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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2

2019. 7. 19. 01:53 | Posted by 호랑이!!!

 

이어진 티타임은 서로를 살펴보는 시간에 가까웠다.

 

비록 자나미 왕자는 마르틴에게만 관심을 가졌지만.

 

왕자가 아라벨라에게 보이는 예의와 관심은 왕자가 먼 영지의 아가씨에게 보이는 무난한 것일 뿐.

 

얼굴은 잘생겼지만, 저 정도 잘생긴 건 렐리악 백작령에도 하나 있었다.

 

아라벨라는 고개를 돌리다 사나기 공주와 눈이 마주쳤다.

 

이 쪽은 너무 과해

 

이 사람에게 발광 마법이라도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빤히 쳐다본다.

 

사람이 6초간 눈을 깜박이지 않고 보면 뭐랬는데.

 

아라벨라는 원래 다른 것을 보려고 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왕자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공주는 자신에게 관심이 너무한가.

 

중간이 없다, 살려주세요 할머니.

 

아라벨라는 마음속으로 바실리를 찾고는 공주에게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돌렸다.

 

, 공주님?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 지금 묻히는 중이라네.”

 

? 뭘요?”

 

내 사랑.”

 

그리고 윙크.

 

아라벨라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 감사합니다...”를 입에 올릴 수 있었다.

 

비록 마지막의 는 질문처럼 끝이 한없이 올랐지만.

 

그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똑똑 두드리는 소리는 절도 있었으나 꽤나 다급했고 요란해서 허락이 떨어지니 문이 홱 열렸다.

 

시종장이다.

 

자나미 왕자님, 사나기 공주님. 지금 결혼식장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왕족들은 편히 있으라며 아라벨라와 마르틴의 잔에 음료를 채워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방안에는 마르틴과 아라벨라만 남겨졌고 마르틴은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동그란 이마에 손을 붙이고 이리저리 멀리를 살펴보더니 쪼르륵, 마르틴은 자리로 돌아왔다.

 

마르틴이 알았다면 나 이제 애 아니거든!’이라고 했을 수많은 수식어를 붙이며 아라벨라가 미소를 지었다.

 

여긴 참 예쁘지? 뭔가 마음에 들어?”

 

마르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의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조금 이상해.”

 

뭐가?”

 

그동안 역사서나 왕실 건물에 대한 용도를 읽어 보았는데, 왕궁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건 다음 대 후계자나 왕밖에 없어. 후계자가 아닌 왕족도 예외는 아니잖아.”

 

아라벨라는 마르틴이 본제를 꺼낼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왕궁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 왕자랑 공주가 손수 처리하는 게 더 이상해. 여태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아무리 델라? 그 사람과 공작의 결혼이라고 해도.”

 

공작의 전적이 좀 많잖아. 왕이 아끼는 게 아닐까?”

 

벨라 누나. 우리 나라에 공작은 둘 뿐이야. 하나는 현재 임금님의 동생이고 다른 하나는 남작가 출신임에도 한 일이 많아 공작위에 올려준 페데사 공작이지.”

 

마르틴은 아라벨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나미 왕자는 이렇다 할 업적이 없어. 페데사 공작을 이런 때 왕궁에서 결혼시키면 다음 후계자로 페데사 공작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려.”

 

마르틴은 머리가 좋다.

 

아라벨라는 별 생각 없이 굴었던 것을 반성하며 마르틴의 귀에 속삭였다.

 

그런데 자나미 왕자가 한 게 없어?”

 

방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며 사나기 공주와 자나미 왕자가 들어왔고 마르틴과 아라벨라는 뒤에서 이야기하다 찔린 사람들처럼 과하게 웃는 얼굴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급한 일이 생겨 둘을 놔두어 버렸군.”

 

저희는 괜찮습니다. 덕분에 왕궁을 볼 수도 있었지요.”

 

아라벨라가 말하자 사나기가 손을 내밀었다.

 

왕궁이 비싼 돌들로 만들어지기는 했지. 좀 더 자세하게 구경하겠나?”

 

아라벨라가 거절할 틈도 없이 사나기 공주는 아라벨라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마르틴은 저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클 자나미를 올려다보았다.

 

자나미는 폭풍처럼 뛰쳐나가 채 닫히지도 않은 문을 보며 웃었다.

 

마르틴의 눈에 그것은 비웃음이다.

 

하여간 여자들이란. 반짝이는 것엔 사족을 못 써.”

 

그리고 마르틴은 굳었다.

 

할머니가 돌아온 후 그 백작저에서는 누구든 누구에게든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한 번도 못 들었는데.

 

저 말에 악의가 있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자나미가 아라벨라를 낮잡아보고 있다는 것만은 알 것 같았기에 마르틴은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옷을 꽉 잡았다.

 

누나는.. 아라벨라 누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하지만 자나미 왕자는 마르틴의 침묵을 다른 것으로 해석했는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등을 툭 쳤다.

 

누나가 어릴 적에 겁을 많이 준 모양이지? 너무 무서워하지 말게. 어차피 이제 힘도 자네가 더 세졌을 거고, 여차하면 한미한 집에 시집보낸다고 하면 덜덜 떨면서 자네 말을 들을 거야.”

 

한미한 집에... 시집이요...?”

 

그래. 지참금도 없이 보낸다고 하면 더 효과가 있겠지. 아직 자넨 어리니 여자 다루는 걸 모르겠어? 내가 나이도 좀 있으니 알려줘야겠는걸?”

 

자나미가 마르틴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아직 마르틴은 잘 몰랐지만, 느낀 것은 혐오였고.

 

당장 팔을 털어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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