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잘 되고 있습니까.”
율리안은 드물게도 크나트에게 말을 걸었다.
마찬가지로 드물게도 크나트는 탭을 카운터에 놓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를 누르면서 레시피를 읽었는데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되고는 있는데...”
“있는데?”
“...웬일로 날 걱정해준 거야, 율?”
“안 합니다.”
지금 말 돌린 건 너무 뻔했습니다.
그러자 크나트는 입술을 쭈욱 내밀고 노골적으로 표정을 구겼다.
“여기 들어가는 게 새우밖에 없다고 하니까. 적어도 오징어나 조개 같은 걸 더 넣고 싶어서 그래.”
“그랬다가는 부이야베스가 될 겁니다. 색은 이미 비슷하군요.”
잘 모르겠는데.
크나트는 갓 튀긴 새우를 접시에 덜어서 만든 소스를 얹었다.
“맛 좀 봐줘.”
“저는 칠리새우이니 하는 것의 맛을 잘 모릅니다만.”
그러면서도 율리안은 새우를 집었다.
“...새우?”
“...”
새우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만하지, 껍데기가 다 달려 있어도.
그리고 납작하고, 예쁜 분홍색을 띄는 걸로 아는데 말이야.
어째서인지 이 칠리 새우라는 것은 좀, 양손으로 들고 먹어야 할 정도로 큰데.
“...오늘 랍스터가 싸길래.”
“잘 모르는 메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잘 모르는 메뉴라면 레시피를 충실하게 따르라, 는 잔소리를 눈빛으로 보내고 율리안은 조금 큰 듯한 칠리 랍스터를 한 입에 넣었다.
일단 튀김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데 안의 랍스터는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것이 느껴진다.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랍스터 튀김이 충분히 맛있는데 계속 씹다보니 소스까지 입 안에 번졌다.
부드럽고 쫄깃한 랍스터와 바삭한 튀김옷이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에 젖고 입 안에서 뒤섞여가니 이 맛도 나쁘지는 않은걸.
동양의 음식이라고 해서 이국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는데도 낯익은 칠리맛과 새우 비슷한 것에 그렇게까지 이국적이지는 않다.
“파인애플을 좀 넣어볼까 했어.”
율리안은 볼 가득히 칠리 랍스터를 넣고 씹다가 꿀꺽 삼켰다.
“이대로도 맛있습니다.”
그럼 됐어 됐어, 그렇게 여유로워지던 크나트는 레시피를 다시 읽어보다가 비명을 질렀다.
“뭡니까.”
“따로 만드는 게 아니고 넣고 볶는 거잖아!”
때마침 벨소리가 들렸다.
“율리안 신부님, 문 좀 열어줘!”
율리안은 한숨을 쉬며 문으로 갔다.
“아저씨 잘 있었어요?”
“저 왔습니다.”
율리안이 문을 열어 주자 들어온 것은 새까맣게 차려 입고 온 미론, 그리고 새하얗게 차려입고 온 블랑쉐로 손에 들고 왔던 와인을 건네주었다.
“뭐야, 요리는 아직입니까.”
“나도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서 시간이 좀 걸렸다고.”
부엌 식탁 앞의 의자는 겨우 두 개다.
블랑과 미론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율리안이 방에서 의자를 빼 오는것을 보았고 급한대로 소파 쪽으로 테이블을 옮기는 것을 또 지켜만 보았다.
그리고 율리안은 숟가락과 포크를 옮기고 접시를 나르고 크나트는 소파에 앉은 두 사람 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둘 다 움직여!”
가서 접시도 옮기고! 와인잔 샀으니까 그것도 꺼내고! 와인도 따고!
“네에 네에. 그러죠 뭐.”
“그러죠 뭐가 아니거든?”
“뭡니까, 저희는 손님이란 말입니다.”
“됐으니까 움직여.”
그렇게 움직이고 미론과 블랑쉐가 받은 것은 접시와 그 위에 올라간 커다란 칠리 랍스터, 버섯과 양배추절임.
“당신 오늘 칠리 새우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아는 칠리 ‘새우’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
“랍스터야 랍스터!”
“하?”
“오늘 장 보러 갔더니 랍스터가 싸길래 사버렸는데 이건 오래 보관하는 종류가 아니라는 거지...”
“아저... 크나트씨 그래서 저희를 부른 거군요?”
“이거 튀김 같은데 어째서 소스랑 같이 볶은 겁니까? 따로 놓고 찍어서 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맞아, 눅눅하잖아요.”
크다, 질기다, 눅눅하다, 어떻다 어떻다 재잘거리던 두 사람은 크나트의 말에 얌전히 먹었다.
“그럴 거면 먹지 마! 대신 디저트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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