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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5

2019. 4. 1. 22:48 | Posted by 호랑이!!!

 

아라벨라 아가씨! 도련님!”

 

스파크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외국의 단장 아래에서 스파크라고 불리면서 구르기가 벌써 몇 년,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행하는 일이 생겼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도적떼가 아니라 나뭇가지더라도 아가씨 몸에 생채기라도 내면 용서할 수 없다!

 

스파크.”

 

꺾인 나무는 마차 천장을 뚫고 바닥까지 잔가지가 흩어져 있었다.

 

스파크의 눈은 아라벨라에게로 곧장 향했다가 아라벨라의 품에 안긴 마르틴에게로 이동했다.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

 

마차 안에는 다른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난 괜찮아. 마르틴은?”

 

저도 괜찮아요.”

 

마르틴은 아라벨라가 끌어안은 팔을 두어 번 두드려 벗어날 수 있었다.

 

저 나무 더미를 치워야 하니 잠시 멈추어야겠습니다.”

 

렐리악 전 백작의 집사가 다가오더니 아라벨라의 허락을 기다렸다.

 

이미 시간이 늦었고 때마침 저택도 근처이니 큰 나무만 빼고 나머지는 내일 하도록.”

 

가시는 동안 불편할 수 있으니 조금 지체되더라도 여기서 치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라벨라는 바닥에 늘어진 치마를 움켜쥐고는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편하고자 다른 사람들을 더 고생시킬 수는 없지.”

 

그렇습니까.”

 

집사는 스파크를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이더니 실례한다며 나무를 당겼다.

 

스파크와 집사 두 사람만으로 나무는 뽑혀 나왔고 구멍이 뚫린 자리로 희미하게 별이 뜨는 하늘이 보인다.

 

이제는 걸음을 서두르겠다며 집사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아라벨라는 나무 잔해를 덮은 치마를 확 걷어 올렸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숨을 내쉬는 가느다란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어두운 달빛 아래 뱀같은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형상이었으나 내쉬는 숨이 뜨거웠다.

 

어둡네. 마나 등은 고장났고, 안 보이는데...”

 

나 그거 있어.”

 

마르틴은 가지고 탄 가방을 뒤적였다.

 

얼마간 뒤지다가 손에 잡혔는지 작게 위잉 소리가 나며 희미한 푸른 빛 불이 켜졌다.

 

푸른색 빛 아래에서 꺼멓게 보이는 끈적끈적한 것은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뱀처럼 생긴 그것은 눈을 감은 채라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마르틴, 가방에 자리 있어?”

 

.”

 

아라벨라는 자신이 가지고 탄 핸드백을 열어 뒤집었다.

 

구취제와 물감과 거울을 마르틴의 가방에 쑤셔 넣자 마르틴은 손수건도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지만 아라벨라는 손을 저었다.

 

상처가 있어? 거기에 감을 거야?”

 

아니. ...불 잘 들고 있어.”

 

마르틴이 손을 높이 들었다.

 

아라벨라의 어머니, 에멜라가 살아 있을 때 아라벨라는 자주 사냥에 참가할 수 있었다.

 

사냥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동물을 길들이는 것은 좋아했었지.

 

뱀은 아닌 것 같았고, 오히려 처치 곤란한 마물에 가까워 보이지만....

 

마르틴은 뱀 같은 것의 등에 붙어있는 날개를 슬쩍 건드렸다.

 

이거 무슨 바실리스크나 그런 걸까?”

 

마르틴이 소곤거리고는 아라벨라가 손수건으로 눈을 가릴 수 있게 도와주었는데, 한참이나 안절부절 못하다가 마차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자 재빠르게 아라벨라에게 속삭였다.

 

내가 들어도 돼? 누나? 아라벨라 누나? 쪼끔만 가방 열어주면 안돼? 꼬리나 날개 만져볼래.”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상태를 보고.”

 

그럼 내가 가지고 갈래, ? ? 안 흔들고 얌전히 가져다줄게.”

