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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8

2019. 8. 30. 00:40 | Posted by 호랑이!!!

 

아라벨라, 괜찮니?”

 

왕자가 아라벨라를 넘어뜨린 뒤 그대로 돌아 나가자 일시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오늘의 주인공인 공작 부부가 무어라도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들은 첫 춤을 추고 인사를 나눈 뒤 떠나버렸다.

 

섣불리 누군가 다가가지도 않았지만 저 뒤에서 다가오는 사나기 공주와 아라벨라의 눈이 마주쳤는데.

 

다정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기억 속의 짙푸른 눈이 보인다.

 

아라벨라는 내밀어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굳이 나타낼 필요가 없겠지.

 

“...어머니?”

 

그래, 아라벨라.”

 

하지만 아라벨라는 혼자 일어났다.

 

다시 음악이 연주되고 마르틴이 아라벨라에게 달려왔다.

 

마르틴, 잘 있었니?”

 

-”

 

마르틴이 걸음을 멈췄다.

 

눈이 등잔만큼이나 커져서 굳었다.

 

어머니의 재혼 이후 오년 만의 재회이니 달려가 안길만도 하건만.

 

마르틴은 머뭇거리더니 배운 대로 사피야의 앞에 섰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머니.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마르틴. 나도 보고 싶었단다.”

 

사피야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마르틴의 손을 꼭 쥐었다.

 

장장 5년 만의 만남이니 끌어안을 만도 하건만 이 만남을 방해하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라서-”

 

아무리 그래도 어미가 되었으면-”

 

“-빨리 시집이나 보내고 싶겠지-”

 

들은 것일까 사피야의 손이 떨리더니 웃는 낯으로 아라벨라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니 가족끼리 담소라도 나누지 않겠니. 네 아버지도 저기에 계신단다.”

 

아라벨라는 사피야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셰필라, 그의 아버지 주위에는 신분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라벨라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표정으로.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려고 안달내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다음.”

 

바실리는 마련된 침대에 누워 업무를 보았다.

 

마악 서명이 끝난 서류는 날아가 다른 쪽에 쌓이고 새 서류가 날아와 바실리의 손에 잡혔다.

 

옆에는 찻잔과 식물 줄기로 만든 대롱이 있고 손에 묻어나지 않게 마법으로 처리한 다과가 수북하게 쌓여 바실리만을 기다린다.

 

찻주전자는 저절로 움직여 찻잔이 비기가 무섭게 채워주었고 언제 마셔도 좋을 따뜻한 온도로 유지되었다.

 

조명도 적절한 각도로 맞추어져 눈이 부시지도 어둡지도 않게 유지되고 공기도 적절히 서늘한 정도로 맞추어져 바실리는 편안하게 서류에 명령을 적었다.

 

꽤나 쾌적한 환경이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재잘거림만 아니라면.

 

어쩜, 이 침대 자그마한 것 봐. 너무 귀엽다.”

 

오필리어는 이런 걸 잘 하니까 말일세. 이걸 발톱으로 깎았다고 하네만 알고들 있었나?”

 

여기 침대보도 베개도 내가 만든 것이야. 베개 안에는 향초를 잘 씻고 말려서 가득 채웠지. 향이 좋지 않은가, 아가?”

 

머리가 새하얗게 새어버린 그들의 아가 바실리는 손으로 그렇다는 신호를 보냈다.

 

에멜라 주려고 또 만들었는데 좀 가져다주지 않겠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서류가 접혔다.

 

“...슈체른이 이야기하지 않던가?”

 

? 무슨 일 있었어?”

 

바실리는 몸을 일으켰다.

 

긴 머리가 부스스하게 흘러내렸다.

 

에멜라가 죽었어.”

 

? ?”

 

편지에는 사고라고 적혀 있었다.”

 

오필리어라고 불린 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카롭게 빛을 발하는 하얀 눈동자에 분노를 담고.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나는 에멜라가 행복하도록, 후회 없이 살도록 어떤 독도 에멜라를 삼킬 수 없게 축복했다. 어떤 불운한 자연재해도 에멜라를 덮칠 수 없도록 마법을 걸었어! 어떤 우연도 에멜라를 다치게 할 수 없게... 에멜라가, 에멜라...!”

 

그러더니 오필리어는 바깥으로, 발을 구르며 나갔다.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문 안의 용들은 눈을 감았다.

 

일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실리는 자신을 둘러싸고 엎드리거나 누운 용들을 보다 서류를 뒤집었다.

 

에멜라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가던 중에 습격을 당했어.”

 

이런 것을 보았다며 바실리는 그림을 그렸다.

 

날개 없는 용.

 

머리는 아래를 향하고 몸이 위를 향하는 그림.

 

추락하는 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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