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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20

2019. 7. 12. 00:15 | Posted by 호랑이!!!

 

말 다섯 마리가 수도를 향해 떠났다.

 

이전에도 호위 임무를 맡은 적 있던 스파크는 이번에도 밤색과 하얀색의 얼룩말을 타고 맨 뒤에서 달렸고 맨 앞에는 새까만 흑마를 탄 슈체른, 그 다음은 구름처럼 하얀 데일라와 아라벨라가, 그 뒤에 마르틴과 프루던스가 달렸다.

 

황실에서 온 편지는 우선 렐리악 백작 저택으로 갔다가 렐리악 전 백작 저택으로 왔기에 거기에 씌인 날짜는 마차로 가기에는 지나치게 빠듯했다.

 

슈체른이 그 이야기를 듣고 수도 근처의 적당한 곳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다고 사양하는 바람에 며칠이나 우직하게 말을 타게 되었다.

 

그 중에 신난 것은 삐(혹은 낙트) 뿐으로.

 

마르틴의 가방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풍경이 지나가는 것을 삑삑 즐거워했다.

 

그나마 야숙은 하지 않았지만 마차 여행에서 걸리는 시간의 절반으로 시간을 단축한 다섯은 마침내 수도로 들어서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곧장 왕실에서 지방의 귀족들에게 제공하는 저택에 들어섰다.

 

저택은 거대한 담장 안에 총 다섯 개 건물로 나뉘어져 있는데 대개는 한 가족이 한 건물을 사용하지만 신년회나 망년회, 그 외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건물에 비해 사람이 많아 한 건물에도 네다섯 가족은 들어간다고 한다.

 

아라벨라도 어릴 때에는 한두 번 와 보았지만 신년회에 왔다가 감기를 심하게 앓은 뒤에는 셰필라(아버지)가 수도행을 금지시켰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것은 못 보았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라벨라와 마르틴 일행에게 겨우 문 하나로 작은 방과 이어진 방만 하나 제공되었다.

 

무슨 행사라도 있나요?”

 

제공하는 식사 표에서 과일 항목에 동그라미를 치며 마르틴이 묻자 저택의 고용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세기의 로맨스가 결실을 맺으려고 하고 있답니다! 델라 아드무엘 미티우 아가씨와 기드온 임펄 루 페데사 공작님의 결혼식이 모레 황궁에서 이루어진답니다.”

 

미티우?”

 

아가씨와 도련님은 못 들으셨을 겁니다. 조그만 동네의 자작 집안이거든요. 수도에도 거의 못 왔고 행사에도 참가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페데사라면 알고 있다.

 

특유의 수완과 비상한 머리, 천재적인 검술 실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시국을 읽는 눈까지 있다고 하는 유명한 사람.

 

남작의 아들로 태어나 처음 아버지의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이 여섯 살, 남작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일곱 살, 자기만의 사업을 벌였는데 대성공 한 것이 열 살,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으며 왕이 위험했을 때 구해냈고 이루어낸 업적들을 바탕으로 페데사를 공작 지위로 올린 것이 겨우 그의 나이 스물의 일이다.

 

델라 아가씨와 기드온 공작님의 사랑 이야기와 각자의 이야기는 지금 수도 어디를 가든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델라 아가씨는 노래도 잘 부르고 만들어낸 노래도 몇 가지나 되는데 그 노래도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요. 오르골로도 팔고 있으니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미티우 영애에 대해서 아는 거 있나?”

 

그러자 그 고용인은 눈을 반짝이며 델라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무언가)을 늘어놓았다.

 

귀족이지만 아래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늘 베풀고 힘들었던 때를 잊지 않으며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두 딸을 데려온 계모가 델라를 못살게 굴었고 괴롭히고 노예처럼 대했는데 항상 밝은 미소를 지으며 꿋꿋하게 노력했고 어떻고, 그러다 기드온 공작을 만났는데 둘이 첫눈에 반했으나 델라는 스스로의 모습에 부끄러워 도망을 쳤고, 기드온 공작은 델라 영애가 신고 있던 마법의 금 신발을 주워... 지금은 예비 공작부인이라 기드온의 성에서 있었는데 못된 시녀들이 괴롭히고 지체 높은 영애들이 박대하고 산적을 만나고 하는 어마무시한 일들이 있었으나 정조를 지키며 현명하게 행동하여 기드온 공작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일들이다.

 

많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늘 자신을 꾸미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상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지요. 요즈음 수도의 아가씨들은 다 델라 아가씨를 본받으려고 한답니다.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그러다 하인은 무언가 떠오른 듯 헛기침을 했다.

 

내일이 결혼식 날이라 지금 수도는 시끌벅적합니다. 다른 영지에서도 결혼식을 구경하러 많이들 왔거든요. 여기 묵으시는 다른 분들도 저녁에는 수도를 구경하러 가거나 외식을 즐긴다고 하시는데 혹 두 분도 그럴 계획이십니까?”

 

어쩔래?”

 

마르틴은 눈을 반짝였다.

 

갈래!”

 

그렇다는군. 우리 식사는 괜찮아.”

 

스파크와 슈체른, 프루던스도 함께 가겠다고 했으므로 우선 그들은 긴 여행에 지친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한 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을 즈음에야 적당한 외출복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하인들이 마차를 꺼내주어서 그들은 적당한 것을 타고 거리에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들리는 악기 소리는 꽤 다양했는데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 같은 소리도 있었고 하프나 피아노 같은 무거운 악기까지도 들렸다.

 

마르틴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까지 수백은 될 악기는 어느 순간부터 한 가지 소리로 노래했고 다채로운 가락은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술에 취한 남자가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마차 옆을 지나갔다.

 

나비는! 잠들면! 꽃이 되고오오옥!!!”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동전 한 닢으로 팁을 주자 마부는 모자를 들어 인사했고 마르틴은 아라벨라의 손을 꽉 잡았다.

 

마치 개선 장군을 위한 것처럼 집집마다 색종이나 색색 천을 이은 깃발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집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줄, 빨랫줄, 어디든 작은 방울이나 장식 같은 게 매달렸다.

 

마력으로 불을 켠 장식용 전구는 조그맣고 흐릿한 것인데도 다양한 것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온 도시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다.

 

횃불을 켜 묘기부리는 사람이 있고 장사꾼들은 노란색을 칠한 구두며 책이며 오르골, 장난감, 모형까지 늘어놓고 소리를 질렀고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은 춤추는 사람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은 또 춤을 춘다.

 

기묘하게도 여자는 여자끼리.

 

왜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춤을 추는 거지?”

 

몸을 밀어내는 것 같은 거대한 악기 소리 옆에서 거의 악쓰다시피 묻자 지나가는 사람이 대답했다.

 

이제 여자들은 정조를 위해 자기들끼리 춤을 춘다!”

 

얼마나 아름다워! 멋진 일이야!”

 

저 아가씨들은 훌륭한 부인이 될 거야!”

 

이 수도에 온 이후 이상하게도 무언가가 아라벨라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마르틴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스파크는 질린 표정이고 슈체른과 프루던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슈체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부인 말고는 뭐가 되는데!?”

 

하지만 그 말에는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

이거 10편 내외로 끝내고 싶었는데 어느새 20이 되었습니다

왜 끝이 안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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