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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3

2019. 7. 23. 18:19 | Posted by 호랑이!!!

 

어마마마를 뵙습니다.”

 

마마를 뵙습니다.”

 

방금 인상 쓴 거 같은데

 

아라벨라는 사나기 공주를 힐긋 눈짓하면서 왕비에게 무릎을 굽혔다.

 

올해로 마흔 되는 왕비는 살짝 희끗해진 갈색 머리를 길게 땋아 틀어 올리고 허리를 졸라맨 디자인의 녹색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가냘프고 우아해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허리가 얇지?

 

옆은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 사랑하는 공주.”

 

보이진 않았지만 공주가 인상을 더 깊게 썼다.

 

그러나 고개를 들 때 공주는 가면처럼 완벽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셰필라 렐리악의 딸, 아라벨라 렐리악입니다, 어머니.”

 

혼자 왕궁으로 온 것이더냐?”

 

아라벨라도 명에 따라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동생과 함께 왔습니다.”

 

이 몸은 쿠트 카 아메론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서로 어울릴 생각은 않고 여자 따로 남자 따로 행동을 한다지. 그런 행실은 결국 화합을 이루지 못해.”

 

그러하옵니다 마마, 하고 둘이 떨떠름하게 대답을 하자 왕비가 아무것도 끼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렐리악 영애는 언제까지 수도에 있을 생각이지? 괜찮다면 내일이나 모레 나의 초대를 받아주겠나?”

 

어마마마, 렐리악 영애는 저와 내일 영애들의 모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있는 건 아니잖니.”

 

하루 종일 있을 것입니다.”

 

쿠트 왕비의 손에서 부채가 촤악 소리를 내며 펼쳐졌다.

 

그럼 모레를 내가 약속해야겠구나. 모레 점심 즈음 나에게 오거라. 그리고, 지낼 곳이 지금 좁다고 들었는데 황궁의 손님방이라도 좋다면 내어주겠다.”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하지만 저희의 분수에 맞지 않으니 부디-”

 

오게. 사나기, 방을 안내해주도록 하거라. 자나미 녀석을 시키고 싶다만 이 애는 또 어디선가 놀고만 있겠지.”

 

삼일 내내 불편한 옷을 입고 다니라고? 게다가 가져온 옷이 두 세 벌 밖에 없는데?

 

하지만 아라벨라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만족한 표정으로 왕비가 떠나자 사나기 공주가 혀를 찼다.

 

“...아무튼 내일 영애끼리 모임이 있으니 참가하게.”

 

, 공주마마.”

 

그놈의 마마 소리는 되었어. 사나기 공주님이 좋겠노라.”

 

사나기 공주는 왕궁 안을 구경시켜 주었다.

 

너른 정원이나 도서실이 있고 집무실이 있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쨍그랑쨍그랑 소리와 무언가 부서지고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한 방도 몇 개 있었다.

 

어린 왕족을 위한 놀이방이나 갑옷 따위를 전시해둔 방도 있고 어디를 가나 하늘과 천국을 테마로 꾸며진 방은 보석이나 금, 은으로 장식되었다.

 

사나기 공주는 자신의 별채로 데려가겠다며 마차를 불렀다가 지금은 결혼식 준비로 마차와 말을 꺼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민들에게도 공개되는 결혼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설치된 마도구 때문이라나.

 

많이 멀다면 말을 타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사나기가 홱 돌아보았다.

 

말을... 좋아, 그러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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