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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4

2018. 5. 30. 14:14 | Posted by 호랑이!!!

어느 정도의 마력이 생기기는 했군요.”

 

도시는 그럭저럭 평범해 보였다.

 

빌딩도 몇 개 있고, 체육관 같은 것도 있고, 연구소 같은 것도 있고, 가게도 있다.

 

비둘기도 있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도 있고, 동물병원도 있고.

 

다른 것이 있다면 허공을 날아다니는 동물이나, 동물 아닌 것들이나, 가끔은 사람 정도.

 

향은 초록이를 데리고 낡은 건물로 갔다.

 

시청처럼 생긴 건물이었는데 1층에서는 창구와 사람들이 앉아있고 23층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다 위층에는 사무실, 사무실, 사무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가면서 초록이는 안내판을 읽을 수 있었다.

 

맨 아래부터 민원 접수, 조정과, 변호사실, 제작 및 수리 접수과, 우편, 이사 관련, 그리고 맨 위는 제 1사무실 겸 회의실.

 

이사 관련은 뭐...예요?”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다른 도시에서 살 때 마법이나 관련된 것을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받습니다. 그리고 살 집을 알아봐주거나 근처 인간을 알아봐주거나.”

 

무슨 기준인데요?”

 

마법이 얼마나 잘 먹히나, 혹은 마력양.”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열렸다.

 

[이사를 위한 이사 층입니다. 당신의 새 이웃에 대해 궁금하거나 새로 이사간 곳에서 뭘 해야 할 지 궁금할 때 찾아주세요]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리자 초록이는 고개를 들어 마치 그 사람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스피커 쪽을 봤다.

 

이초록 자료!”

 

종이 몇 장을 든 사람이 뛰어왔다.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했잖아요.”

 

죄송합니다.”

 

향은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발짝을 움직여 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 사람이 자료를 건네자 향은 종이를 넘기며 안의 글을 읽었다.

 

초록이도 힐끔 넘겨다보았는데 그 시선을 느끼자 향은 신경질적으로 종이를 덮었다.

 

얼마쯤 올라가자 다시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자료를 건네주었던 사람은 다른 자료도 같이 가져가겠다며 내렸다.

 

마침내 둘이 남게 되자 초록이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 수 있었다.

 

향 씨.”

 

?”

 

저 싫으세요?”

 

그러자 신 향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 숨을 들이쉬었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

 

“...?”

 

“...안녕, 난 신 향이야. 황예란이 친구고 땅 위의신이라는 가문의 가주야.”

 

초록이가 갑자기 내밀어진 향의 손을 잡자 향은 위아래로 흔들고 손을 놓는다.

 

땅 위의 신...!”

 

신은 그냥 성이야. ‘땅 위의가 우리 가문에 붙는 별명.”

 

그렇구나. 안녕, 나는 이 초록이야. 예란이랑 줄리 친구.”

 

너만 아니었으면 예란이가 이 도시로 돌아올 리 없다는 생각을 했어, 미안해. 사실은 네 탓이 아닌데.”

 

이 도시에 돌아오는 게 문제가 있어?”

 

그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향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넌 이제부터 가주와 세 명의 원로가 있는 회의에 부쳐질 거야. 넌 어차피 마법사가 아니니까 별 일 없을 테니 잘 듣고 무조건 예란이에게 유리하게 말해.”

 

뭐가 유리한 소리인데?”

 

뭐든 하겠냐고 물으면 한다고 말해.”

 

그거면 되냐고 다시 물으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상아색 바닥이 깔린 것이 보였다.

 

[2 회의실입니다, 1 회의실에 가지 않는 가주 및 동행자 분들은 여기에서 내려 주십시오]

 

옆은 계단식으로 아래가 잘 보이도록 빙 두르듯이 책상과 의자가 자리했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파일과 모니터에 코를 묻고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다들 짜증이 가득하거나 피로한 얼굴로, 주위를 날아다니는 조그만 것들이 커피나 주스 같은 것을 잔에 채워주면 홀짝이다가 내려놓았다.