 

너 이거 진짜 바실리스크면 위험하다는 거 알지?”

 

하지만 가방 안에 있으니까 괜찮잖아. 그치?”

 

바실리스크에게 제일 위험한 건 눈이긴 한데, 그래도 이빨이...

 

하고 망설이던 아라벨라는 스파크가 문을 열어주자 가방을 마르틴에게 넘겨주었다.

 

손잡이만 잡고, 흔들지 말고.”

 

걱정 마.”

 

소곤소곤 이야기하자 스파크가 무슨 일이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지만 아라벨라는 시침을 뚝 떼고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장갑은 남성용인지 스파크에게는 조금 커서 장갑이 내려가자 스파크는 손을 더 올려 아라벨라에게 맞춰주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지만 정원의 가로등과 저택 안의 불빛은 아주 환해서 걸음을 옮기거나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새까맣게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선 저택은 렐리악 백작들이 후계자에게 백작위를 물려주고 조용히 은퇴하여 사는 곳이라고 들었건만, 이 저택은 은퇴한 귀족 부부가 살기에는 지나치게 커 보였다.

 

심지어는 도시나 왕성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마력 등불도 있었는데 온 마당을 낮처럼 환하게 밝혀주어서 마당에 뭐가 있는지, 발에 뭐가 밟히는지 까지도 보인다.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두 분은 이만 쉬십시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드러운 풀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저택에 당도하자 문이 끼익 열린다.

 

색색의 돌을 다듬어서 무늬를 낸 호화로운 바닥은 장미 같은 진분홍이 메인 컬러이고, 무거운 빛의 녹색 벽에는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거나 화병 받침대 같은 것들이 쭉 늘어서서 작은 조각품, 화분, 뚜껑이 덮인 과일 그릇이 장식되었다.

 

몇 명의 고용인들은 아라벨라의 짐을 내린다 마르틴의 물건을 옮긴다며 분주했고 마르틴은 그 모습에 자신도 도와야 하는 것인지 머뭇거렸지만 아라벨라가 손을 잡아주자 집사를 따라갔다.

 

두 분께서 머무르실 방은 2층에 있습니다. 3층은 주인님께서 조용히 있고 싶으시다고 하셨으니 당분간은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집사는 창문 하나 없는 긴 복도를 따라 그들을 데려갔다.

 

가장 끝이 아라벨라의 방.

 

그 옆은 청소 용구를 넣어두는 작은 방이고 그 다음이 마르틴이 받은 방.

 

방음 하나는 잘 되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걷다 아라벨라는 발을 삐끗했다.

 

익숙해지지 못한 하이힐이 투두둑 뭔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카펫을 긁었고 스파크가 급히 아라벨라의 허리를 받쳐 주었다.

 

가죽 장갑 너머의 든든한 팔을 힘을 주어 잡고 몸을 일으키자 붉은 머리의 이 집사는 방 문을 열었다.

 

이 집에서는 실내에서 슬리퍼나 실내화를 신습니다. 짐에 굽 있는 구두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슬리퍼나 실내화를 신지 않으신다면...”

 

아니, 신어! 그냥 짐 쌀 때 힐을 빼놓고 와서 그래.”

 

슬리퍼를 신게 해준다고? 아버지의 연락을 받지 못 했나?

 

다시는 슬리퍼를 신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신게 되다니 아라벨라의 목소리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커졌다가 숙녀답지 못한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작아졌다.

 

집사의 노란 눈이 아라벨라를 향했다가 다시 방 안으로 향했다.

 

욕실은 방마다 딸려 있습니다. 목욕물을 받아두었으니 두 분이 먼저 여독을 푸시면 그 사이에 시종들이 방에 두 분의 물건을 놓아드릴 겁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침대 곁의 종을 울려 주십시오.”

 

마르틴은 집사와 스파크의 눈치를 살피다가 살금살금 다가와 아라벨라의 손에 핸드백 손잡이를 쥐어 주었다.

 

아라벨라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꿈틀거리는 핸드백을 꼭 쥐고 방 안으로 서둘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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