카를로스는 겨우 거기까지 가는데도 바람의 힘으로 통통 튀어갔다.

 

오렌지색 환한 가로등 아래를 뒤따라 뛰어가면서, 빅터는 다시 둥 하고 북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둥둥.

 

둥둥둥.

 

활짝 펴진 가죽 위를 둔탁하게 퉁퉁 내리치는 소리.

 

아무렇게나 썰어내 튀긴 감자를 받고 카를로스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더니 빅터의 손을 잡고 하늘 위로 휙 뛰어올랐다.

 

하늘 위는, 빅터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환한 가로등 아래보다 밝다.

 

그렇게 느껴졌다.

 

하나씩 빼먹던 튀김은 빅터의 집 앞에 가볍게 착지할 즈음에는 손에 기름기조차 남지 않았다.

 

내일도 또 올게.”

 

카를로스는 빅터를 놔두고는 가볍게 뛰어올라 멀어졌다.

 

바람에 감싸인 그 모습을 보다가 빅터는 문득 손을 자신의 몸에 대 보았다.

 

부드럽게, 북이 울렸다.

 

 

유달리, 빅터는 카를로스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과 논다고 한다면 겨우 길 위, 땅 위의 앞뒤좌우가 전부인 광장이었지만 카를로스와 함께 다닌다면 겨우 땅 위가 아니라 벽 위, 지붕 위까지 그들의 놀이터였으니까.

 

지붕 위이든 돌담 위이든 누구라도 원한다면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꽤나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어느 날의 야학 마지막 시간, 빅터는 맨 앞자리에서 칠판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뒤에서 날아온 쪽지를 주워 펴 보았다.

 

[날 좀 봐요, 카를로스가 왔어요]

 

뒤를 돌아보니 맨 뒷자리, 희뿌연 전등 빛도 제대로 안 비쳐 보이는 어둠침침한 구석 즈음에 왠지 익숙해 보이는 실루엣이 보인다.

 

하스 학생, 듣고 있나?”

 

,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주의에 고개를 홱 돌리며 빅터는 다시 책으로 코를 묻었다.

 

그러면서도 뒤에서는 연달아 작게 접은 쪽지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선생님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책상에 툭 툭 떨어진다.

 

[나 왔어! 보고 싶었지!]

 

[빅터랑 같이 수업 들으니까 좋다~]

 

공부는 하고 있냐.

 

바로 옆에 있었다면 쏘아붙였을 말인데.

 

빅터는 보란 듯이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옆자리의 누군가가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냐고 속삭여 물을 만큼, 빅터의 입꼬리가 흐물흐물 무너지는 것을 억지로 잡았더니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나 오니까 좋지?”

 

“...자신감 과잉이야 그거.”

 

에이~ 좋잖아~”

 

그치! 하고 물어보자 빅터는 길에서 휙 뛰어올라 건물 위로 올라갔다.

 

뒤에서 카를로스가 쫓아오는 것을 느끼고는 다음 건물 위로 날아갔다.

 

- 터어어-”

 

이 술래잡기는 한동안 계속되다가 카를로스가 아래에서 뭔가를 발견함으로 멈추었다.

 

, 아이스크림!”

 

계절은 벌써 겨울이고 밤이라 가뜩이나 어둡고 쌀쌀한데, 카를로스는 아이스크림을 먹자며 빅터를 불렀다.

 

그러다 감기 걸려.”

 

걸리면 그거 핑계로 학교 안 나가지 뭐-”

 

배부른 소리 하기는.

 

빅터가 투덜거리는 중에 카를로스는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입에다 들이밀었다.

 

빅터가 감기 걸리면 이 형이 간호해주러 갈 테니까 안심하라구?”

 

그거 별로 안심 안 되거든.”

 

핀잔을 주면서 덥석 베어물면 단 맛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이따끔 공장에서 밖을 내다보면 좋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옆구리에 책을 끼고 사탕으로 군것질하는 모습을 본 적 있었다.

 

그것이 부럽다는 생각은 한 적 없지만.

 

그래도 카를로스와 함께 지내는 이 때만은 빅터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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