 

신 향입니다. 이 초록씨를 데려왔습니다.”

 

그제야 초록이는 가장 큰 책상에 앉은 사람을 보았다.

 

다른 책상에 비해 세 배는 더 큰 책상에는 새하얗게 센 머리를 틀어 올리거나 묶거나 아예 짧게 잘라버린 할머니가 세 분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책상에 종이가 한두 장 있을 뿐 모니터나 키보드 같은 것은 없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뭐라도 좀 마시겠어요? 차라던가, 커피, 주스?”

 

그 전에 앉혀야지.”

 

한 사람이 손을 흔들자 공중에서 안락의자가 쿵 떨어졌다.

 

흔들의자나 바퀴 달린 의자가 좋니?”

 

뭐든 마실 거면 테이블도 있어야 하고.”

 

조금 바랜 빛은 있지만 안락의자는 푹신하고 햇볕에 말린 냄새가 난다.

 

마찬가지로 위에서 떨어진 테이블에는 하얀 테이블보가 펼쳐지고 조그만 머그컵이 향과 초록이 앞에 하나씩 놓였다.

 

이렇게 오게 되어서 많이 놀랐을 거 알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초록씨에게 나쁜 짓을 하거나 아프게 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 아니에요.”

 

그냥 일이 어떻게 되었나 해서 부른 것뿐이니까, 겁먹지 말고.”

 

쿠키도 좀 줄까?”

 

쿠키캔이나 주스병, 주전자를 든 조그마한 인형들이 주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주스..로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의기양양한 표정이 된 주스병 인형이 다가와서 컵에 넘치도록 주스를 따라 주었다.

 

쿠키캔 인형도 조그마한 접시에 쿠키를 담아 올려주었고, 초록이는 어딘가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에도 몇 가지 검사결과가 모니터에 올라갔고 향은 열심히 변호를 했고 몇 가지 질문을 한 뒤에는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한다.

 

기분이 이상한걸.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기분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향이 제대로 조사를 했니 안했니, 자료가 어떠니 화를 냈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줄리아나도 예란이도 엄청나게 긴장을 한 것 같았는데 좀 예상과는 다른 전개라.

 

그러다 세 원로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초록씨.”

 

?”

 

너는 마법사가 될 수 있단다. 기억을 지우고 평범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 이렇게 마력도 생겼으니 마법사가 되지 않겠니?”

 

좀 더 가까이 오라고 손을 까딱이자 의자가 초록이를 앉힌 채로 찌익 끌려갔다.

 

우리나라의 마법사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니 아마 네 가문을 만들어야 할 거야.”

 

알아보았더니 10대쯤 전까지는 너희 할머니에게 가문이 있었어요, 그 가문이 가지고 있던 금액이라던가 그런 것은 시에 기증되었으니 당신이 하겠다고 하면 예산이나 집, 기구 등은 전부 내주겠어요.”

 

알고 보았더니 갈수록 마법사는 적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남자가 적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건 그냥 마법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어머나, 겁을 줄 수도 있으니 그런 말은 안 돼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면 겁을 먹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에 안심할 거야.”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벌을 받는단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잖아?”

 

마법사 뿐 아니라 일반적인 법에 대해서도, 라면서 오른쪽에 앉은 원로가 종이를 가리켰다.

 

당신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 강도,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 혹은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구 등에서 안전할 수 있어요.”

 

왼쪽에 앉은 원로도 종이를 내밀었다.

 

거주지나 작업실, 연구실을 포함한 이런 집을 지어줄 수 있단다. 태어난 아이가 마법사 적성이 있다고 하면 원래 이 정도 금액을 주는데 연구비를 포함하고 집을 짓는 비용을 빼서 이 정도를 매월 줄 수 있거든.”

 

옆을 힐끗 보았더니 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러면.”

 

가운데 앉은 원로는 그 앞에 있는 모니터를 돌려 초록이가 볼 수 있게 했다.

 

거기에는 인간의 형태에 개구리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털이 부분부분 나 있는 무언가가 찍혀 있었다.

 

이걸 상대해 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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