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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5 [마틴X아이작]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침묵의 소리

사람의 마음에 음악이 있다면.

 

이미 마틴, 그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들리지만.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로디가 울리고 나이를 먹고 경험이 짙어질수록 다채로운 소리가 들린다.

 

공성전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만난 안타리우스의 사람들은 무언가 음악이 흐르는 것 같긴 했지만 그들의 소리 위에는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위를 덮고 있었다.

 

그 다음 만난 것은 하얗고 검은 가면을 쓴 안타리우스의 사신이었는데 그는 말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면 뒤는 조화롭지 못한 소리로 시끄러웠다.

 

시끄러운 안타리우스라.

 

안녕하세요, 아이작.”

 

뭐냐, .”

 

재단의 마틴 챌피라고 해요.”

 

왜 건거지, 말을?”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예요.”

 

특이하게도,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그가 선호하는 곳은 조용한 곳이었다.

 

잔디밭의 나무 그늘 아래, 개울의 옆, 운행 전후의 기차역 같은 곳.

 

처음 몇 번은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멀리 던져질 뻔 했지만 몇 번 마주치고 나니 포기가 빠른건지, 그는 더 이상 던지려고 들지 않았다.

 

오늘은 만나곤 하는 장소에 마틴이 먼저 와 있었다.

 

저녁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잔디의 커다란 나무에 등을 대고 앉으니 머리 위에서 나뭇잎이 천천히 흔들려 떨어지는 것이 보였고, 한가로운 마음에 손을 뻗어 잡는 즈음에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쨍그랑 수런수런 째깍째깍 찰칵찰칵 지잉지잉.

 

부서지는 소리, 사람 웅성이는 소리,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와 기계가 돌아가고 잘리고 무엇인가가 자라는 소리.

 

한 사람 안에서 들리는 것 치고는 두서없고 무질서하게 들려온다.

 

오셨어요?”

 

기분 나빠, 네녀석.”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이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제게서 한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중에 제일 가까운 자리다.

 

이것이 바로 길들인다는 느낌일까.

 

누군가의 호감을 사고 경계를 낮추는 일은 지금까지도 셀 수 없이 해온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상대라서일까, 각별했다.

 

그러고 보니 안타리우스의 제키엘씨도 별 문제 없이 마음의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제키엘씨는 사도이고 교주라고도 불리는 것 같던데 아이작씨도 사도나 교주나... 그런 급인가요?”

 

관심없어, 그런 건.”

 

안타리우스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이작이 신경을 쓰는 것인지 그 이미지는 금세 검은색으로 덧칠되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마틴은 거기에서 이것저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첫 번째, 확실한 것은 제키엘보다는 입지가 좁아도 한참이나 좁다는 것.

 

두 번째, 안타리우스가 시키는대로 일은 하지만 자유도가 높아서 어쩌면 껄끄럽게 여겨질 지도 모른다...는 건 추측이 많이 섞인 말이지만.

 

걱정된다고 말하면 마음을 읽는다고 기분 나빠 하겠지.

 

그쯤이야 능력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까, 생일이 언제라고 하셨죠?”

 

알려준 적 없어.”

 

그럼... 다음번에는 언제 쉬세요? 머리끈이 남는데 오늘은 가져오지 않아서요.”

 

재단의 긴머리 꼬맹이한테 주고 남은거냐.

 

“...몰라, 다음주면 시간이 날 지도.”

 

바쁘시네요.”

 

일할 게 있으니 돌아오라고 하더군.”

 

속으로 질색하는 것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다음 목요일 즈음에, 공성 마치고 여기에서 볼까요.”

 

시간이 된다면 말이지.”

 

그의 가면 너머는 항상 소란스러웠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싶을 정도로.

 

그러나 이번만은 자신이 능력이 없더라도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봐요.”

 

그리고 저, 한 번도 하랑한테 머리끈을 선물해준 적은 없어요.

 

그렇게 덧붙이자 가면을 쓴 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헤어졌고, 만나기로 한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그 자리로 갔지만 아이작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하여 밖으로 나돌았지만 다시 만난 것은 그 다음번의 공성전에서였다.

 

아이작.”

 

그러자 앞을 보던 눈동자가 굴러 자신을 쳐다보았다.

 

반가움에 남들에게는 억지로 짓는 미소가 저절로 새어나왔다.

 

마치고 저 좀 봐요.”

 

잔디밭,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머리끈, 검은색 질 좋은 실로 엮은 것을 건네주고.

 

어쩌면 오늘은 바로 곁에 앉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면 같이 하자고 할지도 모르고.

 

가까이 오지 마.”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뭐라구요?”

 

그는 몸을 돌려서 저 앞의 상황을 살피러 갔다.

 

이상해.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을 꼽으려 그의 등을 쳐다보다가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다른 안타리우스들은 자신들이 내는 소리 위에 전파의 잡음이 강하게 덧씌워져 있었다.

 

제키엘과 아이작의 소리 위에는 그러한 잡음이 없었다.

 

없었는데.

 

아이작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침묵.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의 침묵이 그의 마음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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