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신나게 총질을 하다 차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생각이 미쳤다.
잘 빠진 제 발이 액셀을 밟고 있으니 차야 어떻게든 구를 터지만 그 달리는 것은 제법 안정적이었다.
흔들림없는 총구가 그것을 증명한다.
여유부릴 때는 아니지만 옆을 흘끗 보자 태연한 얼굴로 운전대를 잡은 B가 있었다.
조수석에서 안전벨트까지 차고 잡은 터라 영 불편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여느 때처럼 조금 짜증스러워 보이는 그대로였다.
상황이 정리되고 A의 비서인 C가 모는 차와 약속한 곳에서 만나게 되자 A는 손수 B의 차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B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구깃 구겨놓았지만 그런 표정을 하고서도 A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A는 차에서 내려 따라오는 차가 있는지 뒤를 살피는 B를 관찰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몸짓이군.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A가 더 잘 알았다.
총을 딱히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더 가까웠다.
아픔도 느끼고, 그렇다면 두려움도 있을 터.
하지만 이건 제법.
B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A와 눈을 마주치더니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A는 그 눈빛을 받고 더없이 활짝 웃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양 말고 더 먹어.”
B는 자신의 잔에 와인이 차오르는 걸 감흥없는 눈으로 보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B는 스스로를 퍽 단순한 인간으로 생각했다.
한 병에 월급 두 달 치인 와인이건, 여태 평생 올 일 없었던 라운지에서 음식을 대접받건.
특별히 해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보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어서 먹어봐. 잘라놨어.”
대체 언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B는 깔끔하게 잘린 튀김...같은 것을 입에 넣었다.
...이건 맛있네.
건너편에 앉은 A가 어쩐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지만 B는 거기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잠시 음식에 감탄했다.
음식을 배 채우는 이상의 용도로 생각해본 적은 적은데.
다음 몇 조각을 입에 묵묵히 밀어넣는데 A가 와인을 삼키더니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럼 이건 용건인데, 내 회사에서 일하는 거 어때.”
“싫어요.”
바삭.
“월급 두 배. 연차도 두 배로 줄게.”
“어제 한국에서 총격전을 보게 해놓고 승낙할거라고 생각합니까?”
이럴수가, 연애할 때도 이렇게 마음 쓴 적은 없는데.
당신이 하는 건 연애가 아니니까 그렇죠.
그렇게 핀잔을 준 B는 와인으로 입가심하고 잔을 내려놓으려다 다시 들어올려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일자리는 왜 거절하는데?”
“합법적이고 안전한 데서 일하고 싶습니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일 하게 해 줄게.”
연차에 월급 두 배.
당연히 어제의 그런 위험한 일 시키려고 그러나?했건만 그조차 아니었다.
입막음인가? 하지만 그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럼 당신이 얻는 이득은 뭐가 있습니까?”
“글쎄... 나랑 연애할까? 나는 B한테 좋은 일자리를 주고, B는 나랑 연애를 하는 거지.”
B는 여전히 싱글거리는 A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
부자 놈의 이상한 취미 같은 건가보다.
만화책에서도 보면 돈이 너무 많은 재벌 같은 사람은 거대한 데스 게임도 만들고 이상한 쇼 프로그램 같은 것도 만들고 하지 않던가.
사람 죽는 것보단 연애 쪽이 차라리 온건한 편이긴 하겠지.
B는 으깬 감자를 삼켰다.
“그럽시다.”
“오! 좋아. 그럼 계약서부터 쓸까?”
“그럼 취직 쪽부터 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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