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학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것도 내 머리가 좋은 덕이지.
이글은 다소 자만하며 정문에 가 섰다.
어디, 이 꼬맹이가 감히 며칠이나 내 집에 오지 않았단 말이지?
정문 한가운데에 서 있으려니 얼마 안 있어 학교의 문 쪽에서 사람들이 떼지어 나왔다.
과연 야간학교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다수.
빅터 같은 학생뻘 아이들은 오히려 적었다.
직업만 봐도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수.
그리고 어린아이 한 무리가 나오고(그래도 빅터보다는 나이 들어 보인다).
어느 술집에 가서 맥주를 한 잔 하자는 소리를 하며 우우 몰려가는 무리 뒤로 익숙한 파란색이 보였다.
하얀 머리는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무거워 보이지 않는 가방을- 아니, 가방조차 없이 옆구리에 책과 공책을 끼웠다.
고개를 들어 저를 볼 것 같지 않아, 이글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야.”
하얀 머리가 퍼뜩 들렸다.
놀란 것처럼.
그리고 눈이 동그랗게 뜨이고, 뭔가 말할 것처럼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린다.
이글은 빅터가 무릎을 구부려 날아오를 준비를 하자 냉큼 손목을 잡아챘다.
“어딜 가?”
“...”
손을 흔들어 떼려고 하는 주제에 입은 조용하네.
이글은 어린애를 안아올리듯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더니 들어올려 어깨에 걸쳤다.
오, 가만있네.
비록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긴 하지만 예상했던 발길질은 날아오지 않고, 주먹질도 이 정도면 안 아픈거지 뭐~
이글은 그대로 제 집으로 데려갔다.
발로 툭 걷어차 소파를 벽난로 쪽으로 밀어 거기 빅터를 내려놓자 조그만 고양이가 달려들어 올라탄다.
“핫밀크에 초콜릿?”
이걸 거부한 적은 없으니까 물으면서도 우유 든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렸는데, 흘끗 돌아보니 고개를 젓고 있다?
이글은 성큼성큼 걸어서 빅터 앞에 서 고개를 얼굴 가까이로 들이밀었다.
색-색-하는 숨소리가 들리고.
얼굴 빨간 것은 들쳐업느라 피가 몰려서라던가 벽난로 때문은 아니렷다.
“...말해보라고, 야.”
고개를 젓는데.
이봐, 난 그렇게 거칠게 굴고 싶지 않았다?
이글은 커다란 손으로 덥썩 빅터의 얼굴을 잡아 억지로 입을 벌렸다.
“감기구만?”
말을 하지 않은, 못한 건 목이 부어서네.
이글은 눈살을 과장스럽게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마침 잘 됐네~ 며칠 여기 있으면서 내가 오븐으로 시험작 만드는 거나 좀 봐라?”
글쎄 어젠가 그제인가는 빵을 구워봤는데 글쎄 그게 까맣게 타서 훅 부니까 가루가 날아가지 뭐야~
빅터는 빅토르를 옆으로 내려놓고 잽싸게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빅터는 이글 바로 앞에 서서, 안겼다.
“사영도~ 아, 이건 부지깽이지만!”
이글이 유려한 손놀림으로 장작 뒤집는 쇠막대를 마치 칼처럼 써서 빅터를 제 앞으로 끌어온 것이다.
그리고 덥썩 안고.
빅터가 고개를 들자 이글은 씩 웃다가 가늘게 눈을 떴다.
“...자고 갈 거지?”
빅터는 굳어서 부지깽이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간신히 대답 대신 고개를 푹 떨구자, 만족스럽다는 듯 이글은 빅터를 놓아주고 홱 뒤로 돌았다.
이글은 감기에는 닭 넣고 끓인 수프라며 부엌 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깔깔 웃었다.
“안아줄 때 엄청 긴장하더라?”
빅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글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말을 할 수 있다면 우유 탄다고 한 마디 쏘아줄 텐데.
빅터는 투덜거리며 소파에 몸을 더 깊이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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