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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친이 주는 한 문장으로 글쓰기

2020. 8. 1. 01:50 | Posted by 호랑이!!!

아주 먼 곳에서 A는 사람들을 보았다.

 

눈밭에, 흰 배경으로 선 것은 새까만 침엽수림.

 

하늘마저 흐린 무채색 사이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다채로웠다.

 

분홍색 옷에 녹색 허리띠, 진주 귀걸이, 금으로 만든 팔찌, 은으로 만든 목걸이.

 

풀쩍 뛰어오르는 사이에 드러난 맨 발목에는 파란 깃털이 붉은 끈에 매어 있고 장밋빛 발은 양말도 신발도 없이 눈을 밟는다.

 

화관이 흐트러지고 꽃잎이 휘날리는 사이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A는 그들 쪽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

 

사박, 눈이 발 아래 으스러지고 어디서 떨어졌는지 모를 잔가지는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우두둑 소리를 내며 나무 위 눈을 A의 머리 위로 조금씩 떨구었다.

 

문득, A는 긴 갈색 머리를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 여자?

 

그는 새하얗게 빛나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그 태양같은 웃음에 A는 미묘한 훈기를 느꼈다.

 

이리 와요!’

 

빙글 돌면서 또 누군가가 A와 눈이 마주쳤다.

 

밀짚같은 머리카락을 꽃과 함께 틀어올린 사람이 즐겁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

 

A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갔다.

 

열 명이나 될까 싶었던 그들은 어느샌가 A의 존재를 알았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연회를 방해받았음에도 오히려 깔깔거리면서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A는 코까지 덮은 목도리를 내렸다.

 

머리에 눌러쓴 모자를 벗어 머리를 공기중에 헝클어뜨리자 누군가의 손이 머리 위에 커다란 화관을 씌워 주었다.

 

한겨울의 시린 공기처럼, 햇볕이 A의 몸에 내리쬐었다.

 

그 따뜻함이 폐를 채우고 서서히 서서히 피부에 스며들었다.

 

눈밭에 오래 있다 보면 추위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A는 어느 순간엔가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어느 날.

 

나무를 베러 온 벌목꾼은 보았다.

 

눈밭 사이에서.

 

목도리가, 모자가, 장갑이, 외투가, 양말, 스웨터, 눈 신발까지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