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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님... ...”

 

“...형제님...”

 

어딘가 곤란한 듯, 망설이는 듯이 부르는 소리에 크나트는 길게 하품했다.

 

“...으응... 달링...?”

 

“...이 새벽에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으으음...”

 

크나트는 제대로 눈뜨지도 않고 얇은 허리를 더듬었다.

 

그러나 율리안은 넓적한 손이 닿자 조금 움찔했을 뿐, 피하지도 야단치지도 않아서 크나트는 손등으로 눈가를 꾹꾹 문지르다 슬며시 한쪽 눈을 떴다.

 

야한 상황인가?”

 

“...아닙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에 곤란해보이는 얼굴 윤곽이 드러난다.

 

이런데 왜 야한 상황이 아니지? 크나트는 반쯤 몸을 일으킨 율리안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시계를 확인하였더니 새벽 네 시.

 

네 시에 율리안이 자신을 깨울 일이 있나?

 

역시 야한 상황 아니야?

 

섰어?”

 

“...아닙니다. 그게... 이 시간에 정말 실례되는 이야기지만... 갑자기 폰 프라이모에서 파는 칠리 프라이즈가 너무 먹고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안 될까요?”

 

칠리 프라이즈 맛있지.

 

감자튀김에 새콤달콤한 칠리 소스를 듬뿍 뿌리고 두 가지 치즈를 쌓아서 오븐에 녹여 준다고.

 

율리안은 거기에 다진 고기를 추가하는 걸 좋아하지.

 

몇 유로 더 내면 나초도 먹을 수 있고.

 

세트로 된 것을 시키면 맥주나 탄산음료도 마실 수 있었다.

 

이 새벽에 갑자기 먹고 싶어서 눈을 뜨다니, 건강하기도 하지.

 

그보다 율리안이 뭔가 먹고 싶다고 자신을 깨우다니 기특도 하고,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 율리안이 이 시간에 심지어 자신을 깨워서 말을 하겠어.

 

크나트는 대충 바지를 꿰어 입고는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폰 프라이모가 24시간 영업이라 다행이다.

 

차로 30분만 가면 되니 전화로 주문만이라도 먼저 해 둘까.

 

이전번에도 잘 먹는다 싶더라니 역시 마음에 든 모양이지.

 

슬쩍 돌아보았더니 율리안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율리안은 큰 손이 덥썩, 제 뺨을 잡고 이마에 입맞추는 것을 가만 두었다.

 

잘 관리된 자동차는 이 새벽에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 볼륨으로 시동이 걸리더니 스르르 떠났다.

 

이 새벽에 갑자기 그런 게 너무 먹고 싶어지다니.

 

면목이 없는 걸.

 

율리안은 멋쩍은 얼굴로 몸을 일으킨 채 헝클어진 침대를 정리했다.

 

다녀오는 데에는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지금은 일어나서 방 정리도 조금 하고 식탁도 미리 차려 놔야-

 

하암, 율리안은 하품을 했다.

 

테이블 매트만 미리 깔아 두고...

 

삼십분만 자고 일어나자 역시.

 

율리안은 일어나려던 자세 그대로 다시 푹신한 베개 위로 쓰러졌다.

 

 

 

 

 

한 손에는 폰 프라이모의 로고가 찍힌 비닐봉지를 든 채, 크나트는 불 꺼진 집 안으로 들어섰다.

 

율리안이 자신을 내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혹시 필요한 것이 음식 같은 게 아니라 자신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일 그 자체였나?

 

크나트의 손이 품 속의 너클로 향했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게 칠리 프라이즈를 식탁 위에 조용히 내려놓고, 크나트는 안방 문을 열었다.

 

끼이익 소리 하나 없이 열린 문 안은 자신이 나가기 전과 거의 같았다.

 

잘 닫힌 커튼.

 

천장에 잘 매달린 커다란 텔레비전, 마찬가지로 잘 닫힌 욕실 문.

 

조금 더 문을 열면 멀쩡한 침대가 보이고, 그 위에 엎어진 율리안이-

 

달링?”

 

급히 다가가면 숨을 쉬고 있다.

 

덧붙여서 그저 잠든 것 뿐인 것 같고.

 

한동안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크나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냉큼 율리안을 바르게 눕혔다.

 

그 서슬에 깬 율리안은 길게 하품을 하다가 자신이 사람을 새벽에 내보내놓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들었다는 것에 화다닥 일어나 앉았다.

 

, 죄송합니다. 얼른 식탁이라도 차리겠습-”

 

누워있도록 해. 당장.”

 

아닙니다. 혼자 잠들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율리안은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뜨뜻한 손이 자신을 눕히자 반쯤 뜬 눈으로 진지해 보이는 크나트를 올려다보았다.

 

프라이모는 데워 줄테니 내일... 자고 일어나서 먹도록 해.”

 

“...그렇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먼저 수면을... 하아암. 저도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임신 초기에는 잠도 많이 오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니까. 걱정 말고 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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