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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16

2019. 6. 22. 00:28 | Posted by 호랑이!!!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누나 뭐 하나 궁금해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슈체른은 마르틴에게 달려들어 머리에서 목덜미, , 몸 할 것 없이 냄새를 맡았다.

 

“...낙트?”

 

그러자 마르틴의 품에서 작게 삐익, 소리가 났다.

 

살짝 열린 가방 안에서 날개달린 작은 이 나와 가죽 날개를 퍼덕이면서 슈체른에게 달려들었다.

 

얼굴을 감싸고 팔을 잡고 삑 삐익 우는 소리를 내서 자칫했다면 뱀이 슈체른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슈체른은 기쁜 듯이 뱀을 안았고 뱀은 슈체른이 검은 나무라도 되는 것처럼 몸에 감겼다.

 

아아 우리 아가, 이다지도 우리를 가슴 졸이게 하다니 혼을 내야겠습니다.”

 

삐가 낙트예요?”

 

?”

 

그제야 슈체른은 마르틴에게 고개를 돌렸다.

 

원래 이름은 낙트입니다. 이 산에 사는 용족 중 막내이고 불과 얼마 전에 성체가 된 어린 용의 첫째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이 애도 용이니 날러 가야지!’라며 바실리와 함께 날아가던 중에 불의의 사고로 사라져서 그만.”

 

슈체른은 한숨을 쉬었다.

 

아주 깊은 한숨이었다.

 

삐익

 

바실리스크가 아니었구나, 하며 아라벨라가 생각했다.

 

“...듣자하니 마르틴 당신이 우리 아가를 돌보아주었다고 하는군요. 이 일에 대하여서는 부디 보답하게 해 주십시오.”

 

별말씀을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

 

슈체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아이가 마르틴은 라고 불러주어도 좋다고 합니다.”

 

삐익, 하고 삐가 울었다.

 

아라벨라는 잘 모르겠지만, 슈체른과 마르틴은 삐가 엄청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면서 잠시 난리가 났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삐는 슈체른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가 어느 쪽을 쳐다보더니 푸드덕 아래로 내려섰다.

 

낙트가 이쪽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뱀은... 아니, 낙트는 조그마한 발로 직접 땅에 내려가더니 토끼들이나 지나다닐 정도로 낮은 수풀 안으로 들어갔다.

 

낙트, 그런 데 들어가면 안 보이니까 이리 오십시오.”

 

저어, 당신은 삐... 아니아니, 낙트와 어떤 관계 되시나요?”

 

애기 이모 됩니다.”

 

슈체른은 한 손에 소풍바구니를 들고 있었으므로 아라벨라는 낙트를 어깨 위에 올렸다.

 

낮은 수풀을 헤치고 슈체른이 제일 먼저, 그 다음이 아라벨라, 마지막으로 마르틴이 밟힌 풀 위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잠시만요, 이모라고요? 삐의?”

 

이 모습은 여러분과 활동하기 편하니까 임시로 변한 모습이고.”

 

무슨 당연한 것을 물어보고 있냐는 듯, 어린아이에게 빨간색과 노란색을 더하면 주황색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듯 슈체른이 마르틴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래 모습은 크기나 모습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이 쪽? 정말로?”

 

삐는 잎으로 교묘하게 가려진 굴 앞에 서더니 날개를 바쁘게 퍼덕였다.

 

태어난 지 두 달이라고 했던가, 제대로 날지는 못하지만 대신 빠르게 달릴 수 있어서 아차한 사이에 굴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풀을 치우자 드러난 굴은 사냥개라도 지나갈 수 있을 것처럼 커다랬지만 아무래도 사람이라면 체구가 작아도 드나들기 힘들 것 같았다.

 

저는 지나갈 수 있어요.”

 

눈치를 보다 마르틴이 손을 들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마르틴이라면 어떻게든 지나갈 것 같기는 했지만 아라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안돼.”

 

저도 갈 수 있습니다.”

