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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덩] 위그님 리퀘

2023. 8. 9. 02:21 | Posted by 호랑이!!!

@: 저는 그냥.. 슬덩/호열이 나오는 걸로../알바처에서 알바하는데 농구부애들와서 매상 올려주고 일찍 칼퇴하면서 같이 퇴근하는 그런 연성이 보고싶어요.. 캐해석은.. 양키가 성실하네.. 이런 느낌으로..

 

 

 

 

 

 

 

여기 라면 하나~ 계란 추가해서!”

 

카레하고 가라아게 정식! 햄까스도!”

 

! 돈까스 덮밥! 이 몸은 곱빼기로! 그리고 만두!”

 

이야아,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데? 나도 라면!”

 

사람 적은 가게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퇴근 후 한 잔을 즐기던 사람들마저 돌아간 늦은 시간, 닭꼬치며 우동에 맥주 같은 것을 앞에 놓고 빈둥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밀도가 높아진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백호 군단이다!”

 

강백호랑... 기타 등등!”

 

작은 소리였는데도 기타 등등으로 칭해진 세 사람이 고개를 홱 돌렸다.

 

어이어이-”

 

-기타 등등이라고?”

 

손에서 우드득 소리가 난다.

 

팰 거면 나가서 하라니까-”

 

말리는 것을 포기한 양호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한편으로 백호가 예의바르게 사장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쇼.”

 

어서 오렴, 돈까스 덮밥이라고 했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앞치마를 맨 사장님은 1인분이라기엔 너무 커다란 돈까스를 기름에 넣었다.

 

촤아아 소리가 나고 저만치에서 폭력이 끝났는지 주섬주섬 사람들이 일어나자 사장님은 면을 끓는 물에 담갔다.

 

호열 군, 계산~”

 

-”

 

순식간에 사람이 적어졌다.

 

계산하고, 백호 군단이 앉을 테이블을 닦고, 물수건과 물컵을 가져온 양호열은 망나니들이 싸우느라 엉망이 되었던 안쪽 테이블과 의자가 반듯하게 놓여진 것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걸 치우는 건 결국 양호열 자신이니 이왕이면 가게 밖에서 싸워 줬으면 했지만, 사장님이 백호 군단의 난장판을 두고...

 

덕분에 요즘은 가게를 일찍 닫을 수 있어 좋더구나.”

 

...라고 한 뒤로는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게 되었다.

 

반찬 한 가지에 술 한 잔 놓고 몇 시간씩 있다가 패악질이나 부리던 사람들이 백호 군단이 푸닥거리를 한 판 하면 스르륵 사라지니 사장님도 오히려 반기는 느낌이랄까(다만, 저녁시간 그릇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곧 음식이 나왔다.

 

묵직하게 담긴 라면, 바삭바삭하게 튀긴 돈까스에 밥이 정량보다 확연히 많은 덮밥, 그릇에 넘치도록 담긴 카레, 산처럼 쌓은 가라아게와 두 배는 될 법한 햄까스, 철판에 구워낸 만두도 접시 가득히.

 

, 나왔다!”

 

각자 가져가면 안 되나?”

 

괜찮으니 앉아 있어.”

 

이 천재의 계산으로는 한 사람이 하나씩 쟁반을 가져가면 훨씬 빨리-”

 

깰 것 같으니까 앉아. 있어.”

 

양호열도 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번만은 몇 번이나 카운터와 테이블을 왕복하며 그릇을 날라야 했다.

 

사장님, 요리 하나가 더 나왔어요.”

 

그건 호열 군 거야. 친구들이 온 김에 같이 먹도록 해.”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의젓하게 대답한 양호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테이블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순간 그 나잇대 아이들처럼 와하하 웃었다.

 

만두랑 햄까스 하나랑 바꾸자.”

 

만두 몇 개 줄 건데?”

 

하나! 인심 썼다!”

 

뭐어? 두개 더 줘!”

 

라면 위에 고기랑 만두랑 바꾸자.”

 

왁자지껄하게 나눠 먹는 모습에 입가에 점이 있는 사장님은 후후 웃으며 카운터 안쪽 정리를 했다.

 

많은 양이었는데도 음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호열 군, 다 먹었니?"

 

"넵-!"

 

"미안하지만 저기 포대 좀 내려줄래?"

 

양호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고의 묵직한 쌀포대를 꺼내어 어깨에 턱 메면 사장님이 호열 군이 있어서 다행이야- 라며 기뻐했다.

 

평소라면 감사합니다, 라던가 별 것 아닌걸요, 라던가 무어라고 했을 법도 하지만 어째 가게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가 신경을 거슬렸다.

 

또 무슨 수상쩍은 짓을 하는 걸까, 하는 눈초리로 가게로 돌아오면, 앞서 걸어가던 사장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이게 뭐야?!"

 

"짜잔!"

 

"라면카레덮밥 봇이다!"

 

"이건 만두까쓰정식 봇!"

 

남은 그릇과 젓가락으로 멋지게 로봇을 만들어낸 네 사람은 방해하지 않겠다며 가게 밖으로 우르르 나갔다.

 

“...설거지랑 청소는 제가 마저 할게요.”

 

그래줄래?”

 

사장님이 매출을 계산하고 물건의 재고를 확인하는 동안 양호열은 그릇 로봇들을 조심조심 개수대로 옮겨 닦고 화구 아래까지 구석구석 말끔하게 청소했다.

 

“..., 사장님.”

 

?”

 

잔머리가 나오지 않도록 가지런하게 묶은 머리에서 머리수건을 벗으며 사장님은 땀까지 흘리는 아르바이트생을 흘긋 보았다.

 

잘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렇게 많이 주셔도 괜찮나요?”

 

후후.”

 

들리는 소문이며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일해 보니 성실하고 친구들도 나쁜 아이들은 아니었지.

 

사장님은 어쩐지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작게 웃었다.

 

호열 군 친구들인데 뭘. 운동하는 애들은 많이 먹어야지.”

 

“...감사합니다.”

 

이제 청소도 다 되었고, 매출도 맞네, 이제 퇴근할까? 가방 가지고 나오렴.”

 

가게 밖으로 나오니 압도적인 포스를 흘리는 덩치 넷이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최근에는 사장님도 익숙해진 장면이다.

 

가게 문을 잠그면 양호열이 손을 뻗어 셔터를 내렸다.

 

한때 셔터를 내릴 때 썼던 막대는 먼지가 앉아 쓸쓸하게 놓인 것이 눈에 밟혔다.

 

저것도 나중에 치워 놔야지.

 

그럼 잘 가, 호열 군. 친구들도.”

 

내일 뵙겠습니다!”

 

양호열이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주위 친구들도 나름나름 성실함을 가미해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누님!”

 

안녕히 가세요~”

 

바이바이!”

 

방향은 반대인데도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문득 돌아보았을 때.

 

의젓하고 성실한 아르바이트생은, 어느샌가 평범하고 놀기 좋아하는 학생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빨간 머리 학생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이좋은 아이들이라니까.

 

사장님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