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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비엘/판타지] 반짝이는 사람 3화

2017. 6. 6. 22:40 | Posted by 호랑이!!!

 

두 분 다 제정신이세요?”

 

학교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페드였다. 흉흉하게 노란 눈을 번뜩이는 페드의 뒤로는 갈색 날개가 위협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어쩐지 야단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둘은 페드의 책상 앞에 얌전히 가서 섰다.

 

학생이! 교수님을 데리고 나가고 싶어 한다고 해도! 교수님이! 안된다고 하셨어야죠! 누구랑 세게 부딪히기라도 했으면 교수님은 다쳐요! 박살난다고!”

 

교수님은 지금 툭 치면 파스스 날아가는 상태!라는 주제의 잔소리를 한참이나 퍼붓는 페드에게 조심스럽게 녹스가 손을 들었다.

 

“...저기, 제가 싫어하는 분을 납치한...”

 

그래도 왕자님인데 제가 왕자님한테 잔소리를 하겠어요!? 왕자님은 거기에서 듣고 계세요!”

 

아니, 그렇지만...”

 

입 다물고 조용히 앉아있어욧!”

 

왕자에게 소리를 빽 지른 페드는 이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교장 선생님이 교수님한테 가끔은 밖으로 나가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 은 학교 뜰이나 도서관이라구요. 그나마도 안 나가던 분이 어쩌자고! 어쩌다가!”

 

“...잘못했어요.”

 

똑똑,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교실의 주인은 영 교수임에도, 페드의 머리가 180도 돌아갔다.

 

들어오세요!”

 

페드의 외침에 영은 모자를 손으로 더듬어 눌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소위 엘프라고 부르는 넥투르 인이었는데 흔히 넥투르인이 그렇듯 큰 키에 몸은 버드나무처럼 우아하게 유연하고 금색 귀걸이가 여러개나 귀는 뾰족하다. 피부는 어린 나무 같은 연초록에 길게 길러 땋은 머리카락은. 염색으로 새파랗다.

 

아안녕하세요-?”

 

늘어지는 목소리에는 짧은 휘파람 같은 넥투르인 특유의 억양이 묻어났다. 그는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와서는 페드와 영, 녹스를 번갈아가며 재미있다는 눈길로 보더니 천을 파는 상인처럼 손가락 끝으로만 가지고 온 목록을 집어 영에게 살랑살랑 흔들며 내밀었다.

 

! 루 란 교! 이 미친 녀석, 머리를 물들였어!”

 

안녕 페드, 오늘도 예쁘네.”

 

너네 어머니한테 다 이를거야! 머리를 온통 시퍼렇게 물들였다고!”

 

예쁘지?”

 

검은 머리를 파랗게 물들이려면 탈색도 했어야 했을 텐데, 너 머리카락 다 상했겠다!”

 

페드의 친구인가보다. 영은 교에게서 목록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록에는 다음 학기 수업을 들을 학생들의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었다. 하이어스, 라이비, 넥투르, 세인트... 역시나 비율은 하이어스가 제일 높다. 그럼 커리큘럼은 기존에 하던 것과 같이 하면 되고... 그러는데 손이 잡혔다. 녹스 쪽을 돌아보았지만 녹스는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영 교수님 안녕하세요오! 듣던 만큼 예쁘시네-.”

 

고개를 돌렸다가 영은 새까맣게 반짝이는 교의 눈과 마주쳤다. 교는 영의 손을 꼬옥 잡고 입술을 꾹 눌렀다.

 

하이어스에서는 이렇게 인사한다면서요?”

 

교수님, 교 말 듣지 마세요, 쟤 엄청 유명하니까요.”

 

페드는 얘가 바로 기숙사에 넥투르 식 주사위놀이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라니, 밤중에 학생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나간다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학교 연못에 마수를 풀어놓은 일도 말해야지.”

 

뭐어? 네가 했었냐!?”

 

영은 둘이 티격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안경을 고쳐 썼다.

 

둘이 친구는 맞죠?”

 

아뇨!”

 

맞는 것 같다. 씩씩거리던 페드는 잠시 후 진정하고는 소개를 해 주었다.

 

, 이 분은 영 필로이픈 교수님. 그리고 저 분은 녹스 라이비 왕자님. 교수님, 왕자님, 얘는 아까 들으셨다시피, 온갖 말썽과 사고를 다 일으키고 다니는 루 부족의 아들 교입니다.”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반가워- 요오,”

 

인사를 마치고 교는 영이 든 목록을 가리켰다.

 

교장 선생님이 3일 후에 개교인데 준비는 다 되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3일 후라니.”

 

세월 참 빠르죠?”

 

당장 3일 후가 개교면 어떻게 해! 지금 수업준비가 아무리 커리큘럼을 그대로 쓴다고 해도 자료라던가 얼마나 해야 할 게 많은데! 영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체만체하고 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수업 말이예요, 아 교수님 손이 참 고우시네, 저는 장갑에 싸인 손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래의 미를 읽어낼 수... 수업 내용 중에 석판이 필요하다면 가져다 주시겠다고 교장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어쩌면, 눈도 참 맑은 색이시네... 최근에 영역을 다니시다가 우연히 몇 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 같은 동굴을 하나 찾으셨대요. ...안경 때문인가 부드럽고 가냘파서 교수님이 마치 아기새의 솜털 같네요, 머리카락 색을 보고 싶은데 혹시.

 

녹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스는 누가 무어라 할 틈도 주지 않고 걸어나갔다. 남은 세 사람은 쾅 닫힌 문을 보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만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