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요.”
“...어째서...?”
흰 머리 청년은 지독할 정도로 알콜 냄새가 나는 술병을 등 뒤로 감춘 뒤, 단호하게 창 밖을 가리켰다.
“우리 줄여 보기로 했잖아요!”
“그 때는 안 마신다는 얘기였지 줄인다는 얘기는...”
“히스!”
그리고 창 밖의 사람들은 움찔하며 사사삭 벽 뒤로 숨었다가 다시 사사삭 창문에 붙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저게 뭐야...?”
“지금 술 뺏긴 거야...?”
“가족인가 봐.”
가뜩이나 큰 덩치에 털이 북슬북슬한 가죽옷을 입어 곰 만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누군가는 가운데에 마른 장작 토막과 지푸라기를 넣어 급히 모닥불을 피우고 눈을 넣은 솥을 걸었다.
회색곰 털옷을 입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내가 조카라는 애하고 말할 일이 있었는데, 그 애는 그렇게 격 없이 굴지 않았거든?”
눈 밑으로 굵은 흉터가 있는 사람이 턱을 매만졌다.
“황궁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그랬지? 이번 지원자.”
젊은 축인 사람이 진지하게 끼어들었다.
“아들인가봐요.”
“아들? 아들이면 저렇게 친할 수 있나?”
다시금 그들은 바삐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손주인가봐.”
+
데임은 빼앗은 술병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이 시간쯤 오면 다른 부대원들과도 마주칠 것 같았는데 어째 보이지가 않았다.
씁, 그러니까 조금은 괜찮겠지.
병뚜껑을 자연스럽게 따고 한 모금, 두 모금 자연스럽게 마시고 캬 소리를 내며 입을 문지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뚜껑을 닫으며 고개를 든 데임은 우르르 몰려 있는 부대원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멈췄다가.
술병을 등 뒤로 감췄다.
“...저는 평소에 잘 안 마시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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