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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산과 왕자님

2018. 5. 5. 04:41 | Posted by 호랑이!!!

A는 푸른 색 봉투에 찍힌 은색 삼각형을 노려보았다.

 

이 나라의 국기는 신, 귀족, 백성을 뜻하는 삼원으로 되어 있고 자신의 소속에 따라 삼원의 부분을 그리는 것이 정석이다.

 

농사와 목축이 주된 일인 백성과 친한 농사의 여신이나 짐승의 신은 백성을 포함한 구역과 신을 그리고 귀족과 관련된 부분은 제외하며 귀족 중에서도 신전과 연이 있는 사람은 그 부분까지 온전하게 원을 그리는 것이 일례.

 

그러나 그 삼원의 가운데에 있는 삼각형은.

 

, 귀족, 백성, 그 모든 것의 위에 있다는 왕가의 상징.

 

“...가기 싫어....”

 

왕실 직속 배달부가 직접 우편을 가져다주고 큰 소리로 임명장을 외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쏠렸지, 거부권이라는 건 없고, 거기에 더해서 이사까지 해야 할 테니까.

 

좋지 못한 기억을 떠올리다가 A는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이 탄 마차가 궁전을 빠져나갈 때 울면서 손을 뻗던 아주 작은 아이를.

 

그 때 스물이었던 자신이 벌써 마흔이 넘었으니 그 분도 이제 스물은 넘었겠군.

 

오빠.”

 

“B, 들어올 때는 노크 좀 해.”

 

뭐 어때, 오빠는 어차피 공부밖에 안 하잖아.”

 

올해 마흔 살이 되는 B는 어린 나이부터 백작 지위를 물려받아 훌륭하게 가문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B는 은색 삼각형이 찍힌 봉투를 마음대로 열더니 안에 든 임명장을 읽었다.

 

“...기술의 궁전에서 숙식하며 그 장으로서 일하고 공헌해주기를 바란다, 이거 나쁘지 않네.”

 

뭐가 나쁘지 않아? 정말 가기 싫어!”

 

아티산 직위잖아? 오빠는 그냥 자작이니까 백작 대우인 아티산은 파격적이도록 좋은 조건 아니야?”

 

사람 많은 곳은 싫어. 발표회는 어쩔 수 없다지만 무도회 같은 게 열리면 또 일해야 하고, 무슨 행사라도 생기면 거기서 일할 테고. 그러면 또....!”

 

안 갈 거야?”

 

가야지. 그 말을 하고 A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됐어. 필요한 것만 간소하게 가지고 올라가고 나머지는 거기서 사.”

 

깔끔하게 정리하고 BA를 마차로 올려 보냈다.

 

그것이 겨우 일주일 전.

 

왕궁 안에 있는 건물 중에 따로 떨어진 기술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별채는 여러 발표회와 왕손의 교육을 위해 호화롭게 지어져 있었다.

 

원래는 연금 부서, 마법 부서, 연마 등 각 부서의 고위직만도 스무명이 넘었고 아래 연구원이나 직원까지 합하면 백 명이 넘었지만.

 

A가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둘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만두어 연금 부서의 총 인원은 다섯 명, 대장장이 일을 하는 연마 부서는 열 명, 행정직 직원들도 반수 이상 그만둔데다 A 직속인 마법 부서는 겨우 세 명이다.

 

그런 주제에 잡무는 많고, 그래서 연구도 진척이 없고, 아티산인 자신은 이런저런 일에까지 불려나간다.

 

원래라면 60분으로 주어진 점심시간에서 30분을 서류에 쏟아 부은 오늘도 지쳐 A는 비척비척 바깥으로 나갔다.

 

왕실 정원사가 돌보아주는 정원은 보기 아름답고 쉬기에도 좋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없다.

 

누군가는 시간에 늦지 않게 자신을 깨워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A는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몸을 뉘였고 따뜻한 바람이 뺨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없는지, 왜 잡무까지 기술의 궁전까지 넘어왔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또 그만둘까보냐...”

 

웅얼거리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의식이 사라졌다.

 

이십분이 지나 본 궁전에서 A에게 일을 맡기러 왔지만, 그 사람들은 누군가의 손짓에 곤란해 하면서도 돌아갔다.

 

누군가는 높았던 해가 가라앉고 어두운 하늘에서 별이 뜰 때까지 옆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찾으러 오자 그제서야 어깨에서 망토를 풀어 A의 위에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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