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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X빅터] 고양이 -06

2015. 10. 11. 18:48 | Posted by 호랑이!!!

 

그 다음날의 아침, 화장실의 먼지낀 거울 속 빅터의 얼굴은 열이 올라 새빨갰다.

 

감기, 그것도 열감기인가.

 

친척은 아랑곳않고 공장에 나가라고 할 테고, 학교는 나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이글의 집에 가는 것을 쉬어야겠다.

 

어차피 옮기면 안 되니까.

 

이 꼴을 보였다가는 억지로 자고 가라고 할지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가 빅터는 머리를 털어내었다.

 

뭘 바란다는 듯이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여느 때처럼 파란 겉옷을 챙기고 거리로 나갔다.

 

아침안개의 냄새, 사람 없는 적막한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것은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공장 노동자들.

 

작은 가판대 하나 열리지 않았고, 열렸다 하더라도 제 주머니에는 동전 하나도 없다.

 

공장에서 주는 맛없고 퍽퍽한 빵과 차가운 물 한 잔-

 

이 빵이 맛없다고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이글이 제게 스튜를 먹인 다음부터겠지.

 

 

 

 

 

 

 

이글은 낮까지 잤다.

 

점심때가 되면 일어나서 연합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저녁에 먹을 것을 생각하며 장을 봐 온다.

 

집에 있는 요리도구라고는 냄비, 작은 냄비밖에- , 큰 냄비도 있었군.

 

최근 빅터가 오면서 제대로 요리를 하게 되자 사 놓은 것이다.

 

오븐이 있었다면 좀 더 다채로운 요리를 하게 될 거고, 화덕이 있다면 이탈리안 요리도 할 수 있겠지?

 

...오븐이라도 살까- 고민하는데 그의 어깨를 누군가가 툭 쳤다.

 

요즘 펍에 안 가더라?”

 

돌아보니 레베카였다.

 

펍에 꼬박꼬박 들러 밤을 보낼 때 늘 합석하던 친구.

 

고양이를 주워서~ 그거 돌본다고 말이지.”

 

안어울리네- 맥주라도 사서 집에 찾아갈까?”

 

미안~ 안돼~”

 

레베카의 뒤를 보니 휴톤과 도일이 있었다.

 

오늘도 마시러 가나 보지.

 

손을 흔들어주고, 이글은 충동적으로 지갑을 열어 오븐을 샀다.

 

빵집에 들러 커다란 빵도 하나 사고.

 

설탕과 버터와 초콜릿을 아낌없이 쓴다면 좋아하겠지.

 

어디까지 단 것을 좋아하려나, 우유에 초콜릿도 타서 같이 먹일까.

 

이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 왔던 날부터 사흘, 빅터가 오지 않는다.

 

첫째 날, 이글은 오븐을 청소하면서 보냈다.

 

이튿날, 이글은 하얀 고양이 빅토르를 손바닥 위에 얹으며 놀았다.

 

셋째 날에 이글은 빅토르를 괴롭히다가 손가락을 물렸다.

 

이놈의 고양이.

 

이글은 빅토르의 우유에 설탕을 넣어 먹였다.

 

, 난 너 마음에 안 들어.”

 

고양이는 설탕 탄 우유를 작은 혀로 할짝할짝 핥았다.

 

듣고 있어? 맘에 안 든다고 꼬맹아.”

 

손가락으로 쿡 고양이의 뺨을 찌르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애앵 우는 소리를 낸다.

 

벌써 시간은 한밤중이지만-

 

야간 학교는 곧 마칠 시간이지.’

 

위치가 어느 즈음이더라.

 

이글은 겉옷을 집어 어깨에 걸치며 문을 열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