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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더건/율리안] 평화로운 오후

2019. 6. 11. 21:34 | Posted by 호랑이!!!

에잇.”

 

!”

 

크나트는 소파에 앉아있다가 율리안이 제 앞을 지나갈 때를 노려 팔을 뻗어 낚아챘다.

 

남의 무릎 위에 주저앉게 된 율리안은 움찔하면서 고개를 팩 돌렸다.

 

뭡니까? 대낮부터!”

 

뭐긴, 모처럼 주말인데 좀 친해져볼까 해서지.”

 

율리안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대부분 저 인간이 호감을 표현하는 끝은 몸으로였고, 절반 정도는 침대에서였으니까.

 

나머지 절반의 절반 정도는 소파에서나 차에서이고.

 

어제 그렇게 해 놓고 말입니까? 당신 정말-”

 

친해지자는 데에서 섹스부터 떠올리다니 역시 내 몸만 보는 거지? 흑흑.

 

거구의 남자가 애처로운 척 우는 시늉을 하니 눈에 힘이 들어간다.

 

저 남자의 전적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영화라도 볼까?”

 

됐습니다.”

 

그럼 음악을 틀까?”

 

됐습니다.”

 

뭘 했으면 좋겠어?”

 

지금은 당신이 절 놔주는 겁니다.”

 

그러나 몸에 두른 팔은 풀리지 않는다.

 

그럼 이대로 있을까? 수다도 좋지.”

 

율리안은 체념의 한숨을 쉬었고 몸에 두른 팔에는 힘이 조금 빠졌다.

 

그리고 그렇게 수십년과도 같은 5분이 지났다.

 

율리안은 저쪽 방에 둔 운동기구나 책상 위의 책을 떠올렸다.

 

뭔가 집중할 것이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은 자신이 깔고 앉은 것이 남의 허벅지라는 것이고, 운동복과 면바지 너머로 무언가가 하나 더 느껴지기 때문인(것이 더 컸다) 일이다.

 

보고 느끼고 맛본-율리안은 그런 천박한 표현을 떠올린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다-것이 한참이니 크기나 촉감에 있어서는 잘 기억하고 있었고 비록 off상태더라도 자신의 몸 아래에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율리안은 크나트를 흘끔 보았다가 은근슬쩍 몸을 빼려 했지만 감긴 팔이 막았다.

 

놔주십시오.”

 

-잃어.”

 

이 젊은 신부님은 참 모르겠단 말이야.

 

라고 크나트가 생각했다.

 

분명 지금은 긴장을 했는데, 겁을 먹었나 싶다가도 그의 평소 행실을 떠올리면 그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내 내가 뭘 어쨌다고.

 

평소에 얼마나 젠틀하게 대했는데 이렇게나 긴장을 한담.

 

목덜미에 입김을 훅 불자 파드득 몸이 떤다.

 

무어라고 하기 전에 이마를 그의 등에 기댔더니 얼굴 아래에서 근육이 긴장해 서는 것이 느껴졌다.

 

뭘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러니까 처음에는 말이다, 적어도.

 

하지만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나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그 기대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

 

아마 이것은 자신이 다분히 사회적인 사람이고 상냥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크나트는 이마를 기댄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을 벌리고.

 

이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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