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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아이들 #5

2018. 3. 26. 15:49 | Posted by 호랑이!!!

밤을 샌 탓인지 다니엘은 여느 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로즈는 자신의 방에서 자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재에서 헨리는 아직도 가득하게 쌓인 편지를 읽고, 태우고, 버렸다.

어제 잠을 자지 못 했으니 평소보다 일찍 자도 괜찮겠지만 할 일이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어서.

이 지방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요정 이야기를 많이 해. 단순히 요정 이야기가 유행하는 걸까? 요정이 깨어났다면... 요정은 종에 따라서는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 생물이니까 나와도 괜찮겠지만. 만약 요정이 아니라 우리 중 하나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만들어내는 능력은 로즈 계통이지.

로즈를 필두로 한 서너명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 둘은 죽었고...

요정은 약한 생물이니 아직 용이 깨어나기까지는 여유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테라스로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

안녕, .”

얀과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지?”

얀은 그를 보자마자 읽던 편지를 불 속에 던져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랜만에 보는군.”

멋진 집이네. 우리가 살던 곳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야.”

그 사람은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와서는 우아하게 양각된 벽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난롯불이 있고, 누구나 좋아할 디저트도 있고, 차도 있고, 책도 가득하군.”

그는 벽을 메운 책꽂이에서 하드커버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덕분에 아주 푹 잤어. 지겨울 정도로.”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다가 탁, 덮으니 책은 검게 물들어갔다.

얀은 책을 잡은 그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벌써 일어나서, 뭘 하려고?”

검게 물든 책이 손 안에서 흐늘거렸다.

내가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전쟁... 파괴... 누군가를 없애는 일이라던가.”

그 사람의 시선이 얀에서 책상에 가득하게 쌓인 천과 종이조각으로 가 멎었다.

저건가.”

아니네.”

그 사람은 천천히 걸어 얀의 앞에 와 섰다.

얀은 평소와는 달리 딱딱하게 굳어서, 느긋해 보이는 그와는 대조적이었다.

정말 아니라면, 그렇게 긴장하면 안 되지.”

그 사람이 잽싸게 손을 뻗어 편지를 잡아챈 동시에 얀은 그 사람의 어깨를 잡았다.

!”

얀은 아예 그를 꽉 끌어안았다.

끌어안긴 쪽은 얀을 밀어내려는 듯 버둥거렸으나 서서히 움직임에서 힘이 빠졌고, 결국에는 얀에게 기대 정신을 잃었다.

철퍽 소리를 내며 검게 물든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제서야 얀은 그를 안은 팔에서 힘을 빼었다.

조금만 더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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