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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023. 4. 11. 02:36 | Posted by 호랑이!!!

애오오옹-’

 

율리안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올렸다가 검은 털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로군.

 

고양이는 꽤 유익한 동물이다.

 

쥐도 잡고 벌레도 잡고 병도 막아준다.

 

개인적으로 따로 알고 지내는 고양이는 없지만 과거 성당의 어느 형제님은 따로 밥을 챙겨준다던가 대화를 나눈다던가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

 

동물의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왜 이런 사람 많은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들어올리고 흐물텅하게 있는 걸까?

 

율리안은 읽던 책을 덮어 테이블에 얹고 담벼락 위의 고양이를 빤히 보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

 

노천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으레 손님이 주문한 음료에 대해서는 주문이 나왔다고 알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

 

그러나 종만 다를 뿐 닮은 둘이 눈싸움을 하는 것을 알아차린 주위의 손님들이 입 앞에 손가락을 대었고 결국 아르바이트생은 테이블 위에 조용히 잔만 내려놓았다.

 

달그락.’

 

한편 율리안은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도 그 녹색 눈으로 율리안을 보았다.

 

율리안은 고양이를 보며 의도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자세라는 평을 내렸다.

 

어쩌면 고양이도 율리안을 보며 인간 치고는 희한하게 고양이 같은 부동세로 자신을 보고 있다고 평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지만 발바닥에 분홍색 부분이 다 드러나도록 발가락을 쫙 편 채 저렇게나 오래 있었는데 쥐가 나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여기는 다시 말하지만, 인간 천지다.

 

고양이보다 스무 배는 커다란 생물들이 득시글한 곳인데 왜 저렇게 무방비한 태도로 이 곳을 돌아다니는지.

 

그렇다고 저 고양이가 굳이 여기까지 올 정도로 배가 고파 보인다던가 졸려 보인다던가 하지는 않는다.

 

행동을 보고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아는 동물이 없기도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다.

 

그리고 저렇게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계속 이 쪽을 쳐다보니 희미한 어색함이... .

 

율리안은 깨달았다.

 

이렇게나 쳐다보다니 사람이 상대였다면 무례한 일이다.

 

동물도 눈을 오래 쳐다보면 적대적이라 생각한다고 했지.

 

모르는 고양이를 이렇게 무례하게 쳐다보다니.

 

율리안은 급히 시선을 내렸다.

 

언제 왔던 것일까 마악 커피를 가져다준 알바생이 돌아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나 인상이 나쁘지.

 

율리안은 급히 쥐고 있던 책의 아무 데나 펴서 얼굴을 가리도록 들어올렸다.

 

‘져버렸네

 

고양이들 눈싸움을...’

 

‘졌어!

 

사람들은 그제야 각기 핸드폰이나 서류,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고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