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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4

2019. 7. 29. 21:09 | Posted by 호랑이!!!

 

사나기는 마굿간으로 갔다.

 

마구간지기가 의자 위에서 하품을 하다 벌떡 일어났다.

 

이를 어쩌지요, 지금 두 분께서 타실 말이 없습니다.”

 

없다고?”

 

델라 미티우 영애와 기드온 공작과 그 시중인들이 말을 먼저 빌려서요.”

 

그럼 저 말은?”

 

아라벨라가 갈기를 땋은 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 말은 안 돼. 얼마 전에 그림자 숲에서 사로잡아 온 야생마인데 사납기 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겠구나.”

 

그나마 나의 말은 있건만, 하고 사나기 공주가 손을 뻗자 연한 금색을 띠는 말이 다가와 코를 비빈다.

 

저 말이 다섯 마리는 되건만 미티우 영애나 기드온 공작이 오면 한 마리만 양보해 달라고 해야겠구나.”

 

아라벨라는 공주를 돌아보았다.

 

공주 정도 되면 신분을 내세워 말을 가져가도 될 텐데.

 

어쩌면 대단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자나미 왕자를 보았을 때는 이 나라의 미래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둠 속에서 발광해파리라도 한 마리 본 기분이다.

 

희미한 녀석이지만.

 

그 때 문이 열리고 남자가 둘 들어왔다.

 

하나는 아라벨라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아라벨라를 보자 눈가를 씰룩이더니 우스꽝스럽게 허리를 굽혔다.

 

공주 마마를 뵙습니다.”

 

준우승남.

 

사나기 공주 마마를 뵙습니다.”

 

아라벨라는 기억을 살렸다.

 

비욘 자작에게는 바이 뭐뭐라는 숙부가 있다고 들은 거 같기도 하고.

 

나이차도 있어 보이는데다 미묘하게 닮았으니 아마 그 사람 같다.

 

바이언드 백작이군.”

 

바이언드였구나.

 

렐리악 영애도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신 것 같군요.”

 

아라벨라가 대꾸하자 비욘 자작은 어깨를 으쓱하며 우스운 표정을 지었다.

 

만남의 회포는 길게 풀고 싶지만 지금 좀 바빠서요. 기드온 임펄 루 페데사 공작님이 말을 끌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바이언드 백작은 비욘 자작을 돌아보았지만 비욘 자작은 여전히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지금 공주님 앞에서 공작을 높여 부른 것입니까?”

 

아 뭐, 그렇게 되었네요. 마음 상하셨습니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나기 공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보다가 쯔쯔 혀를 찼다.

 

이 나라 왕권이 바람 앞 촛불과도 같구나. 한낱 촌의 자작이 왕의 딸을 우습게 보다니.”

 

네에? 저는 그럴 의도가 아니옵고..!”

 

자네 의도는 상관없어. 자네는 지금 나의 아바마마를 모욕하였네.”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게 곡해해서 듣습니까?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내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인가?”

 

아니 저는! 하고 자작이 입을 다물었다.

 

바이언드 백작이 앞으로 나섰다.

 

제 조카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벽지에서 말이나 타다 보니 예의에 무지합니다.”

 

그럼 왕궁에는 뭐하러 데리고 온 건가? 일곱 살 정도 되었나?”

 

“...사실은, 올해로 서른 셋이 된답니다.”

 

바이언드 백작이 한숨을 쉬었다.

 

아라벨라는 백작의 구두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는 자작의 발등을 밟는 것을 보았다.

 

용서를 내려 주지. 대신 이 말은 한 필 가져가겠다.”

 

사나기 공주는 금빛 말 위에 올라타고 새하얗게 반짝이는 백마의 고삐를 아라벨라에게 넘겼다.

 

아라벨라가 올라타려는 순간.

 

으악!”

 

아이구 저런, 괜찮습니까.”

 

분명 뭐가 걸렸는데!?

 

아라벨라는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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