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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x] 불면증

2015. 9. 21. 23:33 | Posted by 호랑이!!!

잔이 깨졌다.

 

꾸벅꾸벅 졸던 마틴은 그 소리에 잠을 깨었다.

 

흰색 머그컵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마틴의 손가락에 걸려있던 것이다.

 

미안해요 릭, 잔을 깼네요.”

 

다치진 않았소?”

 

괜찮아요.”

 

괜찮긴, 차가 뜨거운데.

 

릭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틴의 손을 잡았다.

 

잠이 모자라오?”

 

그런 건 아니고, 요즘 잠들기가 힘들어서.”

 

마틴은 말을 하며 길게 하품했다.

 

얼핏 그의 눈 아래에 그늘이 진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 밤을 샜더니... 흐아암.”

 

며칠이나?”

 

어디보자...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쫙 펴졌던 마틴의 손가락이 하나 둘 굽혀진다.

 

셋 넷으로 넘어가자 릭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렇게 못 자는 동안 뭐 했소?”

 

책도 읽고... 밤새서 일도 해 보고요... , 여자랑 잤어요. 섹스가 불면증에 좋다길래.”

 

문득 릭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간 것 같았지만 마틴이 돌아봤을 때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랑플람에서 쉬고 오라고 한 거군.”

 

그렇죠. 덧붙이자면 그 티엔 정이 저를 손수 문 밖으로 밀어냈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싫네요.

 

마틴이 찻물 묻은 손가락을 손수건에 닦으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나한테 왔고.”

 

이 근처에서 바로 찾아가도 될 만한 사람이 릭밖에 없었거든요. 사실 반신반의 했어요, 일하는 시간이라던가 여행 중이면 어쩌지 하고.”

 

있어서 다행이오.”

 

마틴은 식탁 위에 멋없이 놓인 컵을 정리했다.

 

릭은 마틴이 입을만한 편한 티셔츠와 바지를 찾아 주고 여분의 베개를 찾아두었다.

 

그럼 자러 가볼까.”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자려구요?”

 

나는 원래 이 시간에 자.”

 

한 침대에서?”

 

혹시 모르지, 사람의 온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있을지.”

 

불을 끄고, 릭이 먼저 누웠다.

 

마틴은 불신하는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릭의 옆에 누워서 익숙하지 않은 베개 아래에 한쪽 손을 넣어 잘 준비를 했다.

 

안아줄까? 뜨끈뜨끈할텐데.”

 

됐어요, 답답하니까.”

 

마틴은 픽 웃고 눈을 감았다.

 

이번에도 못 자면 어떡하지.

 

피곤하고,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니 머리도 어지럽고 아프고 힘든데.

 

걱정스러운 마음은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 다른 잡생각으로 이어진다.

 

마틴은 몇 번 뒤척이다 마침내 눈을 떴다.

 

자고 가라며 신경써준 릭한테는 미안하지만 저쪽에서 작은 전등이라도 켜고 책이라도 읽어야겠어.

 

그렇게 눈을 뜨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릭을 찾았다.

 

자면서도 웃고 있네, 평화로운 표정으로.

 

, 저 표정은 쿼카 닮았다.

 

잠꼬대도 없고, 고른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와서.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커피와 과자 향내가 밴 손끝의 향과 그의 체취가 갑자기 몰려드는 느낌이었다.

 

마틴은 다시 눈을 감았다.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P.S : 릭 컵은 머그컵인데 차가 있는 이유는 미국인이라 찻잔은 없지만 마틴이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덧붙여 티테이블이 없어서 식탁에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