 

슈체른이 말하더니 다음 순간 슈체른이 있던 자리에는 윤기나는 검은 뱀 한 마리가 혀를 내민다.

 

그렇지만 아라벨라는 이번에도 고개를 젓더니 슈체른이 용 모습일 때 몸에 감는 길다란 검은 끈을 쥐었다.

 

무슨 일 있으면 두 번 잡아당길 테니까 당겨줘.”

 

아라벨라는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는 굴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

 

조그마한 마도구로 앞을 밝히며 기어가다보니 삐가 퍼덕 퍼덕 날갯짓을 했다.

 

얼만큼을 더 기어갔더니 갑자기 땅이 아래로 훅 꺼져서 아라벨라는 머리를 감싸며 앞으로 굴렀다.

 

눈을 질끈 감았다.

 

몇 번이라고 셀 수 없을 만큼 구르고 또 구르더니 마침내 푹신한 흙더미에 몸이 떨어졌다.

 

“...부러질 뻔 했네.”

 

아라벨라는 목을 주무르며 손에 꽉 쥔 마도구를 켰고 창백한 불빛이 굴 안을 비추며 빛에 약한 벌레들을 내쫓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휘두르자 벽에서 사사삭 기어가는 것들에 약한 현기증이 느껴져서 아라벨라는 꾹 참고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것에 집중했지만 머리카락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머리를 빗는 손가락에 착 달라붙자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을 세차게 휘둘렀다.

 

그 무언가는 벽에 맞고도 툭 떨어져 바사삭 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아라벨라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아냈다.

 

!!! 이 망할! 기어가는 버러지만도 못한!”

 

못 참았다.

 

머리카락을 싹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만큼은 꽉 누르면서 아라벨라는 젖은 개처럼 머리를 푸르르르륵 털었다.

 

 

재촉하듯 삐 소리가 나서 빛을 아래로 향했더니 삐가 아라벨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더 가야해?”

 

삐익.

 

고개를 젓는다.

 

삐는 바위 위로 기어오르더니 조그만 앞발로 삭삭 긁는 시늉을 했다.

 

바위?

 

아라벨라는 조금 더 가까이로 다가갔다.

 

바위라고 생각했던 것은 더러운 천 뭉치였다.

 

손에 잡히는 부분을 당겼더니 풀어지더니 아라벨라 앞으로 굴러떨어지며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시체를 한여름에 일주일 묵혔다면 이런 냄새가 났을까 싶은 지독함에 아라벨라는 헛구역질을 하고 손수건을 코와 입 앞에 대었다.

 

정말 싫다

 

손이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사람인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손이 움직인다니 아라벨라는 더더욱 기절할 것 같았다.

 

벌레나 두더지 같은 것이 시체를 건드리면 죽은 줄 알았던 시체의 몸이 들썩거리면서 움직인다는 글을 예전에 읽은 적 있었기에, 저 손을 건드렸다가 피부 아래까지 파먹은 벌레들이 얇은 피부를 뚫고 튀어나오는 상상이 저절로 되었다.

 

“..., 그으...”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아라벨라는 제발, 이라는 표정으로 삐를 보았지만 삐가 낸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 나가서 슈체른보고 여기 굴을 넓혀 달라고 할 수 있어?”

 

삐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안 있어 검은 용 모양 슈체른이 굴을 넓히며 들어왔다.

 

들어올 때는 기어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걸어서 나올 수 있었고, 아직 해는 쨍쨍했다.

 

몸을 감싼 천뭉치는 누군가의 망토였다.

 

마르틴은 도시락 가방에서 바닥에 까는 용도로 쓰던 하얀 천을 꺼내고 아라벨라는 그 사람을 감싼 망토를 벗겼다.

 

펄럭펄럭 요란하게 천이 흩날렸다가 떨어지고.

 

아라벨라는 흰 천을 두르려다 그 사람의 얼굴로 잡아당겨진 듯 시선을 향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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