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아라벨라 27

2019. 8. 17. 11:59 | Posted by 호랑이!!!

 

그리고 공부도 못 하고, 뭐 하나 뛰어난 것도 없고, 하는 소리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중에 아라벨라는 사나기 공주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자신이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몇 사람 사이에 꼭 들 인물에게로.

 

사나기 공주는 화려하고 무겁기 그지없는 옷을 입고, 춤을 추지 않았지만 그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여전히 아무 소리나 떠들면서 자나미가 웃었다.

 

원래 사나기에게는 제 어미 이름과 외가의 이름, 그리고 여러 세력의 이름이 있었으나 고친다고 하기에 내 이름하고 비슷한 것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이름들은 다 성별이 바뀐 이름들이니, 사실상 사나기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지.

 

일로냐 공작은 있지만 일로리오라는 여자 공작은 없으니 말이야.

 

자나미 왕자님은.”

 

아라벨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 안의 자나미의 손이 꼼짝달싹 할 수 없이 잡히며 자나미 왕자는 끄으윽, 소리를 냈다.

 

잔인한 사람이군요.”

 

왕의 자리를 약속받은 사람에게는 가차 없는 면도 필요하지. 그렇잖은가.”

 

꼴에 혓바닥은 잘 놀리는군.

 

그런 생각을 하고 아라벨라는 자신이 불경한 생각을 하였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할머니 아래서 자라다보니 이렇게 된 건가? 아니면 용 때문에?

 

아니오. 자나미 왕자님께서 하신 일은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고 기준 이상의 일이었습니다.”

 

아라벨라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멍청한 소리를. 지금 이 나라의 왕자인 나에게 하는 것인가?”

 

자나미의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낮아졌다.

 

아라벨라는 진한 금색 눈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저 낮아진 목소리는 그러는 것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알기 때문에 나온 목소리다.

 

그런 것에 아라벨라는 겁먹지 않았다.

 

그리고 짐작했다.

 

나는 원래부터 이런 인간이었구나.

 

사람에 맞는 말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나미가 몸을 홱 틀자 그 리드에 몸을 맡겼던 아라벨라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넘어졌다.

 

음악이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자나미의 표정이 더욱 거만해졌다.

 

멍청하기가 그지없구나 렐리악의 영애.”

 

 

 

 

 

 

 

자나미 블랙스캣 비 아메론!”

 

쿠트 왕비의 목소리가 쨍하게 높았다.

 

자나미는 성의없는 태도로 힐끗 쿠트 왕비를 쳐다보았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못난 놈. 렐리악의 영식 또한 제 누이를 의지하고 따르던데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아라벨라 렐리악을 넘어뜨려!”

 

이 못난, 못난 놈!

 

자나미 왕자는 고개를 양 옆으로 까딱까딱 움직였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이 나이 차이가 좀 있다 보니 영식이 영애를 두려워하는 것 같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영식이 영애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도 말해주었구요. 영식이 영애를 우습게 알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어집니다. 게다가 내일 친구들을 만나니 거기에 데려갈까 합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듯, 자나미 왕자의 친구들은 다 비슷비슷했다.

 

집안에서 경쟁할 형제가 없는 자들은 오냐오냐 떠받들어져 거만하게 자랐고, 형제가 있는 자들은 그 형제에게 이상한 열등감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쥐톨만한 권력이라도 얻어먹겠다고 몰려들어 아부하고 아첨하며 소란을 피우니 저잣거리에서는 이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고 가게문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물건을 부수고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때리며 행패를 부리니 왕비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인맥으로 어르고 달래며 협박하여 없는 일로 만들려 노력하였으나 왕자는 반성하지 않았고 매일같이 소란스럽고 천박하게 굴었다.

 

술과 사람을 파는 가게에 출입을 하며 행실이 어떠하다 라는 것을 알았을 때 왕비는 현기증으로 쓰러지기까지 하였으니 왕비는 왕자의 친구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사실, 싫어했지만- 이런 때 왕자의 왈패 친구들은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아직 렐리악 영식은 미성년자이니 술은 안 돼.”

 

네에, 네에.”

 

렐리악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면 자나미 네 앞으로 들어가는 예산을 없앨 것이다.”

 

네에 네.”

 

쿠트 왕비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울화를 꾹 눌러 참았다.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떠나갔고, 쿠트 왕비는 문이 닫히자 쓰러지듯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이 코르셋이라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이 왕자까지 낳아서 왜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는지.

 

쿠트 왕비가 손짓하자 하녀가 다가와 왕비의 코르셋을 더 강하게 조였다.

 

왕비는 이를 악물었다.

 

렐리악만 없었다면.

 

'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벨라 29  (0) 2019.09.01
아라벨라 28  (0) 2019.08.30
아라벨라 26  (0) 2019.08.13
아라벨라 25  (0) 2019.08.07
아라벨라 24  (0)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