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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아이들 #7

2018. 3. 29. 16:23 | Posted by 호랑이!!!

저보고 붉은 여왕님의 초대를 거절하라구요...? 제가요...?”

레이디 세이렌은 그들을 안으로 들였다.

까만색 나무와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칸막이 뒤에는 하얀 천을 씌운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있었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흘긋 본 다른 칸막이 뒤에는 1인용 침대도 하나 있었다.

극장이 그녀의 대기실이 아니라 사는 집이라는 말은 정말인가, 세이렌은 다른 칸막이 뒤에서 차를 타오고 과자를 내 왔다.

어려운 이야기라는 건 아네.”

방금 전까지 얀에게 사랑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재잘거리던 세이렌은 단호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헨리, 추수제에 제가 서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요?”

삼백년이나 마물도 외적도 침입하지 않게 된 이 나라는 부유하고 풍요로워서 문화며 건축 등을 발달시켰다.

오로지 유흥을 위해서 극장이라는 건물을 짓고 난 후에는 무대 위에서 상연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오페라며 연극, 무용 등이 본격적으로 꽃피었고 거기에 귀족이 참가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는 악기나 노래나 무용을 뽐내는 사람 중에 귀족이 적지 않게 되었다.

덧붙여 농민이 중심이어야 할 추수제의 무대에서도 귀족이 아니면 서지 않게 되었고.

처음에는 수도 근처의 농지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부르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여러 문제가 있기도 해서 현대에는 완전히 귀족이 무대에 선다.

“...그 자리를 다시 평민 신분인 저에게 주신 거예요. 붉은 여왕님은 이번 추수제를 빌어 평민과 귀족 간의 거리를 다시 좁히려고 하고 계세요.”

내가 알바는 아니지.”

얀이 투덜거리듯 내뱉자 세이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헨리, 당신에게 우리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이런 일까지 양보할 수는 없답니다.”

여왕님의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건가?”

그러자 세이렌은 입을 다물었다. 긍정이라고도, 부정이라고도 하지 않은 채. 방은 조용해졌고 단의 과자 깨무는 소리만 들렸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세이렌이었다.

당신은 나빠요.”

결국에는 다 너희를 위한 일이야... 라고 하면 좀 위로가 될까?”

안돼요.”

세이렌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좋은 것이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을 맞대었다.

하지만 헨리가 제가 바라는 말을 해 준다면 위로가 안 될 것도 없어요.”

그건 안된다는 걸 알지 않나.”

다시 세이렌의 얼굴에는 미소가 돌아와서, 마치 갓 이슬을 맞은 꽃처럼 생기가 넘쳤다.

헨리, 우리 앞에는 지금 두 가지 길이 있어요. 하나는 쉬운 길이고, 하나는 어려운 길이예요. 길을 선택하는 것은 헨리랍니다.”

어려운 길, 어려운 길로 할거네.”

이거 안 먹히네, 라고 투정부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세이렌은 웃었다.

그럼 그 어려운 길이 뭔데?”

플로라 공주님께 가 주세요.”

그 아가- ...플로라 공주님이 왜?”

습관적으로 아가씨, 라고 하려던 얀은 세이렌의 눈빛이 바뀌려고 하자 급히 말을 바꾸었다. 세이렌은 마치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공주님이 무서워하고 있으니까요.”

그 아가씨... 아니, 공주님은 항상 무엇이든 무서워하지 않나.”

헨리,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에요. 만약 공주님의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도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요.”

세이렌은 찻주전자를 기울여 자신의 잔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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