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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1

2019. 7. 14. 12:41 | Posted by 호랑이!!!

 

금과 은을 녹여 테두리를 만들고 은은한 푸른빛과 섞인 구름과 천사들이 천장에 그려져 있다.

 

붉은 색으로 칠한 벽지에 뜬 것은 금색 해이고, 푸른 색으로 칠한 벽지에 뜬 것은 은색 달이고.

 

창문에는 다채로운 색유리를 짜맞추고 등은 요정이나 해, 천사 모양이다.

 

마르틴은 벽에 박힌 금과 보석가루를 살짝 쓸어보다가 아라벨라가 툭 치자 손을 멈추었다.

 

렐리악의 두 분이 오셨습니다.”

 

안내하던 시종장이 문을 두드리며 방문을 알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듭시랍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두 명의 사람이 넓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붉은 색으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은 아래의 진한 금색 눈과 더불어 빛났고 머리며 몸에 감은 보석들은 사람을 돋보이게 했다.

 

셰필라 드라고낙 렐리악의 장녀 아라벨라 샤틸리 렐리악입니다.”

 

셰필라 드라고낙 렐리악의 장남 마르틴 셰필라 렐리악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묘한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지와 망토를 입은 쪽이 먼저였다.

 

자나미 블랙스캣 일로냐 알퀼레오 말리우 비 아메론.”

 

사나기 라즈켓 일로리오 알퀼레나 멜리테 수 아메론.”

 

일로리오 대공작이며 말리우 후계이며...”

 

다들 날 사나기 공주라고 부르네.”

 

그러자 자나미가 사나기 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네 얘기는 재미 없어. 어디어디 대공작이고 후계자고 무슨 무슨 직위를 가지고 있으며 어디의 주인이고 하는 얘기만 한참이잖아. 어차피 잔이라고 불러달라고 할 거면서.”

 

맞아! 하지만 말을 끊다니 사나기는 바보야.”

 

자나미는 멍청이야.”

 

마르틴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라벨라보다 한두어살 많아 보이는 공주와 왕자는 마르틴과 아라벨라 사이에서도 안 하는 격의 없는(최대한 예의바르게 표현했을 때) 말과 행동을 보였다.

 

이 일에 익숙한지 시종장은 아라벨라와 마르틴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지요. 마실 것을 내오겠습니다.”

 

... , .....”

 

.”

 

시종장이 당겨주는 의자에 앉고 널찍한 방 안에 넷만 남자 공주와 왕자의 고개가 다시 이 쪽으로 돌아왔다.

 

아라벨라가 봤을 때는 공주가 이긴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사나기, 저 쪽은 잔. 공주나 왕자를 뒤에 붙여도 되네.”

 

아라벨라는 손가락을 살짝 들어 아직도 벌어진 마르틴의 턱을 닫아 주었다.

 

마르틴 셰필라 렐리악...입니다...”

 

들었네.”

 

음료와 과자가 나왔다.

 

레몬은 좋아하는가? 이번에 들어온 것이 향이 너무나 좋기에 주방장이 말리고 절여 놓았지.”

 

향신료 향이 나는 유리 저그는 얼음으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아래를 보니 보글거리는 탄산이 바닥에서 표면까지 연이어 상승한다.

 

송글송글 맺히는 물방울은 주르르 떨어져서 하얀 레이스를 적셨다.

 

네에, 좋아합니다.”

 

아라벨라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자나미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영애 건 내가 따라주지. 파티에서도 차 모임에서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해 죽겠어.”

 

변방의 영지에서 지내느라 수도의 분들과는 연이 없었는데 이렇게 두 분을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은테를 두른 잔에 레모네이드가 찼다.

 

일어선 김에 자나미가 레모네이드를 나머지 잔에도 채웠다.

 

놀랍군요. 저는 왕자님이 따라주실 줄은 몰랐네요.”

 

영애한테 내가 다정하다는 것을 좀 어필하고 싶었어.”

 

자나미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둘은 지금 바실리 전 렐리악 백작령에 있었다고 들었네. 거기 산이 아주 멋지다지.”

 

사나기 공주가 입을 열었다.

 

그러합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온갖 식물이 자라며 푸른 바람이 불지요.”

 

그러자 자나미 왕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른 바람이라니! 아주 시적이야. 렐리악 부인이 말하기를 영애는 활달하다고 하더니 역시 남의 말만으로는 알 수 없어.”

 

렐리악 부인이라면 사피야를 말함인가.

 

마르틴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활달하다는 말은 보통 여성 앞에는 안 붙이니까...

 

그러니까 어머니가 저 요란한 왕자한테 누나 뒷담을 했다는 이야기야?

 

어머니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힐끗 올려다본 아라벨라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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