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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피꽃+감자즈] 어느 날 꼬리가 자랐다

2023. 3. 24. 03:57 | Posted by 호랑이!!!

어느 날 꼬리가 자랐다.

 

메로스는 눈물을 머금고 아끼는 바지를 조심스럽게 튿었다.

 

집에서면 이걸로 충분하겠지.

 

그나마 자신이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

 

메로스씨!”

 

메로스는 급히 바지를 입었다.

 

어서들 오게.”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과자 사왔어요!”

 

급히 모자를 쓴 메로스는 웨이스트 코트의 뒷자락을 꾹 눌러 내리고 아이들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들 셋이 합심해서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온 모양인데, 아이들은 그 상자를 들고 쪼르르 이동해서 안쪽 홀에다 내려놓았다.

 

“...잠깐, 저걸 들고 여기까지 온 건가? 걸어서?”

 

중간에 버스 탔어요!”

 

지하철도요!”

 

애들끼리 잘도 탄다.

 

메로스는 고생했다며 따뜻하게 끓인 코코아를 가져왔다.

 

그런데 뭘 가져온 거니?”

 

, 그게요.”

 

아이들은 상자를 힐끗힐끗 보았다.

 

심지어 연우는 상자를 톡톡 두드리기도 하고 무어라 속삭이기도 했다.

 

안에 생물이 든 모양이군.

 

강아지? 고양이? 여우일지도 모르고...

 

저만한 크기라면 의외로 커다란 새라던가.

 

얼마 전에는 사바나 캣이나 악어나 원숭이 같은 데에 목줄을 매고 데리고 다니는 게 유행했었는데 그 유행이 다시 돌아왔으려나?

 

그런데 웬일로 집에서 모자를 쓰고 계세요?”

 

“...어쩌다보니...?”

 

메로스는 헛기침을 하고 상자를 가리켰다.

 

사이즈로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인가?”

 

아이들은 급히 상자를 뜯었다.

 

“...아니지, 크리스마스는 지났는데 뭘까?”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이들은 급히 가위를 가져온다 뭘 한다며 뛰어다녔다.

 

메로스는 테이프를 끊는 용도의 가위를 가져다주겠노라며 집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문이 눈에 띄었다.

 

내친 김에 살짝 열어보면 안쪽으로는 이미 먼지가 앉은 작고 화려한 의자가 보였다.

 

나중에 먼지를 털어내고 이 의자와 이 티테이블에도 먼지막이 천을 덮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메로스는 가위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아이들은 손으로 테이프를 끊고 뚜껑을 열고 있었다.

 

“...”

 

이제서야 열면 어떡해!”

 

죄송해요, 블랑 언니!”

 

...이젠 놀랍지도 않군.

 

 

 

 

 

 

 

 

 

 

자네는 어쩌다 납치당했나.”

 

납치 아니에요!”

 

블랑 언니가 먼저 얘기했어요!”

 

데려와달라고 했는데 자루에 넣을 수는 없었어요!”

 

그렇지 자루에 넣을 수는 없지.

 

하지만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방법이 많았을텐데...

 

혹이 나지는 않았나? 긁히거나 멍들거나?”

 

“...지금은 괜찮아.”

 

그야, 뱀파이어니까.

 

메로스는 블랑이 머리에 쓴 모자에 시선을 주었다.

 

느슨하게 머리에 걸칠 수 있는 알록달록한 니트 모자였는데 커다랗고 하얀 방울이 블랑의 머리처럼 복슬복슬한...아니 정신차리자.

 

자네 혹시?”

 

“...그걸 어떻게 알아? 혹시 메로스도...”

 

블랑의 손이 메로스의 실크 해트를 덥썩 잡았다.

 

잠깐, 그러면 안되지!”

 

어차피 다 아는 사이에 왜! 벗어, 벗어!”

 

이러면 안되네...!”

 

메로스가 꺄아악 소리를 질렀으나 결국 그는 블랑의 손에 모자를 빼앗겨버렸다!

 

하얗고 보송보송한 귀가 축 늘어졌다.

 

토끼 귀!”

 

뱀파이어는 박쥐 귀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져 볼래요!”

 

가까이 오지 말게.”

 

블랑은 아이들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흉흉하게 호기심어린 눈을 한 것을 보았다.

 

저 뱀파이어가 곤경에도 다 처하고, 즐거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귀라도 만져 보라고 부추겼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 귀 엄청 보송보송하다?”

 

, 정말요?”

 

토끼 귀...”

 

만져도 되지요?”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와글와글 떠들던 아이들은 일제히 블랑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고, 블랑은 불길함에 모자를 끌어내려 푸욱 눌러 썼다.

 

뭐야, !”

 

“...혹시, 언니도...?”

 

뭐야? 뭐야? 기다려!”

 

기다려! 안돼! 앉아!를 외쳤지만 메로스는 아까의 복수라도 하려는 듯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Go! Fetch!”

 

안돼애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